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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매장 오픈 날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초고가의 옷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사진과 기사가 올라오자 수많은 비난과 악플이 잔뜩 달렸다. 비싸기만 하고 별 다를 거 없어 보이는 옷이 저렇게 팔린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수많은 비판 중 [케즈론은 천박한 한국 부자들의 허영심을 노린 싸구려 명품 브랜드다]라는 댓글의 추천수가 끝없이 올라갔다.
[맞습니다. 명품이라는 건 가격만 올린다고 되는 게 아니죠.]
[명품이라는 건 디자이너의 철학이 녹아 있어야 합니다. 케즈론 옷에 무슨 철학이 있나요?]
[언론에서 띄워주고 비싸게 팔아먹는 거 사면 자기가 명품이 됐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많죠. 그런 심리를 잘 노렸다고 봅니다. 케즈론 대표 돈 벌줄 아네요]
패션 관계자들은 의외로 뛰어난 진아의 실력에 감탄해 기대감을 나타낸 반면 일반 사람들은 별다를 거 없는 흔한 옷으로 느꼈다.
커뮤니티에서도 상당히 이슈가 되자 케즈론 매장에 갔다 온 사람 중 하나가 평범한 디자인의 여름용 얇은 반팔 티 사진과 9,980,000원이라 적힌 가격표 사진을 올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비싸야 몇 백만 원이라고 생각했지 백화점가도 만 원주고 사는 반팔 티를 설마 천만 원에 팔고 있을지는 몰랐던 것이다.
[와, 미쳤네요. 저걸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있기나 합니까?]
[한국도 드디어 끝인가요? 유럽 명품 브랜드도 저 가격이면 미쳤다고 할 건데 이제 런칭한 브랜드 면 티가 천만 원이라니 ㅋㅋㅋㅋㅋㅋ 말도 안 나오네요]
[저 티에 얼굴 성형시켜주는 효과라도 가졌답니까? 저런 거 입는다고 안 예뻐집니다, 여러분들. 차라리 그 돈으로 성형을 하세요]
천만 원이나 하는 티의 가격 때문에 원래부터 부정적이었던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비난과 욕설 일변도가 되었다.
케즈론에 호의적이던 여자들도 그런 비난에 동참했다.
[케즈론 화장품 넘나 마음에 들어서 계속 구입은 할 거지만 저건 아니다. 저 돈으로 티 살 거면 다른 명품 브랜드 가방을 사지;]
[맞아. 에르메스 가방 사면 평생 쓰고 물려줄 수도 있는데 몇 번 빨면 늘어나는 저런 티를 왜 삼? 파는 놈도 ㅂㅅ이고 사는 놈들도 ㅂㅅ임.]
[가장 충격적인 건 저 티가 천만 원이면 다른 건 더 비싸다는 점이지. 원피스나 이런 건 몇 천만 원 할 듯.]
[이거 사주면 쓰레기같은 한국 기업들 다 따라 해서 옷 가격 올릴 듯. 절대 사주지 맙시다. 난 앞으로 케즈론 불매 운동함. 어차피 돈 없어서 못 사는 게 함정이지만 어쨌든 커피도 안 마실 거임.]
불매운동을 할 거라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그런데 이렇게 여론이 안 좋음에도 인터넷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자 궁금함에 사람들이 매장을 방문했다. 다른 명품 브랜드와 달리 항상 사람이 북적북적하니 수천만 원이나 하는 가격에 비해 들어가는 부담도 덜했다.
이렇게 들어 온 사람들은 단순히 옷 디자인과 가격만 보고 나오려고 했지만 직원들이 매우 공손하고 상냥하게, 그러면서도 적극적으로 시착을 권해 엉겁결에 옷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게 바로 시황의 승부수였다.
디자인이 아무리 뛰어나고 아름다워 봐야 결국 천 쪼가리로 된 옷이다. 초고가 명품을 표방하고 언론에서 띄워봐야 한국에서 만든 신생 브랜드의 옷을 몇 천만 원이나 주고 살 멍청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시황이 생각한 건 적극적으로 옷을 시착할 수 있게 해서 신비로운 보정마법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맛보게 하는 거였다.
초고가 브랜드의 옷을 부담없이 입어보라고 권유하면 사지는 않더라도 한번 입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사람이었다. 그런 심리를 노린 것이다.
한번 보정 마법의 효과를 본 사람은 그 중독성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결국 무리를 해서라도 구입을 하게 된다. 아름다움이란 여자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이렇게 구입한 여자들은 기쁜 마음에 자랑을 할 겸 사이트나 블로그에 글을 썼다.
조물주보다 뛰어나다는 건물주의 딸인 혜린도 케즈론 매장에서 옷과 하이힐을 사고 케즈론 카페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우아하게 먹는 사진과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물론 그냥 옷과 하이힐 사진만 올린 게 아니라 그걸 입은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도 당당하게 찍어서 올렸다.
[오늘 케즈론 매장 갔다가 이 원피스 넘나 예뻐서 바로 사버렸다. 가격보고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넘 예쁜 걸 어떡함 ㅠㅠ 내 눈에만 예쁜 건 아니겠지? 아, 글고 하이힐도 신었다가 넘나 편해서 나도 모르게 사버렸다 ㅠㅠ 신기하게 케즈론 하이힐은 굽이 12센티미터나 되는데도 꼭 운동화 신은 것처럼 편하다. 다른 명품 하이힐은 가격만 비싸고 너무 불편해서 안 신게 되는데 케즈론 하이힐은 매일 신을 수 있을 것 같아 ㅠㅠ 그래서 그런가? 다른 하이힐하고 다르게 자세도 바르게 돼서 건강에도 엄청 좋을 것 같음!! 하여튼 돈은 많이 썼지만 간만에 만족하는 쇼핑이었다 ㅋㅋ]
케즈론에서 산 원피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혜린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취해 케즈론 매장의 거울에서 사진을 수십 장을 찍고, 기분 내킨 김에 간 케즈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 케이크를 먹는 모습 등 어마어마하게 사진을 찍어 예쁘게 나온 것들만 블로그에 올렸다.
평소와 다르게 자신이 너무 예쁘게 보여서 셀카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아는 친구들이 정말 예쁘다든가 얼마나 비싸냐 등 평범하게 부러워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건 잠깐의 평화일 뿐이었다.
케즈론을 검색했다가 우연히 이 블로그를 들린 한 네티즌에 의해서 혜린의 글이 부분 편집되어 유머 게시판에 올라왔다.
얼굴이 모자이크조차 되지 않고 케즈론 카페에서 다리를 꼬고 하이힐을 드러내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찍은 사진과 함께 케즈론 하이힐이 운동화처럼 편해서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는 글이 같이 붙여져 완전한 조롱거리가 되었다.
[비싼 돈 주고 옷 사더니 정신 나간 듯 ㅋㅋㅋ]
[하이힐 신으면 무지외반증 걸려서 나중에 고생한다. ㅉㅉㅉㅉ 무식해서 비싼 거 사면 건강에도 좋은 줄 아네]
[진짜 무식하긴 하다. 굽 높은 하이힐 신으면 무게가 앞으로 쏠려서 척추전만증의 원인이 되는 것도 모르네.]
시황이 건강을 위해서 하이힐에 건강 관련 마법을 걸었지만 일반인들이 그걸 알 수는 없었다. 오히려 알면 안 되는 사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혜린의 블로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가 테러를 감행했고 순식간에 댓글이 수백 개 넘게 달리며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갑자기 달린 많은 댓글에 기대감을 갖고 확인을 한 혜린은 심한 욕설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큰 상처를 받고 엉엉 울던 혜린은 아무도 글을 쓰지 못하게 댓글을 막았다.
혜린이 한 거라고는 케즈론에서 옷과 하이힐을 사고 받은 느낌 그대로 하이힐이 건강에 좋을 것 같다고 말한 것뿐이지만 이미 사람들에게는 돈만 많은 무식한 년이 되어버렸다.
이 모든 걸 자신의 방 테이블에 앉아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시황은 직접 혜린에게 쪽지를 보냈다.
어차피 물건은 예상 이상으로 잘 팔리고 있어서 네티즌의 반응에 크게 신경 쓸 건 없었다.
하지만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물건을 구입했다가 의도치 않은 피해를 받은 혜린에게는 뭔가 보상을 해줘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케즈론 대표 강시황입니다. 저희 케즈론을 구입하시고 뜻하지 않은 불편을 겪으셔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죄의 의미로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제 쪽지로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 주신다면 최대한 빠르게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죄드립니다.]
쪽지를 받은 혜린은 혹시 네티즌의 장난인가 싶어 시황의 신분을 확인을 하고서야 주소와 전화번호를 쪽지로 보냈다. 설마 대표인 시황이 사과문을 보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기분이 상당히 풀리기는 했다. 케즈론의 옷을 사서 욕을 먹기는 했지만 케즈론이 잘못한 건 아닌데 저렇게까지 대표인 시황이 죄송해하자 혜린은 케즈론에 대한 호감이 더 크게 생겨났다.
쪽지를 주고 받은지 이틀 후, 정말 케즈론에서 택배가 왔다. 직접 케즈론 직원이 전달하러 왔는지 정장을 입은 남자가 방문해 사과의 말과 함께 박스를 건네주고 갔다.
어떤 선물인지 궁금함에 박스를 열어본 혜린은 경악을 하고 말았다.
1억 원짜리 초고급 화장품 세트와 바디 클렌저, 주름 개선 에센스가 들어 있었다. 혜린도 지금 케즈론 화장품을 쓰고 있었지만 그건 제일 싼 천만 원짜리였지 이런 비싼 건 살 생각도 못했었다.
물론 1억 원짜리라고 해서 제조원가가 대단히 비싼 건 아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라롤린의 함량 차이와 유리병의 고급스러움의 차이만 있을 뿐 다른 건 다 똑같았다. 그럼에도 효과만은 확실해 모든 여자들이 갖고 싶은 꿈의 화장품이기도 했다.
악플을 받았을 때 이상으로 손을 벌벌 떤 혜린은 바로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시황이 보낸 쪽지에 적절히 모자이크를 하고 보내온 상품들의 사진과 더불어 그간 있었던 일에 관해 상세하게 내용을 썼다. 이미 네티즌들은 혜린의 블로그를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글이 올라오자마자 바로 온 커뮤니티로 퍼져나갔다.
글을 본 네티즌들은 케즈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도 1억 원이 넘는 걸 소정의 상품이라 말하며 선물을 한 시황에게 혀를 내둘렀다.
[케즈론 개 싫지만 솔직히 이건 인정. 다른 한국 기업이었으면 이용자가 욕을 처먹든 말든 신경도 안 썼을 게 분명함]
[솔직히 마녀사냥이긴 했어요. 자기 블로그에 옷 마음에 든다고 글 쓴 건데 저렇게 욕먹을 일까진 아니었죠. 하이힐 건강 드립은 좀 웃기긴 했지만 케즈론에 반감 있는 사람들이 좀 지나치긴 했습니다.]
[케즈론 대표 그릇이 다르네요. 소정의 상품이라 해놓고 1억 원이나 하는 걸 선물할 줄이야... 저러니 가을도 케즈론 대표에게 끌린 거겠죠?]
->[케즈론 대표랑 가을이랑 안 사귀는데요. 수백 번을 말을 해도 둘이 사귄다는 말은 계속 나오네요]
시황의 어마어마한 보상으로 케즈론을 극렬하게 비난하고 욕하던 분위기는 조금 사라졌다. 좀 심했다는 자성의 글도 올라오기도 하는 등 어느 정도 진정이 되기는 했지만 겉보기에만 그럴 뿐 기본적으로 가격에 대한 반감은 남녀 불문하고 여전히 다들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시황은 한가지 이벤트를 생각했다. 바로 케즈론 매장에서 옷을 시착만 해봐도 케즈론 화장품 샘플을 무료로 주는 이벤트였다.
공장을 돌려 샘플을 대량생산하는 등 준비를 갖추고 홈페이지와 뉴스로 이벤트를 홍보했다.
화장품 샘플 별건가 싶어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케즈론 화장품은 가격 단위가 다른 만큼 샘플이 다른 화장품 수준으로 거래가 되고 있었다.
옷을 살 마음이 전혀 없더라도 샘플을 얻기 위해 수많은 여자들이 케즈론 매장으로 몰려들었다.
비난을 하든 뭘 하든 여자라면 보정 마법이 걸린 케즈론 옷을 입는 순간 바로 넉다운이엇다. 아름답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샘플만 받으러 왔다가 옷을 사가는 사람도 상당 수 있었다.
이 이벤트로 여자들은 케즈론의 옷이 왜 인기가 있는지 단번에 느꼈다.
여자들에게 있어 케즈론 브랜드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초고급 명품이라는 인식을 완벽하게 갖기 시작하고 여자들이 가장 갖고 싶은 명품의 반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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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케즈론으로 온 커뮤니티가 떠들썩한 가운데, 어느새 가을이 찍은 드라마 첫 방영일이 다가왔다.
시황은 가을과 함께 드라마 보고 기념하기 위해 고급 한우를 사들고 핑크펫의 숙소로 갔다.
겨우 스케줄을 빼서 자신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가을과 다르게 소호와 제인은 바쁜 스케줄 때문에 또 숙소를 비울 수밖에 없었다.
이미 해가 지고 어둑해진 밤.
드라마가 시작하는 밤 10시가 되기 전, 시황은 가을과 함께 고기를 구워먹었다. 입에서 녹아내리는 최고급 한우를 배부르게 먹고 간단히 양치질을 한 뒤에, 시황과 가을은 거실 소파에 앉아 드라마가 시작하길 기다렸다.
“드라마 촬영 안 힘들었어?”
“스케줄도 바쁘고 연기도 처음이라 고생을 하기는 했어요. 사실 제가 연기를 너무 못해서 다들 뭐라고 할 거 같아 지금 엄청 무서워요.”
시황의 어깨에 기댄 가을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움이 가득했다. 원체 자신감 없는 아이인데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거라 불안감이 가득한 듯 했다.
시황은 그런 가을을 감싸 안아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TV에서는 가을이 주연한 드라마가 시작했다.
“앗, 시작한다. 내가 보고 어떤지 확실하게 말해줄게.”
자신의 연기에 대한 걱정으로 근심어린 표정의 가을과 다르게 시황은 가을의 가슴을 만지며 흥미진진하게 드라마를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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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