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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272화 (27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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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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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은 오늘의 마지막인 전공 수업을 듣기 위해 인문관 강의실로 갔다. 아직 수업까지 20분 정도 남아있었기 때문에 강의실 안에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오빠, 여기요.”

시황의 모습이 보이자 고운이 손을 흔들며 시황을 불렀다. 그 고운의 옆에는 항상 같이 다니는 보영이 있었다.

완연한 봄에 접어들기도 했고, 둘 다 이제 20살이 된 처녀들이라 그런지 옷을 아주 화사하게 입고 있었다. 특히 고운은 아직 살짝 쌀쌀한 감이 없지 않아있는데도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꽃무늬의 핫팬츠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누가 봐도 옷에 상당히 신경 썼다는 느낌이 가득들 정도였다.

시황은 고운의 옆자리에 앉았다. 학교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고운과 보영정도였는데 같은 1학년이고 강의가 제법 많이 겹쳐서 항상 같이 다니다시피 했다.

“오빠. 오빠가 스토리 쓴 만화 어제 봤는데 정말 감동 받았어요. 오빠가 노래 부를 때 느껴지는 그 감수성이 만화 안에 고스라니 녹아있지 뭐에요. 제가 어제 근처 서점에 들러서 만화책 사서 친구들한테도 나눠줬어요.”

“그래? 고마워. 그러면 고운이랑 보영이한테 주려고 내가 사인한 만화책 가지고 왔는데 이건 필요 없으려나?”

“아, 아니요! 꼭 필요해요. 오빠의 사인이 담긴 만화책이라니. 평생 소장할게요.”

“하하. 고마워.”

시황은 가방에서 만화책을 꺼내서 고운과 보영에게 건네주었다.

“와, 대박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잘 보겠습니다.”

고운은 만화책 앞에 써진 시황의 사인을 보고 감동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보영은 시황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다. 고운과 다르게 보영은 아직까지 시황과 대화하는 게 좀 어색해 보이기는 했다.

“그런데 오빠. 세렝게티 방송은 이제 안 하세요?”

“방송? 요즘 카페 일도 있고 좀 바빠서 못했거든. 대충 정리도 되고 했으니까 잠깐 방송할 짬이 나기는 하는데…….”

“오빠! 오빠가 방송을 안 하는 건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세계의 엄청난 손실이라구요! 오빠처럼 노래 잘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가 않는데 그런 오빠가 노래를 안 부르면 안 된다구요! 인류의 재앙이라구요. 히잉.”

“하하. 그렇게 말하니까 좀 부끄럽네.”

지나칠 정도로 띄워주는 고운의 말에 시황은 어색하게 웃었다. 고운의 말대로 엔터테인머트 세계의 손실이니 재앙이니 하는 건 괜히 부끄러워서 듣기가 좀 힘들었다. 정작 말하는 고운은 정말 진심인 표정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시황도 방송을 다시 할까 고민을 하는 중이기는 했다. 5레벨이 되기 위해서는 3만이라는 경험치가 필요했는데 그 수치는 사법고시, 외무고시, 행정고시를 다 패스해도 약간 부족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경험치였다. 거기다 그 시험이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1년에 한 번 있는 시험에다 1차, 2차, 3차까지 쳐야하니 단번에 합격하고 경험치를 얻기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는 게 환골탈태를 해서 얻는 1만의 경험치와 1갑자의 마기를 쌓고 얻을 수 있는 1만의 경험치. 그리고 대련을 통해 얻는 경험치나 마력 회로가 아닌 진정한 마법을 익히면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 등이 있었다.

하지만 저걸로는 확실하게 5레벨이 된다고 보장을 하지 못하니 유투브 조회수와 만화 판매 부수가 필요했다. 전에 올렸던 유투브 조회수가 3천만 정도였으니 그 이상의 조회수를 위해 노래를 부를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이미 있는 노래가 아니라 새롭게 작곡을 해야 했다. 다른 사람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건 그 한계가 명백하니까.

“루스 너무 귀엽다. 헤…….”

“너 또 봐?”

갑작스럽게 보영이 만화를 보며 중얼거렸다. 시황이 준 만화책을 보며 너무 몰입을 해서 자기도 모르게 말을 내뱉은 것이다.

살짝 당황한 보영이 슬쩍 시황을 쳐다보다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많이 부끄러웠는지 목덜이가 빨갛다.

“하하. 재밌게 봐준다니 고맙네. 그리고 고운이 말대로 조만간 방송 해볼까 생각 중이야. 이번에는 커버곡이 아니라 내가 새로 작사/작곡을 한 노래를 불러보게.”

“우와! 정말 고마워요. 오빠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볼게요. 일단 이 기쁜 소식을 카페 사람들에게 먼저 알려야겠어요.”

고운은 휴대폰을 꺼내서 빠르게 카페에 글을 썼다. 그렇게까지 회원수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은근히 시황을 좋아하는 골수 팬들이 좀 있었다.

드르륵!

그런 고운을 쳐다보고 있는 시황의 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유진아다.

[오빠, 수업 언제 끝나?]

간단한 문자였다.

[이번이 마지막 수업이야. 2시간짜리니까 끝나고 연락할게.]

[그러면 오빠 마칠 때쯤에 인문관에 가 있을게.]

[응. 알았어.]

시황이 가볍게 답장을 보내니 어느새 교수가 들어와 출석을 부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딱히 그렇게 재미있지만은 않은 전공수업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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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끝났다. 오빠도 수업 다 끝났죠?”

“응. 나도 이게 마지막이야.”

수업을 마치고 시황은 가방에 책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1학년 전공이라 그런지 너무 쉬운 것만 해서 엄청 지루했었다.

“그러면, 그러면 마치고 같이 저녁 드실래요?”

158센티미터에 C컵이라는 어마어마한 가슴을 가져서인지 더욱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가슴을 앞을 내밀며 고운은 기대감으로 반짝반짝하는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시황에게 호감이 가득하다는 게 누가 봐도 느껴질 정도였다.

“미안. 선약이 있어서. 오늘은 좀 힘들고 다음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히잉, 아쉽다. 그러면 다음에 꼭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응. 그럴게. 일단 나가자.”

시황이 가방을 둘러메고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주변에서 뭔가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서 있는 사람이 삼강그룹 회장의 막내딸이라고 하더라.”

“오, 쩐다. 생각했던 거랑 다르게 의외로 엄청 예쁜데?”

“나도 의외로 예뻐서 깜짝 놀랐다니까. 근데, 누구 기다리는 건가? 설마 남친?”

주변에서 웅성웅성거리는 건 강의실 앞에 도도하게 서 있는 유진아 때문이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삼강그룹의 회장 딸로 나름 알려진 게 있다 보니 주변에서 슬쩍 슬쩍 쳐다봤다.

“오빠, 저기 서있는 사람이 삼강그룹 회장 딸이래요. 헤헷 신기하다. 누구 기다리는 걸까요?”

고운이 주변에서 중얼 거리는 얘기를 듣더니 강의실 앞에 서 있는 유진아를 가리키며 시황에게 조그맣게 얘기했다.

유진아는 마치 한 마리의 도도한 학처럼 보였다. 163센티미터라는 평균정도의 키였지만 머리가 워낙 작고 다리가 길어서 마치 딴 세상의 사람처럼 보였다. 거기다 특유의 도도한 표정부터 자세까지 도도함이 가득하다 보니 감히 주변에서 쉽사리 범접하기 힘든 오오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근데 엄청 도도해보여요. 성격이 좀…….”

“아! 오빠.”

고운이 시황에게 성격이 좀 안 좋아 보인다고 말하려는 순간 유진아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지며 시황에게 다가왔다.

“어?”

그러자 고운이 당황해서는 얼굴이 붉어지며 시황의 눈치를 살짝 봤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근처에서 책보고 있다가 마칠 때쯤에 올라온 거야.”

“그러면 다행이고. 아, 그래. 인사해. 나랑 같이 전공 수업 듣는 고운이랑 보영이야.”

“아, 안녕하세요. 강고운입니다.”

“김보영이에요.”

고운은 어색한 표정으로 유진아에게 인사를 했다. 설마 저 유진아가 시황과 아는 사이일거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말로는 안 했지만 역시 시황이라는 생각이 들자 괜히 뿌듯한 마음이 생겼다.

“반가워요. 우리 오빠랑 친하게 지내줘서 고마워요. 다음에 같이 밥이라도 한 번 먹어요.”

“아, 네.”

시황에게 말할 때와는 다르게 약간 도도한 표정으로 고운과 보영에게 말했다. 원래 유진아의 성격이 저런데 시황에게라도 착하고 말 잘 듣는 게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일단 나가자. 오빠.”

“응. 그래.”

유진아가 시황의 옆에서 서서 걷자 고운과 보영은 어색하게 뒤로 밀려나서 시황의 뒤꽁무니를 쫓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만나서 즐거웠어요.”

“저, 저희도요. 그럼 오빠 저희 가볼게요. 다음에 밥 꼭 같이 먹어요.”

“응. 그래 잘 가.”

인문관 밖으로 나온 고운은 일부러 밥 같이 먹자는 말을 시황에게 하는 척 하며 유진아에게 다 들리게 말하고는 보영과 함께 버스를 타러 갔다. 시황과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마치 연인이 되기 전처럼 보이는 깊은 관계 같았던지라 샘이 나서 그랬던 것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스캔들이 터졌을 때 느끼는 마음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시황과 유진아는 조금씩 어두워져 가고 있는 캠퍼스를 걸어 주차장으로 향했다. 수업이 끝난 사람이 많은지 술을 마시러 가자거나 피시방에 가자고 큰 소리로 외치는 학생들이 주변에 가득했다.

“오빠 차 가지고 왔지? 오빠 차로 일단 밥 먹으러 갈까?”

“내 차로 가면 넌 내일 학교 어떻게 오려고? 지하철 타고 올 거야?”

“그렇게 해도 되고. 집에 다른 차도 있어서 괜찮아.”

“됐어. 그냥 네 차로 가자. 난 운동할 겸 자전거 타고 오면 되니까.”

유진아가 지하철을 탄다는 게 안 어울리는 건 둘째 치고 지하철을 타보기나 했을까 싶어 그냥 시황이 양보하기로 했다. 꼭 차가 아니더라도 케즈론의 자전거로 타고 오면 금방이니까.

주차장에 세워진 유진아의 차는 벤츠였다. 어떤 종류의 벤츠인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유진아가 타기에는 그렇게 잘 어울리는 거 같지는 않았다.

유진아가 운전석에 타고 시황은 조수석에 탔다. 문을 닫자 주변의 시끄러움이 사라지고 유진아의 떨리는 숨소리만 차를 채우고 있었다. 밖에서는 차 내부가 하나도 보이지 않더니 차 안에서는 밖이 잘 보인다. 이정도면 밖에서 대놓고 창문 가까이에서 보지 않는 이상 안에서 무슨 일을 해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유진아는 시황과 단 둘이 있으니 괜히 가슴이 떨리고 살짝 흥분이 되는 걸 느꼈다. 시황과 헤어진 뒤로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시황이 옆에 없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울적해서 하루 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있기도 했고 잠을 잘 때 옆에 시황이 없다는 사실에 갑자기 너무나 슬퍼져 눈물이 흘러나온 적도 있었다.

겨우 일주일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시황과 같이 있었을 뿐이지만 유진아의 인생을 바꿔놓은 일주일이기도 했다.

“밥부터 먹을까? 어디로 갈래?”

“그, 그전에 오빠랑 키스부터 하고 싶어.”

유진아가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전의 그 도도한 모습과 다르게 얼굴에 묘한 색기가 흐르고 있었다.

유진아는 많이 부끄러웠지만 조금이라도 시황과 가까이 있고 온기를 느끼고 싶어 조금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헤어진 이후로 몇 번 만나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소심하게 행동을 해서 키스조차 못하고 겨우 같이 있었던 게 다였었다.

유진아의 말에 시황은 유진아의 어깨를 살며시 부여잡았다. 그러자 유진아가 조심스레 눈을 감고 볼이 약간 상기된 채로 입을 조금 내밀어 키스를 하기 위해 시황에게 다가갔다. 간만에 키스를 하는 김에 정말 오랫동안 시황을 꼭 껴안고 키스를 할 작정이었다. 그동안 부족했던 시황에 대한 사랑을 가득 채우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제대로 키스를 해보겠다는 유진아의 생각과 다르게 시황은 아주 잠깐 유진아의 입술에만 쪽하고 입을 맞출 뿐이었다. 키스가 아니라 마치 유치원생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입만 갖다 대는 뽀뽀 수준이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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