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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문을 열지도 않았음에도 케즈론 카페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핑크펫의 이벤트 때문이었다.
시황은 오픈 전,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을 둘러봤다. 특별히 의도한 것도 아닌데 전부 여자 직원들뿐이었다. 그녀들은 낮은 굽의 하이힐을 신고 진아가 새롭게 디자인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물론 그 유니폼마다 마력 은실로 보정 마법을 걸어뒀기 때문에 평범한 여자조차도 아이돌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옷을 직접 입은 당사자들도 그걸 느꼈는지 유니폼을 입은 이후부터 계속 속닥이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케즈론 카페의 정직원이 된 김송아도 이전부터 일을 해온 한시영에게 그 놀라움을 나타냈다.
“케즈론 카페 유니폼을 입으니까 저 갑자기 엄청 예뻐진 거 같아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니죠?”
“나도 반신반의 했는데 아무리 거울을 봐도 예뻐진 게 맞는 거 같아. 옷에 조명이 달렸나? 이 유니폼이 천만 원이 넘는다던데 괜히 그런 가격이 아닌가봐.”
“진짜 대박 아니에요? 도대체 어떻게 옷 하나로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걸까요?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지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여기에 아이돌들 모여 있다고 착각할 거 같지 않아요?”
“야, 그 정도는 아니다. 저기에 있는 진짜 아이돌 보면 수준이 다르잖아. 얼굴 예쁜 것도 예쁜 건데 머리가 작아서 비율이 진짜... 말도 안 나온다. 정말.”
“아... 그러게요. 천만 원 넘는 유니폼 입어도 아이돌한테는 안 되는구나.”
확연할 정도로 예뻐진 자신의 모습이 기뻐서 들떠있던 김송아가 저 앞에서 테이블에 앉아 대표인 시황과 얘기를 나누는 가을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케즈론 유니폼을 입기 전에도 스스로의 얼굴에 자신감이 있었고, 입은 후에는 마치 아이돌처럼 보일 정도로 말도 안 되게 예뻐졌음에도 진짜 아이돌인 가을과 비교하면 그저 일반인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그런데 점장님은 아이돌한테도 안 밀리네요?”
핑크펫과 같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은지를 보며 김송아가 말했다.
“너야 이제 들어와서 모르겠지만 우리 점장님 옛날부터 예쁘기로 유명했어. 오죽하면 점장님 보러 매일 오는 사람도 있었다니까.”
“진짜요? 얼굴도 예쁜데 케즈론 카페 점장이면 돈도 엄청 받겠죠? 부럽다... 대표님하고도 엄청 친해 보이는 것도 부럽고... 아, 부럽다. 부러워.”
“너만 부럽냐. 대표님이 우리 점장님 챙기는 거 보면 진짜 부러워서 속이 뒤집어져. 점장님 퇴근할 때 한 번씩 대표님이 고급 외제차 몰고 마중 나올 때도 있거든? 그런 날만 되면 다들 둘이 사귀는 거 아니냐고 엄청 난리 난다니까.”
“근데 검색해보니까 대표님 가을하고 사귄다는 말이 있던데요. 사실은 점장님하고 사귀는 거예요?”
포털 사이트에 가을이나 시황의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둘의 이름과 열애라는 단어가 꼭 떴다. 정확한 증거가 나온 건 아니지만 과거 행사할 때 서로 웃으면서 얘기하던 사진과 그 후에 케즈론이 핑크펫에 비싼 드레스를 지원해주는 등 왠지 모르게 그런 냄새가 풍기는 일이 번번이 있어 왔다. 그러다 보니 둘이 사귀는 게 아닐까 하고 다들 추측만 하는 중이었다.
“나야 모르지. 어쨌든 누가 사귀든 사귀는 여자만 복 받은 거지.”
“그러게요. 에휴.”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지만 시황이라는 존재는 찌를 수도 없을 만큼 저 먼 하늘에 달려있었다.
부러움에 연신 한숨을 쉬면서도 김송아는 셀카를 찍는 건 잊지 않았다. 이 아름다움 모습을 SNS에 올려 자랑하고 싶었으니까.
직원들이 분주히 준비를 하면서도 셀카를 찍는 사이, 이번 이벤트를 위해 핑크펫도 아침 일찍 나와 케즈론 카페의 새로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가을은 물론이고 소호와 제인, 그리고 핑크펫의 남자 매니저가 카페 한 쪽에 있는 자리에 앉아 시황과 함께 커피를 마셨다.
“유니폼 어때? 예쁜 것 같아?”
“정말 예쁜데요? 저희 이 유니폼 입고 행사 나가도 될 것 같아요. 역시 케즈론에서 만든 것치고 안 좋고 안 예쁜 게 없다니까요. 제 소원이 돈 많이 벌어서 케즈론에 나오는 것들 사서 모으는 거예요.”
“하하. 고마워.”
시황의 간단한 질문에 소호가 단번에 칭찬을 늘어놨다. 입에 발린 말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케즈론은 여자들에게 있어 꼭 갖고 싶거나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옷 너무 비싸서 혹시 훔쳐가거나 하는 사람 있지 않을까요?”
소호가 조금 걱정스럽게 물었다.
“일단 감시카메라를 다 달아놔서 훔쳐가도 바로 잡을 수는 있을 거야. 직원들에게도 말을 했으니까 그런 마음을 품기는 좀 어렵겠지?”
유니폼의 가치가 한두 푼도 아니고 수천만 원이나 했다. 사람이라면 순간 나쁜 마음을 먹어도 이상치 않을 만큼의 대단한 가치였다.
시황도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감시카메라는 물론이고 만약 옷을 훔친다면 즉시 시황에게 그 위치와 주변의 모습이 계속해서 전송되는 보안 아이템을 옷 마다 장착해뒀다. 그리고 도저히 안 되겠으면 옷을 단번에 불태워버리는 기능도 있었다. 아깝긴 하지만 어차피 옷을 만드는데 큰돈이 드는 건 아니었으니까.
“제가 성격과 심성을 보고 뽑았기 때문에 옷을 훔치거나 할 애들은 없을 거예요.”
가만히 듣고 있던 은지가 한마디 했다. 어쩐지 직원 중에 도둑질을 할 사람이 있다는 듯 들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직원의 대부분은 이때까지 같이 일을 해온 애들이고 이번에 뽑은 애도 예쁘거나 능력이 있는 사람보단 심성이 좋고 성실한 사람 위주로 뽑았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은지는 직원들을 믿었다.
“죄송해요.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었어요.”
말이 지나쳤다고 생각한 소호가 바로 사과했다.
“아니에요. 그만큼 오빠가 만든 옷이 대단하니까요. 사실 저도 갖고 싶은 욕심이 나는 걸요.”
“그죠? 제가 그래서 그런 말 한 거예요.”
소화와 은지가 유니폼에 대한 극찬을 하는 중에 카페의 직원용 입구가 열리고 은비와 매니저가 들어왔다.
마력 은실로 보정된 옷을 입지도 않았음에도 은비가 들어오자 조명이라도 켠 듯 주변이 환히 밝아지는 듯했다. 모두가 극찬하는 미모답게 은비는 단연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은비다!”
“은비가 왜 왔지?”
“대박, 은비 실물로 처음 봐.”
일을 하던 직원들도 술렁거리며 은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 은비야 아침부터 어쩐 일이야?”
은비가 올 거라고는 짐작도 못했던 가을이 놀래서 물었다. 아무래도 은비에게 켕기는 게 있다 보니 가을의 표정이 조금 불안해졌다.
“오늘 오빠가 이벤트 한다고 해서 나도 도와주려고 왔지. 잘 부탁해.”
가을에게 웃으며 대답한 은비는 카페 사람들과 핑크펫 멤버들에게 인사를 했다.
시황은 도와주러 온 은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오늘 와줘서 고마워. 바쁘면 안 와도 되는데.”
“꼭 도와주고 싶어서 왔지. 옷 어디 있어? 나도 갈아입을게.”
은비는 슬쩍 가을을 봤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내가 가르쳐줄게. 스태프실이 2층에 있거든.”
시황은 은비를 데리고 2층에 있는 스태프실로 갔다. 다들 오픈 준비를 하고 있어서 분주하게 돌아다녔지만 스태프실은 시황과 은비밖에 없었다.
“자, 이거 입어.”
탈의실에 걸린 유니폼과 독특한 디자인의 고급스런 힐을 건네줬다. 은비가 온다고 해서 특별히 준비한 하이힐이었다. 발이 편안한 건 물론이고 체력 소모도 감소해서 나중에 또 일을 해야 하는 은비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야!”
그런데 은비는 바로 옷을 입지 않고 시황을 불렀다.
“응? 왜? 옷 안 입어?”
“가을이랑 무슨 일 있었지?”
“무슨 일? 아무 일도 없었어.”
무슨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시황은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은비는 한참 시황을 노려보다 갑자기 다가와 입을 맞췄다. 문 밖에서 청소를 하는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지만 은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시황이 놀래서 쳐다봤다.
“이러다가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상관없어. 스캔들 나면 왜? 나도 좋아하는 사람 정도는 있어도 되잖아?”
“그건 그렇지만...”
은비는 시황과 가을이 왠지 심상치 않은 냄새를 풍기는 걸 보고 차라리 먼저 자기가 스캔들을 내버릴까 하는 충동적인 생각이 종종 들곤 했었다. 스캔들이 나고 전 국민이 시황과 그런 사이라는 걸 알면 가을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까?
“키스해줘.”
다시 은비가 다가와 시황에게 입을 맞추려고 했다.
어느 정도 선을 넘지 않는 시황의 미적지근한 반응 때문일까? 점점 여자들이 어중간한 관계를 넘어서기 위해 도발적으로 시황에게 달려들었다.
“잠깐만 키스는 조금 있다 해줄 테니까, 일단 옷부터 입어. 얼마 안 있으면 오픈해야 돼.”
“칫.”
은비도 뭐가 중요한지는 알고 있었다. 바로 탈의실에 들어가서 시황이 준 옷을 갈아입었다.
그런데 옷을 갈아입으며 생각할수록 시황과 스캔들을 내는 게 나빠 보이지 않았다. 눈에 단연 띄는 존재가 가을이라 그렇지, 가을 외에도 경쟁자가 한 둘이 아니었다. 심지어 언니인 루비도 어디서 소식을 듣는지 자꾸 시황 얘기를 해서 매우 거슬리던 참이었다.
옷을 다 입은 은비는 탈의실을 나왔다.
인기가 중요하다는 건 안다. 스캔들이 생기면 그 파급력도 안다. 하지만 그보다 시황의 사랑이 더 중요했다. 스캔들이 생긴다고 끝도 아니었고 충분히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어느 정도 마음의 결정을 지었다. 떨리기는 했지만 가을이라는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이 수밖에 없었다.
시황과 탈의실에서 내려온 은비는 직원들 보는 앞에서 일부러 더 시황과 친한 척을 했다. 시황이 하는 말에 과장되게 웃고 어깨나 허벅지를 때리는 등의 가벼운 스킨십도 했다. 누가 봐도 친하다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러자 바로 반응이 왔다. 시황을 눈여겨보고 있던 김송아가 바로 한시영에게 작게 속삭였다.
“선배님, 은비도 대표님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가을을 슬쩍 노려보면서 엄청 친한척하는데요. 둘이 지금 대표님 놓고 싸우는 거 같아요.”
“에이, 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지금 최고 인기 있는 여배우인 은비하고 요즘 대세인 가을이 동시에 대표님을 좋아한다고? 너 그거 인터넷에 올리면 전부 비웃는다. 뭐, 근데 내가 봐도 친해 보이기는 한데 사귀는 거 까진 모르겠다.”
“아닌가?”
김송아가 추측한 게 맞았지만 은비와 가을의 이름값이 너무 높다 보니 그 둘이 시황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스캔들이 나게 노력했음에도 아직까진 은비의 뜻대로는 되지 않았다.
어느덧 오픈 시간이 되었다.
카페의 문이 열리자 이른 아침부터 줄 서 있던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런데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카페에 더 많은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것도 다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연신 케즈론 카페 유니폼을 입은 핑크펫의 사진을 찍어댔다.
그들이 비록 핑크펫의 팬이기는 했지만 여자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존재가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
“은비다!”
“은비도 왔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카페에 마련된 기자석에서 기자들도 연신 셔터를 눌렀다.
그런 기자들을 의식하고 은비는 시황과 더욱 친근한 모습을 내비췄다. 대놓고 스캔들을 내기 위한 노력이었다.
단순 이벤트라기에는 은비와 가을의 사랑싸움이 돼버리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바야흐로 새로운 카페 케즈론 청담점이 오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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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 카페 청담점 오픈 기사가 빠르게 올라왔다. 그 기사들에는 보정조차 하지 않은 핑크펫과 은비의 사진들이 올라왔음에도 안정적인 미모를 선보여 사진을 화보처럼 만들어주었다.
이 사진들은 주로 남자들이 많이 하는 커뮤니티에 [오늘의 핑크펫.jpg], [오늘의 은비.jpg]등의 이름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그 사진이 묘한 게 스캔들을 내기 위해 노력한 은비보다 가을과 시황이 웃으면서 얘기하거나 웃는 모습이 더 많았다. 누가 봐도 둘이 친한 걸 넘어 진짜 연애라도 하나 싶을 정도로 다정한 모습이었다.
사진이 올라온 기사들만 봐도 [공개 연애 중인 케즈론 대표와 가을], [소문의 열애설은 사실?]이라는 제목 등으로 요즘 대세인 가을의 열애설을 암시하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클릭수를 유도했다.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전 편에 진아가 반말을 해야 하는데 존댓말을 써버렸네요.
그 부분 수정했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