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539화 (53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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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그렇게까지 생각했을지 몰랐어. 미안, 유미야. 그 동안 내가 그런 부분에 너무 무신경 했던 거 같아.”

“헤헤. 아니에요. 저희가 오히려 미안해요. 괜히 저희 때문에 욕만 먹고. 전 누가 뭐라고 하든 오빠가 저희를 좋아해주기만 하면 돼요. 지금처럼 평생 같이 지내고 싶어요.”

유미는 시황을 끌어안았다. 자기들 때문에 괜히 시황이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서 미안하기만 했다. 모두가 좋아서 이렇게 지내는 건데 사람들은 시황이 유혹했다고 착각을 하는 듯 했다. 유미는 그저 지금처럼 계속 지낼 수만 있으면 그걸로 만족했다. 혼자 시황을 독점하지 못하는 건 아쉽긴 해도 그건 여자가 많은 만큼 양보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고마워. 나야 너희들이 괜찮다 하면 당연히 지금처럼 지내고 싶어. 혹시 유미는 나한테 바라는 점 없어?”

“음, 있어요.”

“뭐?”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오빠 애를 낳고 싶어요.”

유미에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지금처럼 같이 지내며 시황의 아이도 낳고 싶었다. 시황은 돈도 많으니까 충분히 모두를 부양할 능력이 있어서 무리한 부탁은 아니었다.

“유미가 원한다면야 해줘야지.”

시황은 유미를 쓰다듬었다.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을지는 몰랐다. 새삼 현실적으로 모든 걸 판단해두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인터넷 글을 보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유미에게서 확실하고도 현실적인 말을 들으니 상당히 안심이 되었다.

사실 처음 혜미와 스캔들이 나고 다른 여자들과 스캔들이 났을 때 욕을 먹을 거라는 사실이야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숨기지 않은 건 여자애들의 바람도 있었고 이미 숱한 스캔들 때문에 더 이상 숨기기 어려울 거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어찌됐든 모두에게 의견을 묻고 확실히 해둘 생각이었다.

“오빠, 저도 계속 같이 있고 싶어요.”

그때 아루가 다가와서 시황을 등 뒤에서 끌어안고는 말했다.

“그래, 아루도 평생 오빠랑 같이 지내자.”

아루야 애초에 다른 행성에서 왔으니 절대 헤어질 생각이 없었다.

“힘내요.”

옆에 있던 찬미도 시황을 끌어 안아주었다. 시황이 뭘 고민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사람들의 비난과 비판에도 자기들만 생각해주는 고운 마음씨에 새삼 감동스럽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남자를 안 좋아할 수 있을까? 모두들 같은 마음으로 시황을 좋아하는 거라 사람들이 비난을 한다고 해서 헤어지거나 마음이 떠날 일 자체가 없었다. 도리어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시황에 대한 마음만 확고해졌다.

“고마워, 찬미야.”

시황은 찬미와 유미, 아루까지 한 번에 끌어안아주었다. 마치 꽃다발을 품에 안은 듯 화사한 아름다움을 가진 세 명의 미인이 시황의 품에 안겨있었다. 안 그래도 시황이 예쁜 여자들과 사귀는 거에 배 아파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 이 장면은 중립적인 위치에 선 사람들조차 비난하게 만들 정도로 부러운 장면이었다.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 시황은 자연스럽게 찬미와 유미, 아루의 옷을 벗기고 섹스를 했다.

인형이 잔뜩 있는 아루의 방에서는 음란한 신음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섹스를 하고 난 시황은 저녁에 마치고 온 은지, 지숙, 현주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다들 시황과 헤어지지 않고 지금처럼 지내고 싶어 했다. 그녀들은 시황과 헤어지고 나면 인생의 근간 자체가 무너졌기 때문에 특히 더 시황과 헤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렇게 시황은 가을, 은비도 비롯해 진아까지 여자들에게 전부 의사를 물어봤고 그 누구도 헤어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뭐라 하든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확실히 여자들의 마음을 알고 나니 시황의 마음도 편해졌다. 이렇게까지 사랑받고 신용을 받는다는 사실에 감격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자들이 지지해주니 더 이상 인터넷이나 뉴스 등의 여론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지금처럼 앞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

스마트폰 개발 인력을 한창 모으는 와중 진아에게서 한 가지 소식이 들어왔다. 이전 스마트폰을 꾸준히 개발하던 큐인이라는 업체가 삼강전자와 피치 사의 경쟁에 밀려 거대한 적자로 매각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미 공개 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스마트폰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인수할 곳도 마땅치 않아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 충분히 인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케즈론의 자금력이라면 500억이 넘는 가격이라도 전혀 부담되지도 않았고 심지어 시황이 갖고 있는 보석 한두 개만 팔아도 그 정도 돈은 마련할 수 있었다.

사실 하나부터 해나가려면 수없이 많은 노력이 필요한 반면 이미 개발경험이 있는 업체를 인수하면 개발 공장이나 생산 장비, 각종 노하우 등이 전부 있었기 때문에 단번에 스마트폰을 개발할 수 있었다. 단순 인력을 뽑아서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

시황은 진아에게 말해 스마트폰 업체인 큐인을 인수하도록 말했다.

정상적으로 인수만 된다면 최첨단을 넘어 진보된 행성에서 가지고 온 스마트폰을 곧바로 발매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황은 스마트폰의 소재를 고민하고 있었다.

인수가 확정이 되려면 몇 달이 남기는 했지만 멀 것만 같던 스마트폰 개발이 벌써 코앞으로 다가온 듯 해 미리미리 준비를 해놔야 했다. 평범한 스마트폰을 만드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인수를 마치고 디자인을 가꿔줄 외형 소재를 찾는 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런 걸 물어볼 사람은 당연하게 루나모스밖에 없었기 때문에 시황은 곧바로 루나모스의 방으로 갔다.

루나모스의 방은 어느새 공간 자체가 확장되어 반은 방의 한쪽 벽면은 아예 루나모스의 성 중, 전에 시황이 갔던 서재와 완전하게 이어져 있었다. 믿겨지지 않을 만큼 기묘한 모습이지만 인지 저하 마법이 걸려있어 다른 사람들이 여기에 들어오더라도 이상한 점은 전혀 느낄 수는 없었다.

시황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체 모를 여자가 침대에 앉아 있는 루나모스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신비한 빛을 내며 고급스럽게 번쩍이는 갑옷을 입고 아름다운 흰 날개가 뻗어있는 모습은 평범한 방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이질적이었다.

“주인님, 오셨어요?”

뭔가 얘기를 듣고 있는 듯 하던 루나모스가 시황이 들어오자 곧바로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무릎을 꿇고 있던 갑옷을 입은 여자, 루펠린은 소스라치게 놀라 흠칫 몸을 떨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누가 왔는지는 몰랐지만 지고한 존재인 드래곤에게 주인이라고 불릴만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세상의 정점에 위치한 존재가 드래곤이었고 그들은 피조물에게 있어 신이나 마찬가지일 만큼 전지전능했다. 그러한 존재에게 주인이라 불릴 정도면 전설 속이긴 하나 세상의 모든 것을 관장한다는 주신이라도 되는 것일까?

루펠린은 긴장과 두려움으로 몸까지 뻣뻣하게 굳었다. 전능한 드래곤인 루나모스를 만나기 위해 얼마나 힘든 길을 걸어왔던가? 마왕에 의해 멸망해가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동료들을 희생했다. 그럼에도 세상은 점차 마왕의 손아귀에 빠져들었고 세상을 구할 유일한 방법은 지고한 존재인 루나모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뿐이었다.

기사단은 루나모스에게 향하기 위해 수많은 장치들과 위험한 몬스터들이 가득한 던전을 헤쳐 나갔고 비로소 루나모스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게이트를 찾아내었다. 그리고 드디어 여기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누구야?”

시황은 지나치게 이질적인 모습을 한 루펠린을 보고 물었다.

주신이라 생각되는 존재가 자신을 가리키며 묻는 말에 루펠린은 엄청난 긴장감으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저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아이에요. 지금 막 얘기를 듣던 참이니까 주인님도 같이 들어보시겠어요?”

“응? 나도? 알았어.”

왠지 흥미진진한 느낌이라 시황은 루나모스의 침대에 앉았다. 그러자 루나모스가 시황의 다리 사이에 파고들어 앉았다.

“다시 처음부터 얘기해 보렴.”

그리고는 드래곤만이 가진 위엄 넘치는 목소리로 루펠린에게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루펠린은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감히 고개를 들 수조차 없어 주신이 어떤 모습인지 조차 아직 확인하지도 못했다.

가볍게 심호흡을 한 루펠린은 하나씩 설명해나가기 시작했다.

“전 카필로니아 제국 성기사단의 기사단장 루펠린 페르마시온이라고 합니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법한 소개를 보자 시황은 호기심을 가지고 루펠린을 응시했다. 그녀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지금 카필로니아 제국은 위험한 힘을 사용하는 악의 존재에 의해 멸망에 치닫고 있습니다. 밀려드는 악의 군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수많은 병사와 기사가 죽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저희 제국은 물론이고 나아가 전 세계가 악에 물들어 다시는 회생조차 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전능하고 위대하신 존재인 드래곤 루나모스님께 도움을 청하기 위해 미천한 존재인 루펠린 페르마시온이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부디 저희를 가엾게 여기시고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말까지 듣고 나니 더 영화스러웠다. 하지만 평화로운 세계에 사는 시황이라도 저들에겐 지금 얼마나 큰 고통과 괴로움을 겪고 있는지 상상은 할 수 있었다. 가능하다면 도와주는 게 맞는 듯 했지만 그건 루나모스가 판단할 일이었다.

“너희들도 알겠지만 난 그런 싸움에 도움을 청한다고 해서 한쪽 편을 들어주지는 않는단다.”

“아...”

루나모스의 말에 루펠린이 크게 탄식했다.

루나모스가 말한 대로 한쪽 편을 들어주지 않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간절히 도와달라고 청할 수밖에 없는 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악의 존재에게 세상이 멸망당할 위기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간곡하게 요청해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위험한 힘을 사용해 세계를 멸망으로 몰고 가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이는구나.”

“그, 그렇다면...”

왠지 도와줄 것 같자 루펠린의 얼굴에 희망이 생겨났다.

“음... 어떻게 할까? 이런 건 내가 결정할 수 없으니 주인님께 물어보도록 하마.”

결국 결정은 주신에게 넘어갔다. 루펠린은 제발 자신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간절하게 빌었다.

“주인님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저 아이를 도와줄까요?”

“내가? 내가 그런 거 결정해도 돼?”

갑자기 자신에게 묻자 시황이 조금 당황스러워했다. 자신이 루나모스의 주인이기는 했지만 그건 섹스를 하려고 주인이 된 거지 이런 중요해 보이는 일을 결정하려고 주인이 된 게 아니었다. 정말 부담스러웠다.

“난 그냥 스마트폰 만들 때 쓸 만한 소재가 있나 물어보러 온 건데 말이야.”

“어떤 소재를 원하시는 건가요?”

루나모스는 루펠린을 앞에 두고 스마트폰 소재에 관한 얘기를 했다. 루펠린은 문명도가 낮은 세계에서 온지라 스마트폰이라는 게 뭔지도 전혀 몰라 중요한 얘기를 하는구나 하고 그냥 듣고만 있었다.

“단단하고, 가공하기 쉽고, 그러면서 가치 있어 보이는 거. 마력 은실처럼 마력을 머금으면 여러 보정효과를 담을 수 있으니 좋긴 하겠지만 그건 없어도 되고.”

“그러면 미스릴을 사용해보시겠어요?”

“미스릴? 미스릴이 뭐야?”

미스릴이라는 건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미스릴은 종이만큼이나 가벼우면서도 강철만큼 단단해요. 그리고 특유의 반짝거림은 그 어떤 소재보다 고급스럽고 아름답게 보이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또한 마력 은실처럼 마력을 모으는 성질이 있어 간단한 마법을 걸기에도 괜찮고요.”

“딱 내가 원하는 소재인데? 그거 어디서 구할 수 있어? 아, 그런데 이 얘기는 나중에 해도 돼. 지금 지금 오신 분 얘기가 더 중요하잖아.”

“미스릴은 대단히 희귀하고 귀한 금속이에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금 저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아이가 있는 카필로니아 제국에 그 미스릴 광산이 존재해요. 카필로니아 제국은 미스릴을 취급해 각종 무기나 갑옷을 만드는 걸로도 유명하거든요.”

“그래?”

설마 이야기가 이렇게 진행될지는 몰랐다. 루나모스의 말을 듣고 나니 확실히 미스릴라는 금속이 끌리긴 했다. 시황이 생각하는 모든 조건을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는 여자가 입고 있는 갑옷이 들어올 때부터 신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빛을 내서 신경 쓰인다 했더니 미스릴로 만든 듯 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마 저 아이를 도와주면 보상으로 미스릴을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도와드리면 유산 경험치에 들어가지 않으니 주인님께서 직접 도와주시고 받아오시겠어요?”

“마왕인가 하는 거 강하지 않아? 내가 못 이길 거 같은데.”

“걱정 마세요. 주인님이 가진 능력이면 충분하니까요.”

“루나모스가 그러면 그런 거겠지. 알았어. 도와줄게.”

갑자기 얘기가 진행되더니 주신으로 보이는 남자가 도와준다고 했다. 루펠린은 설마 일이 이렇게 잘 풀릴지 몰라 크게 당황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미천한 존재인 제가 앞으로 주신님의 시종을 들도록 하겠습니다.”

“주신?”

루펠린은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지만 정작 주신이라는 뜬금없는 말에 시황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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