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13)

HIT 24

결국 시말서를 써야 했다. 외근이라고 둘러댔는데 과장의 눈에는 ‘잔소리를 들은 것에 대한 반항’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과장은 요즘 젊은 놈들은 버릇도 없고 상사에 대한 존경심도 없다는 말로 시작해서 시말서를 쓰라는 것으로 장장 1시간에 걸친 잔소리를 끝냈다. 힘없이 축 늘어진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선배가 술 한 잔 사겠다고 했지만 거절하고 태 실장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그의 사무실 근처에 세워둔 차를 가져와야 하지만 급한 것도 아니니 관두자. 아파트에서 회사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교통편이 크게 불편하지도 않으니까. 여러 이유로 심신이 모두 피곤한 하루였다. 어서 씻고 자고 싶다.

열쇠로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서던 건주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부엌 쪽에서 음식 냄새가 나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왔나?’

태 실장 어머니가 오신 건가? 건주는 싸움에 진 개처럼 축 늘이고 있던 어깨를 곧게 펴고 부엌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서…… 뭐 하세요?”

싱크대 앞에 서서 칼질을 하고 있는 사람은 뜻밖에도 태 실장이었다.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건주가 눈을 끔벅거렸다.

“왔나? 보시다시피 저녁을 만들고 있는 중인데?”

“태 실장님이 직접요?”

“물론 내가 직접. 거의 다 됐으니 옷 갈아입고 간단히 손만 씻고 나오도록.”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으로 옷을 갈아입은 후 손만 씻고 나왔다. 그 사이 식탁 위에는 근사한 저녁이 차려져 있었다. 겉치레가 아니라 정말로 근사한 저녁이었다. 건주는 더운 김이 나는 도톰한 스테이크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기름기 없이 담백하게 구운 야채들과 샐러드에도 차례차례 시선을 주었다.

“무슨…… 날인가요?”

태 실장에게 특별한 날이라도 되나?

“아무 날도 아니야. 굳이 말하자면 스테이크가 먹고 싶었던 날이라고 해두지.”

“네에?”

“정말로 스테이크가 먹고 싶었는데 함께 갈 사람이 없더라고. 그래서 오랜만에 직접 해먹자 싶어 장을 봐왔지. 오늘 고기가 무척 좋더군. 어서 먹어봐.”

“데이트 할 여성분이 없었습니까?”

그 많은 여자들은 다 어쩌고.

“잊었나? 당분간 내 애인은 자네야. 난 한 번에 한 명만 만나자는 주의거든. 그보다 어서 먹어봐. 너무 맛있어서 까무러질 테니.”

태 실장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권했다.

“……….”

차려준 밥상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 일단 겉보기에는 무척 그럴듯해 보이는데. 건주는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슥슥 잘라 입에 넣고 씹어 보았다. 입안으로 육즙이 퍼지며 고기가 부드럽게 씹혔다. 맛…… 있다.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건주를 보며 태 실장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너무 맛있어서 놀랐나?”

“………… 솔직히 좀 놀랍네요. 태 실장님이 직접 요리를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거든요.”

태 실장은 어딜 보아도 직접 요리 같은 걸 할 남자 같지 않았다.

“자취 경력이 몇 년인데. 이 정도야 기본이지. 할 시간도 없고 집에서 식사할 일도 거의 없어서 잘 안 하긴 하지만.”

“전 못해요.”

“응?”

“가족을 모두 잃은 후 혼자 살기 시작한지 8년 정도 되었지만 전 요리 못해요. 그래서 집에서 만든 요리…… 오랜만에 먹어보네요. 맛있습니다.”

건주는 눈을 휘며 웃었다. 뭐든지 하다보면 는다는데 요리는 도저히 늘지 않았다. 라면조차도 제대로 못 끓인다면 말 다 한 셈이다. 그래서 그간 식사는 대체로 밖에서 해결했고, 집에서 먹을 때도 주로 즉석요리를 이용했다. 요새는 밥, 국, 반찬이 전부 즉석요리로 나와서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으니까.

편하긴 하지만 맛은 없는 즉석요리와 손수 만든 요리는 그 맛이 확실히 달랐다. 사실 너무 피곤해서 밥 생각도 없었는데,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는 듯 건주는 부지런히 스테이크를 잘라 입안으로 가져갔다. 난생 처음 고기를 먹는 사람처럼 열심히도 먹고 있는 건주를 향해 태 실장이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꼭 신기한 것을 보고 있는 듯한 눈이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응? 내가 뭘?”

“꼭 신기한 생물을 보는 것 같은 눈매로 저를 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듯 태 실장이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신기해서 그래. 평소에는 가면처럼 딱딱한데 가끔씩 놀랄 정도로 생생한 표정이 나오거든. 생각해 보니 말투뿐만 아니라 그 표정도 문제야. 표정이나 눈빛이 도저히 날 사랑하는 사람의 그것 같지 않거든.”

그런가. 말투만이 아니라 표정과 눈빛도 문제가 되나. 하긴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니까. 예리한 사람이라면 눈빛만 봐도 태 실장과 자신이 별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챌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참 난감하다. 눈빛과 저절로 드러나는 표정을 어쩌란 말인가.

“그거야 태 실장님과 전 가짜 애인이니까요.”

“날 사랑하라는 소리가 아니라 표정을 좀 자연스럽게 풀란 뜻이야. 뭐라고 할까. 친밀감 있게.”

마지막 남은 한 조각까지 깔끔하게 먹은 후 건주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그럴 것 같았어. 자네 연애도 쉽지 않았겠어? 지나치게 자신을 감추는 남자, 매력 없거든. 연애는 해봤나?”

“세 번 정도요.”

자신처럼 재미없어 보이는 인간이 무려 세 번이나 연애를 해봤다는 사실이 놀라운 듯 태 실장이 눈썹을 크게 휘어 올렸다.

“…….”

“세 반 다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요.”

“………… 방법은 하나뿐이군.”

태 실장도 식사를 끝냈다. 태 실장을 도와 식탁을 정리하던 건주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네?”

“자네처럼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과 빨리 가까워지려면 데이트를 많이 하는 수밖에 없겠어.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나와 클레이 사격을 하러 가자고. 그 후에 근사한 곳에서 식사도 하고. 저녁은 내가 차렸으니 설거지는 자네가 하도록. 공평하지?”

태 실장은 건주의 대답도 듣지 않고 부엌을 나가버렸다. 함께 살고 있는데 웬 데이트. 하지만 친해지려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옳았다. 프로필을 달달 외워봤자 태민환이라는 사람에 대해 다 알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이왕 시작한 거 확실하게 애인 역할을 해줘야지.

건주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설거지와 뒷정리를 끝냈다. 이번에 입찰 받은 프로젝트 때문에 바쁘다고 하더니 태 실장은 또 작업실에 틀어박힌 모양이었다. 그의 아파트로 들어온 지 나흘째지만 막상 한 침대에서 잠들어 본 적은 없었다. 한 침대까지 써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태 실장은 작업실에서 잠을 잤다. 말로는 들키지 않으려면 진짜 연인처럼 한 침대를 써야 한다고 해놓고 막상 남자랑 나란히 누워 자려니 그 역시 부담스러웠나 보았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무척 나른하다. 건주는 잠옷 바지만 입고 침대 위로 꾸물꾸물 누웠다. 몸은 피곤해도 마음이 산란해서 쉽사리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뜻밖에도 눈을 감은지 얼마 되지 않아 곧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참 별 꿈을 다 꾸네.’

잠에서 깨어나며 건주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간밤에 참 요상한 꿈을 꾸었다. 바로 벌거벗은 남자와 꼭 끌어안고 있는 꿈이었다. 그게 다였다. 차라리 섹스 하는 꿈이었으면 욕구불만인가 했을 텐데, 그냥 끌어안고만 있어서 당혹스러웠다.

‘외롭나?’

그래서 그런 꿈을 다 꿨나? 혀를 차던 건주는 뭔가가 등을 쓸어내리는 느낌에 번쩍 눈을 떴다. 뭐, 뭐지? 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맨가슴이었다. 한순간 굳어서 입을 벌리고 있다가 뒤늦게 화들짝 놀라며 벌떡 상체를 세웠다.

“……?!”

태 실장이었다. 완전히 벌거벗은 태 실장이 비스듬히 누워 자고 있었다.

왜, 왜 태 실장이 여기에……… 아, 맞다. 여긴 태 실장 침실이었지. 그가 본인의 침대에서 자고 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단지 벌거벗고 있다는 것이 민망할 뿐.

태 실장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후다닥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태 실장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해도 건주 자신이 남자에게 성적 욕구를 느끼는 취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울렁거렸다. 보통 사내들이 벗은 여자들을 보고 흥분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아침발기가 오늘따라 평소보다 더 팽팽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샤워노즐을 힘껏 돌렸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섹스를 한 것이 대략 일 년 반 전이다. 마지막 반년은 재효와 성관계를 거의 맺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했었고, 재효가 사라진 일 년 동안에도 크게 성욕을 느끼지 못했다.

아예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몇 번 있긴 했지만 손가락 오형제의 도움으로 충분히 해결이 될 정도의 욕구였다. 미약한 성욕이긴 해도 두어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하고 싶을 때가 찾아올 때마다 제 손으로 욕구를 해결하곤 했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오늘 또 정기적금 같은 욕구가 찾아온 모양이다.

건주는 오늘따라 쉽사리 꺼지지 않는 제 성기를 곤란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찬물을 뒤집어 써볼까? …… 그냥 손으로 대충 훑어서 한 번 내보낼까? 잠시 고민하다 슬그머니 아래로 손을 가져가고 있을 때였다. 벌컥. 예고도 없이 문이 열렸다. 당황해서 허우적대던 손이 샴푸 통을 쳤다. 우당탕. 통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 미안.”

“노, 노크를…… 하셔야죠.”

말을 하자 입안으로 물줄기가 들어왔다. 그런데도 샤워 노즐을 잠글 생각은 못하고 당황해서 벌겋게 달아오른 시선으로 태 실장을 쳐다보았다.

“혼자 살던 것이 습관이 되어서 그만.”

태 실장의 눈길이 자연스럽게 건주의 하체로 내려왔다. 상대방 다리 가운데 달린 물건이 얼마나 크고 훌륭한 모양을 가졌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은 남자들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니 말이다. 표 나게 후다닥 가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직 가라앉지 않아 반 정도 부푼 것을 훤히 내놓을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당황하고 있는데 다행이 태 실장이 먼저 시선을 거두어주었다.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며 슬쩍 몸을 틀었을 때였다.

“자네 물건 생각보다 잘 생겼는데?”

“가, 감사합니다. 태 실장님 것도 훌륭…… 합니다. 전 다 씻었으니 태 실장님 샤워하세요.”

도망치듯 허둥지둥 나와 드레스룸으로 간 후 옷을 껴입었다. 그제야 목욕탕에 가면 널린 것이 벗은 몸이니 그냥 목욕탕에 왔다고 생각하면 될 걸 너무 당황했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태 실장이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겠지? 건주는 젖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밖으로 나왔다. 욕실에선 물소리가 한창이었다.

꿈 탓인지 평소보다 기상시간이 빨라서 출근하기엔 아직 많이 일렀다. 아침은 안 먹지만 어제 저녁에 대한 보답 겸 토스트를 구웠다. 냉장고에서 잼과 우유를 꺼냈을 때 말끔한 수트를 차려입은 태 실장이 나왔다.

“아침인가?”

“네. 출근시간이 많이 남아서요. 좀 드시겠어요?”

함께 먹으려고 많이 구웠지만 일단 그렇게 물어보았다. 태 실장은 대답 없이 식탁에 앉아 토스트에 잼을 슥슥 바르기 시작했다.

“그저께 저녁에는 그런 식으로 나와서 죄송했다고 사촌여동생 분께 전해주십시오.”

“괜찮아. 난희도 충분히 납득했으니까. 피치 못할 사정이었지 않나. 아쉬워하긴 했지만 날이야 언제든 다시 잡으면 되니까.”

“실장님 사촌여동생…… 난희씨하고 약혼자분은 어떻게 만난 겁니까? 잠깐 봤는데도 약혼자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던데.”

태 실장이 쯧 혀를 찼다.

“난희가 깡패들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을 때 도와줬다고 하더군. 그 모습이 백마 탄 기사처럼 보였던 모양이야. 완전히 푹 빠져서 이모 부부가 결사반대하는데 일주일 단식까지 감행해가며 기어이 허락을 받아냈거든.”

못마땅한 기색이 가득한 태 실장의 말을 듣는데 가슴이 약간 답답해졌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말 중 뭔가가 가시처럼 마음에 걸렸다.

“그래요. 그 정도면 약혼자를 정말 많이 좋아하나 보네요.”

자신이 할 말은 아니지만 그 아가씨도 참 안 됐다. 재효 같은 남자를 사랑하다니 말이다.

“갑자기 난희 얘기는 왜 물어?”

“그냥요. 참 예쁜 아가씨던데, 그런 아가씨와 약혼한 남자는 좋겠다 싶어서요.”

건주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던 태 실장이 표정을 살짝 굳히며 말했다.

“내 동생에게 반하면 곤란해. 넌 내 애인이니까. 적어도 앞으로 몇 달 동안은………….”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느릿하게 웃었다. 건주도 어색하게 웃었다. 태 실장과의 계약이 끝나도 정난희에게 반할 일은 결단코 없을 거다.

저녁, 퇴근을 하자마자 건주는 수철의 병원으로 달려갔다. 어제 못 가본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병원 매점에서 음료수 한 박스 사들고 병실로 올라갔는데 수철이 없었다.

“답답하다고 바람 쐬러 갔어요. 누워만 있자니 답답한가 봐요.”

인아씨의 말을 듣고 복도로 나왔다. 그냥 누워서 쉬지 않고 어딜 간 거야?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려다 혹시나 해서 비상구 쪽으로 가보았더니 수철이 거기 있었다. 계단 중간에서 뚫어져라 바깥을 내다보며. 뭘 보는 거지?

“뭘 그렇게……….”

말을 걸면서 수철의 어깨를 툭 쳤을 때였다. 수철이 갑자기 히익, 소리를 내며 경기를 일으키는 것처럼 몸을 떨었다. 건주는 깜짝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어리둥절하게 수철일 보았다.

“하아. 건주 너였구나. 놀래라.”

뒤돌아 건주의 얼굴을 확인한 수철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왜 그렇게 놀라?”

갑자기 뒤에서 말을 걸었으니 놀랐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좀 전의 반응은 좀 심했다.

“좀 그랬지? 어제 경태가 왔을 때도 그랬다니까. 검사실 갔다 오는데 경태가 뒤에서 어깨를 잡는 순간 너무 놀라서 주저앉을 뻔 했다니까.”

수철이 멋쩍게 허허 웃었지만, 건주는 따라 웃을 수 없었다.

“후유증…… 이구나.”

“금방 괜찮아질 거야. 너도 그랬잖아. 그보다 갇혀 있으니 담배 피우고 싶어서 죽겠다. 담배 때문이라도 얼른 퇴원하든지 해야지 원.”

입맛을 쩝쩝 다시는 수철을 보며 건주가 억지로 웃으며 안타까운 눈매를 해보였다.

“그래. 퇴원해서 맘껏 흡연해라.”

몸의 상처는 크지 않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폭력이라는 거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의외로 마음에 깊이 남는다. 3년 전에 건주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강도는 아니었고 게이 바bar에 드나들다가 조금 질 나쁜 놈들에게 걸린 경우였다. 건주가 다니던 바bar는 점잖은 곳이었는데 그 날은 운이 나빴던 것 같았다. 조금 질이 안 좋아 보이는 남자에게 작업이 들어왔는데 하룻밤 같이 보낼 파트너를 찾아 간 것이 아니라 거절했다. 그런데도 자꾸만 술 한 잔 하자며 권해서 마지못해 받아 마신 것이 문제였다.

잠시 정신을 잃었다 깨어보니 허름한 여관이었고 자신은 벌거벗은 채 침대에 내버려져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작업을 걸어왔던 남자가 욕실에서 나왔다.

강간을…… 당하진 않았지만 지금도 그 날 일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쳤다. 술에 섞은 약의 양이 많지 않았는지 곧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건주가 반항하자 남자는 욕을 하며 때렸다. 몸을 완전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라서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는데, 방안의 소란에 여관 주인이 들어와 간신히 남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일은 안 당했지만 충격이 커서 한동안 마음대로 외출도 못했다. 그 일로 자신이 게이임을 경태와 수철에게 고백해야 했고, 그때의 일로 재효와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했었다. 재효가 바보처럼 두려움에 떨며 외출도 못하고 있던 건주에게 매일 같이 찾아와 위로를 해주었던 것이다. 이전에도 재효의 말은 늘 다정했지만 게이임을 자각했어도 남자와 사귄다는 사실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어서 거절했는데, 그 일 이후로 재효가 진심이라 믿고 본격적으로 마음을 주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힘들었는데 그런 일까지 겪고 나자 정말 버티기 힘들었다. 그때의 건주에게 재효는 유일한 동아줄 같았다. 어려운 상황일 때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에겐 어쩔 수 없이 마음이 가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한 번 마음을 주자고 결심한 후부턴 아예 눈과 귀가 멀어버려 바보 멍충이가 되었고.

‘잠깐………. 재효는 그 날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해온 거지?’

그 날 온몸이 힘이 쭉 빠져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경태와 수철이를 여관으로 불렀다.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고백에 혼란스러워하는 두 친구를 보내고 홀로 어두운 방안에 웅크리고 있을 때 재효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괜챦냐고…………. 이상…… 한데? 어떻게 알았지?

“뭐 하고 있어? 병실로 들어가자니까.”

“어? 어어. 들어가자.”

건주는 수철을 부축해 병실로 돌아왔다. 병실에 와보니 경태와 희영씨가 와 있었다. 부부가 함께 병문안을 온 것이다. 재효를 만난 일에 대해서 두 녀석에게 보고하려고 했는데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건주씨. 집 빌려줘서 고마워요.”

인아씨와 연예인 얘기를 하며 웃던 희영씨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건주를 향해 말했다.

“고맙긴요. 집에 있는 살림을 대부분 써야 할 텐데 오히려 불편하지 않겠어요? 제수씨 살림이 아니라 어색할 텐데.”

경태 부부에게 내준 방은 건주의 방이었다. 당장 필요한 짐은 태 실장 아파트로 옮겨왔고, 나머지는 싹 빼서 부모님 방에 넣어두었다. 옷장과 침대 같은 큰 가구는 경태네 이사 올 때 빼서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고등학교 때 그 집으로 이사 가면서 들인 것들이라 많이 낡아서 침대는 훨씬 전부터 삐걱삐걱 소리가 났었다.

바꿔야지 바꿔야지 하면서도 어머니가 손수 골라준 곳이라 차마 못 버리고 써왔는데, 이젠 버려야겠다. 그 방에서 재효와 함께 지냈던 추억을 버리기 위해서라도.

“불편하기는요. 당장 몇 달 지낼 집이 없어서 이이는 시댁 보내고 나는 친정에 가 있어야 하나 어쩌나 했었는데, 이산가족 안 해도 되니 오히려 너무 고맙죠.”

“이사는 언제 할 겁니까?”

“내일이요. 집주인이랑 문제가 있어서 더 이상은 그 집에 못 있겠어요.”

“내일?”

건주가 놀란 눈으로 경태를 보았다.

“응.”

“어쩌지? 나 내일 선약이 있어서 이사 못 도와줄 것 같은데.”

“짐도 별로 없어. 거의 다 창고에 보관하고 우리 몸만 들어가는 셈이니까.”

시간이 되면 가서 도울까 했는데 안 되겠다. 미안한 표정을 짓는 건주를 향해 경태는 괜찮다며 껄껄 웃었다. 잠시 얘기를 더 나누다 면회 시간이 끝나 병원을 나왔다. 경태 부부와 헤어져 태 실장의 아파트로 향하던 건주가 우뚝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곤 입술을 질근질근 씹으며 한참 망설이다 이내 결심이 선 표정으로 태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태민환입니다.

“저 박건주예요.”

건주는 흠흠 헛기침을 두 번 한 후 제 이름을 밝혔다.

- 음. 무슨 일이야?

“저기…… 바에 안 가보실래요?”

- 바?

“네. 게, 게이 바요. 게이인 척 하려면 그런 곳도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갑자기 재효를 만났던 바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건 이후론 한 번도 발걸음을 한 적이 없었던 곳이라 혼자 가기엔 용기가 안 난다. 그렇다고 다친 수철이나 신혼인 경태를 데리고 갈 수도 없고.

- 그러지 뭐.

거절하면 어쩌나, 그딴 곳에 왜 가야 하냐고 화를 내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태 실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건주는 핸드폰을 접어 주머니에 넣으며 하아, 하고 긴 숨을 내뱉었다.

HIT 25

“흐음. 별로 특이할 것도 없군. 술집에 여자가 하나도 없다는 것만 빼면.”

뭔가 특별한 장면을 기대라도 한 걸까. 태 실장은 바bar 안을 둘러보더니 실망했다는 투로 혀를 끌끌 찼다. 건주는 미지근하게 식은 맥주를 마시며 짧게 웃었다. 건주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실망했다고 할까, 생각과는 좀 많이 달라서 놀랐다. 동호회에서 가장 점잖은 곳으로 추천받았으면서도 너무 점잖은 분위기라 당황했던 것이다. 술을 마시다 보니 가끔 헌팅이 들어오기도 했고, 화장실이나 구석진 자리에서 키스나 그보다 진한 스킨십을 하는 남자들이 눈에 들어와 그제야 ‘아. 여기가 게이 바가 맞긴 하구나.’하고 생각했었지만.

바bar 오아시스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분위기도 거의 그대로였다. 다만 한 가지 바텐더가 바뀌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왔을 때도 다른 바텐더였지. 처음 이 가게에 왔었을 때 있었던 바텐더가 차분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어 마음이 편했었는데, 바뀐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다.

태 실장이 화장실에 간 동안 건주는 작게 숨을 내쉬며 칵테일을 마셨다. 왜 갑자기 이곳에 와보고 싶었을까. 특별히 좋은 추억이 서린 곳도 아닌데. 무엇을 확인하고 싶어서?

“오랜만입니다.”

멍하니 ‘오아시스’란 로고가 박힌 냅킨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누구…… 지? 시선을 들었던 건주는 예의바르게 웃고 있는 중년 사내를 보고 잠시 놀랐다가 이내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처음의 그 바텐더였다.

“그만두신 줄 알았는데요.”

“몇 년 전에 가게를 하나 더 인수했거든요. 그래서 이제 여긴 밤에만 나옵니다.”

아. 그렇구나.

“잘 되었네요.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칵테일 한 잔 더 드릴까요?”

어느새 잔이 비어 있었다. 건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바텐더가 능숙하게 쉐이커를 흔들기 시작했다. 곧 건주의 앞에 갓 만든 마티니 한 잔이 놓였다.

“사실 한참 안 오셔서 걱정했습니다.”

건주는 마티니 잔을 들다 말고 바텐더를 바라보았다.

“왜입니까?”

“손님께 충고를 해드려야 할지 말지 고민했던 문제가 있거든요. 손님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간섭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도 영 마음이 편치 않아서 어쩔까 고민하던 사이 여기엔 발길을 끊으셔서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뭘 충고하고 싶었다는 건지 모르겠다.

“이제와 말인데 손님께 작업을 걸었던 남자요. 질이 안 좋기로 유명했거든요. 뭐라고 해야 하나. 순진해 보이는 사람으로만 골라 유혹한 뒤 돈을 뜯어내는 것으로요. 마음대로 안 되는 상대에겐 꽤 더러운 수단도 쓴다는 말도 돌았고, 주먹을 쓰는 자들과 연계되어 있다는 말도 돌았었죠.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가게로 웬 남자가 찾아와 난동을 부린 탓에 떠도는 소문만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고요. 소리치는 말을 들어보니 관계하는 사진을 찍은 후 그걸로 남자의 부모님을 협박해 돈을 뜯어간 모양이더라고요. 청천벽력이었겠죠. 사랑해서 섹스를 했는데, 그걸로 협박이라니…….”

바텐더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주는 떨리는 눈동자를 들었다.

“재효…… 말인가요?”

설마 아니겠지.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 정도로 바닥은 아니었으면…….

“네. 분명 그런 이름이었죠. 다행이 손님은 그 남자에게 걸려들지 않은 것…… 이런.”

파랗게 질려가는 건주의 안색을 본 바텐더가 말을 멈추며 낮게 혀를 찼다. 건주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마티니 잔을 들어 단번에 비운 후 허탈하게 웃었다. 재효가 왜 오아시스에 두 번 다시 가지 말라고 못을 박았는지 이제야 알겠다. 좋지 못한 일을 겪은 탓에 두려워서 올 마음도 없었던 데다 재효의 말도 있어서 그간 이 근처도 지나다니지 않았었다. 유명했다고? 질이 안 좋기로?

도대체 자신은 강재효란 남자의 무엇을 사랑했었나?

“정말 끈질기군. 여기 보이나? 내 애인! 애인과 함께 왔다는데 왜 믿질 않는 거야!”

화장실에서 누군가 끈질기게 작업을 걸어왔던 모양이다. 태 실장이 진절머리를 치며 건주의 허리에 팔을 두른 후 스툴 채로 가까이 끌어당겼다. 덜커덩. 의자 밑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났다. 바텐더는 태 실장과 건주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작게 미소 지은 후 다른 손님 쪽으로 가버렸다.

“쳇! 잘생긴 놈들은 다 임자가 있다니까.”

태 실장을 따라왔던 남자가 건주를 보더니 혀를 차며 다른 데로 가버렸다.

“정말 질긴…… 응? 자네 왜 그러나?”

새파랗게 질린 건주의 안색을 본 태 실장이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속이 좀……. 그만 나가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그래. 나가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토기가 올라왔다. 건주는 화장실로 달려가 속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게워냈다. 지금 건주가 게워내고 있는 건 가슴에 걸린 음식물이 아니라 혐오감이었다. 자신과 재효에 대한 지독한 혐오감.

변기 안에 기어들어갈 듯한 기세로 고개를 쳐 박고 욱욱대고 있을 때 누군가 부드럽게 등을 쓸어주었다. 보지 않아도 뻔했다. 태 실장이었다. 크고 따뜻한 손이 등을 쓸어준 탓인지 광란을 일으키던 뱃속이 차츰차츰 괜찮아졌다. 건주는 긴 숨을 내뱉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고맙습니다.”

“입 헹구고 나오게. 따뜻한 물이라도 한 잔 마시면 속이 좀 나아질 거야.”

피가 나도록 양치질을 하고 거실로 나오니 테이블 위에 따뜻한 김이 나는 물 잔이 있었다. 건주는 태 실장을 향해 눈인사를 한 후 물을 조금씩 마셨다.

“고맙…… 습니다.”

“인사는 됐어. 그보다 오늘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술집에 들어가기 전부터 안색이 안 좋던데. 혹시 입원한 친구에게 문제라도?”

“수철이는 괜찮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면 좀 심하게 놀라긴 하지만요.”

“폭행을 당했다고 했었지? 그런 일을 겪었으니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리겠군. 일단 친구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그럼 왜지?”

“별 거…… 아닙니다.”

시선을 피하는 건주를 보며 태 실장이 쯧 혀를 찼다.

“자신을 너무 감추는 남자, 매력 없다고 했을 텐데?”

“태 실장님한테는 매력적으로 보일 필요 없는 거 아닙니까?”

“무슨 소리야? 지금 자네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 상대는 바로 내가 아닌가? 내가 자네의 애인이니까.”

어깨를 으쓱하는 태 실장을 보며 건주는 희미하게 웃었다. 애인이라. 가짜 애인이긴 하지만, 왠지 그 말이 엉망진창으로 난도질 된 마음에 자그마한 위로가 되는 것 같다.

“…… 옛 애인 소식을 들었거든요. 좀 안 좋게 헤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잠적해서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랑 약혼을…… 했더라고요.”

“흐음. 아직 옛 애인을 잊지 못한 건가?”

며칠 전만 해도 누군가 자신에게 저런 질문을 던졌다면 대답을 못했을 거다. 건주는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직 따뜻한 기운이 남아있는 물을 한 모금 더 마셨다.

“그건 아닙니다. 다만 그 사람의 실체라고 할지, 왜 내게 다가왔는지 그런 걸 알게 되어서 혐오감이 좀 들었어요.”

“그 여자 꽃뱀이었나?”

재효는 남자니 꽃뱀이라고 할 순 없지만. 어쨌든 상황을 엇비슷하게 짚어낸 태 실장이 놀라워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았다.

“………….”

어떻게 알았지, 하는 마음이 눈동자에 그대로 드러났나 보다. 태 실장이 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뻔하지. 자네처럼 순진한 남자에게 접근해 잠적했던 여자의 실체라면 꽃뱀밖에 더 있나? 내가 갚아준 빚도 그 여자 때문에 생긴 것이겠군.”

“…… 네.”

건주는 죄지은 사람처럼 푹 고개를 숙였다.

“얼마나 사귀었는데?”

“2년…… 이요.”

“2년? 2년이나 사귀면서 조금도 눈치 못 챈 건가?”

“제가 좀 미련한 데가 있어서. 대충 눈치는 채고 있으면서도 그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아서 모른 척 눈감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한테까지 피해를………….”

어깨를 건드렸을 때 거의 경기를 일으키던 수철이를 생각하자 가슴이 쓰라렸다.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주먹을 꾹 쥐었다. 손톱이 살 속을 파고들어 따끔거리는 통증이 올 만큼 힘주어 꾹.

그런 건주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태 실장이 길게 숨을 내뱉더니 천천히 어깨로 손을 뻗어왔다. 건주는 절대 작은 몸집이 아닌데도 태 실장의 팔이 긴 탓인지, 그의 팔에 어깨가 다 감겼다. 든든한 울타리처럼 건주의 어깨를 꽉 안은 태 실장이 어딘지 모르게 쑥스러운 기색으로 흠흠 헛기침을 했다.

“남자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흠……. 힘을 내게. 자네에게는 내가 있지 않나.”

다음 순간 태 실장의 어색한 위로에 웬일인지 웃음이 터졌다.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사람을 한 번도 진심으로 위로해 본 적이 없다는 티가 역력히 나는 투로 말한 태 실장은 건주가 별안간 웃음을 터뜨리자 미간을 찌푸렸다.

“죄, 죄송합니다.”

“왜 웃는 건가?”

그야 말투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너무 어색하니까요. 건주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킨 후 일어섰다. 좀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재효에 대한 혐오감으로 진흙을 가득 삼킨 것처럼 속이 텁텁했는데, 무슨 이유로든 한바탕 웃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이래서 슬플수록, 괴로울수록 웃으라고 했나.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명언이다.

“고맙습니다.”

“뭐가?”

“웃겨 주셔서요.”

그 말에 태 실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자네, 그 말은 내게 실례야. 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위로하려 했는데 웃겨 주셔서 고맙다니…….”

건주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태 실장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그리곤 한결 후련해진 마음으로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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