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 문명 발전 ====================
상식적으로 칼로리 높은 디저트를 먹고 살이 찌는 게 아니라 빠진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다들 케즈론이라는 브랜드에 속아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바퀴벌레 같은 걸로 조작하지 않더라도 공정한 검사만으로도 케즈론의 신뢰성을 일시에 무너트릴 수 있었다.
한강규는 곧바로 비서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전화로 누군가와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꽤나 중요한 얘기를 하는 듯 목소리가 대단히 조심스러웠다.
이렇게 한강규가 무언가를 꾸미는 와중에도 케즈론이 새롭게 홍보하는 살이 찌지 않는 디저트는 파격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전에도 이런 유사한 콘셉트로 나온 카페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케즈론에서 파는 디저트는 맛 자체가 세상 그 어느 곳에서 만든 것보다 뛰어난데다 먹으면 먹을수록 살이 빠진다는 점이 달랐다.
이 분위기를 느낀 몇몇 유튜버들은 케즈론에서 파는 디저트를 잔뜩 사와서 정말로 살이 빠지는지 시험을 해보기도 했다. 먹기 전에 몸무게를 측정하고 디저트를 잔뜩 먹은 후에 몸무게를 측정하는 심플한 방식이었다.
반신반의하면서 시작하던 그들도 디저트를 먹고 몸무게를 측정하자 먹기 전보다 아주 살짝 몸무게가 감소한 걸 보자 깜짝 놀라며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다. 이런 케즈론 디저트 실험 영상의 댓글에도 케즈론 디저트를 먹고 나서 살이 안 찐다는 글들이 엄청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케즈론에서 만든 제품이다 보니 여자들의 반응이 엄청났다.
한창 케즈론 디저트에 관한 이슈가 이어질 무렵 구독자 수 100만 명이 넘는 유명 유튜버가 케즈론 디저트를 먹고 몸무게를 측정하는 영상을 올렸다. 다른 유튜버들과 다르게 나름 체계적으로 케즈론 디저트만 먹고 매일 몸무게를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첫날에는 몸무게가 약간 줄어든 듯 하더니 3일이 되는 날 몸무게가 1kg이나 증가하고 일주일이 지나자 3kg이 늘어나는 충격적인 영상이었다.
[여러분들, 케즈론 바이럴 마케팅에 속지마세요. 이게 진짜에요. 저도 케즈론이면 다르겠거니 하고 실험해봤지만 결과가 이렇네요. 사실 상식적으로 이런 고칼로리 디저트를 먹고 살이 빠진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제 영상을 보고 다른 분들은 속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모두 시청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제 영상이 마음에 드셨다면 모두 구독 한 번 눌러주세요. 다음에 더 재밌는 영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이 충격적인 영상은 곧장 디저트에 관심도 없는 사이트들로도 퍼져나갔다. 다들 케즈론을 극찬하는 와중에 뜬 영상이다 보니 그만큼 대단한 이슈를 몰고 왔다.
[ㅋㅋ 홍보 문구에 속는 사람들 많았나 보네. 저런 것도 믿고?]
[사실 저두 케즈론 디저트 먹고 살 쪘어요. ㅜㅜㅜ 다들 살 빠졌다고 해서 제가 뭐 잘못 한줄... ㅠㅠㅠㅠ]
[케즈론 바이럴 쩌네 ㅋㅋㅋㅋ 이때까지 다 알바 쓴 거 아님? ㅋㅋㅋㅋ]
영상을 본 사람들은 케즈론을 거세게 비난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살이 찌지 않는다는 홍보를 했는데 막상 실험을 하니 살이 찌지 않기는커녕 엄청나게 쪘으니까.
이 영상은 곧바로 기사화까지 되었다. 살이 빠진다는 마케팅을 했지만 실험을 해보니 살이 쪘다는 사실을 적으면서 지나치고 과장된 홍보에 열을 올리는 케즈론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가사 또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살이 빠진다는 영상은 수없이 많았고 살이 찐다는 영상은 거의 있지도 않았지만 기묘하게도 살이 찐다는 영상에 대해서만 빠르게 기사화가 돼서 전 사이트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아무래도 부정적인 것에 사람들의 흥미가 끌리고 기사화 자체가 큰 영향력을 지니다 보니 사람들은 순식간에 케즈론이 허위 과장 광고 했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영상을 보고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 그들은 직접 디저트를 먹고 살이 빠진 걸 체험한 사람들이었다.
[뭔가 이상함... 저도 맨날 몸무게 재보는데 살이 조금 빠졌어요...]
[저도 몸무게에 엄청 민감해서 맨날 재보는데 확실히 빠졌어요. 저 영상 측정을 뭔가 잘못한 게 아닐까요? 케즈론이 이때까지 물건을 그런 식으로 판적도 없었고요. 너무 성급한 기사 같아요.]
디저트 먹은 사람들이 많아서 기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할 무렵, 한 케이블 방송에서도 케즈론 카페의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해 다루었다. 비리와 불법을 추적해서 진실을 파헤치는 시사 프로였다.
방송의 시작은 케즈론 카페에서 홍보하고 있는 글귀였다. 마치 케즈론이 대단히 불법적인 걸 홍보를 하고 있는 듯한 배경음악과 함께 진지한 목소리의 성우가 대본을 읽어나갔다. 이어서 가정의학과 의사가 나와서 디저트의 칼로리에 대한 설명과 비만의 위험성, 고칼로리의 디저트로는 결코 살이 빠질 수 없다는 평범한 얘기를 했다.
여기까지가 전반부였고 후반부에서는 살이 쪘다는 구독자 100만 명의 유튜버 영상을 보여주고 나서 방송에서도 직접 실험을 감행했다. 이번엔 타사의 디저트까지 해서 실험을 했고, 변인통제를 한 체계적인 실험의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타사 디저트의 경우에는 일주일 내내 먹어도 불과 2kg 정도밖에 찌지 않았지만, 케즈론 디저트의 경우에는 3kg, 심지어 5kg까지 찌는 파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케즈론에서 만든 디저트는 홍보대로 살이 안 찌기는커녕 오히려 살이 더 많이 찌는 최악의 디저트라는 게 실험 결과로 증명되었다.
이 시사 프로가 방영되자마자 곧장 캡쳐가 되어 이용자 수가 조금 많다 싶은 사이트에는 전부 퍼져나갔다. 정말 쾌속한 속도였다.
방송에서까지 이런 실험 결과를 내놓자 옹호를 하던 사람들도 뭐라 옹호를 할 수가 없었다. 여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는 물론이고 다른 사이에서도 사람들이 살이 빠졌다는 글들을 캡쳐해서 비웃고 있었다.
[ㅋㅋㅋ 웃긴다. 살 더 많이 찌는지도 모르고 케즈론에서 파니까 막 살 빠진다고 하는 거 봐 ㅋㅋㅋㅋㅋ]
[나도 저때 말은 안 했지만 말도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음 ㅋㅋㅋㅋ 케즈론도 너무했다.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유명 명품인데 저런 말도 안 되는 홍보해야 하나? 강시황 애인 많이 사귀더니 정신줄 놓은 거 같아 ㅋㅋㅋㅋ]
시사 프로는 케즈론 카페의 이미지에 치명적 상처를 내었다.
케즈론 카페 장사는 여전히 잘 되긴 했지만 이전처럼 사람들이 새로운 디저트를 봐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이거 허위 광고라는 말을 꼭 한마디씩 했다. 신제품이 나오면 한없이 좋아할 때와 분명 다른 분위기였다.
이런 소식을 보고 받은 한강규는 본부장실에서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모든 게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다.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는 유튜버에게 돈을 줘서 체중을 조작하고, 그걸 토대로 시사 프로까지 방송하게 했다. 그리고 곧바로 방송을 캡쳐해서 온 인터넷 사이트에 뿌리는 걸로 케즈론은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든 어쩌든 그건 아무 상관없었다. 이렇게 부정적인 건 쉽게 이슈화가 되지만 해명이나 진실은 재미가 없다보니 사람들은 크게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즉, 케즈론은 살이 찌지 않는 허위 과장 광고를 했다는 치명적인 이미지를 품고 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견고하게 쌓은 이미지가 있으니 처음엔 견딜만할지 모르겠지만 계속된 이슈가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케즈론이라도 이미지가 나빠지는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하하. 강시황 새끼, 지금쯤 열 받아서 죽으려고 하겠지? 꼴좋구나, 꼴좋아. 천천히 기다리라고. 루나모스도 내가 잘 데려가도록 할 테니까.”
분노로 일그러진 시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지 한강규는 큰 웃음을 터트렸다. 더 없이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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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어떡하죠? 인터넷에 계속 케즈론 카페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있어요.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요?”
“맞아요. 카페에 오는 손님들마다 자꾸 우리 디저트 보면서 허위 광고한 제품이라고 얘기해요. 그 얘기 들을 때마다 진짜 화나서 죽을 거 같아요.”
은지는 걱정스럽게, 지숙은 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괜찮아. 잘 될 거야.”
하지만 시황은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있는 은지와 지숙의 가슴을 번갈아 핥으며 태평하게 말했다. 한강규의 예상과는 다르게 시황은 분노하기는커녕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아이참, 오빠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이 진짜 우리 디저트가 다른 카페 디저트보다 더 살이 많이 찐다고 생각한단 말이에요.”
“맞아요. 은지 말대로 아니라고 해명을 해야 돼요. 이거 누가 사주한 거 아니에요? 요즘 우리 카페 잘 나가니까 따라하는 업체들 엄청 많은데.”
“너무 걱정 안 해도 사람들은 다 거짓말이라는 거 알거야. 진실은 언제가 밝혀지는 법이니까.”
태평하게 말하는 시황을 보며 은지와 지숙은 불안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고는 하는데 과연 그럴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진실이 밝혀지는 게 아니라 허위 과장 광고를 했다는 꼬리표만 붙을 것 같았다.
시황은 걱정스러워하는 은지와 지숙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물론 시황도 유튜브 영상과 시사 방송을 다 봤었다. 그것도 유튜브 영상과 시사 프로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루나모스가 틀어주는 선명한 3D로 침대에 누워 진작 감상을 했다. 그래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조작을 했는지 알고 있는 건 물론이고, 조작하는 장면이 영상물로도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사실을 그대로 폭로해봐야 별로 재미가 없어서 사람들이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방법으로 그 영상들이 조작된 거라는 사실을 알리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시황은 구독자 100만 명의 유튜버가 조작 영상을 올릴 때 유튜버조차 모르게 영상을 편집해놓았다. 게다가 처음에 바로 밝혀지면 재미가 없는지라 나중에 드러나도록 인지 저하 마법도 살짝 걸어놓았다.
그리고 해명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이 더 조롱할 수 있는 반박글을 사이트에 게재해두었다. 시황이 원하는 건 논란이 잦아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논란이 되는 거였으니까.
시황은 통쾌하게 웃는 한강규와 다르게 흥미진진한 얼굴을 하며 은지와 지숙의 가슴을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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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이 원하는 대로 사이트에 올라간 반박글은 네티즌들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이것 또한 냄새를 맡은 한강규가 언론사에 글을 쓰게 하고 사람이 웬만큼 있는 사이트면 전부 퍼다 나르게 했다.
케즈론의 반박글은 심플했다. 유튜브와 TV에 방영된 사실과 다르게 케즈론에서 만든 디저트는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며 항상 최고의 제품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니 잘못된 정보에 속지 말라고 하였다.
이미 실험 결과로 살이 더 찐다고 나온 마당이다 보니 이런 케즈론의 반박글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케즈론 왜 저런데? 잘못했으면 사과를 해야지 실험결과로도 나왔는데 왜 아니라고 잡아 떼지? 나만 이해 안가나?]
[사죄하면 되는데 우기는 건 좀 별로...]
[강시황, 진짜 여자들 많이 만나고 다니더니 이상해진 거 같아. 옛날엔 이런 일 없었는데 ㅡㅡ]
옛날에도 가격이 비싸서 끝없이 논란을 몰고 다니긴 했지만, 어쨌든 남자, 여자 사이트 할 거 없이 사죄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속지 말라고 하는 케즈론의 반박글에 비판이 잇따랐다.
조금씩 꺼져가는 불씨에 시황이 장작을 넣어주자 인터넷이 다시금 활활 불타올랐다.
아직까지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그런 옹호론자와 싸우며 사람들이 케즈론을 비난할 무렵, 루나모스가 걸어둔 인지저하 마법이 사라지고 동영상을 다시 돌려보던 사람들 눈에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체중계 끄트머리에 아주 살짝 놓인 물체였다. 뭔지 명확하게 구분은 가지 않았지만 자세히 보면 체중계의 끝부분에 아주 희미하게 뭔가가 기대듯 놓여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각도로 숨기기는 했지만 그 물체는 살이 쪘다는 증거로 체중계를 영상으로 보여주거나, 사진으로 보여줄 때 발 뒤쪽에 어김없이 등장했다. 특히 일주일 되던 날 3kg이 쪘다고 보여주는 영상에선 조금 더 명확하게 보였다.
원래는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물체를 살짝 기대어놓고 전혀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유튜버가 영상을 찍었지만, 루나모스의 능력으로 아주 살짝 카메라의 각도를 틀어서 영상을 편집했고 주의해서 본다면 희끄무레하게 보일 정도가 되었다.
이걸 캐치한 한 유저는 재빠르게 그 정체불명의 물체가 나오는 영상을 캡쳐해 사진으로 이어 붙였다. 그리고는 자신이 자주 가는 한 사이트에 유튜버가 조작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 글을 올렸다.
처음엔 다들 터무니없는 소리 같아 무시하고 지나가는 듯 했지만, 살펴보면 볼수록 조작이 너무 의심이 되어 점점 사람들이 달라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시황의 의도대로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더 큰 논란으로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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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