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72 ------------------------------------------------------
드래곤 루나모스
“이제 나갈게요.”
더 이상 있기 힘들었다. 여기 계속 있다가는 저번처럼 시황에 휘둘릴 것만 같았다. 혼란스러운 마음. 시황이 무슨 의도로 이러는지 알다가도 알 수가 없었다.
“잠깐만. 그래도 이건 다 하고 가야지. 거의 다 끝났어.”
시황은 나가려는 수란을 붙잡고 끝까지 온 몸에 루카론 열매의 물을 적셔주었다. 시황이 다리를 적신다는 핑계로 주물럭거리고 있을 때야 수란은 팬티가 젖혀 음모가 비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끝. 이제 나가봐. 나는 다하고 나갈게.”
“…….”
시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란은 욕실을 나가서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싫다는 감정은 의외로 생기지 않았는데 부끄러운 감정은 견디기가 힘들었다.
빠르게 닦고 몸을 닦고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몸을 닦고 보니 젖은 브래지어와 팬티 위로 옷을 입을 수는 없었다. 분명 일부러 이렇게 한 게 틀림없었다. 아마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었을 때 시황이 튀어나올 게 분명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수란은 어쩔 수 없이 몸부터 다 닦고 브래지어를 벗고 잽싸게 젖은 가슴을 닦았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티를 입었다. 방금 시황이 만져서 그런지 솟아오른 유두 때문에 브래지어를 입고 있지 않다는 게 엄청 티가 났다.
수란은 팬티도 그런 식으로 벗고 바지를 입었다. 분명 시황이 타이밍에 맞춰서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과 다르게 나오지 않았다.
이건 이거대로 기분이 묘했다. 정말 관심이 없었던 걸까? 아까 가슴에 손이 들어온 것도 우연이었을까? 일부러 안 나오고 반응을 살피는 걸까?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욕실을 바라보던 수란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브래지어와 속옷을 챙겨 자신의 방으로 갔다.
수란이 그런 마음인지도 모르고 시황은 태연하게 카실론 꽃잎을 우려낸 물을 자신의 몸에 뿌리고 있었다.
향긋한 꽃향기가 좋았다.
**
카실론 꽃잎과 루카론 열매의 물을 뿌려주는 과정은 며칠 동안 이어졌다. 시황이 매일 직접 같은 종류의 물들을 찬미와 유미 등에게 뿌려줬고 서서히 효과가 생기고 있었다. 그건 눈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할 정도의 변화였다.
카실론 꽃잎의 물을 뿌린 찬미와 아루, 은지의 피부가 청결해졌다.
사람의 피부를 보면 더럽거나 지저분하거나 아니면 무언가가 나 있는 게 보통이었다. 간단히 찬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찬미의 피부 자체는 깔끔한 편이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더러운 부분들이 존재했다. 다리에 흉이 있다거나 발뒤꿈치에 각질이 있다거나 허벅지 사이가 조금 변색이 됐다거나 항문 주변에 색이 변하고 닭살 같은 게 돋아 있다거나 팔꿈치 색이 예쁘지 않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이건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것들이었다.
시황은 찬미를 자신의 방에 데리고 와서 그런 부분들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찬미를 침대에 앉히고 발부터 살폈다. 힐을 신어서 발목 뒷부분에 상처 난 게 거의 사라졌고 발톱 사이의 피부도 아주 말끔했다. 다리도 상처나 흠하나 없었다. 이런걸 아기피부 같다고 하는 걸까?
빠르게 민감한 부분도 확인했다. 찬미의 다리를 벌리게 하고 허벅지와 음부를 확인했는데 음부 주변으로 서서히 변색되던 게 다시 원래의 피부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잠깐 뒤로 돌아서 엉덩이를 내밀어봐.”
“뒤로요?”
“응. 뒤로 엉덩이 위로해서 후배위 하는 자세처럼 말이야.”
“……네.”
찬미는 부끄럽기는 했지만 시황의 말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후배위 하는 자세처럼 시황의 얼굴을 향해 엉덩이를 내밀었다.
시황은 찬미의 엉덩이를 벌려 항문도 꼼꼼하게 살폈다.
“거기는 안 되는데…….”
시황이 항문을 확인하는 걸 보자 찬미가 부끄러움에 얼굴을 베개에 파묻었다.
항문 주변의 색도 매우 깨끗해져있었고 닭살처럼 돋아나 있던 것들도 사라졌다. 덕분에 항문조차 더럽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별 거 아닌 변화 같지만 이런 미묘한 차이가 완벽한 아름다움을 만드는 거였다.
“좋네. 조금만 더 그 물을 쓰면 정말 흠잡을 데 없는 꿀피부가 되겠는 걸?”
“이, 이제 끝났어요?”
“응. 다 봤어.”
시황에 말에 찬미는 재빨리 엉덩이를 내렸다. 얼마 안 되는 잠깐이었지만 부끄러워 죽을 뻔했다.
“다른데 좋아진 건 없어?”
“다른데요? 머릿결도 엄청 좋아졌어요.”
시황의 물음에 찬미는 머릿결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찬미 같은 경우엔 음부나 항문이 깔끔해졌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고 머리카락이 부드럽고 건강해졌다는 건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머리카락도 좋아졌어? 생각보다 다용도네.”
단순히 한군데만 좋아지는 게 아니었다. 이걸로 샴푸와 바디 클렌저 같은 걸로 만들면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확인을 다 한 찬미는 보내고 이어서 유미와 아루, 은지와 수란까지 꼼꼼하게 다 확인을 했다.
유미와 수란을 봤을 때 루카론 열매는 피부를 하얗게 해주고 쳐지는 피부를 탱탱하게 만들어줬다. 이건 시황이 확인했을 때는 피부가 뽀얗게 변한 것만 알았는데 유미와 수란의 얘기를 듣고 피부가 탱탱해지는 효과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루카론 열매는 쳐지는 피부를 위해 보톡스까지 맞는 나이가 있는 여성층과 젊은 여성층을 동시에 노리고 판매를 하면 좋을 것 같았다. 피부가 쳐지고 주름이 생기는 건 의외로 젊은 여성들도 상당히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신제품을 출시하게 된다면 마케팅에도 돈을 써야 했다. 신제품이 나왔다는 걸 알리지 않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제품이 나왔다는 걸 알 방법이 없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TV 광고였다. 모델은 당연히 은비와 유미였다. 은비가 말이 안 되게 예쁘긴 해도 유미도 거기에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예뻤다. 특히 유미는 시황이 지속적으로 몸매를 관리해줘서 조금 노출이 있는 옷을 입는다면 모두 넋을 잃고 볼 정도의 몸매가 되었다.
TV 광고 말고도 여성 잡지에 실을 광고 사진도 필요했다. 그 사진에는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은비와 유미의 얼굴이나 몸매, 그리고 제품만 나오면 됐다. 다른 어설픈 것들은 아무것도 필요치 않았다.
케즈론 화장품은 그냥 명품도 아닌 초고가의 명품이었다. 일반 브랜드처럼 여기저기 어설프게 마케팅을 하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다 깎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했다.
드르륵!
시황이 이것저것 고민하고 있는 사이 휴대폰의 진동이 울렸다. 노을에게서 온 전화였다.
[오빠. 노래 다 만들었다고 메일로 보내줬어요.]
[아, 드디어 다 됐구나. 들어봤어?]
[네. 방금 들어봤는데 정말 좋아요. 다른 건 모르겠고 오빠 노래 부르는데 말도 안 되게 잘 불러서 멍하게 듣게 돼요.]
[그렇게 말하니까 부끄러운데. 알려줘서 고마워. 나도 들어봐야겠다.]
[네. 오빠. 제가 나중에 다시 전화 할게요.]
노을과 전화를 끊은 시황은 노트북으로 메일을 확인했다. 노을의 말대로 노래가 도착해 있었다.
시황은 곧바로 재생시켰다.
경쾌한 전주가 시작된다. 시황이 노래를 만들며 엄청나게 들었던 바로 그 반주였다. 전주가 끝나고 시황부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스피커에서 시황의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시황은 전에 유튜브에 노래를 올린 이후로 자신의 목소리를 이렇게 듣는 건 처음이었다.
인간계를 폭발시켜 버릴 정도의 가창력이 뿜어져 나왔다. 스피커로만 듣는데도 느껴졌다. 대단히 잘한다는 수준을 넘어 이렇게 부를 수 있다는 게 스스로가 믿겨지지 않았다. 마력 회로의 힘이지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했다.
이후에 나오는 노을의 파트는 시황이 마력 회로를 복사시켜 준만큼 상당히 잘했는데 시황의 노래를 듣고 나니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평범했다. 이정도 실력이면 아이돌 그룹의 메인보컬을 해도 될 정도인데도 말이다.
시황의 목소리는 학살자였다. 그 어떤 가수라도 옆에 붙으면 처참하게 학살당하고 마는 가수 학살자라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시황은 좀 더 다수의 평가를 위해서 노트북을 가지고 거실로 나갔다. 수란을 제외하고 항문 체크를 당한 찬미, 유미, 은지, 아루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다들 바빠?”
“아니요. 안 바빠요. 그냥 TV보고 있어요.”
유미가 바로 대답해주었다. TV에서는 평범한 한국 드라마가 하고 있었다.
“방금 노을이랑 만든 노래 나왔는데 들어볼래?”
“와! 정말요?”
유미가 가장 리액션이 좋았다. 시황의 말이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나며 외친 것이다.
“아…….”
찬미는 시황과 노을이 방에서 단 둘이 뭘 했는지 깨달았다. 혹시나 했지만 다행스럽게 일적인 관계인 듯 했다.
“오빠도 이제 음악 방송에 나가는 거예요?”
은지가 시황에게 물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음악 사이트에만 올려 보게. 반응이 좋으면 은지 말처럼 될지도 모르겠지만. 하하.”
아무래도 음악 방송은 시황이 상당히 부담됐다. 지금은 얼굴이 그나마 덜 알려져서 자유롭게 다니는데 은비나 노을처럼 유명해지면 아무 여자나 만나고 돌아다니기가 힘들었다. 일거수일투족 감시되고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에 나오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유명해지는 것 보단 자유가 더 좋았다.
“빨리 듣고 싶어요.”
“응. 알았어. 잘 들어봐.”
유미가 재촉했다. 시황이 노트북을 거실에 있는 테이블에 올리자 찬미가 TV를 껐다.
시황은 노래를 재생했다.
전주가 나온 뒤 시황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와!
“대박이다.”
찬미와 은지는 가볍게 감탄성을 낸 반면 유미는 혼자 아까부터 유독 리액션이 강했다. 아루도 눈을 깜빡이며 노래를 열심히 들었는데 수란은 큰 반응이 없었다.
이윽고 노래가 끝이 났다.
“…….”
거실은 조용했다. 시황의 노래는 그야말로 전율이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시황이 노래를 잘해도 지나치게 잘했다.
“오빠! 노래 진짜 좋아요. 진짜 대박인 거 같아요. 오빠가 원래 노래 잘하는 건 알았는데, 이건, 이건 진짜 와…….”
유미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표정을 보니 정말 감동한 듯 했고 양손은 어느새 깍지를 끼고 가슴 근처까지 올려놓고 있었다.
유미의 말을 듣고 보니 시황은 옛날에 유미와 같이 동전 노래방에 간 기억이 났다. 그때와 지금 가지고 있는 마기의 양이 다르니 그때보다 훨씬 실력을 늘었을 것이다. 그땐 유산을 받은 초창기라 마기가 얼마 되지 않았었다.
“고마워. 다른 사람들은 어땠어?”
“저도 유미랑 비슷하게 느꼈어요. 단순히 잘하는 걸 넘어 노래에 어떤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듣고 보니까 저도 모르게 노래에 심취했어요.”
찬미는 단순히 좋은 게 아니라 노래가 좋은 나름의 이유를 말했다.
“오빠 노래 또 듣고 싶어요. 아루는 이거 매일 듣고 싶어요.”
아루도 상당히 마음에 든 듯 했다.
“아…… 오빠…….”
은지는 눈물을 글썽였다. 간혹 노래 관련 방송에서 관중이 가수의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데 지금 은지가 그런 상태였다. 정말 감동을 받은 것이다.
“괜찮네요.”
수란도 짧게 칭찬을 해줬다.
마기를 잔뜩 써서 마력 회로를 가동시켜 부른 건데 이정도 호평이 아니면 그게 문제였다. 애초에 시황은 일반인과 그 범주가 달랐다. 흔히 큰 차이가 있을 때 아이와 어른의 싸움을 비유로 드는데 이게 그 정도 차이였다. 일반 가수와는 어마어마한 수준의 차이가 있었다.
반응이 괜찮은 듯 하니 이것도 홍보를 해서 최대한 음원을 많이 팔아먹어야 했다. 시황이 노래를 한 건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자신의 열정을 표출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목표는 단 한 가지. 유산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를 위해서였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