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607화 (60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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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 발전 -->

“지금 준비 중이에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요리를 하고 있던 찬미가 시황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시황에게서 뭔가 알 수 없는 분위기가 풍겨났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전보다 더욱 고귀한 분위기가 난다고 할까? 겉보기엔 같았지만 이상하게 그렇게 느껴졌다.

“알았어. 천천히 해.”

시황이 식탁에 앉았다. 잠깐 여자애들과 얘기를 하고 있자 식탁에 요리가 차려졌다. 저녁 식사이니 만큼 푸짐한 요리들이 식탁을 가득 채웠다.

먼저 밥을 떠먹었다. 이전과 다르게 세밀한 맛이 느껴졌다. 국을 떠 마셔도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느낄 수 있을 만큼 혀가 민감해졌다. 몸을 통해서 세상의 모든 정보가 느껴지고 이해되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용신이 가진 능력은 특별했다.

식사를 마친 시황은 출근을 하려는 현주의 방으로 갔다.

옷을 막 벗고 출근복장으로 갈아입으려던 현주는 갑자기 누군가 들어오자 움찔하며 놀라더니 시황인 걸 확인하고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출근 준비 중이야?”

알면서도 시황은 인사처럼 말을 건넸다.

“네. 이제 준비하고 가려고요.”

“그래?”

시황은 어색하게 옷을 들고 있는 현주를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키스를 하고는 브래지어 속에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졌다. 부드럽고 말랑한 현주의 가슴은 만지는 것만으로도 각종 정보가 흘러들었다. 이전에 비해 명확하고 뚜렷한 정보들이었다.

그 정보를 토대로 힘의 강약을 조절하며 가슴과 유두를 자극해주자 금세 현주가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며 몸을 비틀었다. 뜬금없는 타이밍이지만 시황이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쾌감이 현주의 몸을 잠식해 나갔다.

“오빠... 안 돼요. 저 이제 출근해야 돼요.”

“잠깐 할 얘기가 있으니까 오늘은 천천히 가.”

“할 얘기요?”

“응. 전에 말했던 웹툰 그거 수란이하고 얘기 좀 해봤어? 내가 미리 수란이한테 말해서 웹툰 완결을 시켜두라고는 했거든.”

“아직 안 했어요... 그런데, 아... 그런데... 스토리는 정해뒀어요.”

“그 정도면 충분해. 지금 가서 얘기하면 되니까. 수란이 방으로 가자.”

시황은 반쯤 벗겨진 브래지어로 흥분으로 꼿꼿하게 선 유두가 보이고 팬티가 축축해진 현주를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

“자, 잠깐만요. 옷 좀 입을 게요. 지금은 너무 부끄러워요...”

현주가 재빠르게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사실 수란과 그렇게 친하지 않아서 이 모습으로 가는 건 너무 부끄러웠다.

시황은 현주가 얇은 티와 짧은 반바지를 입을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현주의 몸매는 원래부터 좋기도 했고 시황의 노력으로 뇌쇄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옷을 입는 모습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옷을 다 입은 현주를 데리고 수란의 방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란은 벌써부터 컴퓨터에 앉아서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문소리가 나자 갑자기 포털 사이트 화면으로 바꾸었다.

“뭐하고 있었어?”

“그냥 인터넷 했어요. 그보다 무슨 일로 오신 거죠?”

수란은 의자를 빙글 돌려서 시황을 바라봤다.

“이전에 웹툰 얘기 했던 거 있잖아. 그거 확실히 하려고 왔어. 스토리는 현주가 써줄 거야.”

“그런가요? 확실히 전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스토리를 쓰는 게 약해서 스토리 작가가 있으면 큰 도움이 되기는 해요. 그런데 정확히 어떤 스토리인 거죠?”

“내가 직접 보여줄게.”

시황은 수란의 컴퓨터를 사용해서 현주가 쓴 평범녀의 시황 길들이기를 직접 보여주었다. 수란이 진지한 눈으로 소설을 읽어나가자 뒤에 있는 현주가 안절부절 못했다.

“왜 그래?”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당황해하는 현주는 보며 시황이 물었다.

“미, 민망해서요. 설마 이렇게 바로 보여주실 지는 몰랐어요.”

“민망할 게 뭐 있어. 인기 많은 소설이잖아. 어차피 많이 봤는데 수란이 본다고 특별히 부끄러울 게 있어?”

“그래도 아는 사람이 보면 민망해요...”

현주는 얼굴을 붉혔다. 시황의 말대로 수많은 사람이 보긴 했지만 그럼에도 눈앞에서 아는 사람이 자신의 소설을 읽는 건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민망했다. 마치 수치 플레이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흐음...”

수란은 진지한 얼굴로 소설을 읽었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재미있었다. 평범한 여자가 시황이라는 대단한 존재와 사귀면서 사랑을 받고 자기 마음대로 길들인다는 점이 여성들의 욕망을 이끌어냈다.

심지어 공주인 수란도 흥분이 될 정도로 상황이 대단히 흥미롭고 야릇했다. 저렇게 시황을 마음대로 유린하며 길들이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실제로 해보고 싶다는 충동까지 든다.

“어때? 괜찮은 것 같아?”

시황이 물었다.

“재미있네요. 확실히 이런 스토리는 제가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지금 그리는 것도 오빠 도움으로 여러 경험을 해서 겨우 가능해진 거니까요.”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 그러면 앞으로 현주랑 얘기해서 한 번 제대로 그려봐.”

“알겠어요. 저도 이제는 어떤 식으로 해야 될지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처음엔 내가 좀 도와줄까? 전부 다 도와주는 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줄 수는 있는데.”

“아니, 괜찮아요. 전 제 능력으로 인기를 끌고 싶어요. 그보다 여기 소설에 나오는 대로 한 번 해봐야 제가 확실한 느낌을 알 것 같은데 그 부분만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상관없긴 한데... 그거 어떤 느낌인지 알려고 하는 거 맞지? 설마 내 굴욕적인 모습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지?”

“그것도 있어요.”

“역시... 알았어. 원하는 대로 해줄게.”

시황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역시 현주의 소설에는 사람의 욕망을 자극시키는 힘이 있는지 수란조차도 소설이 나온 대로 음란한 짓을 해보고 싶어 했다.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존재를 길들인다는 게 큰 매력인 듯 했다.

“먼저 무릎을 꿇어 보세요.”

소설을 확인하며 수란이 말하자 시황은 시키는 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현주가 이번에도 어쩔 줄 몰라 했다. 이걸 말려야하는지, 좋아해야하는지, 당혹스러워해야하는지 구분이 안 가는 얼굴이었다.

수란은 그런 현주를 신경 쓰지 않고 소설에 나온 대로 행동했다. 마치 여왕이라도 된 것처럼 의자에 앉은 채로 시황에게 발을 뻗고는 키스를 하게 했다. 이건 소설의 가장 초반에 나온 시황을 길들이는 과정 중 하나였다. 시황처럼 대단한 존재가 무릎까지 꿇고 평범녀의 발에 키스를 해준다는 사실에 여자들은 큰 만족감을 느꼈다.

“키스 해줘요.”

“알겠습니다.”

시황은 수란이 원하는 대로 발을 쥐고 발등에 키스를 했다. 미리 용언으로 청결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발이라고 해서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수란의 작고 귀여운 발을 잡고 있으니 온갖 정보가 체내로 스며든다. 수란에게 어떤 식으로 해줘야 가장 좋아하고 흥분을 느끼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시황이 키스를 하며 발을 핥아주었다. 이런 취미는 없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만족할 만큼 해주기로 했다.

“잠깐만요.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요. 그냥 가볍게 입만 맞춰... 아...”

갑자기 시황이 발가락을 입에 넣고 빨자 수란의 얼굴이 크게 붉어졌다.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발가락을 핥고 빨아줄 뿐인데도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흥분이 되었다.

수란이 흥분하자 시황은 그대로 의자에 앉은 수란의 위에 걸터앉아서 키스를 했다. 그러자 수란이 팔로 목을 껴안고 혀를 감아온다. 수란이 느끼는 흥분도와 자신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하아...”

입술을 떼자 수란이 깊은 숨을 토해내고는 시황을 촉촉한 눈으로 바라봤다.

시황은 저 눈빛에 자신에 대한 큰 애정이 담겨 있다는 걸 직관적으로 느꼈다. 새침하고 무표정한 행동과는 다르게 순수한 애정만이 가득했다.

“나도 사랑해.”

“네? 무슨 말이죠?”

“나 좋아한다고 그런 눈빛 보낸 거 아니야? 내가 엄청 좋아서 못 견디겠다는 눈빛인데?”

“무슨 착각을 하시는 거죠? 그저 조금 흥분을 했을 뿐이에요.”

“응? 그래? 뭐, 상관없지. 말은 그래도 몸은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걸 아니까.”

“마음대로 생각 하세요.”

대놓고 티가 나는 은비와는 또 다른 형태로 수란이 새침하게 말했지만 시황은 그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귀여운 수란을 안아주자 그대로 품에 기대었다. 귀엽기만 하다.

**

기존에 하던 웹툰을 완결 지은 수란은 현주와 함께 귀공자 길들이기라는 제목의 새로운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미 현주가 써놓은 시황 길들이기를 토대로 그린 작품으로 달콤쌉쌀한 러브 코메디물이었다.

시황에서 모티브를 딴 남자 주인공은 세계적인 명품을 만든 기업의 대표였고, 여자들에게 귀공자라 불리며 아이돌적인 인기를 가진 남자였다. 그런 존재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녀와 우연히 만나게 되어 달콤쌉쌀한 연애를 해나가는 스토리였다.

제목답게 평범녀가 시황을 모티브로 딴 남자 주인공을 서서히 길들여가는 과정이 있는 건 당연했지만 중간 중간 남자 주인공이 나쁜 남자처럼 여자 주인공을 강제적으로 키스하려다가 혼나는 장면을 넣어 다양한 취향의 여자들에게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수란과 현주의 신작은 첫화가 올라가자마자 여자들에게서 큰 관심을 받았다. 매혹될 만큼 미려한 그림체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스토리의 조합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끝없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큰 관심을 받으며 연재를 시작한 귀공자 길들이기는 회수가 거듭될수록 더욱더 큰 인기를 끌었다. 남자 주인공 자체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시황을 떠올리게 만들다 보니 더욱 더 몰입해서 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화수가 지날수록 표절과 캐릭터 논란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스토리는 시황 길들이기를 베꼈다는 말이 많았고 남자 주인공은 대놓고 시황을 노렸다면서 큰 논란이 된 것이다.

[이거 허락 받고 그리는 건가요? 시황 길들이기 완전 그대로 베꼈는데요? ㅡㅡ]

[누가 봐도 강시황 보고 만든 캐릭터인데 이름만 바꾼다고 모를 줄 아세요? 시황 오빠가 이거 고소하기 전에 빨리 내리세요.]

[케즈론이 만만한 기업인 줄 아나 봐요? 케즈론 정도면 이거 그리는 분 감옥에 넣을 수도 있거든요? 짜증나게 우리 시황 오빠 가지고 이런 걸 그려.]

어린 여자애들이 많이 보는지 시황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캐릭터를 따와서 그린다는 사실에 분노해 수많은 악플이 달렸다.

가만히 놔두면 멀쩡한 웹툰에 부정적인 이미지만 씌워졌기 때문에 현주는 곧바로 자신이 시황 길들이기의 작가라는 사실을 알렸다.

[안녕하세요. 귀공자 길들이기의 스토리 작가인 권현주라고 합니다. 최근 귀공자 길들이기가 평범녀의 시황 길들이기를 베꼈다고 많이 문의를 주셨는데요. 사실은 제가 평범녀의 시황 길들이기 작가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표절 논란은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해명으로 표절 논란은 간단히 마무리가 되었다. 애초에 같은 작가가 쓴 거니 문제 될 게 없었던 것이다. 돈을 받고 올린 것도 아니고 팬픽이었을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시황을 그대로 본 따서 만든 캐릭터는 여전히 논란이 되었다. 시황의 팬들이 시황의 허락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캐릭터를 갖다 썼다는 거에 분노를 한 것이다. 정작 시황이 이 웹툰을 그리도록 만들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시황은 논란도 잠재우고 웹툰 홍보도 할 겸 귀공자 길들이기 팬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 많은 편 수가 올라간 건 아니지만 벌써부터 열광적인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거창한 이벤트는 아니었지만 그림을 그리는 수란과 스토리 작가인 현주가 사인을 해주고 캐릭터가 그려진 상품을 무료로 줬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신청을 했다.

100명의 당첨자가 뽑혔고 그들에게 정해진 날짜에 케즈론 빌딩 1층 홀로 오라고 연락을 했다. 팬들은 하필이면 케즈론 빌딩에서 팬 이벤트가 열린다는 사실에 의아해 하면서도 시황과 비슷한 캐릭터를 쓴 것에 약간 유머를 담아 위치를 정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벤트 당일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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