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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35화 (33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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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원래는 유진아에게 말해서 호텔을 알아볼까 했는데 분위기상 그건 좀 아닌 거 같아 시황이 직접 구해보기로 했다.

마침 집에서 크게 멀지 않은 곳에 괜찮은 호텔이 있었다. 5성급 호텔이라 가격은 싸지 않았지만 그 정도야 미나에게서 금방 빼먹을 수 있었다.

시황은 미나와 함께 차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미나는 창밖으로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거대한 건축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콘크리트와 유리로 된 건물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지만 이내 새롭게 거대한 건물들이 끝없이 나타났다.

“숲은 어디에 있는 건가?”

“숲? 숲은 도시 밖으로 나가야 있지. 공원은 있지만 네가 생각하는 그런 숲은 아니니까.”

“숲을 없애고 건물들을 쌓아 올린 건가……. 삭막하고 불쾌한 곳이군. 독소도 가득해서 숨쉬기도 쉽지 않아.”

“지내는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

“문제는 없다. 자연의 소중함을 모르는 인간들이 한심할 뿐.”

“인간은 엘프와 다르니까. 적응해봐. 혹시 알아? 나중에는 여기서 지냈던 날이 그리울지?”

“그럴 일은 없다.”

미나는 무표정하게 말했지만 시황은 피식 웃었다. 엘프와 인간은 사고방식 자체가 다를 테니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방금 말했다시피 혹시 아는가? 대도시의 즐거움을 느끼고 나중에 돌아가기 싫어할지? 이렇게 생각하니까 미나에게 이곳저곳 데려가서 즐거움을 느끼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명동과 얼마 멀지 않은 곳이라 금방 호텔에 도착했다.

시황은 일부러 좀 큰 방을 골랐다. 그 방은 미나 말고도 함께 써야할 사람이 있었다.

가격이 제법 나가는 호텔인 만큼 방 자체는 상당히 세련되어 있었다. 평소 호텔에 올 일이 없어 어느 정도로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내기에 나쁘진 않은 거 같았다.

“앞으로 여기서 지낼 거야. 어때?”

“답답하지만 생각보다 나쁘진 않군.”

“여기 있는 것들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아?”

시황은 화장실과 TV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모른다.”

“그래. 그러면 하나하나 가르쳐 줄게.”

시황은 화장실 쓰는 법부터 샤워기 쓰는 방법, TV 트는 법 까지 일일이 하나하나 다 설명을 해주었다. 귀찮아도 어쩔 수가 없었다.

“자, 대충 알겠지?”

“그렇다.”

“좋아. 이제 제대로 얘기를 좀 해보자.”

시황은 미나를 테이블에 앉히고 그 맞은편에 앉았다. 차를 끓이기 위해 아공간에서 괜찮은 품질을 차를 꺼낸 뒤 근처에 있는 전기포트로 물을 끓였다.

“율나르한테 듣기로 마법을 잘한다던데 얼마나 잘하는 거야? 공격 마법이나 방어 마법 쓸 수 있어?”

“할 수는 있다. 내 한 몸 지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율나르 님에 비하면 미천한 실력일 뿐이지.”

“그렇게 말해서는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감이 안 잡히는데. 나중에 나랑 직접 대련해 보는 건 어때?”

“알겠다. 당신의 실력은 나또한 궁금하니까.”

아까 전에 미나가 단번에 존재감을 감추는 마법을 쓴 걸로 봐서는 생각보다 더 대단한 마법사일지도 몰랐다. 그런 상대로 시황은 얼마나 싸울 수 있을지 흥미가 생겼다.

“이제는 존재감 지우는 마법 안 써도 돼. 사람들 앞에 있을 때만 조심하면 되거든.”

“알겠다.”

미나의 대답이 끝나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변했다. 미나의 존재감만으로 그저 흔하고 깔끔한 호텔 방이 화보에 현대 건축의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으로 소개 될 정도로 바뀌어져 있었다. 방에 있는 가구가 변했다거나 한 건 아니다. 미나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해 분위기가 바뀐 것만으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엘프는 전부 그렇게 아름다운 거야?”

“아름다움? 외모를 말하는 건가? 의미 없는 질문이로군.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외모로 나타나지 않는다. 존재가 가진 본질적인 아름다움. 선행, 사랑, 존중 등이 어우진다면 그것을 아름답다고 할 수 있겠지.”

“좋은 말 해줘서 고마운데, 그거보다 의미 없는 외모에 대한 게 궁금하거든.”

시황은 미나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말했다. 미나는 단순히 얼굴만 아름다운 게 아니었다. 윤기가 가득한 머릿결에서 풍겨나는 은은한 향기는 단숨에 코를 파묻고 냄새를 맡고 싶을 정도였고 생기가 가득한 피부는 잡티 하나 없이 하얘 손에 하얀 가루가 묻어나올 거 같았다.

극세사같은 발목은 또 어떠한가? 연예 기사에서 자주 보는 연예인들의 극세사 발목은 미나에 비하면 밸런스가 엉망이었다. 발목부터 다리까지 얇게 빠진 각선미는 검은 스타킹을 신기고 그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영영 보관하고 싶었다. 다만 가슴이 빈약한 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인간들은 그런 부분이 문제인 거다. 네가 묻는 게 껍데기에 불과한 외적인 부분이라면 엘프는 인간들이 좋아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

미나의 눈썹이 살짝 굼틀거렸지만 시황이 원하는 답을 해주기는 했다.

“미나를 보면 머릿결도 그렇고 피부도 엄청 좋은데 아무런 관리도 안 하고 그렇게 된 거야? 몸에서 향긋한 향기도 나는데 향수를 뿌린 건 아니지?”

“관리 같은 건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항상 몸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카실론 꽃잎을 우려낸 물을 이용하지.”

“그거다!”

시황은 분명 엘프들이 피부와 머릿결 등을 유지하는데 쓰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목욕탕에 있는 엘프주 탕이 하얗게 만들어주는 효능이 있다는 점에서 추측한 것이다. 다른 할 일이 많지만 이 부분이 정말 궁금해서 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아름답고 하얀 피부는 모든 여자들의 꿈이었고, 그런 만큼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럼 엘프 주는? 엘프 주는 어떻게 만드는 거야?”

“엘프주는 루카론 열매를 이용해서 만든다. 그것들이 왜 궁금하지?”

“돈이 되니까. 그것만 알면 돈을 벌 수 있거든.”

앞에 어마어마한 이라는 단어가 빠졌지만 상관은 없었다. 뜻 자체는 맞았으니까.

일단 카실론 꽃잎과 루카론 열매의 효능부터 확실하게 알아야 하지만 직감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지금 시황의 직감이 확실하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인간의 욕망은 정말 질릴 정도군.”

“덕분에 이런 문명을 누리며 사는 거 아니겠어? 욕망이라는 게 꼭 나쁜 건 아니지. 어쨌든 그 루카론 열매하고 카실론 꽃잎을 구할 수 있을까? 그냥 열매하고 꽃잎 말고 그걸 채취할 수 있는 씨면 더 좋은데.”

“꽃잎은 있지만 씨는 직접 내가 사는 곳에 가서 가지고 와야 한다. 지금 당장 가지고 오기는 불가능하다.”

“그 주인님인가 하는 사람한테 가야 하는 건가? 근데 그 주인님이 누구야? 전에 율나르한테 물어봤어야 하는데 어쩌다보니 타이밍이 안 맞아서 못 물어봤거든.”

율나르가 주인님이라는 존재에 대한 말을 꺼냈을 때 미나에 관한 얘기가 바로 이어져 나와서서 얼렁뚱땅 이야기의 흐름이 넘어가버렸다. 사실 율나르의 주인이 누군지 크게 궁금한 것도 아니라 그때 잠깐 생각하고 까먹어버렸지만 이런 예쁜 엘프를 거느리는 존재가 누군지 지금은 조금 궁금해졌다.

“우리 같은 미천한 존재가 입에 담기 어려운 분이시다.”

“뭐, 드래곤이라도 되는 거야?”

“…….”

미나는 무표정하게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왠지 분위기상 그런 거 같았다.

“정말 드래곤이야? 흐음, 설마 톨레이만인가 하는 그 드래곤은 아니지?”

“루나모스 님이시다. 모든 엘프들의 주인이자 태초에 엘프가 사는 수많은 행성을 창조하셨다.”

이럴 때는 그 부분은 말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올지 알았는데 시황의 생각과 정반대로 묻지도 않은 부분까지 가르쳐줬다.

“그건 원래 가르쳐 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드래곤이냐고 물었을 때는 대답 안 했잖아?”

“…… 상관없다.”

신입이라더니 괜히 말실수 한 거 아닌가 하고 오히려 시황이 걱정했다. 그런데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엘프라면 다들 아는 그런 신적인 존재인 거 같아 다른 엘프한테 물어도 쉽게 대답해 줄 듯 했다.

“괜찮으면 좀 더 물어봐도 돼?”

“물어봐라.”

시황은 궁금했던 점들을 물어보았다. 정보를 얻는다는 측면도 있었지만 인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가진 미나와 얘기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미나 자체는 무뚝뚝하고 귀여운 맛이 전혀 없었지만 얼굴과 몸매가 그걸 덮고도 남을 정도였다.

어찌되었든 미나에게 들은 정보들은 사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것들이었다.

미나가 살던 곳은 엘프 외에도 다양한 이종족이 존재하는 곳이었고 인간 또한 존재했다. 엘프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엘프, 그리고 그 중에서도 몇몇 특정인원만 뽑혀 루나모스의 일을 도와주게 되는데, 의외로 율나르의 직급이 상당히 높았고 미나는 율나르에게 들었던 대로 이제 막 들어간 신입이었다. 루나모스의 행성에 가서 하는 일은 각 행성들의 조화를 유지하고 신탁을 내리는 등의 일이었는데 지구와 다르게 행성에 제법 관여를 하는 듯 했다.

“율나르한테 내 얘기 들은 거 있어?”

“당신이 케즈론 님의 유산을 이어받았다는 것만 알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섹스를 잘하니 못하니 하는 말은 안 한 거 같았다. 드래곤의 유산을 받았다는 건 드래곤 옆에서 일하는 미나한테까지 크게 숨길 이유가 없었는데 율나르가 미리 말해줘서 귀찮은 일을 덜었다.

“그러면 슬슬 본격적인 지구, 아니 한국 적응을 시작해볼까?”

시황은 바로 문을 소환해 미나를 데리고 케즈론의 성으로 건너갔다.

“하아……. 하아…….”

문을 열고 방에 가자마자 야릇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율나르와 대결을 한다고 프린과 침실에서 맹훈련을 했었던 게 생각났다. 요즘 프린이 자위에 재미를 붙여서 지금 자위를 하고 있어도 전혀 이상치 않기는 했다.

“무슨 소리지?”

미나는 갑자기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리자 침대에 누워 자위를 하고 있는 프린을 바로 쳐다봤다. 처음에는 다리를 벌린 상태로 음부에 손을 갖다 대고 만지작거리길래 아픈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르게 도와주려고 했다. 그런데 근처에 가서 보니 아파서 음부를 만지는 게 아니라 쾌락적인 행위를 위해 만지는 걸 확인하고는 눈썹이 저절로 잔뜩 찌푸려졌다.

“누, 누구세요.”

미나가 가까이 가자 기척을 알아차린 프린이 침대에서 재빨리 일어나 방어 자세를 취하며 미나를 바라봤다. 여자조차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의 아름다운 모습에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지만 빠르게 수습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바로 옆에 시황이 있었다. 긴장했던 프린의 표정이 풀리더니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시황에게 달려갔다. 마치 주인이 돌아온 걸 기뻐하는 강아지 같은 모습이었다.

“주인님! 어제는 왜 안 왔어요. 프린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는데요.”

“미안. 바쁜 일이 있어서.”

“그런데 옆에 이 분은 누구에요?”

“너랑 같이 내 비서 일을 맡아줄 사람, 아니 엘프라고 할까? 인사해. 앞으로 같이 지낼 일이 많을 거야.”

프린은 탐색하듯 미나를 살폈다. 무표정해서 그런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왠지 상성이 좋지 않을 거 같은 불길함이 엄습했다.

“반가워요. 전 프린이라고 해요.”

프린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는데 방금까지 자위를 하던 중이라 아무런 옷을 입지 않은 건 물론이고 음부에서는 점성이 있는 애액이 길게 늘어나 시계추처럼 흔들거렸다.

성행위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미나는 애액이 길게 늘어난 프린을 보고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일루미나. 시황이 미나라고 했으니 미나라고 부르면 된다. 그리고 자위 같은 쾌락적인 행위에 심취하지 않도록 해라. 쾌락은 맑은 정신을 흐리게 하고 나중에는 더 강한 쾌락을 원하기 때문에 점점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다.”

“네?”

프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같은 나라 말은 맞는데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주인님, 저 미나라는 분 조금 이상해요.”

프린은 시황에게 낮게 속닥였다.

“그게 매력이지.”

시황은 웃으며 대답하고는 프린의 음부에 묻은 애액을 휴지로 닦아주었다.

이제 프린과 미나로 더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성에대해 개방적이다 못해 자위가 취미 수준인 프린과 다르게 성에대해 보수적이고 싫어하는 미나를 함락하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앞으로가 정말 기대되는 조합이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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