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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414화 (41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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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여기서 두 여자를 먼저 성에 보내고 시황은 혼자 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만나본 몬스터의 수준을 보니 혼자 다녀도 큰 문제는 없을 듯 했다.

“일단 성으로 가자. 여기는 나 혼자 와도 될 것 같으니까.”

“아니, 괜찮다. 후우... 이정도의 더위는 충분히 참을 수 있다.”

방금 전에 화산 쥐에게 물려 가슴이 뜯길 뻔 해놓고도 미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간단한 말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헉헉 거리는 신음 소리를 냈다.

이대로 더 가기에는 아무래도 걱정이 됐다.

“그러면 갑옷이라도 입고 다시 올까?”

“이렇게 더운데 갑옷을 입으면 견디지 못하고 바로 쓰러질 거예요. 지금은 최대한 빠르게 누에를 찾는 게 체력을 아끼는 길이에요.”

둘 다 마법사로서의 자존심이 있다 보니 더위 때문에 그냥 돌아가기는 싫은 듯 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어쨌든 있는 게 도움이 되기는 했기 때문에 어깨를 으쓱한 시황은 둘을 데리고 계속 누에를 찾아 돌아다녔다. 정보가 없다보니 무작정 돌아다니다 몇 마리의 몬스터와 조우하기도 했지만 시황이 어렵지 않게 처리했다.

발 닿는 대로 걷다 무수히 많은 나무들이 불규칙하게 뒤섞인 거대한 산림을 발견했다.

시황이 상상한 화산 지대는 용암이 흘러내리고 돌덩이 밖에 없는 그런 곳이었는데 아직 산을 얼마 오르지 않아서 그런지 나무와 풀이 더위를 이겨내며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생각해보면 누에는 이런 곳에 있을 것 같았다.

나무가 우거져 짙은 그늘만 드리운 이 으슥한 숲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뒤에서 따라 오기 편하게 시황이 루나스의 파편을 꺼내 거슬리는 나뭇가지와 풀을 쳐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제초기처럼 나뭇가지와 풀들을 처리하며 가는데 저 앞에 촘촘하게 엮인 가늘고 기다란 실 같은 게 각도에 따라 아름답게 은빛으로 반짝거렸다. 지구처럼 손바닥만 한 크기가 아닌 소도 걸릴법한 거대한 거미줄이었다.

거미줄을 피해 시황은 옆으로 이동을 했다.

“꺅! 오빠!”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수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시황은 재빠르게 뒤를 돌아봤다.

수란과 미나가 방금 그 거미줄에 걸려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둘 다 너무 지치고 정신이 혼미해져 미처 거미줄을 발견하지 못하고 걸린 것이다.

“잠깐만, 바로 풀어줄게.”

시황은 루나스의 파편을 들고 거미줄을 자르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계속 몸을 바동거려서인지 수란과 미나가 상당히 음란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마치 일부러 그러기라도 한 듯 수란의 엉덩이가 위로 들려 시황을 향해 항문을 드러내고 있었고 미나는 다리를 한껏 벌려 음부를 노출 시키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감상 하며 걷던 중 시황은 이상하고 불쾌한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왠지 모를 오싹함에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위다!”

다리를 벌려 만개한 벚꽃 같은 음부를 드러내고 있는 미나가 시황을 향해 소리쳤다.

미나의 외침에 위를 쳐다본 시황은 반사적으로 마기를 끌어올려 장갑에 주입했다. 검은 드래곤의 비늘이 시황을 몸을 휘감음과 동시에 나무를 타고 천천히 내려오던 거대한 거미가 단번에 점프를 해 발로 시황을 몸을 칭칭 감았다.

루나스의 파편이 바닥에 떨어졌다.

단번에 뛰어드는 그 점프 속도가 얼마나 빠르고 대단한지 시황이 겨우 갑옷을 입을 정도로밖에 반응을 하지 못했다. 이제껏 만난 수준 낮은 몬스터와 다른 압도적인 강함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거대한 은빛 독니 거미. 평범한 방법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은빛 거미줄을 설치해 두고 걸려드는 몬스터나 인간을 먹이로 삼는다. 기본적인 점프력과 스피드가 대단히 뛰어나 사냥기술 또한 훌륭하다. 이 거미의 다리에 감싸여 독니에 물리게 되면 성인 남성일지라도 해독제조차 쓰지 못하고 단번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

시야에 정보가 떠오르고서야 시황은 이 거미가 바로 거대한 은빛 독니 거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마력 은실을 무한대로 뽑아내는 이 몬스터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생포해야 했다.

두터운 8개의 다리로 완벽하게 시황을 고정시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거대한 거미는 독니를 박아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번번이 드래곤의 비늘의 막혀 독니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몇 번을 시도하다 포기한 거대 거미는 다리를 조아 아예 시황의 몸을 부서트리려고 했다.

“큭!”

거대한 압력에 시황이 신음을 흘렸다. 외부로부터 오는 물리적인 공격에는 드래곤의 비늘이 완벽한 방어력을 자랑했지만 이런 몸을 조이는 압력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대로 있으면 위험했기 때문에 마기를 끌어올려 강대한 근력을 만들어냈다. 온 몸에 거대한 힘이 용솟음쳤다.

“흡!”

시황은 강대한 근력을 바탕으로 조여드는 거미의 다리에 저항했다. 만약 여기서 진다면 그대로 뼈가 부러져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거미도 저항하는 시황을 죽이기 위해 황소조차 단번에 으스러트릴 만큼 강력한 힘으로 다리를 더욱 조았다.

그런데 점점 거대 거미의 다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끄륵...”

거대 거미는 있는 힘을 다했지만 시황이 내는 힘이 더 강했던 것이다.

점점 벌어지기 시작한 거미의 다리가 어느새 시황은 몸이 빠져나갈 만큼 되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시황은 단번에 땅을 박차 스프링처럼 튀어 나갔다.

힘의 격차가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황을 놔둘 거대 거미가 아니었다. 시황이 빠져나가자마자 곧바로 점프를 해 다시 시황의 몸을 다리로 휘감으려 했다.

안 그래도 흉측하게 생긴 거미인데 그 크기가 무려 2미터는 족히 넘었기 때문에 죽이려고 달려드는 그 위압감이란 말을 못할 정도로 대단했다.

이번엔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한번 겪어서인지 점프와 동시에 반응할 수 있었다.

몇 번의 공방이 더 오갔지만 번번이 시황이 피해내자 거미는 목표를 바꾸기로 했다. 거미줄에 걸린 인간과 엘프 여자를 데리고 가서 먹이로 삼기로 한 것이다.

거미는 거대한 다리를 움직여 바로 수란과 미나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갔다.

거대한 거미가 다가오자 평소 그토록 침착하던 수란과 미나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보호하라!”

다급하게 수란이 보호 마법을 썼지만 거미는 종잇장처럼 보호막을 찢어버렸다. 너무나 무기력하게 보호막이 뚫리자 수란의 얼굴에 깊은 공포감이 생겨났다.

“루알 룸!”

위기의 순간, 혼미해지는 정신을 억지로 부여잡은 미나가 겨우 마법 영창에 성공해 강렬한 뇌전을 뿜어냈다. 번개가 치듯 사방이 강렬한 빛으로 번쩍이며 1초에 16만 킬로미터로 달려 나간 뇌전이 거미에게 박혀들었다.

거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자연에서 생기는 번개에 비해 위력이 약한 건지 내성이 있는 건지, 거미는 잠시 멈칫했을 뿐 금세 거대한 독니를 드러내며 미나의 희고 고운 피부에 박아 넣으려 했다.

이대로라면 미나가 죽을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

시황은 단번에 땅을 박찼다. 쏘아져 나간 총탄처럼 곧바로 거미의 입에 뛰어들었다.

으득!

“괜찮아?”

거미의 독니에 물리는 줄 알고 공포에 질려 눈을 감았던 미나가 들려오는 시황의 목소리에 살며시 눈을 떴다. 숨결이 닿을 만큼 지척의 거리에서 거미의 독니에 꿰뚫린 듯한 시황의 모습이 보였다.

“너, 너는 괜찮은가?”

“뭐, 난 드래곤 비늘로 만들어진 갑옷이 있으니까.”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미에 입속에 뛰어들어 느긋하게 말하는 시황의 모습에 미나는 크게 심장을 떨었다. 마치 드래곤인양 모든 것에 여유롭고 자신감 있는 모습에 반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시황은 지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로 아공간에서 알약을 꺼냈다.

“약 먹어야지.”

그리고는 그대로 거미의 입 안으로 팔을 박아 넣어 약을 주입했다.

“끄륵...”

억지로 약을 삼킨 거미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시황은 혹시 몰라 알약을 하나 더 꺼내 다시 입안에 억지로 쑤셔 넣었다.

드래곤의 비늘로 된 갑옷이 아니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행동이었지만 그 터프함에 미나는 넋을 잃고 쳐다봤다.

침인지 체액인지, 정체모를 액체를 입에서 흘리던 거대 거미는 다시 시황에게 슬금슬금 기어왔다. 그러더니 이전과 다르게 다리로 시황의 몸을 비비적거렸다. 다행스럽게 길들여 진 듯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기 때문에 시황은 거미의 독니에 몇 번이나 팔을 갖다 대고 물리지 않는 다는 걸 확인했다.

“휴, 여기서 거대한 은빛 독니 거미를 발견하다니, 운이 좋았네.”

마력 은실이라는 대단한 아이템을 주는 몬스터답게 그 속도와 힘이 엄청났다. 드래곤의 비늘로 된 갑옷덕분에 그 다리의 압력을 버티고 빠져나온 거지 만약 맨몸이었다면 단번에 몸이 으스러졌을 것이다.

“하아....”

“후...”

시황이 거미를 길들인 듯 하자 수란과 미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황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왔는데 정작 더위에 지쳐 도움은커녕 방해만 됐다.

아공간에서 보관 상자를 꺼낸 시황은 거미도 집어넣었다. 혹시 거미가 양을 잡아먹지 않을까 걱정은 됐지만 양보다 거미가 훨씬 소중했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집어넣었다.

안전이 확보되고 나서야 갑옷을 해제하고 보관 상자를 아공간에 되돌렸다. 갑옷은 그 능력만큼이나 마기을 상당히 소모해 벌써 마기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황은 땅바닥에 떨어진 루나스의 파편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수란과 미나를 감고 있는 주변의 거미줄을 천천히 잘라냈다.

그리고 아직 거미줄에 감겨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수란과 미나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혔다. 몸에 엮인 거미줄을 루나스의 파편으로 쳐내기에는 위험했기 때문에 일단 몸이 묶인 채로 놔둘 수밖에 없었다.

“오빠, 죄송해요. 도움 드리려고 온 건데...”

“괜찮아. 화산 지대가 이런 곳인지 몰랐으니까, 어쩔 수 없지.”

거미줄에 묶여 엉덩이 사이의 항문을 드러낸 수란이 말했다.

“나도... 피해만 끼쳐서 미안하군. 날 살려준 그대의 부탁이라면 앞으로 무엇이든 들어주겠다.”

거미줄에 음란한 기능이라도 있는 건지 다리를 한껏 벌리고 있는 미나도 시황에게 미안함을 드러냈다. 미나는 음부를 더 이상 드러낼 수 없을 정도로 훤하게 드러냈음에도 지금은 정신도 어지럽고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도 있어서인지 전혀 민망해한 기색이 없었다.

“부탁을 다 들어준다고? 흐음, 알겠어. 어쨌든 지금은 물로 이 거미줄의 끈적임부터 제거하자.”

시황은 거대한 은빛 독니 거미가 만드는 마력 은실은 물로 씻으면 그 끈적임이 제거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곧바로 문을 소환해 먼저 수란과 미나를 성으로 옮겼다.

그리고 나무 사이에 있는 대량의 마력 은실을 잘라내 전부 성으로 가지고 왔다.

“하아앙... 이제 살 거 같다.”

케즈론의 성으로 오자 수란은 희열감이 느껴지는 신음을 토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줄줄 흐르는 그 더위에서 벗어나 겨우 살 것 같았다.

미나는 탈진 수준에 이르렀는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시황은 둘을 들고 목욕탕으로 갔다. 자신의 옷도 다 벗고 들어간 시황은 직접 샤워기로 수란과 미나의 몸에 덕지덕지 붙은 마력 은실을 떼어냈다. 아무래도 민감한 부위에도 마력 은실이 감겨 있다 보니 시황의 손에 닿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둘의 몸을 시황이 직접 다 씻겨주고, 알몸 그대로 침실에 눕혀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차가운 라민차를 만들어서 건네줬다.

수란과 미나가 홀짝이며 라민차를 마시는 동안 시황은 배를 채울 수 있는 각종 요리를 콘즈에게 말해 테이블에 올려뒀다.

“잠깐 쉬고 있어. 난 좀 더 둘러보고 올게. 배고프면 테이블에 있는 음식이라도 먹어.”

“고마워요. 잠깐만 쉬면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이 가봤자 오히려 민폐만 끼치는데다 시황이 얼마나 강한지 직접적으로 느꼈기 때문에 수란과 미나는 얌전히 시황이 시키는 대로 침대에서 쉬기로 했다.

소환단을 먹고 마기를 회복한 시황은 다시 투알 화산 지대로 돌아와 누에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몬스터를 만나는 족족 다 처리했다. 이전만큼 유용한 몬스터는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돌아다니고서야 겨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끈적끈적한 물에서 거대 용암 누에 3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누에가 용암처럼 뜨거운 불을 내뿜기는 했지만 드래곤의 비늘로 된 갑옷 덕분에 가볍게 알약을 먹이고 3마리의 누에를 확보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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