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88 문명 발전 ========================================================================= Reg
**
시황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사이, 이전에 시황이 녹화했던 일요야화라는 예능이 방영되는 날이 되었다.
일요일 밤9시에 하는 이 예능은 방영하기 전부터 시황이 출연한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TV를 보고 있으면 시황이 고뇌에 찬 듯한 표정으로 나직하게 말을 하자 송민희 아나운서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과 함께 일요일 9시에 방송한다는 광고 문구가 큼직하게 나오곤 했다. 현재 시황에 대한 관심도가 워낙 높다 보니 광고를 보고 방송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았다.
방송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인터넷에 일요야화를 기다리고 있는 기대감을 드러내며 글을 올렸다.
[일요야화 기다리시는 분 계시나요? 평소엔 지루해서 안 보는데 오늘은 엄청 기대되네요]
[저요! 저 기다리는 중. 강시황이 나온다고 해서 가족하고 대기중입니다 ㅋㅋ 저희 어머니가 이건 꼭 보고 자겠다네요.]
[저희 집도 이거 보려고 기다리고 있어요. 저희 부모님은 평소에 이 방송 안 보고 다른 거 보는데 강시황이 나온다고 해서 엄청 기대하고 계세요.]
[전 방송할 때 먹으려고 치킨 시켜놨어요 ㅋㅋ 이렇게 기대되는 예능도 간만이네요.]
여기저기서 시황이 나온 예능을 기다리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젊은 층은 물론이고 중장년층도 방송을 보기 위해서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큼 시황이 출연하는 예능은 전국민적인 관심을 끌고 있었다.
[앗! 시작한다!]
그리고 9시가 되자 방송이 시작했다. 인터넷에선 방송이 시작한다는 글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고즈넉한 음악이 흐르고 MC인 김관준과 단아하고 청순한 미모의 송민희가 나와서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일요일 밤을 책임지는 예능 일요야화의 MC김관준입니다.”
“안녕하세요. 송민희입니다.”
인사를 한 송민희는 평소보다 더욱 아름다웠다. 머리 스타일도 그렇고 옷도 그렇고, 화장도 그렇고 대단히 신경 써서 했다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인터넷에서도 송민희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글들이 순식간에 쏟아졌다. 평소 이상으로 시청자가 많다 보니 방송에 관한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와, 송민희 오늘 미모 미쳤네요.]
[눈 정화됩니다. 저런 여자랑 사귀면 얼마나 좋을까요 ㅋㅋㅋㅋㅋ]
[송민희 아나운서 예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저 정도면 강시황 여친들한테 안 밀리지 않나요? 가을이나 은비 급은 안 돼도 중간급은 된다고 봅니다.]
이 와중에도 시황의 연인들과 비교해서 송민희의 아름다움이 어느 정도인지 비교하는 글도 올라왔다. 한강규와의 사건으로 이미 시황의 연인들에 관해서 대대적으로 알려졌고, 인터넷에 시황의 연인이라면서 은비와 가을, 혜미, 진아 등의 유명인사는 물론이고 유명하지 않은 은지와 지숙, 유미, 찬미 등의 사진도 흔하게 올라왔다. 유미나 효정 등은 케즈론 모델의 사진이 올라왔고 은지와 지숙은 길가다 찍힌 파파라치 샷이나 케즈론 카페의 뉴스에 나온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시황의 연인인지 모르는 아루나 미나, 프린 등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지는 않았다.
TV에서는 MC인 김관준과 송민희가 짧게 대화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시황을 소개했다.
“자, 모두들 기다리고 계셨을 텐데요. 소개합니다. 해외 유명 스타들도 선망할 정도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만든 케즈론의 강시황 대표입니다.”
박수소리와 함께 말쑥한 차림을 한 시황이 스튜디오로 걸어 나왔다. 건장한 체격과 섹시할 정도로 아름다운 라인, 그리고 순수하고 선한 인상은 외형만으로도 대부분의 여자들이 이상형으로 꼽을 만큼 매력이 가득했다.
“안녕하세요. 강시황입니다.”
“와, 정말 모시기 어려운 분께서 나오셨네요.”
시황이 나오자 송민희의 표정이 달라졌다. 호의가 가득하다는 게 눈빛에서부터 드러났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준비된 자료 화면이 나왔다. 그건 케즈론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주는 영상물이었다. 처음 지방에서 케즈론 카페가 오픈했다는 걸 시작으로 서울에 있는 케즈론 카페, 그리고 백화점에 오픈한 화장품 매장과 초고가 패션 브랜드가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해외에서 유명 연예인이 직접 와서 구입해가는 모습이 연달아 나왔다. 그리고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케즈론 대표 강시황]이라는 글귀와 함께 소개가 마무리 되었다.
예능인만큼 가벼운 농담을 한 뒤에 본격적인 얘기들이 오갔다. 시작은 시황이 과거에 얼마나 힘든 생활을 보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시황은 덤덤하게 그러면서도 짙은 감수성이 어린 표정으로 과거의 힘든 생활을 얘기했다. 사실 과거의 시황은 주변에서 흔히 볼만큼 평범하게 가난한 삶을 살았지만 내용에 살짝 조미료를 첨가하고 잔잔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깔리는 것만으로 대단한 역경을 겪은 듯한 느낌이 가득했다.
저축을 한다고 밥 먹을 돈이 없어서 하루 내내 굶는 일이 허다했고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교 수업을 들으며 근근이 생활해 나간 시황의 얘기에 수많은 어머니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한 평범한 가정의 50대 어머니도 눈시울을 붉히며 가족들과 함께 방송을 보고 있었다.
“저 봐라. 저 대단한 사람도 얼마나 힘들게 살았니?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는데 아르바이트 해도 돈이 없어서 굶기도 하고. 저렇게 노력하니까 성공한 거지.”
“아, 뭐.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나.”
어머니의 말에 대학교를 다니는 20대의 아들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하지만 아들이 짜증을 내든 말든 어머니는 다시 TV를 보며 시황의 얘기를 경청했다.
이어서 아르바이를 해서 모은 돈으로 카페를 차렸고 그게 대박이 나서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사실 시황은 아르바이트를 하지도 않았다. 드래곤의 유산으로 돈을 얻어서 카페를 차렸지만 그걸 그대로 얘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든 생활을 보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흔한 방송용 거짓말이었지만 용언을 사용해서 진정성과 감동까지 가미한 시황의 얘기에 수많은 중장년층이 눈물을 머금었다.
카페와 화장품 등 케즈론 브랜드를 창업하며 생겼던 힘들었던 얘기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자 스튜디오에서는 크게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리고 방송 후반부에 접어들 때쯤 한국을 들썩였던 한강규에 대한 얘기가 시작했다. 처음 시황이 한강규에게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 설명을 했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여자 친구를 납치했다고 하길래 스팸 전화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사태가 심각한 것도 모르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치면서 전화를 끊는다고 하자 상대방이 당황해서 우물쭈물하더라고요. 분명히 납치를 했는데 제가 안 믿으니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나 고민이 많았나 봅니다.”
“어머, 정말이요?”
유머러스하게 설명을 하자 송민희가 되물었고 스튜디오에서 짧은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얘기가 거듭될수록 김관준과 송민희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끌려갔을 때 여자 친구가 묶여있고 그 앞에서 두드려 맞았다는 말에 송민희가 크게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용언의 힘으로 괴로운 듯 그때의 일을 말하는 시황의 모습에 송민희는 물론이고 시청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시황이 하는 말마다 가슴을 자극하는 슬픔과 고통이 느껴져 건장한 남자들조차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 정말 슬프네요. 저런데도 여자 친구를 지키려고 했다니. 대단하면서도 감동해서 눈물이 자꾸 나와요.]
[영화보다 더 슬프네요. 제가 울고 있으니까 아들이 울지 말라고 위로해주네요.]
[저만 우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다 큰 어른이 TV보고 울다니. 조금 부끄럽긴 한데 얘기를 듣고 잇으니 눈물을 안 흘릴 수가 없네요.]
남자들은 방송을 보고 감동해서 눈물 흘리고 있는 걸 직접 글로 써서 올렸다. 하지만 그들은 감동해서 운다고 생각하겠지만 시황이 가진 용언의 힘으로 그때의 고통과 감동을 더욱 생생하고 직접적으로 와 닿도록 감수성 있게 전달했기 때문에 아무리 성인이라도 웬만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남자라도 울 수밖에 없었다.
남자들은 물론이고 방송을 보는 여자들도 눈물바다가 되었다. 다들 휴지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자신의 여자 친구를 지키기 위한 시황의 숭고한 희생에 감탄하며 글을 올렸다.
[강시황 변태 같아서 여자 친구 막 사귀고 그런지 알았는데 아니네요. 저렇게까지 여자 친구를 생각하고 희생하면서까지 지켜주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멈추질 않아요. 정말 감동이에요.]
[헐, 근데 저 이렇게 감동하면서도 강시황 여자 친구가 넘나 부러워요... 저만 이런 거 아니죠?]
[저두요 ㅠㅠㅠㅠㅠㅠ 여자 친구 지키려고 저렇게 희생하는 남자 완전 제 이상형이에요 ㅠㅠㅠㅠㅠㅠ]
[그거 아세요? 강시황있잖아요. 여자 친구한테 1억 원짜리 화장품하고 수억 원 하는 옷, 가방 전부 선물 다 해줬대요. 전에 같이 행사에 나왔는데 여자 애들 전신을 케즈론 걸로 치장했더라고요. 솔직히 저렇게 여자 친구를 위해서 희생하고 그렇게 정성들이는 거 보니까 부럽긴 하더라고요. 저런 정성이면 저 같아도 그냥 강시황 여자 친구 하고 싶을 거 같아요.]
여자들은 시황이 여자 친구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모습에 크게 감탄하면서도 부러워했다. 이전에 여자 친구가 많다는 게 밝혀졌을 때는 옹호하는 사람이 있긴 했어도 대부분 변태 같다는 말과 함께 여자들에게서 시황의 이미지가 상당히 나빠졌었다. 남자들이 부러워했지만 여자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미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당히 개선되었다. 시황의 정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에 감동해 여자 친구가 되고 싶다는 글이 줄을 잇기도 했다.
TV에서는 시황이 한강규에게 얻어맞다가 방심한 틈을 타서 극적으로 탈출하는 장면을 설명했다. 영화 이상으로 박진감 넘치는 설명에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며 잔뜩 몰입해서 그 얘기를 들었다. 넘치는 기지로 그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간 시황의 설명에 사람들은 영화화해도 잘 팔리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강규에 대한 얘기가 마무리 되었다. 송민희는 어느새 노골적으로 애정 가득한 표정으로 시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송민희도 시황한테 반해서 여자 친구 되는 거 아니냐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랬다가 차였지만 그걸 사람들이 알 수는 없었다.
방송이 마무리 되어 갈 때쯤 시황을 위해 준비된 영상이 하나 흘러나왔다. 그건 시황의 부모님이 한 인터뷰 영상이었다.
자기소개서에 흔히 등장하는 근엄하게 생긴 아버지와 인자한 어머니가 소파에 앉아서 인터뷰를 했다.
“우리 시황이가 참 착한 아이에요. 돈이 얼마 보내주지 못해서 제대로 밥도 못 먹고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우리한테 선뜻 건네지 뭐에요. 참 그때 얼마나 감동스럽고 눈물이 나던지...”
근엄한 아버지의 옆에 앉은 시황의 어머니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시황이 고생하는 부모님을 위해서 카페를 넘겨준 에피소드나 집을 사 준 에피소드 등 듣고 있는 중장년층들이 부러워할만한 얘기를 계속해서 했다.
실제로도 방송을 보는 수많은 어머니들이 아들에게 너도 빨리 성공해서 저렇게 효도하라는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아들들은 괴로운 신음을 흘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이 시황에게 걱정과 근심, 그리고 격려하는 영상 편지를 보냈다. 근엄한 아버지조차 시황을 걱정해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또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부모님의 인터뷰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연인들에게 목숨이 다하더라도 결코 슬픈 일이 없도록 해주겠다는 시황의 진심어린 고백은 방송을 보는 수많은 여자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여자 친구가 많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연인이 되고 싶다 생각할 정도로 멋지고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시황 오빠 진짜 멋져 ㅠㅠㅠㅠㅠㅠ 나도 오빠 연인 되고 싶음 ㅠㅠㅠㅠㅠㅠ]
[하아... 왜 저런 남자는 내 주변에 없는 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자 친구들 너무 부러움 ㅠㅠㅠㅠㅠ]
[솔직히 우리한테는 시황 오빠 여자 친구 많은 게 이득 아님? 생각해봐. 시황 오빠가 여자 친구 한 명 사귀면 보나마나 은비나 유진아 같은 여자들이 채갔을 거 아니야. 근데 여자 친구가 워낙 많으니까 예쁘긴 해도 카페 매니저 같은 사람하고도 사귀잖아. 여자 친구 한 명 사귀면 우리가 득볼 가능성은 0%지만 여러 명 사귀면 0.000001%라도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오, 진짜 이 말 맞음. 극공감임. ㅋㅋㅋㅋㅋ 거기다 시황 오빠는 착하고 상냥한 걸로 유명해서 좋다는 달려드는 여자 거절 못할 것 같음 ㅋㅋㅋㅋㅋㅋㅋ 나 그래서 시황 오빠 보면 좋다고 달려들려고 ㅋㅋㅋㅋㅋㅋ]
이미 미인 아나운서로 유명한 송민희가 좋다고 달려들었다가 처참하게 차였지만 그걸 모르는 여자들은 시황과 사귈 방법을 궁리했다. 대부분은 재미로 하는 농담이었지만 진지하게 시황과 사귈 궁리를 하는 여자도 적지 않았다.
한강규와의 사건 덕으로 시황의 이미지가 완벽하게 반전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자들이 주로 다니는 사이트에선 시황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 보니 관련 글만 있어도 상당한 욕을 먹었지만 이제는 욕이 아니라 멋지다거나 매력적이라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시황이 원하는 대로 이미지메이킹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마지막 인사와 함께 방송이 끝이 났다. 워낙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던 방송이었던지라 1시간이라는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다.
방송이 끝나자 감상평이 각종 사이트에 우르르 올라왔다. 시청했던 사람이 많았는지 어딜 가도 시황과 관련된 얘기뿐이었다. 그만큼 시황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다음날 오전, 전날 했던 일요야화의 시청률이 올라왔다.
38.4%
2000년 이후로 방영된 모든 예능 방송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인터넷과 케이블의 발전으로 시청률이 하락하던 와중 경신한 기록이기도 했고, 일요야화의 평균 시청률이 10%가 될까 말까 하는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수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