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354화 (35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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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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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구속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워 블로거 한혜주는 성동구치소로 옮겨졌다. 파워 블로거 한혜주가 구치소로 옮겨지는 동안 남편이 직접 카페로 찾아와 합의를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시황은 남편에게 직접 얘기를 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시황은 깔끔한 정장을 입고 파워 블로거 한혜주와 면회를 하기 위해 성동구치소로 갔다. 미리 면회 예약을 해놨기 때문에 제 시간에 면회를 할 수 있었다.

접견실은 영화에서 보던 것과 같았다. 삭막한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접견실 내부에는 투명벽과 쇠창살이 설치되어 있었다. 투명벽 너머로 파워 블로거 한혜주가 앉아있었다. 수척한 얼굴로 황토색의 죄수복을 입고 있으니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생기는 건 시황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가 없었다.

자리에 앉은 시황이 한혜주를 바라봤다.

잠시 기다리자 마이크가 켜졌다.

“흑……. 죄송합니다.”

시황은 단순히 쳐다보기만 했는데 한혜주가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다.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한번만 용서해주시면 다시는…….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파워 블로거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시황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피부를 망가트리면서까지 노력을 했는데 결국 구속되고 나서야 눈물을 흘리며 그 일을 반성을 하고 있었다.

인간의 마음이란 참 신기했다. 어째서 잘못된 짓을 저지를 때는 당당하다가 벌을 받게 될 위기가 되면 반성을 하고 사죄를 하는 걸까? 진작 잘못을 안 저질렀으면 이렇게 되지도 않았을 텐데 왜 그걸 몰랐을까?

“저도 일이 이렇게 커질지는 몰랐습니다. 구치소에서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흐윽…….”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해주시면 제가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그게……. 흑…….”

접견 시간은 12분인데 파워 블로거 한혜주는 한참을 울며 말을 잇지 못했다. 평범하게 지내던 여자가 하루아침에 구치소에 수감됐으니 저 마음이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카, 카페 케즈론에서 흑……. 제 생각이 짧아서 쿠키를 무료로 안 준다고 블로그에 비판글을 올렸었어요. 흐윽……. 제가 비판 글을 올리자 카페 케즈론 주변 카페 사장 중 몇 명이 도와준다 해서 불매 운동도 했는데……. 흐윽 죄송합니다. 정말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저도 일부러 그랬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정직하게만 말씀해주신다면 저도 모두 없었던 일로 해드리고 싶습니다.”

시황은 차분한 목소리로 파워 블로거 한혜주를 위로해주었다.

시황의 위로에 용기를 얻었는지 파워 블로거 한혜주는 조금 진정을 하며 눈물을 닦았다. 왠지 말만 잘 하면 시황이 전부 용서하고 합의를 해줄 것 같았다. 명예훼손은 합의만 된다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를 하는 게 정말 중요했다.

“흐윽……. 감사합니다. 제가……. 제가 피부를 망가트린 건 케즈론에게 일부러 피해를 주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케즈론 화장품 때문이 아니라 제가 쓰던 다른 화장품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건데 제가 오해를 해서…….”

“아아, 오해를 하셨군요. 다른 화장품하고 같이 썼는데 케즈론 화장품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셨던 거군요.”

“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그런 글을 올려서 정말 큰 피해를 드린 것 같아 뭐라 사죄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파워 블로거 한혜주는 처연한 표정으로 슬픈 감정을 가득 담아 말했다.

“아닙니다. 저보단 혜주 씨가 더 고생 많으셨는데요. ”

시황은 모든 걸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시황은 합의를 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말하는 건 합의가 될 것 같은 희망이 생겼을 때 합의를 못 하면 더 큰 좌절감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처벌만 받으면 너무 싱겁지 않은가?

그리고 혹시나 싶어 일부러 약간의 틈을 주었다. ‘일부러 그랬다는 생각은 안 한다.’ 라는 게 바로 그 틈이었다. 틈이 생기자 예상대로 화장품을 오해해서 썼다는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했다. 물론 진실 되게 다 말했다고 해도 용서해줄 생각은 없었지만.

“정말 죄송합니다. 한번만 용서해주신다면 다시는 이런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흐음…….”

시황은 고민하는 척 했다.

파워 블로거 한혜주가 시황을 바라보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조금만 더 용서를 빌면 합의를 해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시황이 뭔가 결단을 했다는 듯 말하자 파워 블로거 한혜주의 얼굴이 단번에 밝아졌다. 시황이 용서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처음에 전 무조건 합의를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혜주 씨를 위한 일이 뭔지를 생각해보니 합의가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네? 그게 무슨…….”

생각과 다르게 상황이 이상해지자 파워 블로거 한혜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황을 쳐다봤다.

“경험이라는 건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좋은 영양분이 됩니다. 전 이번 경험을 통해서 혜주 씨가 더욱 더 성장하고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제 마음 같아서는 합의를 해드리고 싶지만 그렇게 된다면 제가 혜주 씨의 앞길을 막는 꼴이 되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합의 안 해준다는 거예요?”

경험이 영양분이 되니 어쩌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했지만 시황의 말은 결국 합의를 안 해준다는 거였다. 파워 블로거 한혜주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말뜻을 이해 못할 리가 없었다.

“음…….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게 되겠군요. 하지만 이건 단순히 합의를 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혜주 씨의 진정한 도움을 드리기 위해 제가 생각한 결과입니다.”

당연히 합의를 해주는 게 진정한 도움을 주는 거였다. 처벌을 받는 게 진정한 도움이라는 건 순 말장난 밖에 되지 않았다.

“아니, 저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저한테 정말 도움이 되는 건 용서를 해주시는 거예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아, 벌써 시간 다 됐네요. 참 시간이 빠르다니까요. 재판 받으실 때까지 몸조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저, 저기요. 저기요! 제발!”

파워 블로거 한혜주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합의해줄 거라 생각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시황이 이상한 소리를 시작하자 긴장과 두려움에 가슴이 크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하고 생각했는데 정말 시황이 합의를 안 해준다는 걸 알게 되자 파워 블로거 한혜주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며 일그러졌다. 이미 어느 정도 체념을 하고 있었는데 시황이 달콤하기 그지없는 사탕을 줄 듯 말 듯 하다 갑자기 땅바닥에 버리자 어마어마한 절망감이 엄습해 왔다. 모든 게 끝이었다.

접견 시간이 끝나고 마이크가 꺼졌다.

시황은 파워 블로거 한혜주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구치소를 나왔다. 절망감에 물든 파워 블로거 한혜주의 얼굴을 보니 올 때보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설마 그런 짓을 하고도 용서받을 거라 생각한 저 오만함이 놀라웠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을 저질러놓고 용서를 빈다고 해결 된다고 생각하는 게 도리어 이상한 일이었다.

주차장에서 차를 타자 제법 괜찮은 이벤트가 하나 떠올랐다.

시황은 진아에게 전화를 해서 이벤트 내용을 전달하고 집으로 갔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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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하나!

파워 블로거가 아니라도 케즈론 카페의 커피를 드시면 쿠키를 무료로 드립니다!

그동안 파워 블로거에게만 서비스를 주는 가게들을 보고 많이 속상하셨죠? 저희 카페 케즈론에서는 파워 블로거가 아닌 일반 손님에게만 쿠키를 무료로 나눠드립니다. 파워 블로거는 안 드리니까 꼭 명심하세요!]

시황이 구치소 주차장에서 차를 타며 생각한 이벤트였다.

파워 블로거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숨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이벤트였다.

[이벤트 둘!

무료로 받은 쿠키를 열면 행운의 번호가! 케즈론 화장품 사이트에 공개되는 행운의 번호와 일치하시는 분은 케즈론 화장품 세트를 받으실 수 있어요!

피부는 상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꼭 받아가세요!]

총 두 가지 이벤트였다.

이때까지 카페 케즈론에서 파워 블로거 때문에 발생한 일을 이벤트로 풀어내었다. 시황의 목적은 단순히 사람들이 이벤트를 많이 참여하는 게 아니었다. 이 이벤트가 인터넷에 퍼져서 케즈론 화장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기 위해서였다.

이벤트 공지가 카페 케즈론 사이트와 케즈론 화장품 사이트에 올라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뮤니티 여기저기서 이벤트에 관한 글을 볼 수 있었다.

시황의 기대대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파워 블로거한테 당할 뻔한 케즈론의 패기]

흔히 이런 제목으로 대규모 커뮤니티 사이트와 유머 사이트에 글이 올라왔다. 내용은 당연히 이번 이벤트에 관한 거였다. 댓글의 대부분은 키읔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패기 쩌네요. 처음에 케즈론 화장품 문제라고 생각하고 욕한 저를 반성합니다.]

[케즈론 사장 대단하네요. 저 같으면 화가 나서 가만히 못 있을 거 같은데 저런 재치 있는 이벤트도 하네요.]

이전이라면 케즈론 글만 나와도 화장품 가격에 대한 비난 때문에 댓글 수십개는 우습게 달렸을 텐데 파워 블로거로 인한 노이즈 마케팅, 그 후에 유머러스한 이벤트가 이루어지면서 분위기가 어느 정도 반전되었다.

파워 블로거 한혜주는 덕분에 시황은 상당한 반사이익을 봤다. 아쉬운 거라면 그녀가 초범이라 합의를 안 해줘도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정도로 풀려난다는 점이었다. 법이 그러니 여기서 더 이상 시황이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시황은 자신의 방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으로 사이트들을 돌아다녔다. 인터넷 반응이 모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반응을 확인을 하는 게 중요했다.

[케즈론 사장 정도면 얼굴 몇 %인가요?]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뜬금없는 글을 발견했다. 왠지 예전에도 본 듯한 느낌의 글이 또 올라와있었다. 시황은 글을 클릭했다. 글 내용엔 시황이 사진이 몇 장 올라가있었고 이정도면 제법 잘 생긴 거 아니냐는 글이 써져있었다.

[솔직히 30%정도네요. 키도 크고 몸도 좋아서 괜찮아 보이기는 한데 얼굴은 좀 평범하게 생겼네요. 얼굴만 보면 30%요.]

[님 진심으로 하는 소리세요? 저게 30%면 대학교 강의실에 저 정도 생긴 사람이 100명 중 30명이라고요? 진심 허세 쩌네요. 제가 보기엔 1% 안 됩니다. 몸하고 키까지 포함하면 0.1% 한참 아래고요.]

[전 얼굴보단 재산이 부럽네요. 차도 좋은 거 타고 다니던데 휴……. 저 정도 얼굴하고 재산이면 연예인 급으로 예쁜 여자도 마음대로 먹고 다니겠죠?]

[전에 사진 보니까 노을하고 엄청 친한 거 같던데 이미 사귀는 사이일지도요 ㅋㅋㅋ]

댓글을 보니 노을하고 만날 때 조금 조심해야 할 거 같았다. 사진이라도 찍히면 노을에게 미안해지니까.

“문자나 해볼까.”

생각난 김에 시황은 노을에게 문자를 했다.

============================ 작품 후기 ============================

소중한 쿠폰 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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