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333화 (33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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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적의에 가득한 상대가 무슨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별 문제는 없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혹시 모르는 일을 대비할 필요성은 있었다.

수많은 소설의 주인공들이 찝찝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인정을 베풀거나 대충 넘어가서 얼마나 큰 봉변을 당하는가? 시황은 바보같이 그런 일을 알고도 겪고 싶지 않았다.

“정말 괜찮겠죠?”

“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시황은 유진아의 볼을 가볍게 만져주며 말했다. 그제야 유진아는 안심이 된 듯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출시 전부터 논란이 되었던 만큼 오후가 되었음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각계의 유명 인사는 물론이고 연예인들까지 쉽게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끊임없이 케즈론 화장품을 찾았다.

유명인사가 많은 만큼 유진아는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인사를 나누고 손님들에게는 열심히 제품을 추천해주었다.

어느 정도 인사를 마치고 여유가 생기자 유진아는 지친 표정으로 시황에게 왔다.

“휴, 힘들다.”

“이제 우리 점심도 먹어야 하니까 슬슬 나가서 좀 쉴까?”

“네. 오빠. 저 배고파 죽을 거 같아요. 밥 먹고 빙수도 먹고 와요.”

“그러자.”

시황과 유진아가 직원들에게 말하고 밥을 먹으러 가려는데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다가오고 있었다.

케즈론의 화장품을 사러 온 만큼 매장 안에는 비싼 옷으로 짧고 화려하게 입은 예쁜 여자는 물론이고 여자 연예인까지 있었지만 그들의 미모를 단번에 바래게 만들 정도로 찬미와 유미, 아루의 아름다움이 만개해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네. 반가워요.”

매장에 들어온 찬미가 어색하게 유진아를 보며 인사했고 유진아도 약간은 당황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다. 둘이 만난 적도 거의 없고 제대로 말조차 나눠본 적도 없었지만 서로를 보는 순간 숙명의 적이라는 걸 단번에 깨달았다.

단지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인데 백호와 청룡이 맞선 듯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언니, 왜 그래?”

“아니야. 아무것도.”

심상치 분위기가 느껴지자 유미가 찬미의 옷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시황을 남자에겐 까칠하고 사납지만 그 외엔 그 누구보다 상냥한데 지금은 조금 이상했다.

“오빠! 사람 엄청 많아요.”

찬미와 유미, 유진아가 조금 어색해 하는 사이에 아루가 시황에게 안기다시피 달라붙으며 주변을 둘러봤고 시황은 그런 아루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아루야 밥 먹었어?”

“집에서 밥 먹었어요. 찬미 언니가 해주는 밥 정말 맛있어요. 헤헤.”

“그래? 그러면 진아랑 밥 먹으러 갈 건데 너희도 같이 갈래?”

시황의 말에 유진아가 약간 서운한 표정을 지을 뻔 하다가 금세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시황과 둘이서 오붓하게 밥을 먹으면서 새로 런칭할 패션 브랜드와 오늘 매장에서의 일들, 이런저런 사소하고 비밀스런 얘기하고 싶었는데 찬미와 저 모델인 동생까지 끼면 분위기도 어색하고 그런 얘기도 못할 게 분명했다.

“아니요. 저희는 유미 일하는 거 도와줄게요. 식사하시고 오세요.”

찬미는 그런 유진아의 기색을 읽은 건지 정중하게 사양했다.

“고마워.”

“고맙긴요! 오빠 전 케즈론 화장품의 모델이라구요. 여기 와서 도와주는 건 당연한 걸요.”

“그러면 밥 먹고 올게.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이잉, 오빠, 저는 따라가고…….”

아루가 시황에게 매달려 따라가려고 했지만 찬미가 분위기 파악 못하는 아루를 데리고 갔다.

유미가 옷을 갈아입고 찬미와 함께 제품 홍보를 하는 동안에 시황과 유진아는 백화점 식당가에서 밥을 먹었다.

일식 돈까스 체인점이었는데 가격에 비해 양이 썩 많지는 않았지만 고기의 두께나 튀김의 바삭거리는 식감이 좋아 맛 자체는 좋았다.

돈까스 한 점을 깨문 유진아는 아까 본 찬미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조금 복잡했다. 케즈론 화장품 런칭 파티 때도 왔었다고는 하는데 모델인 유미만 봤을 뿐 찬미는 어디있는지도 몰랐었다.

유미를 봤을 땐 몸매 좋고 예쁜 모델이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찬미를 보니 시황과 정말 가깝고 가장 위험한 적이라는 신호가 바로 왔었다. 여자의 직감이라는 걸까? 안 그래도 엄마 때문에 머리가 아픈데 찬미까지 등장하자 앞이 깜깜해졌다.

“오빠… 저기…….”

“왜?”

“아니, 아니에요. 돈까스 맛있죠?”

“응. 맛있어. 일하고 먹어서 그런지 더 맛있는 거 같네.”

찬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대충 짐작은 갔지만 시황은 모르는 척 했다. 유진아와 찬미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계속 붙이고 싶었다. 흥미진진해서라기 보단 어차피 결국은 만날 사이고 어떻게든 서로를 인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전혀 짐작은 가지 않았지만 어쨌든 둘 다 자신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패기였다.

“오빠, 패션 브랜드는 언제 런칭할 거에요?”

“조만간. 일단 화장품 신제품을 몇 개 내고 안정이 되면 생각해보자. 비장의 재료를 준비 중이거든.”

“비장의 재료요?”

“응. 너도 대충 짐작은 가지?”

“가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오빠 혹시 찬미 씨는 오빠가 그런 일 겪었다는 거 알고 있어요?”

“아니. 말 안 했는데.”

“그래요?”

시황의 대답에 유진아의 표정이 조금 좋아졌다. 비장의 재료보다 찬미가 모르는 시황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실이 지금은 더 중요했다. 유진아에게 있어서 시황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했다. 옛날엔 이해 못했지만 지금은 드라마나 현실에서 남자랑 결혼한다고 부모와 관계를 끊다시피 하는 여자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갔다.

어느덧 시황은 물론이고 유진아까지 식사를 마쳤다.

“방금 밥 먹었는데 빙수 먹을 수 있겠어?”

“그럼요. 여자는 디저트 배가 따로 있거든요.”

“그래? 그러면 빙수는 애들 불러서 같이 먹자. 여기까지 와서 도와주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잖아. 괜찮지?”

“네. 괜찮아요.”

그다지 괜찮지 않았지만 유진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답했다.

“오빠 근처로 나가면 맛있는 빙수집 있으니까 내려가서 말해요.”

“그래? 그러면 일단 내려가자.”

유진아가 밥값을 계산했다. 보통은 남자가 여자를 사주는 거 같지만 적어도 유진아와 시황의 사이에선 정반대였다. 돈 쓰는 일이 있으면 거의 다 유진아가 냈다.

아래층에 있는 케즈론 화장품 매장에 가자 유미가 보기만 해도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아름다운 원피스를 입고 매장 앞에 서서 지나다니는 손님들에게 홍보를 하고 있었고 아루와 찬미는 옆에서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제법 유명해진 덕분인지 유미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서서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케즈론 화장품 모델이라더니 피부는 정말 좋네.”

“피부도 좋긴한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몸매 봐. 몸매. 와, 난 저렇게 몸매 좋은 여자 진짜 처음 봤다.”

커플은 아니고 그저 친구인 듯한 남녀가 서서는 유미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는데 그 내용이 조금 달랐다. 여자는 피부에 굉장히 감탄을 했고 남자는 유미의 몸매에 감탄하다 못해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몸매? 피부는 좋은데 솔직히 몸매는 좀 별론데. 다리도 짧은 거 같고. 힐 벗으면 다리 완전 짜리몽땅할 걸?”

“풉. 짜리몽땅? 네가 그런 말 할 처지냐? 너보다 다리가 2배는 길어 보이는데?”

남자가 완전히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유미와 옆에 있는 여자를 비교했다.

“뭐? 너 눈 되게 낮은가 보다. 저게 몸매가 좋은 거야? 진짜 여자 보는 눈 없네. 세상에 어떻게 저 몸매가 좋다고 하지? 이미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 다 포샵이라고 판명 났거든?”

“어디 현실에도 포샵이 있나봐? 저 몸매 보고도 포샵 말이 나오냐? 너, 유미 옆에 두고 사진 찍으면 개굴욕샷 나올 걸? 풉.”

“너……. 너…….”

여자는 화가 나는지 몸을 부르르 떨다가 눈물을 찔끔 흘렸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의 말에 정말 어이가 없었는지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놀렸다.

유미는 가만히 서서 홍보만 했을 뿐인데 저 남녀 친구 말고도 커플 사이에도 심상치 않은 분란이 생겨났다.

이러다 의도치 않게 유미가 커플 브레이커가 되게 생겼다. 시황은 유미와 찬미, 아루를 데리고 매장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괜히 저렇게 싸우고 화는 인터넷에서 유미에게 악플을 달면서 풀 수가 있었기 때문에 조심해야했다.

그런데 유미를 빠르게 데려나오다 보니 미처 옷을 갈아입히질 못했다. 덕분에 그냥 돌아다니기에는 약간 과한 느낌이 드는 드레스를 입고 있어 안 그래도 사람 많은 명동에서 수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독차지해 움직이는데 약간 무리가 갈 정도였다.

“찬미야. 아루 좀 잘 잡아줘. 아루는 여기 길 전혀 모르거든.”

“네. 걱정 마세요. 아루는 제가 잘 챙길게요.”

찬미가 챙겨준다니 안심이 됐다. 어쨌든 찬미는 시황이 가장 신용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유미를 보려고 슬슬 몰려드는 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 겨우 유진아가 맛있다는 빙수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게 여자들이 많이 찾게 생긴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여름이 지났음에도 매장에는 손님들이 상당히 많았다.

빙수를 주문하고 나서 약간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시황 옆에 앉은 아루만 그런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시황과 얘기를 나눌 뿐이었다.

“유미 요즘 인기 많아졌네.”

“이잉, 놀리지 마요. 내가 인기가 어디 있어요.”

시황의 오른쪽에 아루가 앉았다면 그 왼쪽에 앉은 유미가 괜히 시황의 팔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누가 봐도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라 유진아의 눈빛이 조금 변했다. 찬미가 시황과 아주 가깝고 밀접한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여우같은 유미가 하는 행동도 심상치 않았다.

드르륵!

빙수가 다 만들어졌는지 진동벨이 울렸다.

“제가 가지고 올게요.”

“제가 갔다 올게요.”

찬미와 유진아가 동시에 일어섰다.

“응. 둘이 갔다 와. 어차피 혼자 들고 오기 힘드니까.”

빙수 양이 많기는 했지만 한 명당 하나씩 시켰기 때문에 혼자서는 들고 오기 힘들었다.

그런데 마치 일부러 그런 것처럼 찬미와 유진아가 빙수를 가지러 간 사이에 카페에 한 가지 이변이 일어났다.

“뭐, 뭐야. 내, 내 눈! 내 눈!”

“말도 안 돼……. 이건 꿈일 거야.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또각 거리는 하이힐 소리와 함께 한명의 여자가 매장을 들어왔는데 그 미모란 일반인이 보고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 여자의 주변에서 환한 광채라도 나는 듯 남자들은 먹던 빙수마저 흘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저게 뭐야?”

“사람인가?”

심지어 여자들까지 현세를 초월한 그 미모에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단순히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건 지금 막 카페를 들어와 우아한 걸음으로 걷고 있는 여자에게 실례였다. 성스럽고 신성한 느낌까지 드는 그 미모는 남자들이 감히 음심조차 품기 버거울 정도였다.

“오빠, 저기 봐요. 여자 엄청 예쁘지 않아요? 사람이 저렇게 예쁠 수도 있구나.”

“난 유미가 더 예쁜 거 같은데?”

유미가 순수하게 감탄을 하며 말했지만 시황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익숙한 분위기가 느껴져 신경이 조금 쓰이기는 했다.

“앗! 오빠 찬미 언니가 빙수 가지고 와요. 빨리 먹고 싶다. 헤헤.”

현재 카페에서 유일하게 아루만 빙수에 관심이 많았다.

“어? 오빠. 왠지 우리 쪽으로 오는 거 같지 않아요?”

“그런가?”

찬미와 유진아가 이제 막 빙수를 들고 테이블로 오는 사이에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가 당연하다는 듯 우아한 걸음걸이로 시황이 앉은 테이블로 왔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지만 도저히 인간 같지 않은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는 테이블 앞에 서서 시황을 바라봤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이 강시황인가?”

============================ 작품 후기 ============================

반갑습니다. 염치없지만 다시 돌아왔습니다.

4개월만인가요? 그 동안 하루하루 편할 날 없이 오늘은 글 써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며 한글만 껐다켰다 하면서 조금씩 쓰다 겨우 며칠 전부 마음 잡고 글을 써서 한편을 완성했습니다.

처음에 글 쓸 때는 하루에 두편도 거뜬하게는 쓰기도 했었는데 소설책 분량으로 15권 이상을 연재를 하니 슬럼프가 온건지 매너리즘에 빠진 건지 글을 쓴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고역이었습니다.

그저 변명일 뿐이지만 잠깐 연중한다는 글을 쓰고 쉴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이 드래곤의 유산을 영영 완결을 짓지 못할 거 같아 차마 연중을 한다는 글을 쓰지를 못했습니다. 지금까지라도 기다려주신 독자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말하고 싶습니다.

사실 지금도 글을 쓰는게 힘들고 지치지만 완결을 지어야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타자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완결까지 그렇게 많이 남지 않은 만큼 최대한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드리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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