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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 런칭
다행히 북적북적한 행사장이라도 이 테이블 근처에는 사람이 오지 않아 기사화가 될 일은 없었다.
“어, 엄마!”
하지만 별로 깊게 받아들이지 않는 시황과는 다르게 유진아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 눈가가 새빨갛게 변했다.
“자네 스스로도 알지 않나? 우리 삼강그룹과 인연을 맺기에 격이 맞지 않는 다는 걸?”
흔히 사람들이 상상하는 전형적인 대기업 회장의 부인의 모습이라 오히려 이게 더 신선한 느낌이었다. 진부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였다.
“그런가요? 그 격이라는 건 어떤 부분을 가지고 말씀하시는지 잘 이해가 안 가는군요.”
사실 따지고 보면 시황에게 그런 식으로 수준 차이를 논할 수 있는 존재자체가 전우주적으로 몇 되지 않았다. 삼강그룹이 지구에서 제법 인정받는 대기업이기는 하나, 행성을 하나 보유하고 비록 지금 바로 현금화 할 수 있는 재산이 수백, 수천억 밖에 안 되기는 하지만 지구에 있는 모든 것을 사버려도 티라도 날까 싶을 정도의 재력을 보유할 예정인 시황에게 격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
물론 그러한 사실을 유진아의 어머니인 홍혜숙이 전혀 알 리는 없었지만 시황의 단편적인 모습과 부모님이 카페를 운영한다는 사실만 가지고 섣부르게 판단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이해가 안 가? 늦기는 해도 서울대 수석까지 한 애라 머리는 똑똑할 줄 알았더니 공부 헛했구만. 긴말 안하겠네. 우리 진아와 결혼하기로 한 남자가 있다는 것만 알아두게. 김비서 이만 가지.”
“어, 엄마.”
유진아와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만하고 오만한 홍혜숙은 뒤에 서 있던 남자와 함께 자리를 떠났고 유진아는 다급히 따라 나갔다.
“흠…….”
자리에 앉은 시황은 턱을 매만졌다. 이때까지 다양한 여자들의 부모님을 만나봤지만 홍혜숙과 같은 반응은 또 처음이었다. 조금 심한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의외로 기분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만약 홍혜숙이 말한 것처럼 시황이 예전처럼 아무런 능력도 없었다면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을 것이다. 하지만 마른 사람에게 돼지라고 놀리거나 덩치가 있는 사람에게 멸치라고 놀려봐야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시황에게 격이 다르다고 해봐야 심드렁한 표정을 짓게 할뿐이었다.
말싸움이라도 하는 건지 유진아가 올 기미가 안 보이자 시황은 주변을 둘러보다 찬미와 눈이 마주쳤다. 시황은 가볍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찬미와 아루, 수란이 있는 테이블로 갔다.
“오빠, 무슨 일 있어요? 분위기가 안 좋던데.”
“별 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거보다 음식은 어때? 맛 괜찮아?”
“네! 정말 너무너무 맛있어요. 오빠.”
대답은 찬미가 아니라 옆에 음식을 가득 쌓은 접시를 테이블에 둔 아루가 대신했다.
찬미는 여전히 걱정스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시황을 봤지만 다시 묻지는 않았다.
“수란이는 어때? 맛있어? 신경 써서 만들었는데.”
“나쁘지 않군요. 그보다 아까 그 아이린이라는 여자는 누구죠?”
“응? 왜?”
“음…….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죠.”
수란이 무언가를 얘기 하려다가 주변을 슬쩍 둘러보고는 나중으로 미뤘다. 표정이 약간은 진지해진 걸 봐서는 중요한 얘기인거 같아 시황이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때마침 기자가 와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기자들에게 끌려가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은 시황은 이어서 은비에게 다가갔다. 은비 말고도 노을과 루비 등 친한 사람들과 모여 있었는데 시황도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라 끼어드는데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많아 은비와 야한 짓을 할 수없는 건 당연했고 개인적인 얘기를 하기도 부담스러워 오히려 은비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주로 얘기를 하게 되었다.
“노을이는 인터넷에 글 올렸어?”
“네. 블로그에 포스팅한 건 아니고 간단하게 SNS에만 올렸는데 댓글이 엄청 많이 달렸어요. 보여드릴까요?”
“응. 보여줘. 궁금하네.”
스마트폰으로 SNS화면을 띄운 노을은 시황에게 폰을 건넸다.
노을의 말대로 좋아요 버튼을 눌러준 사람도 많고 댓글도 상당히 많이 달려있었다. 대부분 부럽다는 글이었지만 간간이 악플도 있었다.
웅.
그런데 한창 댓글을 보는데 갑자기 노을의 폰으로 문자가 왔다.
[마음에 든다는 오빠가 하는 파티에 간다더니 잘 되고 있는 중?]
[그 오빠랑 잘 되면 나도 카페 케즈론에 가서 공짜로 먹을 수 있어? ㅋㅋㅋ]
딱히 누구라고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시황은 자신을 말한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정도 정보가 있는데 일본 만화 주인공처럼 눈치를 못 채는 게 이상했다.
“자, 여기 폰. 잘 봤어. 그러면 난 좀 더 둘러볼게.”
폰을 건네준 시황이 떠나자 노을은 다급히 폰을 확인했다. 시황이 폰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문자가 와서 속으로 엄청 당황했었다.
“아……. 세상에 어떡해.”
“왜? 악플이라도 달렸어?”
어떤 내용의 문자인지 확인한 노을이 얼굴을 부끄럽고 민망함에 얼굴이 빨개지자 주변에서 궁금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노을아. 크게 신경 쓰지 마. 악플 같은 건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쓰는 거잖아? 그런 걸로 괜히 우울해 할 필요 없어.”
“그, 그게 아닌데…….”
옆에 있던 같은 그룹의 언니가 위로를 해줬지만 악플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문제였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한테 시황이 먹을 것도 주고 매너도 좋아서 관심이 간다고 얘기했을 뿐이었다. 솔직히 전혀 관심이 없냐하면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귀니 뭐니 할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이 문자를 보고 시황이 무슨 생각을 어떻게 했을지 걱정이 돼 노을은 시황에게 뭔가 문자를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좁은 고시원에서 여자 친구 하나 못 사귀고 게임만 하던 시황이 아니었다. 아무런 존재감조차 없던 옛날과 다르게 지금은 시황이 상당한 존재감과 아우라을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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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에 관한 몇 가지 일이 있기는 했지만 행사 자체는 성황리에 끝이 났다.
삼강 그룹에서 하는 일인 만큼 행사가 끝나고 순식간에 시항의 인터뷰와 가격과 화장품, 영국의 공주인 아이린도 찬사 등이 기사로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가격이 가격인지라 화장품에 대한 기사와 시황의 인터뷰에 욕만 할뿐이었다.
[외국 명품도 아니고 한국 화장품을 누가 1억씩이나 주고 사냐? 팔릴 거라 생각하고 이거 만든 거임?]
[저거 사면 진심 호구인 듯 ㅋㅋ 별 차이도 없는 성분으로 값만 비싸게 한다고 여드름이 사라질 리가 있냐.]
[기레기들 삼강그룹 기사라고 양심도 버리고 기사 써대는구만.]
[보나마나 폭망한다. 쓰레기들 망해봐야 정신 차림.]
[한국에서는 1억에 처 팔고 외국에는 10만원에 파는 거 아니야? 한국 소비자가 호구로 보이나?]
[영국 공주한테 돈을 얼마나 찔러줬길래 저런데 가서 칭찬을 하지? 존나 구린 냄새 난다.]
별의별 욕이 다 있었다. 이런 욕들이 단순히 포털 사이트 뉴스 기사에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많다 싶은 온갖 사이트에 다 퍼져나갔다. 당연히 그 모든 사이트에도 욕밖에 없었다.
[케즈론 화장품의 대표라는 사람 얼굴 솔직히 상위 10% 안에 들지 않나요?]
[저 얼굴 가지고는 10%는 좀 무리 아닌가요? 높게 쳐줘야 30% 같은데. 솔직히 저 정도면 좀 흔한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 나이에 저런 능력이 있다는 게 진심 부럽네요. 저 정도 능력이면 엄청 예쁜 여자랑 사귀겠죠?]
[다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저 정도 얼굴이면 진짜 못생긴 건데 ㅋㅋ 여자들이 개싫어할듯.]
뜬금없이 시황의 얼굴 가지고 10%니 30%니 하면서 쓸데없는 토론이 오가기는 했지만 중요한 건 어딜가나 욕밖에 없었다는 거였다.
기사가 뜨고 이런 비난과 욕설들을 봤는지 찬미와 유미 등이 걱정스럽게 물어봤지만 시황은 괜찮다고 말을 해줄 뿐이었다. 애초에 케즈론 화장품을 일반적인 서민들이 살 수는 없는 일이었고 어느 정도 재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거였기 때문에 비난이 없는 게 이상한 거였다.
행사가 끝난 다음날, 시황은 수란과 만나 아이린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오빠…….”
아루와 수란의 방이라 아루가 침대에 앉은 시황에게 달라붙어 성기를 꺼내 만지작거리며 애무를 해주었다. 수란과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았지만 그런 알 수 없는 이야기는 아루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전에 아이린에 대해서 하려다가 만 얘기가 뭐야?”
“그 여자에게서 짙은 마력이 느껴졌어요.”
“마력? 반지나 목걸이 같은 곳에서 나는 거야?”
시황은 그런 느낌을 받은 적 있나 생각을 해봤지만 딱히 별다른 점은 없었던 거 같았다.
“아니요. 그런 도구에서 나오는 마력이 아니라 좀 더 본원적인 곳에서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그 정도 마력이라면 어떠한 마법을 지속적으로 사용을 해야 낼 수 있을 정도로 짙었어요.”
“마법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고? 아이린이 영국의 공주이기는 하지만 지구에 마법 같은 건 없을 텐데?”
시황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린의 프로필을 확인했을 때 모든 정보가 물음표로 떴다는 게 꺼림칙하고 의문스럽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린이 마법을 썼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이린이라는 여자가 아니라면요?”
“응? 아이린이 아니라고? 그러면 설마 그 여자가 아이린으로 둔갑이라도 했다는 거야? 우리 수란이 농담도 많이 늘었네. 그러고 보면 처음 만났을 때 수란이는 활기차고 예쁘게 웃는 아이였지.”
성기를 내놓은 채 아루가 빨아주고 있었지만 시황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같은 침대에 앉아 있는 수란의 볼을 살짝 꼬집어 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린이 아이린이 아니라니. 나가도 너무 많이 나갔다.
“확실히 한 건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그 정도의 마력을 지속적으로 흘리려면 저처럼 머리색과 얼굴 형태를 미묘하게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전체적으로 변형을 해야 가능한 수준이에요.”
“정말? 농담하는 게 아니고?”
수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황을 바라봤다. 그러자 시황이 심각해진 표정을 지으며 깊게 생각에 빠졌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조차 아루가 쪽쪽 거리는 소리를 내며 시황의 성기를 빨고 있으니 수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시황의 말대로 자신의 성격은 전혀 이렇지 않았었다. 처음 지구로 왔을 때만해도 호기심 많고 순진한 소녀였지만 시황과 같이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성격이 많이 변하고 말았는데, 그 계기는 지금과 같이 자신의 앞에서 대놓고 성적인 행위를 하는 시황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성행위가 단순히 당혹스러웠을 뿐이었지만 나중에는 그 소리만 들어도 너무 흥분이 돼서 시황과 아루가 자면 화장실에서 가서 몰래 자위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럴수록 뭔가 비참한 느낌이 들어 무감각해지도록 노력한 결과 지금처럼 약간은 무미건조하고 무뚝뚝한 성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하지만 제가 그 마법을 간파할 능력은 없어 아직까지 추측라는 건 알아두셔야 해요.”
“수란이 한 추측이니까 제대로 맞겠지. 그리고 나도 뭔가 이상하지 않은 부분이 없는 건 아니거든.”
프로필이 물음표라든가, 뜬금없이 섹스를 하자고 조른다든가, 말투가 이상 미묘하게 변하는 걸 보면 확실히 뭔가 있기는 했다.
시황은 혹시 몰라 케즈론의 성으로 가서 대비책을 세우기로 했다.
아무리 급하다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섹스를 하고 싶어 불쌍한 고양이처럼 시황을 바라보는 아루를 위해 봉사를 해주고 나서야 시황은 비로소 케즈론의 성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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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