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581화 (580/629)

00581  문명 발전  ========================================================================= Reg

시황이 입원했다는 건 이른 아침 뉴스로도 나왔다. 하지만 전부 괴한에게 납치당했다가 도망쳐 나왔다고 할뿐, 그 괴한이 누군인지 설명을 하는 뉴스는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시황의 여자들에게도 시황이 다쳐서 입원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다들 평범하게 아침에 일어났다가 시황이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믿을 수 없는 충격과 공포에 빠져 울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어, 언니... 오, 오빠 무사하겠지? 흐윽... 왜 오빠한테만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너무 무서워...”

“괜찮을 거야. 시황 오빠잖아.”

유미가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울자 찬미가 끌어안으며 위로해주었다. 유일하게 찬미만 시황에게 미리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침착할 수 있었다.

은지와 지숙도 영혼이 빠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특히 은지는 간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전혀 몰랐다. 새벽에 납치당했던 은지는 시황이 변환시킨 인형이었기 때문에 실제 은지는 시황이 다쳤다는 소식에 크게 침울해 하고 있었다.

시황이 다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아는 수란과 미나도 여자애들과 함께 시황이 입원했다는 병원으로 갔다. 연예인보다 더 아름다운 미녀들이 병원에 들이닥치자 사람들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하나 같이 자연스러운 매력을 가득 담고 있으니 남자들은 눈을 떼지도 못했다.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그녀들은 vip병동으로 갔다. 시황이 있는 병실의 문이 열리자 거의 전신이 붕대에 싸여있는 시황이 침대에 누워있는 게 바로 눈에 들어왔다.

그녀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금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루조차도 어린애처럼 울면서 시황의 옆에 다가갔다.

“오빠... 죽으면 안 돼요. 으앙... 제발 죽지 마요...”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어차피 시황이 안 다쳤다는 걸 알고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미나와 수란까지 괜히 울컥해서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미안해요. 절 구하려다가 이렇게 다쳤어요.”

시황의 옆에 있던 루나모스가 여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녀도 근심 걱정 때문에 얼굴이 수척해져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누가 도대체 뭐 때문에 오빠를 이렇게 만든 거예요... 너무 하잖아요... 오빠처럼 선량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흐윽...”

은지가 오열했다.

“다들 왔어?”

그때 가만히 눈을 감고 다친 척을 하던 시황이 눈을 떴다. 전신에 구타를 당해 다친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평온한 얼굴이었다.

“오빠!”

모두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시황을 바라봤다. 계속 눈을 감고 있어서 의식불명 상태일까 걱정했지만 시황이 일어나서 평소처럼 말을 걸자 안도가 되는 마음에 다들 또다시 눈물을 훌쩍였다. 이전에 혜미와 장미를 구하느라 시황이 다쳤을 때도 눈물바다가 되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다들 왜 그렇게 울어?”

“오빠가 다쳤잖아요. 흐윽... 몸이 이상한 건 아니죠? 괜찮은 거죠?”

유미가 옆에서 울면서 말했다.

“몸은 괜찮아. 금방 나을 거야. 죽을병도 아니고 조금 다치기만 한 거라서 그렇게 안 울어도 돼.”

시황이 괜찮다고 하자 걱정을 하던 여자들의 얼굴에 안도감이 어렸다.

지숙은 시황을 이렇게 만든 사람에게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가진 능력은 없었지만 누가 그랬는지 알기만 하면 어떻게든 복수를 해주고 싶었다.

“도대체 누가 오빠를 이렇게 만든 거예요? 절대 용서 안 할 거예요.”

“한강규가 이렇게 만들었지.”

“네? 한강규요? 설마 그 이상한 변태 말하는 거예요? 그 사람이 왜 오빠를 이렇게 만들어요?”

알몸으로 여자를 때리는 사진을 스스로 올린 한강규는 이미 사람들에게 변태, 범죄자라고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왜 그런 사진이 올라왔고,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한 상황을 전혀 모르는 지숙과 다른 여자애들은 한강규가 왜 시황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황이 루나모스를 슬쩍 쳐다보자 루나모스가 앞으로 나섰다.

“그가 절 납치했어요.”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루나모스가 갑자기 납치를 당했다고 하자 유미를 비롯한 여자애들이 화들짝 놀랐다. 납치라는 단어는 그만큼 현실성이 없었다.

“이 얘기는 조금 멀리 거슬러 가요. 시장조사를 하러 시황 오빠와 함께 한강규가 운영하는 프리메로라는 카페에 갔다가...”

루나모스가 그간 일어난 일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왜 한강규와 척을 지게 되었고, 왜 납치를 당했는지. 물론 설명을 할 때 인형을 은지로 변신시켜서 납치를 하게 만든 듯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설명을 들은 여자애들은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세상에 그런 일이... 너무 하잖아요.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로 납치를 하고 오빠를 불러내 때리기까지 하다니... 빨리 경찰에 신고해서 다시는 세상에 못 나오게 만들어버려야 돼요. 그런 놈은. 어떻게 오빠처럼 착한 사람한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지...”

은지는 크게 충격을 받았는지 흥분하면서 한강규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이미 신고했으니까 경찰이 알아서 잘 잡아줄 거야. 그보다 너희들 일도 있을 텐데 이제 가도 괜찮아. 보다시피 난 건강하니까 너무 걱정은 말고.”

“네...”

시황이 괜찮다는 걸 확인하고 은지와 지숙, 현주는 일을 위해 병원을 떠났다. 하루 정도 쉬어도 되기는 했지만 어차피 시황의 옆에 찬미를 비롯해 수많은 여자들이 있을 거기 때문에 차라리 일을 해서 시황의 근심을 덜어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을 했다.

일이 있는 여자들이 떠나고 찬미와 아루 등이 시황의 옆을 지켜줄 때, 또 한 무리의 여자들이 도착했다. 이번엔 핑크펫 멤버인 가을과 혜미, 장미, 효정, 황미주 그리고 스케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은비까지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왔다.

그녀들 역시 아름다운 얼굴이 엉망이 되도록 눈물을 흘렸다. 다들 시황을 걱정해서 곧바로 오느라 제대로 화장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수많은 여자들에게서 걱정을 받고 나니 시황은 스스로가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지 새삼 느꼈다.

일 때문에 또 다시 핑크펫과 은비가 돌아가고 진아와 임영선까지 차례로 병원을 찾았다. 다른 여자들과 전혀 안면이 없던 임영선은 시황이 괜찮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어색하게 주변 여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임영선은 40이 넘은 나이인데도 아들 뻘 같은 시황에게 와서 젊은 여자애들과 인사를 나누니 민망한 마음이 크게 생겨났다. 사실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지만 시황이 괜찮다는 걸 확인하고 나니 여유가 생기고 다른 잡념이 끼어든 탓이다.

민망해 하면서도 시황이 걱정돼서 한참이나 있던 임영선도 돌아가자 시황은 슬슬 계획해둔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

오후 쯤 되자 시황이 진술한 대로 제대로 된 상황을 전하는 뉴스가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강규라고 이름까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납치범이 시황의 연인 중 하나를 납치했고, 시황은 납치범의 조건대로 혼자만 가서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기사를 본 사람들은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범죄가 버젓이 자행된 것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여자를 납치해서 시황을 불러내 폭행을 하다니.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군요. 영화 시나리오인 줄 알았습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게 현실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네요.]

TV뉴스에서도 시황의 사건을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뉴스를 보던 중장년 층들도 크게 분노를 했다.

택시 운전 경력만 20년이 넘는 베테랑 운전수도 라디오 뉴스를 들으며 뒷좌석에 앉은 손님에게 그 분노를 드러냈다.

“강시황 하면 우리나라를 알리는 대단한 사람 아닙니까? 그런데 그런 사람을 여자 때문에 불러내가지고 폭행을 하는 게 말이나 됩니까? 우리나라에 원래 명품 브랜드가 하나도 없고 전부 수입해서 썼는데, 강시황 대표가 새로 만든 명품 브랜드가 단번에 세계를 석권하고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세계에서 돈 많은 부자들도 못 사서 안달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강시황 대표를 폭행한 그 새끼는 길가다가 천벌을 받을 새끼에요.”

보통은 택시 기사가 말을 걸어오면 귀찮아하기 마련이지만 뒷좌석에 앉은 50대 중반의 여성도 같이 흥분을 해서 시황을 폭행한 납치범에게 욕을 쏟아냈다.

이미 중장년층에 있어서 시황은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만든 위인급에 해당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전폭적인 지지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시황이 딱히 한 건 없지만 세계에서 유명한 기업을 만들고 입지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중장년층의 인기를 단번에 사로잡은 것이다.

심지어 오후 늦게 쯤에는 대통령이 직접 경찰청을 방문해 경찰청장에게 국가 이미지도 관련된 문제인 만큼 최대한 빠르게 납치범을 잡으라는 명령을 하기도 했다.

보통은 섹스밖에 안하고 다니지만 시황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가 그만큼 무거웠다.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를 만들고, 탈모를 치료하는 샴푸를 내놓는 등, 이미 해외에서도 케즈론이라 하면 최고의 명품 브랜드로 인정했다. 그런 시황이 폭행을 당한 만큼 세계 각지 언론에도 이 사건을 보도했다.

대통령이 경찰청을 방문해 여자를 납치하고 시황을 폭행한 범인을 잡으라는 뉴스가 나올 때쯤, 한강규는 정신없이 경찰을 피해 도망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건드린 게 시황이다 보니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경찰청장에게 최대한 빠르게 잡으라고 일렀고, 엄청난 수의 경찰 인력이 동원되어 한강규를 뒤쫓았다.

배를 타고 해외로 도피하려던 한강규는 경찰의 수사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고속도로 검문에서 걸려서 잡히고 말았다.

한강규가 잡히자 시황의 연인을 납치하고 중태에 빠지도록 폭행한 범인이 한강규라는 자세한 기사가 올라왔다.

사람들은 평범한 범죄자가 그런 짓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다가 시화그룹의 아들이자 프리메로 카페의 본부장이 그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한강규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강시황의 애인을 납치했다던데 혹시 질투 때문에 그런 걸까요? 솔직히 강시황 옆에 있는 여자들 엄청 예쁘잖아요.]

[치정 싸움이 아닐까요? 솔직히 납치라는 게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잖아요? 원래는 한강규의 애인이던 여자를 강시황이 빼앗았고, 화가 난 한강규가 폭행한 거 아닐까요?]

[확실히 저희가 모르는 내막이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논리적으로 봤을 때, 여자 하나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고 여자를 납치, 강시황을 폭행했다고 생각하기가 어렵거든요. 분명 뭔가가 있어요.]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아무래도 여자와 관계된 일이다 보니 서로 치정싸움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의 여론은 한강규를 욕하긴 해도 숨겨진 비밀에 대해 사람들이 온갖 추측을 내놓을 무렵, 하나의 동영상이 은밀하게 퍼져나갔다.

그 영상은 납치된 루나모스 앞에서 시황이 한강규에게 구타를 당하고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화질이 썩 나쁜 편은 아니었고 음질은 약간 나쁘긴 해도 한강규가 하는 말을 어렴풋이나마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처음엔 아주 은밀하게 돌던 이 영상이 어느 순간 사람들에게 존재가 알려지면서 유튜브에도 올라갔고, 순식간에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해버렸다.

사람들은 루나모스를 의자에 묶어두고 시황에게 온갖 말을 내뱉으며 폭행을 하는 한강규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

한강규는 시황에게 여자들을 빚지게 만들고 타락시켜서 전부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시황은 이대로 패서 죽여 버릴 거라고 거칠게 내뱉는 말이 영상에서 그대로 흘러나왔다. 사람이 내뱉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끔찍한 말이었다. 이 말을 들으며 폭행을 당하면서도 시황은 자기는 어떻게 돼도 좋으니 제발 여자들만은 용서 달라고 끝없이 외치고 있었다.

한강규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끝없이 말을 내뱉었다. 단순히 루나모스가 예뻐서 납치를 한 거였고, 연인이 보는 앞에서 여자를 능욕하는 게 가장 흥분된다면서 잠깐만 기다리라고 말하는 장면도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는 이전에 여자들을 어떤 식으로 타락시키고 성폭행을 했는지도 술술 내뱉었다. 영상만 보면 한강규가 시황을 구타하며 내뱉는 말로 보였지만 사실은 루나모스가 조작한 영상이었다. 실제로 하지도 않은 말들을 조작해 마치 시황을 구타하며 자신의 범죄 사실을 내뱉는 듯이 만들었다.

한강규가 저렇게까지 악독한 마음으로 시황의 연인을 납치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경악했고, 그런 한강규에게 자기는 어떻게 돼도 좋으니 여자들만은 놔달라고 사정하는 시황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아... 영상 보니까 눈물 나와. 시황 오빠가 얼마나 연인들을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전해지니까 가슴이 먹먹해져.]

[나두 ㅠㅠㅠㅠㅠㅠㅠ 여자 친구 납치당해서 위험하니까 어떻게든 살리려고 사정하는 모습 너무 가슴 아파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래서 그렇게나 다친 거구나 ㅠㅠㅠㅠㅠㅠ 나 솔직히 강시황 여자들하고 문란하게 만나는 건지 알고 이미지 별루였는데 이거 보고 생각 완전 변했어 ㅠㅠㅠㅠ 괜히 여자들이 강시황 옆에 있는 게 아니었어....]

영상 덕분에 시황이 문란하게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게 아니라 그 누구보다 소중하게 대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든 납치당한 여자 친구를 구하고 다른 여자 친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구타를 당하면서도 한강규에 사정하는 시황을 보며 여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 누구도 시황이 비굴하다거나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