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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62화 (36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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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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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그런 글을 쓴지도 모르는 시황은 진아와 함께 아침 일찍부터 청담동을 돌아다니며 구입할 빌딩을 살폈다. 진아가 나름 최적의 위치를 선정해 몇 가지 매물을 시황에게 가르쳐 주었기 때문에 직접 가서 살펴보는 중이었다.

대로변에 있는 6층짜리 건물은 100억 원이 넘었고 안쪽으로 들어가 골목에 있는 4층 정도 되는 건물은 50억 선이었다. 골목 쪽에 있는 건물은 상당히 낡은 편이라 만약 사게 된다면 아예 새로 지어야 했다.

“음…….”

진아와 함께 걸어 다니며 건물을 보던 시황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아는 뭐가 괜찮아 보여?”

“전 대로변에 있는 건물이 나은 것 같아요. 100억 원이 넘는 가격이지만 특별히 새로 지을 필요도 없고 리모델링만 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위에 필요 없는 층은 임대를 해서 임대료도 받을 수 있고요.”

아무래도 진아는 대로변 쪽에 있는 6층짜리 빌딩이 마음에 드는 듯 했다. 진아의 말을 듣고 보니 그 선택이 썩 나빠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빌딩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어서 시황은 진아의 차를 타고 진아가 골라놓은 집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어차피 허물고 새로 지을 거라 집 자체는 관심이 없었고 위치나 평수가 더 중요했다.

진아가 도착한 곳은 삼성동에 있는 주택단지였다. 이곳은 대부분의 집들이 기본 100평이 넘었고 밖에서만 봐도 상당히 고급스러운 주택이 많았다.

상당히 큰 규모의 집 앞에 도착한 뒤에 진아와 시황이 내렸다. 대충 봐도 150평 이상은 돼 보였다.

“여기랑 여기 옆집이에요.”

“옆집도? 어떻게 집 두 개가 동시에 매물로 나왔지?”

진아가 차를 세운 건물만 말하는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동시에 나온 건 아니고 원래는 앞에 집만 매물로 나왔는데 직접 옆집에 들러서 합의를 봤어요. 원래는 안 판다고 했는데 가격을 조금 더 올려주니까 팔겠다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여기 집 잘 안 쓴다면서요.”

“그래? 그런데 그렇게 땅을 넓게 살 필요 있어? 그냥 여기에다가 3, 4층 건물 지으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러면 좋기는 한데 여기는 그게 안 돼요. 건물 층수 제한도 있고 건폐율, 용적률 제한이 있어서 땅을 넓게 사야 그만큼 넓은 집을 지을 수가 있어요.”

시황은 그냥 땅만 사면 마음대로 건물을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확실히 주변을 둘러보니 전부 층수가 1, 2층인 건물뿐이었다.

“여기도 나빠 보이진 않네.”

“다른 곳이면 높게 건물을 올릴 수는 있는데 그런 곳은 주변에 상업시설도 있고 해서 좀 시끄럽고 복잡하거든요. 오빠가 살기엔 조용한 곳이 좋을 것 같아서 일부러 주택가로 골랐어요.”

확실히 어느 순간부터 상가 같은 건 하나도 없이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고급 주택만 쭉 이어져 있었다. 진아의 말을 듣고보니 이렇게 조용한 곳이 좋기는 좋을 것 같았다.

“여기서 조금만 걸으면 지하철역, 코엑스, 백화점도 있어서 살기엔 정말 좋아요.”

진아는 계속 여기를 추천했다. 시황도 마음이 가기는 했는데 조금 의심 가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 너희 집이랑 가까운 곳이네. 일부러 여기로 고른 거야?”

여기서 조금만 가면 진아가 사는 빌라가 나왔다. 원래는 눈치를 못 챘는데 계속 여기를 추천하는 부분에서 조금 의심이 갔다.

“아니에요. 고르다 보니까 우연히…….”

“그래?”

말투를 보니까 일부러 고른 게 맞는 듯 했다. 뭐 어찌됐든 그건 큰 상관은 없었다. 중요한 건 넓은 집을 사느냐 아니냐였으니까. 고급 주택가라고 해서 주변이 허허벌판인 것도 아니고 바로 옆에 있을 게 다 있었으니까 최적의 곳인 건 맞는 듯 했다.

“여기로 하시겠어요?”

진아는 열망이 가득한 눈으로 시황을 쳐다봤다. 꼭 여기로 하길 원하는 눈치였다.

“응. 알았어. 네가 사는 빌라도 여기에 가까우니까 더 마음에 드네.”

“집은 제가 유명 건축가한테 의뢰하도록 할게요. 집 두 개 합치면 대지면적이 350평정도 되기 때문에 용적률이 100%이하라도 엄청 크고 넓은 집을 지을 수 있어요.”

시황이 여기로 오는 게 확정되자 진아는 티가 날 정도로 기뻐하고 있었다. 집이 가깝다는 건 그만큼 자주 만날 수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땅 평수가 중요한 거지 내부는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집은 이쯤 보기로 했다. 계약 같은 건 진아가 하자는 대로만 하면 됐기 때문에 시황이 신경 쓸 건 전혀 없었다. 진아가 비서는 아니었지만 일처리는 잘했기 때문에 이렇게 믿고 맡길 만한데 정작 비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프린과 미나는 이런 일은 맡길 수가 없었다.

일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진아는 시황을 집에 내려주고 바로 돌아갔다. 일이 바빠서 더 있고 싶어도 못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가기 전에 시황의 집 앞에서 시황과 함께 찐득하고 끈적끈적한 키스를 나누었다. 여기서 만약 찬미나 은지 등에게 들켰으면 흔한 드라마처럼 되는 거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신의 방으로 간 시황은 노을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후에는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노을과 데이트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드르륵.

오후에 시간 되냐는 문자를 노을에게 보내자 곧바로 노을에게서 답장이 왔다.

[네. 시간 돼요. 오늘은 일 끝났어요.]

긍정적인 답변.

시황도 바로 다시 문자를 보내서 1시간 뒤에 만나기로 했다. 여자는 준비하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바로 못 만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잠시 빈둥거리던 시황은 시간이 다 돼가자 차를 끌고 노을의 집 앞으로 갔다. 도착하고 나니 약속까지 2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시황은 타블렛을 꺼내 경험치를 확인했다. 5레벨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경험치. 이걸 채우려면 빨리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작곡 속도가 너무나 지지부진했다. 이대로라면 언제까지 연인인척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오늘은 키스나 다른 스킨십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네.”

잠깐 멀뚱히 앉아 있던 시황은 타블렛으로 얼마 전에 행사를 한 핑크펫의 무대를 검색했다. 음악방송이 아닌 행사라 그런지 멤버 개개인의 직캠 영상이 있었다. 시황은 당연히 노을의 직캠 영상을 1080p 화질로 감상했다.

실내에서 한 행사라 노을은 제법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짧은 치마와 하이힐을 신고 가슴을 부각시키거나 다리를 손으로 더듬는 등의 조금 야한 춤을 추었다. 그런데 묘하게 노을에게서 그다지 색기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다. 귀엽고 예쁘기는 한데 딱 와 닿는 느낌이 없다고 할까?

시황은 노을을 더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키는 평균인데 가슴은 작았다. 몸은 말랐는데 다리는 바깥으로 휜 O다리였다. 다른 멤버에 비해 전체적인 매력이 조금 떨어졌다. 직접 만나면 그런 느낌이 별로 없었는데 화면으로 보니까 장점보다는 단점만 잔뜩 부각되었다.

한참 핑크펫의 무대를 감상하고 있는데 언제나처럼 얼굴을 거의 가리다시피한 노을이 아파트에 나와 시황의 차에 탔다.

“안녕하세요.”

“응. 안녕.”

시황은 노을이 왔음에도 일부러 동영상을 종료하지 않았다.

“어? 뭐 보세요? 우리 노래 나오는데.”

노을은 당연한 반응을 했다.

“기다리는 동안 잠깐 네 직캠 봤어.”

“윽, 그러지 마세요. 부끄럽잖아요.”

시황이 직접 타블렛을 들어 노을에게 보여줬다. 타블렛 화면 가득 노을이 춤을 추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이런 영상을 보자 노을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런데 너 오다리였네? 이때까지 몰랐는데.”

“네. 콤플렉스에요. 다리가 휘어서 미니스커트 같은 거 입으면 엄청 안 예뻐요.”

직접 보면 잘 모르겠는데 TV나 영상에선 아무래도 몸 전체를 보여줄 때가 많으니 눈에 더 들어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건 시황이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과 관계가 없는 여자라면 O다리든 다리가 두껍든 가슴이 작든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노을은 직접 같이 노래를 부를 여자였다. 이대로라면 노래의 판매량까지 악영향이 있을 수 있었다. 판매량을 위해서라도 노을을 위해서라도 노을의 몸을 더 색기있고 야릇한 몸매로 만들어야 했다.

“교정은 받아봤어?”

“네. 그런데 해도 비슷하더라고요. 아프기만 하고…….”

아이돌인 만큼 미용이나 관리는 잘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교정이라는 게 단번에 효과가 생기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했다. 하지만 시황은 달랐다.

“내가 동영상을 보면서 노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석을 해봤어.”

“윽……. 부끄러.”

“직접 보면 이렇게 예쁜데 화면에서는 이상하게 덜 매력적이란 말이지. 너무 예뻐서 화면으로는 표현을 못하는 건가?”

“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원래 못 생겨서 그런 걸요. 몸매도 안 예쁘고……. 화면에 잘 나오는 게 더 이상해요.”

시황의 말을 들은 노을이 약간 침울해져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단점을 말했다. 항상 그렇듯 지나칠 정도로 노을은 자신을 비판적으로 생각했다. 시황이 보기엔 전혀 안 그런데도 말이다. 다른 것보다도 노을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는 게 중요할 것 같았다.

“반지 잘 끼고 있네.”

동영상에서 노을은 오른손 약지에 반지를 끼고 있었다.

“네. 커플링인데, 계속 끼고 있어야죠.”

“사람들이 의심은 안 해?”

“제가 그냥 샀다고 했어요. 전에 찍어주신 사진도 SNS에 올렸는데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노을은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 예전에 비해 노을과 대화하는 분위기가 좋아지긴 했다. 이 부분은 잘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 집으로 가자. 이제 슬슬 가사도 생각하고 노래에 대한 것도 생각해야 하니까. O다리도 내가 교정해줄게.”

“오빠가요? 그런 것도 하실 줄 아세요?”

“응. 조금 알아. 일단 가자.”

시황은 노을을 데리고 다시 집으로 왔다.

집에는 찬미와 유미 등이 있었지만 이미 노을과 인사를 했었기 때문에 저번보다 덜 어색하기는 했다.

“휴우…….”

시황의 방에 들어오자 노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조금 긴장해서요. 사람들이 있는데 오빠랑 단 둘이 방에 들어오니까 왠지 좀 그래서요…….”

“괜찮아. 그런 건 별로 신경 쓸 거 없어. 그보다 일단 옷부터 갈아입자.”

“네? 옷이요?”

“응. 옷. 잠깐만. 옷 가지고 올게.”

시황은 옷을 가지러 간다면서 방을 나갔다.

갑작스럽게 방에 혼자 남게 되자 노을은 시황의 방을 두리번거렸다. 전에 왔을 때는 처음이라 방을 자세히 못 봤는데 혼자가 되자 여유가 생겨 방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전에도 느끼긴 했지만 남자 방 치고는 정말 깔끔하고 예뻤다.

방을 둘러보다 시황이 누운 뒤에 정리를 안 했는지 이불이 헝클어진 침대에 눈이 머물렀다. 이불과 베개에 이상하게 계속 신경이 쓰였다.

잠시 머뭇거리던 노을은 시황이 아까까지 썼을 침대에 슬쩍 코를 가져다댔다. 그리고 천천히 냄새를 맡았다.

묘하게 달콤한 남자의 냄새. 홀아비 냄새 같은 건 전혀 없고 전에 시황의 품에서 느꼈던 그런 냄새와 체취가 남아있었다. 원래 냄새 페티쉬같은 건 전혀 없었는데 시황의 품에 안긴 뒤로 계속 냄새가 신경 쓰였다.

잠시 이불 냄새를 맡던 노을은 이어서 베개에 코를 파묻었다. 더 진하게 시황의 냄새가 풍겼다.

“하아…….”

왠지 야릇한 기분이 되었다. 시황의 냄새만 맡고 조금 흥분을 한 것이다. 긴장과 흥분으로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왠지 변태가 된 듯한 느낌에 조금 자괴감도 생겼다. 그럼에도 계속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던 노을은 더 이상 맡았다간 갑자기 시황이 돌아올 것 같아 아쉽더라도 베개를 코에서 떼고 정돈을 했다. 헝클어진 이불도 깔끔하게 정리를 하려는데 이불에 있던 검고 기다란 머리가 순간 눈에 띄었다.

노을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잡아서 올렸다. 시황의 머리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길이였다. 그냥 봐도 여자 머리카락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여자 머리카락이 시황의 침대에 있다? 이건 의문을 갖기도 힘들 정도로 뻔한 답이었다. 남자 경험이 없는 노을도 침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저절로 머릿속에서 스토리가 구성되고 재생되었다.

여자는 누구일까? 한 집에 사는 여자들 중 하나일까? 찬미? 유미? 아니면 어린애처럼 보이는 그 여자?

이런 상상을 하고 있으니 노을은 점점 흥분이 되는 걸 느꼈다. 호감이 가고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기 때문에 질투심이 안 생기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애초에 시황을 못 먹는 감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질투심보단 다른 여자와 섹스하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 엄청나게 흥분되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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