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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265화 (26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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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에서

시황은 아루가 문을 열며 나왔다는 걸 진작 알았지만 별 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찬미와 계속해서 키스를 했다. 오히려 찬미의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와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간만에 하는 시황과의 키스다 보니 찬미는 너무 몰입을 해서 아루가 나왔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정열적으로 시황과 키스를 하며 손길을 느낄 뿐. 그런데 갑자기 옆에 뭔가 다가온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약간 이상한 기분에 옆을 슬쩍 바라보니 언제 왔는지 아루가 시황의 옆에 앉아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을 대놓고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꺅!”

상상치도 못한 일에 화들짝 놀란 찬미가 빠르게 시황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는데 이 사실을 모르는지 시황이 전혀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손이 움직이더니 얇은 티 위로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오, 오빠. 옆에 아, 아루 있어요.”

찬미는 시황의 손을 밀어내며 부끄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설마 이렇게 대놓고 시황과 키스하는 장면을 들킬 거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응? 아루 벌써 일어났어?”

“네. 오빠.”

시황의 손이 느슨해지자 찬미는 시황의 무릎에서 벗어나 옆에 소파에 앉았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화끈 거려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그런데 방금 전에는 너무 당황해서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아루가 옷을 하나도 입지 않은 채로 시황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오, 오빠 아루 옷이…….”

“옷? 아루가 옷을 안 입었다고? 괜찮아. 아루는 잘 때 원래 다 벗고 자. 전에 오피스텔에서 살 때도 맨날 알몸으로 다녔는걸.”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시황을 보며 찬미를 뭐라고 해야 될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어제 유미가 시황이랑 아루가 씻을 때도 같이 씻는 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긴 했지만 설마 잘 때도 알몸으로 자고 평소에도 알몸으로 돌아다닐지는 정말 상상치도 못했다.

찬미는 혹시나 싶어 다시 한 번 아루를 쳐다봤지만 살짝 부풀어 오른 가슴과 검게 나 있는 음모, 그리고 그 밑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음부가 똑똑히 보였다.

“아루야, 잘 잤어?”

“네. 오빠. 푹 잤어요. 저기 근데 오빠……. 저도 하고 싶은데…….”

아루가 약간 머뭇머뭇하며 무언가를 강렬히 열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알았어. 이리와 봐.”

시황은 아루가 뭘 말하고 싶은지 뻔히 알았기 때문에 가까이 밀착한 아루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원래는 숨길까 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아루와 항상 이렇게 지낸다는 듯 오픈하는 게 나중을 위해서도 나을 거 같았다.

“헤헤.”

“아루야, 이제 올라가서 옷 입고 와.”

“네! 오빠.”

시황의 키스에 기분이 좋아진 아루가 환하게 웃으며 옷을 입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미안. 깜짝 놀랐지?”

“아, 아니에요. 아, 아루랑 예, 옛날부터 친하게 잘 지내셨나 봐요.”

“아루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사랑하니까. 특히 잘 때 아루를 껴안고 자면 잠도 잘 오고 마음도 안정되거든. 찬미가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는데 옛날부터 이래 와서 별 느낌은 없어.”

그 옛날이라는 게 얼마 안 되긴 했지만 그게 뭐 중요하겠는가?

“아…….”

시황의 말에 찬미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친동생이랑 저 정도까지 스킨십을 하나 라는 생각에 많이 놀라기도 했지만 시황이 아루를 저렇게 사랑스러워 하는 거 보면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자신만 해도 유미를 위해서 시황을 어느 정도 포기하기까지 했으니까.

오히려 저렇게 아루를 좋아하는 시황을 보니까 약간 부럽기도 하고 질투 비슷한 감정이 조금 생겨나기까지 했다. 어찌됐든 시황이 좋아하는 부분을 하나 알았으니까 나중에 유미에게 가르쳐줘서 잘 때는 알몸으로 자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괜찮을까요? 아루가 저희 키스하는 걸 봐버려서. 혹시 아루가 오빠랑 키스했다고 절 싫어하고 그러면 어떡하죠? 괜히 불안하고 그래요.”

“신경도 안 쓸 걸. 혹시 알아 더 친하게 지내게 될지. 아루는 그런 거 크게 신경 안 쓰니까 걱정 안해도 괜찮아. 그거보다 좀 있다 아루 내려오면 아루한테 요리 좀 가르쳐줘. 아루가 요리를 하나도 할 줄 모르거든.”

“네. 오빠. 그렇게 할게요.”

시황이 신경 쓸 거 없다고 했지만 찬미는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루가 간단한 옷을 입은 채로 내려왔고 찬미의 시황의 부탁대로 아루에게 처음부터 이것저것 가르쳐주며 요리를 했다.

“저기, 아루야. 미안해. 많이 당황했지?”

“네? 뭐가요? 언니?”

찬미는 된장찌개를 하며 아루에게 사과를 했지만 정작 아루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게. 시황 오빠랑 아침부터 키, 키스를 해서.”

“아! 키스. 오빠랑 키스하면 기분 좋아요. 언니도 매일매일 오빠랑 키스하고 싶지 않아요? 전 오빠랑 매일매일 키스하고 싶은데. 나중에 또 오빠한테 키스 해달라고 할 거에요. 헤헤.”

아루는 애초에 부끄럽다는 개념자체를 잘 몰랐기 때문에 찬미가 미안해하는 부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약간 엉뚱한 대답을 했다.

“으, 응.”

“언니. 걱정 마세요. 오빠는 키스해달라고 하면 잘해줘요. 언니도 언제든지 키스해달라고 하세요.”

“그, 그렇구나. 고마워.”

이후로도 아루는 찬미에게 시황에 대한 얘기를 끊임없이 늘어놓았다. 아루에게 세상의 모든 건 시황, 그리고 시황과 관련된 것밖에 없었다.

찬미는 천진난만하게 시황에 관한 얘기를 하는 아루를 보며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평소 아루와 그렇게 많이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어서 잘 몰랐는데, 얘기를 듣기만 해도 시황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시황과 키스한 자신을 질투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왠지 아루와 좀 더 친해질 것 같다.

**

서울에 온 뒤로 이것저것 건드려 놓은 일들이 차곡차곡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은지와 지숙 그리고 현주와 시영을 서울에 데려온 시황은 카페를 열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뽑았다. 카페 운영이야 은주와 지숙에게 맡기면 됐고 커피 관리는 전문적으로 현주가 하면 됐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그리고 청담동이라는 점을 활용해서 커피 가격도 제법 높게 잡았다. 물론 단순히 가격만 올린 건 아니고 그만큼 커피맛을 향상시키기 위해 리첼리아 원두를 더욱 많이 함유시켰다.

덕분에 한모금만 마셔도 일반적인 커피와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어마어마한 맛과 풍미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시황은 단순 커피만이 아니라 좀 더 특별한 메뉴를 하나 더 추가해서 케즈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수란이 그린 만화는 이미 1, 2권 분량을 다 그렸기 때문에 출판을 위한 마지막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만 한국의 만화 시장이 매우 열악한 관계로 출판사의 도움을 받아 몇 가지 홍보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케즈론 브랜드를 런칭하는 일도 유진아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되는 중이었다. 다만 이건 출판 계약처럼 간단히 되는 일은 아닌지라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기는 했다. 유진아와 얘기를 해서 초고가브랜드로 하기로 협의를 했고 준비가 된다면 서울에 있는 큰세계 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하기로 얘기가 끝난 상태였다. 물론 이것도 그 전에 홍보가 제법 많이 필요했지만 삼강그룹 회장의 딸인 유진아가 진행하는 일인만큼 문제될 건 전혀 없었다.

학교를 다니면 아무래도 이런 저런 제약이 많았기 때문에 시황은 개강 전날 카페를 오픈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런데 그 전에 단순 커피가 아닌 맛있고 색다른 메뉴를 하나 찾고 싶었다.

방에 있는 탁자에 노트북을 켜놓고 잠시 고민을 하던 시황은 케즈론의 성으로 건너가서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콘즈야.”

“네! 시황님.”

서재에서 시황이 부르자 콘즈가 단번에 나타났다.

“혹시 카페 같은데서 먹을 때 만드는 간단한 음식 재료가 있을까?”

“카페라 하시면 빵을 만들 때 쓰는 질 좋은 밀가루나 꿀, 달콤 씁쓸한 초콜릿 등이 케즈론의 성에 저장되어 있어요.”

“밀가루는 좀 그렇고. 음……. 초콜릿은 어떤 거야? 좀 보여줄래?”

보통 카페에서도 초콜릿은 많이 쓰고 수제 초콜릿 카페도 있을 정도니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카카오 원두로 된 게 있고 가게에 간편하게 납품하기 위해 다 만들어 놓고 살짝 얼린 초콜릿이 있는데 어떤 걸로 보여드릴까요?”

“살짝 얼린 걸로 보여줘.”

카카오 원두를 고르면 이것도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다 만들어 놓고 살짝 얼려놓은 초콜릿을 고르기로 했다. 다 만들어 놨으니 약한 불에 녹이면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다른 메뉴에 뿌리기만 해도 제법 그럴싸해지니 여러모로 좋을 듯 했다.

딱!

콘즈가 손을 튕기자 서재가 흐릿해지며 초콜릿이 가득 쌓인 방이 나타났다. 그렇게 좁은 공간도 아닌데 도저히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초콜릿이 들어 차 있었다. 평생 먹어도 반의반도 채 못 먹을 양이었다.

거대한 행성에 홀로 어마어마한 크기로 자리 잡고 있는 성인만큼 아마 이런 방이 수천, 수만, 아니 어쩌면 수십만 개나 있을지 몰랐다. 드래곤라는 생명체가 가진 스케일이라는 건 가히 인간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니 말이다.

“그냥 먹어도 돼?”

“네. 다 만들어진 거예요. 그냥 드셔도 전혀 문제없어요.”

시황은 콘즈의 말에 네모반듯하게 잘려져 있는 초콜릿을 하나 집어 들었다. 흔히 보는 초콜릿과 다르게 별다른 장식도 없이 그저 네모나기만 하다.

[라몽루아 초콜릿. 수많은 고급 카페와 귀족가, 왕실에 납품되는 초콜릿. 자극적이지 않지만 풍미가 대단한 달콤함과 약간 씁쓸한 뒷맛이 조화되어 한 번 먹으면 멈출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이 달콤 씁쓸한 초콜릿을 먹게 되면 두뇌를 활성화 시켜 집중력이 높아지게 된다. 초콜릿이 가진 최고의 품격을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이 라몽루아 초콜릿을 먹어보자.]

제법 그럴싸한 설명에 시황은 초콜릿을 입 안에 넣자 마치 화학반응이라도 하는 듯 순식간에 초콜릿이 녹아내려 진득한 액체로 변했다.

“아!”

이게 바로 최고의 맛을 가진, 최고의 품격을 자랑하는 초콜릿이란 말인가? 평소 슈퍼에서 사먹는 평범한 초콜릿과 궤를 달리하는 맛이었다. 달콤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고급스러움과 미묘하게 씁쓸한 뒷맛은 어마어마한 중독성까지 느껴졌다.

평소 초콜릿같이 단 걸 잘 먹지 않는 시황이었지만 순식간에 손이 움직이더니 어느새 라몽루아 초콜릿을 하나 더 입에 집어넣었다. 괜히 최고의 품격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게 아니었다. 두려울 정도로 맛있었다.

“이걸로 해야겠다. 정말 맛있네.”

마음을 굳힌 시황은 초콜릿을 하나 더 집어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은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앗! 오빠! 웬일이야? 먼저 전화를 걸고. 평소엔 내가 거는 전화도 잘 안 받더니.]

[은비 씨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 했어요.]

[칫. 거짓말. 내가 모를 줄 알고? 바보야, 너 맨날 거짓말하잖아.]

새침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은비는 시황의 말에 기분이 상당히 좋은 듯 했다.

[하하. 그랬나요? 사실 제가 만든 신 메뉴가 있는데 제 카페에 와서 먹어보시라고 전화했어요. 오픈하기 전에 은비 씨한테 평가받고 싶어서요.]

[흐, 흥. 그래? 신 메뉴? 좋아. 내가 가서 먹어보고 평가해줄게. 맛없으면 가만 안 둘 거야. 그럼 몇 시까지 가면 돼?]

[언제 오든 상관은 없는데 오기 전에 연락만 주세요. 아, 그리고 올 때 친한 여자 연예인 몇 명 데리고 올 수 있어요?]

[여자 연예인? 왜? 너 엉큼한 생각했지? 바보. 안 데려갈 건데.]

[하하. 신 메뉴 내기 전에 좀 다양한 의견을 들어 보고 싶어서요. 맛있는 커피도 드릴게요.]

[데, 데려가면 뭐해줄 건데?]

[은비 씨가 원하는 거 전부 다 들어드릴게요.]

[흐, 흥. 좋아. 네가 불쌍해서 데리고 가는 거야. 괜히 이상한 생각하지 마. 바보야.]

[하하. 알겠어요.]

은비는 물론이고 여자 연예인들의 평가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요즘은 보통 여자 연예인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걸 많이 했기 때문에 상당한 홍보효과도 노려볼 수 있었다.

시황은 다시 케즈론의 성으로 넘어가 초콜릿을 하나하나 담을만한 고급스럽고 조그마한 상자를 찾았다. 아무래도 맛도 중요하지만 보이는 모습도 중요하니까.

이제 카페 오픈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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