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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08화 (30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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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 런칭

“마력은 이런 느낌으로 보내면 돼요. 한번 해보세요. 주인님.”

프린은 자세를 얼추 가르쳐주자 이어서 마력을 어떤 식으로 다리로 보내야 하는지 직접 손으로 알려주기 시작했다.

시황의 다리에 손가락 하나를 가져다 대더니 이내 부드럽게 움직이며 마력이 움직이는 경로를 가르쳐주었다. 대놓고 가슴을 문지를 때보다 이렇게 감각적으로 만져주니 약간 흥분되기는 했지만 시황은 잡념을 떨쳐내고 그 경로를 익히는데 정신을 집중했다.

프린이 가르쳐 주는 마력의 경로는 시황이 단순 무식하게 집어넣는 마기의 경로와는 천지차이였다. 단순히 마기를 가장 빠른 경로로 이동시켜 근력을 강화한다면 당연히 가장 빠른 속도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힘을 주고 땅을 박찼을 때 사용되는 근육을 이해하고 그러한 경로를 통해 최대한의 힘을 짜내도록 마력을 이동시키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이때까지 시황은 무식하게 마기를 대충 이동시키고 아무 근육이나 강화시킨 다음에 땅을 박찼었다. 정제되지 않은 무식하게 거대한 힘을 제대로 제어하지 않은데다 분출된 힘이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에만 사용된 게 아니라 쓸데없이 여기저기 사용되었기 때문에 바닥이 번번이 부서지듯 움푹 파였던 것이다. 이건 마치 효율이 좋지 않은 엔진이 연료는 많이 먹으면서 발열만 심하고 정작 속도는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 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여기 발가락으로 마력을 분출하는 듯한 느낌으로 이동시키게 되면 이전보다 훨씬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할 거예요.”

프린이 시황의 발바닥을 간질이듯 만지다 엄지발가락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었다.

“대충 느낌은 알 거 같아. 잠깐만 한번 시험해볼게.”

프린이 옆으로 비켜나자 시황은 프린이 가르쳐 준 경로로 마기를 이동시켰다. 과거 공청석유를 마시고 모든 혈도와 전신 세맥이 다 뚫었기 때문에 어색한 느낌만 제외하고는 어렵지 않게 프린이 말하는 위치로 마기가 움직일 수 있었다.

근육에 힘이 깃든다. 이전에는 제어할 수 없는 불도저와도 같은 힘이었다면 지금은 고양이처럼 자유자재로 몸을 제어할 수 있을 듯한 그런 유연한 힘이 느껴졌다.

프린이 말한 대로 발바닥으로 마력을 이동시킨 다음 엄지발가락에 마력을 분출한다는 느낌으로 내뿜음과 동시에 바닥을 박찼다.

“어?”

이전과 다르게 바닥이 전혀 부서지지 않고 부드럽게 수련실의 끝부분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그 속도는 이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민첩하고 빨랐다. 제대로 보지 않았다면 순간적으로 이동했다고 느낄 정도로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와! 맞아요. 주인님. 그렇게 하는 거예요.”

프린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이렇게 빨리 시황이 가르쳐 준대로 할 줄이야. 과거에 이걸 배운다고 몇 년 동안 얼마나 많이 맞고 혼이 났는데 시황은 가르쳐 주자마자 바로 해버리니 프린은 허탈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한 마음이 생겨났다.

“이런 느낌인가? 음…….”

아무것도 모르고 무식하게 마기를 다리에 우겨넣던 과거와 다르게 10분의 1이나 채 될까 말까 하는 마기로 비슷한 속도와 유연성까지 얻었다. 이것도 이제 막 해본 거라 숙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마기의 양도 조금만 사용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속도가 나온 거지 좀 더 제대로 연습하고 마기의 양을 잘 컨트롤하면 한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빠르게 움직일 자신이 있었다.

시황은 다리에 마기를 집어넣어 다시 연습을 했다.

확실히 직선으로만 움직일 수 있었던 과거와 다르게 아직까지 조금 어색하기는 해도 좌우로 쉽게 움직여졌다.

“아아……. 이런 느낌으로 해야 하는 거였구나.”

새로운 감각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이고 그 어떤 공격이라도 다 피할 자신감이 생겨났다. 마력의 이동 경로를 바꾸고 움직이는데 필요한 근육에 힘을 불어넣고 엄지발가락으로 움직임을 단단히 고정하는 것만으로도 완벽하게 변화했다.

배우고 나니 간단하다는 느낌이었지만 프린에게 배우지 못했다면 마기의 경로조차 알 수가 없었을 테니 수많은 시행착오와 수련을 하고 나서야 얼추 비슷하게나마 이치를 깨달았을지 모른다.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독학과 노하우를 알려주는 선생이 있는 사교육의 차이가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하지만 이건 시황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몇 년간 두드려 맞으며 배웠다는 프린을 보듯 보통의 사람은 혈도가 막혀 있어 원하는 위치로 기나 마력을 이끄는 게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간 피나는 수련을 해야 혈도가 뚫리고 원하는 대로 자유자재로 기와 마력을 이동시키는 게 가능했다.

시황처럼 영약을 있는 대로 먹어 40년이 넘는 기와 마력을 가지는데다 전신에 있는 혈도와 세맥을 뚫어 자유자재로 기와 마력을 이동시킬 수 있는 사람은 전 우주로 따져도 극소수였다.

처음에는 어색한 움직임으로 수련실을 빠른 움직임으로 돌아다니던 시황은 이내 제법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었다.

“후…….”

가볍게 숨을 몰아쉰 시황은 동그란 눈으로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프린의 앞에 섰다.

“어, 어머나 주인님 정말 대단해요. 그렇게 잘 하실 줄은 몰랐어요. 역시 프린의 주인님다워요.”

“네가 잘 가르쳐 준 덕분이지. 고마워.”

시황은 부드럽게 웃으며 프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읏…….”

항상 주변에서 욕을 먹고 혼이 나기만 했던 프린은 진심이 담긴 시황의 칭찬에 순간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맙다는 그 말의 울림이 너무 좋아 계속해서 귓가를 감도는 듯 했다. 아까 키스할 때도 그랬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이 울렁거리는 기분이 들자 프린은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시 강하게 부여잡았다.

“헤헷, 그러면 상으로 또 키스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번엔 제대로 된 테크닉을 사용해서 시황을 농락시켜 주겠다고 프린은 굳게 다짐했다. 아까 전에는 의도치 않게 농락당했지만 자신의 성격상 절대 지고는 못 살았다.

“그래. 좋아. 프린은 귀여우니까.”

“에?”

시황의 입에서 나올 거라고 생각도 못한 단어를 듣자 프린은 순간 뭔가를 잘못 들었나 했다. 귀엽다니? 이런 말은 살아생전 처음 들어봤다. 아까 전에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도 그랬지만 귀엽다는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시황의 입술이 프린의 입술을 덮었다. 무방비한 상태로 당한 기습처럼 프린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시황의 입술과 혀가 움직이는 대로 이끌려 다니기만 할 뿐이었다.

이제 두 번째로 하는 키스지만 처음 했을 때처럼 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 부분이 오히려 프린의 기분을 안 좋게 만들었다. 시황을 유혹해서 나중에 노예로 만들어야 하는데 자꾸 의도대로 되지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자꾸 시황에게 끌리는 느낌이 들어 답답하고 화가 났다.

“하아…….”

시황의 입술이 떨어지자 프린은 자기도 모르게 얕은 신음소리를 냈다. 정말 황홀한 키스였다. 어떻게 입술과 입술, 혀와 혀가 얽히기만 하는데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건지 신기하기까지 했다. 거기다 묘한 중독성까지 있어 계속 시황과 키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안 돼!”

“응? 뭐가?”

“아, 아니에요. 주인님.”

프린은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안 된다고 외치고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시황과 키스는 기분이 좋아지려고 하는 게 아니라 시황을 유혹하기 위한 첫 단계일 뿐이었다. 절대로 시황을 유혹해서 노예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잊어서는 안 됐다.

“이제 나는 수련을 할 테니까 프린은 편하게 쉬고 있어.”

“네. 주인님. 감사해요.”

시황의 말에 프린은 한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시황이 바지를 입은 뒤에 목검을 휘두르며 수련을 하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이 시간이 되면 프린은 항상 마음속으로 시황에 대한 욕을 끊임없이 했다. 변태적인 짓을 하는 것부터 해서 자신을 가둬둔 것까지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황을 욕할 힘조차 없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시황이 움직이는 모습에 눈이 따라가기만 할 뿐이었다. 키스 이후로 사고회로가 이상해지기라도 한 듯 기묘한 감각이 전신을 가득 채웠다.

“여기까지 할까? 오늘도 수고했어. 난 이제 갈 테니까 내일 보자.”

“아, 네. 주인님. 내일 일찍 오셔야 해요!”

원래라면 지겨워 죽을 것만 같던 시황의 검법수련이 오늘은 이상하게 빨리 끝난 기분이었다.

“하아…….”

작별인사를 하자마자 눈앞에서 시황이 사라져버리자 프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와 다르게 오늘따라 이상하게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괜히 아쉬운 마음에 시황이 사라진 부분을 살폈다가 화들짝 놀란 프린은 고개를 흔들고는 지친 발걸음으로 침실로 돌아갔다.

“짜증나. 진짜 짜증나.”

하이힐과 망사 스타킹을 벗어서 대충 옆에 던져둔 프린은 침대에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아까 전에 시황과 했던 황홀한 키스와 흐뭇하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시황의 모습, 귓가에 속삭이듯 말해주던 귀엽다는 말이 자꾸 떠올랐다.

“난 그 고자새끼가 싫다고 진짜! 진짜 개싫다니까!”

프린은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그럼에도 마음은 여전히 시황에 대한 걸로 가득 들어찼다.

분명 유혹을 하려고 키스를 하자고 했던 건데 키스를 하고 난 뒤에 오히려 프린이 유혹을 당해 버린 것이다.

“내일은, 내일은 기필코 내가 유혹해서 노예로 만들어 버릴 거야. 그리고는 개처럼 내 발을 핥게 하는 거지. 흐응, 괜찮은데? 항상 내 몸도 씻기게 하고 내가 원할 때마다 키스도 하게하고…….”

처음에는 노예처럼 부려먹는 상상을 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시황이 아까 전의 그런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몸을 씻겨주고 키스를 해주는 상상으로 가득 차 버렸다.

“하아……. 내가 미친 건가…….”

겨우 상상만 한 건데도 괜히 가슴이 떨리고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져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은 꾸며진 표정이 아니라 이제 막 사랑이 뭔지 눈을 뜬 풋풋하고도 산뜻함이 가득한 순수한 소녀의 표정이었다.

“아씨, 몰라. 잠이나 자자.”

프린은 그냥 잠이나 자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지금은 마음이 이렇게 원하는 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았지만 자고 나면 분명 시황에 대한 악의가 다시금 가득 찰 게 분명했다. 아니, 분명한 걸로는 되지 않았다. 무조건 악의로 가득 차야했다.

프린은 머릿속으로 시황이 한 악행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잠을 청했다. 반드시, 반드시 시황을 노예로 만들고 말리라.

**

이른 아침.

카페 케즈론이 오픈을 하기 전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건 어느새 청담동에서는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오늘은 평소와 약간 느낌이 달랐다.

평소에는 커피와 초코 쿠키를 사기 위해 여자들과 커플들이 줄을 서 있는 풋풋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코스프레 행사장 앞이라도 된 듯 수많은 남자들이 거대한 카메라를 들고 카페 케즈론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카페 첨 오는 거라 엄청 떨린다.”

“진심. 유미 여신님만 아니었으면 이런 카페 같은데 절대 안 오는 건데. 휴……. 야, 그런데 카페에서 주문 어떻게 하는지 알아?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도 모르는데. 잠만 검색 좀 해보고.”

줄을 서 있는 남자 둘이서 조용히 얘기를 나누더니 황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카페에서 커피 주문하는 법’이라고 검색했다.

보통 남자들끼리는 피시방을 가면 피시방을 갔지 카페는 잘 안 갔기 때문에 평범한 모솔이라면 카페에 한 번도 안 가본 게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주문하는 방법을 모르고 긴장을 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에스프레소인가? 이거를 시켜야 하는 건가? 아메리카노는 또 뭐야? 어렵네.”

“아! 에스프레소. 그러고 보니까 에소프레소라는 단어 많이 들어봤어. 괜히 듣도 보도 못한 아메리카노인가 하는 거 시키지 말고 에스프레소나 시켜 먹자.”

“오, 네 말 듣고 보니 나도 에스프레소 들어 본 거 같은데? 에스프레소 2잔 주세요 라고 주문하면 깔끔하겠다. 휴, 어렵네.”

남자 두 명은 겨우 안심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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