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303화 (30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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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 런칭

[카르고의 핏빛. 카르고가 만든 3가지 양산형 검 중 가장 인기를 끈 검. 카르고가 가진 특별한 연마법과 담금질로 다른 검에 비해 더 나은 절삭력과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

스릉.

검집에서 검을 뽑자 생각했던 대로 책에 나온 것과 비슷한 형태의 장검이었다. 베는 건 물론이고 찌르는 공격에도 탁월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어 공격에 대한 밸런스가 괜찮았고 보통은 양손으로 사용하지만 한손으로도 사용 가능할 정도인 적당한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1킬로그램이 조금 넘나?”

조심스럽게 칼을 들어 보던 시황은 양손으로 손잡이 부분을 쥐고 그럴싸한 자세를 취해봤다. 이런 검을 잡아본 적은 처음이라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왠지 어색한 느낌이 가득했다.

윙!

가볍게 검을 휘둘러보다 강하게 허공을 갈랐다. 날이 공기를 헤집으며 제법 섬뜩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무섭네. 처음엔 목검으로 연습해야겠다.”

이러다 실수로 어디 한군데 잘릴 거 같아 시황은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목검과 같이 들고는 수련실로 갔다.

수련실에는 검의 절삭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수련용 나무가 마련되어 있었다.

수련용 나무 앞에 선 시황은 목검은 옆에 던져두고 다시 검을 뽑아 자세를 취했다.

“흡!”

짧게 숨을 들이쉬며 제법 강한 힘으로 검을 휘둘러 나무를 베어내려고 했다.

텅!

그런데 생각과 다르게 나무를 베기는커녕 표면에 있던 부스러기만 잔뜩 휘날릴 뿐이었다. 애초에 검을 잡고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휘두른 거라 힘의 배분부터, 균형, 자세 등 모든 부분이 엉망이었다. 이렇게 휘두르는데 나무가 잘리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면 검기를 어떻게 만들더라.”

검은 바닥에 조심스럽게 놓고 검법서를 다시 확인했다.

[검기를 발현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글로는 어렵다고 표현했지만 노력과 재능이 없다면 죽을 때까지 검에 매진해도 검기를 발현하지 못한다. 검기를 발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 첫째는 수련을 통해 하단전에 기를 쌓아야 했다. 평범하게 휘두르기만 하는 검술이 아닌 자연의 이치를 따르고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검술을 수련하다 보면 누구나 하단전에 기가 쌓이기 마련이다. 그 기를 이용해 팔에 있는 혈을 뚫어 검으로 향하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까지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30년 이상 검을 수련해야 가능한 일이다.

둘째는 뚫린 혈도를 통해 기를 이동시켜야 한다. 손바닥으로 이동된 기를 검과 동화시켜 주입하게 된다면 검기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것이다. 검과 기를 동화시킨다는 건 어찌 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평생 동안 수련을 하고 검에 매진하였다면 언젠간 길이 보이리라.]

“음음…….”

수란이 가져다준 고급 검법서답게 원론적인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 어떤 식으로 내공을 운용해야지도 확실히 나와 있었다.

“대충 이해는 가네. 해볼까?”

땅바닥에 놓은 검을 다시 집어든 시황은 마기를 끌어올려 오른손으로 보냈다. 책에는 기를 쌓고 혈도를 뚫는데 30년이 걸린다고 했는데 이미 혈도가 다 뚫려있는 시황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얘기였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별 다를 게 없었고 이 다음이 중요했다.

마기를 손에 쥔 검으로 이동시키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마기가 잘 주입되지 않았다. 억지로 우겨넣어도 아주 미량의 마기만 들어가다 이내 흩어져버렸다.

계속 해봐도 잘 안 되자 시황은 아예 마기의 양을 늘려보기로 했다. 마력을 더욱 강한 기세를 끌어내 손바닥으로 보냈다. 미세하게 뚫린 혈도도 아니고 넓은 대로와도 같은 혈도였기 때문에 거대한 양의 마기가 움직여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엄청난 양의 마기를 꾸역꾸역 밀어 넣자 미량만 주입되던 검에 점점 마기가 쌓여가고 있었다. 물량에 장사 없다고 수십 년의 마기를 사용하는 시황의 무지막지한 힘에 검이 굴복을 하고 만 것이다.

이건 동화가 아니라 강제적인 주입일 뿐이었다.

“오! 빛이 난다.”

은빛으로 빛나던 검에 은은한 푸른빛으로 살짝 물들었다. 단순히 색이 푸른빛이 되었다기보다는 푸른빛의 기운이 검에 스며들어 일렁거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시황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일렁거리는 푸른빛의 검신을 바라봤다. 마기를 좀 많이 쓰긴 했어도 지고지순한 경지라는 검기를 피워 올렸다.

“해볼까!”

커다란 자신감을 얻은 시황은 방금 전에 자르려했던 수련용 나무의 앞에 다시 섰다.

“흡!”

그리고 양손을 검을 쥐고는 힘차게 휘둘렀다.

서걱!

쿵!

아까 전에는 힘이 집중되지 않아 검이 표면만 긁고 튀어나왔었는데 검기가 깃들자 무언가를 베었다는 희미한 느낌과 함께 두부를 썰듯 수련용 나무가 아주 손쉽게 두 동강이 나버렸다.

이 신기한 느낌에 시황은 가볍게 힘을 주어 다시 한 번 나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약간의 힘만 줬을 뿐인데 아까처럼 손쉽게 두 동강이 났다. 나무의 표면은 검으로 잘랐다기에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매끈했다.

검법서에게 괜히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절삭력이라 표현한 게 아닌 듯 했다. 그냥 장난치듯 검을 살짝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그대로 나무가 뚫리고 잘렸다.

이정도면 실수로 사람 몸에 검이 닿는 순간 어찌하지도 못하고 사지가 잘려나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자 시황은 약간 섬뜩해져 계속해서 검에 공급하던 마기를 차단했다.

그러자 검에 일렁이던 푸른빛이 순식간에 사그라지고 평범한 검으로 변했다.

“마기 엄청 많이 드네”

검과 동화된 게 아니라 그냥 어거지로 집어넣어서인지 잠깐 검기를 일으킨 것만으로도 마기의 3분의 1이 사라져 있었다.

그래도 지고지순한 경지라는 검기를 만들어 볼 수 있어서 기분 자체는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검기를 피워올리는 건 너무 위험했기 때문에 좀 더 검에 적응되고 내 손처럼 휘두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했다.

지금 시황이 검기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건 초등학생에게 진검을 맡긴 거나 다름없었다. 검기를 썼다가 어떤 위험한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몰랐다.

다시 책의 맨 앞으로 돌아온 시황은 제대로 된 연습부터 하기 시작했다.

목검을 쥐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어떻게 검을 써야하는지 익혔다.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싶기는 했지만 투알 화산 지대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몰랐기 때문에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는 해야 했다. 그리고 눈에 확연히 보이고 느껴질 만큼 강해지고 있으니 성취감도 좋았다.

시황은 이렇게 매일 밤마다 굵은 땀을 흘리며 검법에 대해 훈련하고 연습을 했다.

**

검법을 익히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카페 케즈론의 홈페이지가 완성됐다. 전체적인 구성은 다른 카페 사이트와 별반 다르지 않게 단순하면서도 깔끔하게 디자인하는 것에 주력했다. 여기까진 별 게 없었다. 하지만 카페 케즈론은 다른 카페와 다르게 커피나 기타 메뉴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유미 사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특별함을 내세웠다.

다른 카페와 질적으로 다른 유니폼 디자인과 유미의 아름다움이 적절하게 어울려 어색한 코스프레 같은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잘 어울리다 보니 남자들이 가진 유니폼 페티시를 극한으로 이끌어 낼 정도였다.

남자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퀄리티 떨어지는 코스프레를 하고 단순히 노출만 한다고 해서 끌리거나 꼴리는 게 아니다. 그 코스프레라도 질이 높고 매력이 있어야 가슴이 두근거리고 꼴리는 거고, 코스프레를 넘어 진정으로 그러한 직업을 가진 여자가 예쁘고 매력 있다면 인터넷에 지속적으로 회자될 정도로 인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유미가 찍은 사진이 그런 느낌이었다. 영화나 만화에서나 나올법할 정도로 아름답게 카페 종업원이 귀엽고 상큼한 유니폼과 구두를 입고 있었으니 웬만한 남자라면 사진을 저장하지 않는 게 힘들 정도로 대단했다.

시황은 일부러 유미의 사진만 모아놓은 갤러리도 만들었다. 카페랑 별 상관없이 스튜디오에서 찍은 예쁜 옷을 입은 유미의 상큼한 모습도 가득했다. 시황도 그 사진을 받아서 컴퓨터 배경으로 해놨다.

하지만 유미가 아무리 예쁘다고 해봤자 홈페이지가 완성된 걸 사람들이 알 리가 없었기 때문에 시황은 카페 유리에 유미의 사진이 잘 나온 홍보용 포스터를 큼지막하게 붙였다. 그리고 그 포스터 밑에 홈페이지 가입을 하고 쿠폰을 가져오면 커피 가격 50%를 할인해주는 이벤트도 같이 진행했다.

카페 홈페이지 홍보 목적도 있는 이벤트지만 나중을 위한 여러 가지 밑밥이기도 했다. 일단 가입자를 끌어 모으는 게 우선이었다. 이런 식으로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유저가 많으면 유미가 더 노출이 되는 거고 그럴수록 유미의 가치가 올라가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시황의 생각대로 이벤트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사이트에서 유미에 관한 얘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헉헉! 이 여자 애 완전 예쁘지 않냐? 카페 사이트 갔다가 본 사진인데 사장이 덕후인지 이애 사진 엄청 많이 올려둠 ㅋㅋㅋㅋㅋ 포샵빨인지 몸매 말도 안 될 정도로 개쩔고 얼굴도 연예인 급인데 이런 여자가 뭐가 아쉬워서 개인 카페 모델 따위를 하는 걸까? 진짜 얼굴 포샵빨이라 그런가? 실물 보면 눈 썩는 거 아님?]

[헐, 얘 우리학교 다니는 애 같은데? 맞네. 얼굴이랑 몸매 보니까 100% 맞음. 나도 학교 지나가다 몇 번 봤는데 여신포스 장난 아님. 웬만한 남자면 진심 넋 놓고 볼 수준. 사진보다 얼굴 훨씬 더 예쁘고 몸매도 더 나음. 진짜 당장 연예인한다고 해도 아무도 의심 안 할 정도로 쩔어줌 ㅋㅋ 소문 들어보니까 쟤 노리는 남자들 한 둘이 아닌데 너무 예뻐서 접근을 못한다고 함 ㅋㅋㅋㅋ]

[진짜냐? 어디 학교인데? 미친 인증해봐. 존나 구라 같음.]

[개소리 ㄴㄴ 진짜임. 쟤 성균관대 인문임. 우리 과 옆이라 좀 자주 봤음. 진짜 보면 눈이 정화되는 수준임. 쟤 보다가 나름 과에서 예쁘다고 알아준다는 여자애 보면 눈 썩는 수준 ㅋㅋㅋ]

유미에 대한 칭찬이 끝이 없었다. 반신반의하는 애들이 제법 많았는데 성균관대 다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진짜가 맞다고 글 쓰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시황은 흐뭇한 표정으로 글들을 읽고 있었는데, 중간 중간에 노리는 선배들이 많다 라는 부분이나 대쉬하고 후기 써봄? 이라는 글을 읽고 나니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유미의 안전을 위해서 정신교육과 몇 가지 대책이 필요할 거 같았다. 유미의 사생활에 간섭할 생각은 없었지만 지나치게 꼬이는 파리들은 쳐낼 필요가 있었다.

“일단 여기까지만 하고…….”

시황은 노트북을 덮고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이런저런 정보들을 보느라 벌써 밤 11시가 넘었다.

원래라면 좀 더 일찍 케즈론의 성으로 건너가서 검법을 연마해야 하는데 조금 늦은 것이다.

거기다 이제 슬슬 프린의 상태를 확인할 때도 됐다. 독방에 갇힌 프린의 상태를 문에 달린 유리로 항상 체크를 했는데 처음과 다르게 이제는 눈에 독기가 상당히 사라진 상태였다. 이쯤 되면 어느 정도 대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케즈론의 성으로 건너간 시황은 곧바로 프린이 갇혀있는 독방으로 갔다.

문을 열지 않고 가운에 달린 유리로 내부를 살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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