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506화 (505/629)

0506 ------------------------------------------------------

드래곤 루나모스

“꼭 이렇게 아프게 해야 되는 거야?”

시황은 목 뒤를 만졌다. 구멍이라도 났을까 싶어 살폈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어쩔 수가 없어요. 단순히 육체를 뛰어넘어 정신과 존재의 본질자체에 드래곤의 힘을 새겨 넣기 때문에 고통을 억제할 수가 없어요. 그나마 그 의자가 케즈론 님께서 드래곤의 힘을 고통 없이 새겨 넣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초월적인 도구라서 그 정도밖에 안 아픈 거예요.“

“그래? 그게 고통이 없는 거라니 엄청 아팠는데...”

얼마나 아팠는지 발기했던 성기도 어느새 겁먹은 맹수처럼 쪼그라들어서 얌전히 늘어져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 고통으로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능력을 가지게 되는 건 복권 당첨 따위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할만한 이득이었다.

“그럼 한 번 시험해볼까? 바로 말만 하면 되는 거야?”

용언이라는 힘을 얻었으니 바로 시험을 해보고 싶었다. 마치 새 컴퓨터를 산 아이처럼 흥분으로 가슴이 떨렸다.

“하고자 하는 걸 생각하고 그 의지를 담아서 목적을 가진 말을 하시면 돼요. 이미 용언이 존재 자체에 새겨졌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렇구나.”

콘즈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의미를 이해했다. 시황은 잠시 고민하다가 앞에 발가벗은 채로 있는 라무시아를 바라보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떠올라라!”

라무시아가 부드럽게 허공에 떠올랐다.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 떠오를지 명확한 이미지를 지니고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먹자 마기가 자동적으로 흘러나오며 마법이 발동되었다. 한 번의 시도로 대략적인 느낌을 알 수 있었다.

“뭐, 뭐냐. 이건.”

“한 번 시험해본거야. 이리와!”

한 번 더 용언을 사용하자 이번에도 마기가 흘러나오며 마법이 발동되었다. 라무시아가 무중력 상태라도 된 듯 아무런 흔들림조차 없이 허공에 뜬 채로 부드럽게 움직여 시황의 품에 안착했다. 시황은 라무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생각보다 더 자연스럽게 용언이 작동했다. 존재 자체에 새겨졌다더니 걷기 위해 발을 움직이는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 사용할 수가 있었다. 비록 마기가 드래곤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보니 천지가 진동할 만큼 위력적인 마법을 쓰기는 어려웠지만 자유자재로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을 가볍게 초월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기분 좋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라무시아가 기분이 좋은 듯 눈을 감고 손길을 음미했다.

라무시아를 보고 있으니 지금 이 상태에서 특이 능력으로 익히 황홀을 쓴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특이 능력도 사용법은 용언하고 비슷해?”

“같아요. 대신에 특이 능력은 말을 내뱉지 않고 쓰고자 하는 기술을 사용하면 돼요. 일단 특이 능력을 쓰겠다고 의지를 먹으면 관련사항이 시야에 표시될 거예요.“

“고마워.”

시황은 콘즈가 가르쳐준 대로 특이 능력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력을 끌어냈다. 그러자 시야에 특이 능력 3가지가 사용 가능이라는 정보와 함께 떴다. 황홀이라고 적힌 부분을 바라보자 조금 더 상세한 정보가 뜬다.

[황홀 : 원하는 대상의 쾌감을 일시적으로 증가 시키는 특이 능력. 미리 마력을 통해 사용량을 충전하기 때문에 언제든 마력을 소모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5회 사용 가능]

라무시아를 바라보며 시황은 황홀을 사용했다. 용언과 다르게 마기를 전혀 쓰지 않고 능력이 발동했다. 특이 능력 또한 용언처럼 존재자체에 각인된 능력이기에 그것을 사용하는데 있어 손발을 움직이듯 매우 자연스러웠다.

마기가 일지 않는 건 물론이고 어떠한 효과나 효과음도 없었지만 라무시아는 쾌감이 증가하는 황홀이라는 특이 능력에 걸렸다. 시야에는 라무시아에게 걸린 황홀 능력이 1분 30초 남았다고 표시되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1초씩 감소되었다.

시황은 다시 라무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아...”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라무시아는 진득한 숨을 토해냈다. 겨우 머리를 쓰다듬는 것만으로 은근한 쾌감을 느끼며 성적으로 흥분을 한 것이다.

황홀이라는 특이 능력은 몸 전신을 강렬한 성감대로 만드는 것처럼 가벼운 스킨십만으로도 오르가즘에 가까운 쾌감을 느끼게 되는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기분 좋아?”

반응이 궁금해서 직접적으로 물었다.

“...”

그런데 라무시아는 품에 안겨서는 신음만 흘릴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쾌감에 심취한 것이다.

시황은 장난삼아 머리를 쓰다듬는 걸 멈췄다.

“뭐하는 거냐. 빨리 쓰다듬어라.”

노예의 맹약까지 맺어놓고는 라무시아는 시황을 바라보며 빨리 다시 머리를 쓰다듬으라고 말하더니 손을 잡아 직접 자신의 머리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마치 고양이가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조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머리만 쓰다듬는 건데도 기분 좋아? 흥분 돼?”

음흉한 말을 하고 싶어 이런 식으로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저 황홀을 걸었을 때 느끼는 쾌감의 정도가 궁금했다.

“기분 좋다. 마치 네가 나의 생식기를 만져주는 것처럼 찌릿찌릿하다. 그러니까 빨리 만져라.”

시황은 다시 라무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다시 라무시아가 음란한 숨을 토해내며 얼굴 가득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저 머리를 쓰다듬었을 뿐인데 음부를 만져주는 것과 같은 쾌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그러면 밑에를 만져주는 게 좋아? 지금 머리를 쓰다듬는 게 좋아?”

라무시아의 음부를 만지며 물었다.

“당연히 생식기다. 머리 쓰다듬는 것도 좋지만 난 역시 여기가 더 좋다. 하아... 네가 그 말하니까 또 기분이 이상해진다. 여기 핥아주지 않겠나?”

라무시아가 자신의 음부를 가리켰다. 벌써부터 꿀과 같은 달콤한 애액이 흘러나오는 게 머리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흥분하고 있었다. 다만 황홀을 걸고 머리를 만지는 게 생식기를 자극하는 수준의 자극까진 아닌 듯 했다.

대략적인 정보를 알았다. 더 자세한 건 집에 돌아가서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이정도 만으로도 황홀이라는 능력이 가진 위력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건 나중에 해줄게. 지금 할 게 많거든.”

라무시아가 실망함과 동시에 시야에 나타난 시간이 전부 감소되고 황홀 능력이 끝이 났다. 1분 30초밖에 되지 않다 보니 순식간에 끝난 감은 있었다.

시황은 다시 7레벨 유산을 확인했다. 가장 관심이 갔던 드래곤의 권능과 특이 능력을 선택하고 나니 로쉘 행성 관리권이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로쉘 행성이라 함은 노예를 구하러 가서 아루와 만난 뜻 깊은 행성이었다.

“콘즈야.”

“네. 시황 님.”

어느새 사라졌던 콘즈가 다시 나타나며 대답했다.

“로쉘 행성 관리권은 정확하게 무슨 뜻이야?”

“써진 대로 로쉘 행성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에요. 비를 내리게 한다든가, 태풍을 소멸 시키는 등 신적인 기적을 행할 수도 있고 평범하게 행성을 방문해서 왕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극진한 대접? 그런데 막상 가도 내가 관리하는 사람인지 모르지 않을까?”

“시황님께서 행성의 주인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는 성녀가 있어요. 차원문을 통해 행성을 가는 순간, 성녀가 바로 알아차리고 시황 님을 모시러 올 거예요. 아니면 직접 성녀가 있는 곳으로 가셔도 되고요.”

마치 신이 된 게임처럼 로쉘 행성을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권한이었다. 그런데 분명 로쉘 행성에 갔을 때 관리자라는 존재를 만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거기도 관리자라는 사람이 있지 않아? 그 사람들이 행성을 관리하는 거 아니었어?”

“각 행성의 관리자는 케즈론 님께서 모든 행성을 다 관리하기 귀찮고 불편해서 둔 존재들이에요. 7레벨의 유산으로 로쉘 행성의 관리권을 받았기 때문에 시황 님께서는 로쉘 행성에 있는 관리자의 주인이 되는 거예요. 주인인만큼 관리자에게 각종 임무를 내릴 수도 있고 행성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요.”

관리자라는 존재를 처음 만났을 때는 너무 대단하게 보여 행성을 관리하는 신 같은 존재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케즈론에게 행성을 관리하라 명을 받은 존재일 뿐이었다. 과거엔 신처럼 대단하다고 느껴졌던 관리자라는 존재가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렇게까지 대단한 존재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시황이 막대한 유산을 받고 드래곤을 노예로 거느릴 만큼 대단한 성장을 이루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음...”

사실 행성 관리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성녀가 마중을 나온다고 하는 부분에 흥미가 생겼다. 성녀라고 하면 고결함의 상징 아닌가?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흥미 자체는 있었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시황은 다시 7레벨 유산 리스트에 눈을 돌렸다. 7레벨 도서 개방이라든가, 소환수 계약 등 아직 많은 유산들이 남아 있었다.

궁금한 건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유산으로 얻은 것들을 콘즈, 라무시아와 함께 둘러봤다.

처음 확인한 건 포션이었다. 7레벨인 만큼 포션의 능력이 대단했다. 파괴된 내부 장기를 재생시켜준다든가, 감기는 물론, 각종 질병을 단번에 낫게 하는 등 현대 의학으로 불가능한 일을 간단하게 해냈다. 그저 병에 든 포션을 마시는 것만으로 말이다. 거기다 이런 포션을 제작할 수 있는 방법까지 있어 시황이 마음만 먹는다면 의료계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을 하게 되면 사회적으로 상당히 곤란한 문제가 생길 게 분명했다. 이런 일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든가,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거면 시도조차 안 하는 게 좋았다.

다음으로 둘러본 건 영약이었다. 내공의 흡수를 도와주는 영약부터 그 유명한 만년설삼, 그리고 화룡지단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영약까지, 구대문파의 장문인조차도 구경조차 못할 어마어마한 영약들이 쌓여있다 시피 했다.

옷만 해도 이전처럼 사소한 능력들이 아니었다. 마법과 물리적인 공격을 막아주는 보호막이 걸렸다든가, 입는 것만으로도 자동으로 체력을 회복시켜줘 지치지 않게 해주는 옷 등, 엄청난 능력을 가진 옷들이 재고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격 세일이라면서 쌓아두고 파는 옷보다 더 많았다.

7레벨이 되면서 유산의 질이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상승했다.

특히 도서관에는 모든 사람이 꿈에서라도 익히길 꿈꾸는 금강불괴 같은 비급이 지천으로 깔려있었고 가상현실 게임을 만드는 방법이 완벽하게 적힌 책까지 존재했다.

저번에 콘즈가 7레벨이 되면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 수 있다더니 이걸 말했던 것 같았다.

다른 것보다 가상현실 게임을 만드는 건 상당히 끌렸다. 지금은 VR이라면서 얼굴에 스크린이 달린 기기를 써서 입체감을 느끼는 수준 낮은 가상현실이 개발되고 있는 중이라 책에 써진 대로 뇌파를 이용한 완벽한 가상현실 게임을 출시하는 건 지나친 오버테크놀로지이긴 했지만, 만약 출시를 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가상현실 게임은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아무래도 게임은 불치병을 치료하는 포션보다는 사회적 문제가 덜 할 테니 도전해볼만 했다.

의자에 앉은 시황은 턱을 매만지며 생각을 했다. 단번에 가상현실 게임을 출시하기보단 기술을 서서히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현재의 기술력을 뛰어넘는 스마트폰을 출시해보는 것도 고려할만 했다.

아무 말 없이 시황이 생각에 빠져있자 라무시아는 심심했는지 다시 시황에게 달라붙어 성기를 핥았다.

시황은 그런 라무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순식간에 대략적인 계획이 잡혔다. 하지만 지금 당장하기에 스마트폰을 만들긴 힘들었고 먼저 케즈론 카페와 패션 브랜드부터 안정화 시킬 필요가 있었다.

대충 생각을 마무리하고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5시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확인해볼 건 조금 남았지만 그건 천천히 보기로 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심심하다. 계속 여기 있을 건가? 집에 가고 싶다.”

마치 명절날 할머니 집에 것처럼 라무시아가 시황에게 집에 가자고 엉겨 붙었다. 섹스는 안 해주고 가만히 생각만 하고 있으니 상당히 지루했던 것이다.

막 돌아갈 참이었는데 라무시아의 칭얼거리는 말에 조금 놀려주고 싶은 마음은 생겼지만 다른 할 일이 있어 참기로 했다.

시황은 다시 콘즈를 불러 새로 열린 옷장에서 몇 가지 옷을 챙겼다. 그리고 라무시아와 함께 루나모스가 기다리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 작품 후기 ============================

쓰는 게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며칠 쉰 덕에 컨디션도 괜찮아져서 내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거꾸로 된 따옴표 수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