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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바다의 제국-246화 (195/1,000)

00246  31. 혼슈 봉쇄  =========================================================================

- 콰쾅!

그러나 전선에서 왜군의 움직임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왜군이 움직이는 곳마다 포탄이 날아가 폭발했다. 오사카 성 주변 일정 거리에 집을 짓지 못하게 한 것이 이럴 때 왜군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포탄으로부터 몸을 숨길 곳이 없었다.

왜병들은 포탄을 피하기 위해 농가 마을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러나 함포는 끝없이 그들을 노리고 발사됐다. 왜병들이 건물을 방패삼아 이동했지만 강철로 만든 함포탄은 얇은 울타리나 목조건물을 뚫고 지나간 다음 터지면서 사방에 파편을 뿌렸다.

왜군이 포격을 피하느라 발이 묶인 사이 승마보병들이 요도가와 강변을 따라 움직이는 전선과 속도를 맞춰 천천히 달려 나갔다. 이때 전선은 성에서 출정한 왜군 병력을 향해 함포를 쏘고, 강 하구에 남은 외륜선에서는 오사카 성을 향해 포탄을 날렸다.

“어이쿠! 고생한다.”

외륜선에서 발사한 포탄의 탄착점을 확인한 이민호가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강 하구에서 오사카 성까지는 대략 10km 정도였다. 최대 사거리에서 살짝 안쪽이긴 한데 명중률은 그야말로 형편없었다.

20발을 넘게 쏴서 겨우 한 발이 오사카 성의 천수각 지붕을 뚫고 들어가 폭발했다. 끊임없이 파도가 치는 바다도 아니고 잔잔한 강 하구에서 쏴서 저 정도면 실로 참담한 명중률이었다.

현대 해군의 76밀리 함포가 사거리 20km에 높은 명중률을 자랑하는데 비해 외륜선에 탑재된 3인치 함포는 사거리와 정확도가 많이 떨어졌다. 현재 정밀 공작기계를 제작해 공구와 기계류부터 만들고 있으니 시간이 가면서 차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전하! 다리를 확보했습니다.”

“오! 잘 됐군.”

함장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민호가 고개를 돌렸다. 요도가와 강의 남쪽 지류인 오가와 강 중간에 기다란 섬이라기보다는 강이 양쪽으로 나눠 흘렀다 다시 합쳐지는 그런 땅이 나카노지마(中之島)였다. 섬 양쪽에 돌다리가 하나, 나무로 만든 다리가 여럿 걸려 있는데 승마보병에서 첨병 역할을 맡은 1개 려가 먼저 달려가 그 돌다리 건너편을 확보하고 있었다.

함포 사격 때문에 농가 마을 주변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보병들을 내버려두고 왜군 기마무사들이 돌다리를 차단하기 위해 말을 타고 달려왔다. 첨병 1개 려가 막기에는 적이 조금 많은 숫자라서 전선에서 지원 포격을 해줬다. 이민호가 함수 1, 2번 함포 사수들을 직접 지휘해서 사격명령을 내렸다.

- 콰쾅!

포탄이 터질 때마다 좁은 길에서 밀집해서 달리던 기마무사 대여섯 명이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더 큰 피해는 쓰러진 말과 사무라이들 때문에 잠시 길이 막혀 기마무사들의 이동 속도가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전선 12척에서 계속 함포를 발사해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기마무사들이 옆길로 우회했다가 다시 집결하지 않고 급히 달리는 동안 승마보병 본대가 돌다리로 먼저 접근했다.

“전하! 아무리 기마무사 선두 대열을 조준해도 포탄이 자꾸 뒷줄에서 터집니다.”

“말 속도에 맞춰서 살짝 앞에 쏴. 활 쏠 때도 그렇게 하잖아?”

함포를 맡은 수병들이 투덜거렸다. 아무래도 포병이나 총병들에게 리드 적용 사격법을 가르쳐야 할 것 같았다. 오다와라에서 이시가키 산성으로 도주하는 다이묘 일행을 상대로 한 포격이 정확하지 못했던 이유를 알만했다.

누구든 활로 사냥할 때는 표적의 속도를 감안해 미래 위치를 향해 쏜다. 이에 반해 총탄이나 포탄은 음속보다 빨라 쏘는 즉시 명중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 특히 포병은 정지 목표나 배 같은 느린 표적을 상대해왔기에 금방 적응하지 못했다.

시간이 가면서 승마보병 본대가 다리를 건너 교두보가 완전히 확보되었다. 승마보병들이 말에서 내려 전투 대형을 갖춘 다음 기마무사들이 다리 앞에 도착했다.

- 타타탕~

5천 명의 승마보병들이 보병 총병으로 변해 대열을 갖추고 전진했다. 포격으로 인해 꾸준히 병력이 줄어든 오사카 성 기마무사들은 하마해서 대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총격에 노출됐다.

몇몇 기마무사들이 말에 탄 채로 승마보병들에게 돌격했으나 총병방진을 향해 소수 기마병으로 돌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이들이 땅바닥에 뒹군 다음 황급히 하마해서 대열을 짜던 기마무사들이 총격을 받아 쓰러졌다.

체구가 작은 일본 말은 전혀 쓸모가 없기에 말과 사무라이가 한꺼번에 총격을 당했다. 창을 쥐고 도보로 돌격하는 기마무사들도 승마보병들의 방진에 절반도 못 가서 다 쓰러졌다.

승마보병들이 초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동쪽으로 진군했다. 그러나 기마무사들은 소수에 불과했고 본진은 농가 마을에서 나와 이동 중이었다. 승마보병 5천과 오사카 성에서 출진한 왜군 8천이 맞붙기 위해 서로 거리를 좁혔다. 천 명 가까운 왜군 병력이 성 밖 들판과 농가 마을 주변에 쓰러져 있었다.

이때 요도가와 강에 진입한 전선 12척은 요도가와 강과 오가와 강의 분기점 바로 아래에서 멈췄다. 그리고 해병과 기마병이 본격적으로 상륙하기 시작했다. 이민호도 호위대를 이끌고 상륙했다.

“도련님은 그냥 전선에 계시지 그러십니까?”

“감불이 네놈이 까불면 바로 옆에서 잔소리를 해주려고 그런다.”

감불과 감동에게 기마병 절반씩을 나눠 지휘하게 하고 감동에게는 전선과 오사카 성 사이를 지키게 했다. 감불과 기마병 절반을 직접 이끌고 움직인 이민호가 해병 2천도 직접 지휘했다. 해병이 모두 내렸으니 당분간 전선은 수병들만으로 지켜야 했다.

그 사이 기관 1기를 장착한 탐망선 두 척이 오가와 강으로 진입해 오사카 성으로 접근했다. 탐망선에는 기병포 1기를 탑재하고 수병들이 운영하고 있었다. 탐망선 2척을 노를 젓는 단정 36척이 뒤따랐다. 만약에 대비해 단정 한 척씩은 전선에 남겨두었다.

“전진!”

말을 타고 선두에 선 이민호가 해병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마침 이민호가 탄 백마가 벌떡 일어서서 앞다리를 높이 드는 바람에 폼은 아주 그럴싸했다. 민영이 잽싸게 말고삐를 잡아 말을 진정시켰다.

“소음 대비 훈련이 덜 된 말 같아요. 왜 이런 말을 선택하셨어요?”

“백마라서. 남들 보기에 그럴듯하잖아?”

“제 말과 바꿔욧!”

“네.”

이민호가 찍소리 못하고 민영이 탄 말과 바꿔 탔다. 새로 탄 말이 불만스럽게 푸르륵 하는 소리를 냈다. 이민호도 그 말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말갈기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나 말이 귀찮다는 듯이 목 근육을 떨어서 이민호의 손길을 거부했다.

그 사이 오사카 성을 향해 진군하던 승마보병들이 전투에 돌입했다. 전선 12척이 승마보병과 싸우는 왜군 대열 뒤쪽을 계속 포격해서 불안할 텐데도 왜군은 단단히 방진을 짜고 앞으로 전진했다.

문명의 발전 속도에서 차이가 나면 뒤쳐진 쪽 군대가 일방적으로 학살당하기 쉬웠다. 이 전투도 마찬가지로 왜군 철포병들이 조총을 겨누기 전부터 이미 승마보병들에게 총격을 받아서, 조총 유효사거리에 도달했을 때에는 남아있는 철포병이 없었다.

유탄과 수류탄 공격에 수가 줄어든 왜병들이 긴 창을 앞세우고 돌격했을 때는 이미 왜군의 수적 우위도 사라진 다음이었다. 그 다음에는 일방적인 학살이 남았을 뿐이었다. 시체가 하도 많이 깔려서 승마보병들의 전진 속도가 약간 늦춰진 것이 1만에 달하는 왜군이 올린 유일한 전과였다. 총알을 많이 소모하도록 강요하지도 못했다.

“우리도 어서 가자!”

승마보병들이 동진하는 것에 맞춰 이민호가 해병을 이끌고 남진했다. 두 부대가 향하는 곳에는 오사카 성이 있었다. 그러나 오사카 성에는 아직도 군병이 2만 가까이 남아 있었다. 철포병들이 석벽 위 야구라에 빽빽하게 배치돼 고산국에서 공성전을 하기만을 기다렸다.

3km 남짓한 거리를 행군하는데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감불이 이끄는 기마병들이 해병의 전진로 앞길을 철저히 수색했음에도 조심스럽게 전진한 탓이었다. 그 사이 전선에서 오사카 성을 목표로 포격을 가했고, 요도가와 강 하구에 머무는 외륜선에서는 오사카 시가지 곳곳을 포격했다. 드넓은 오사카가 불길에 휩싸였다.

오가와 강을 타고 들어간 탐망선에서도 오사카 성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 오사카 성에 대포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민호는 해병이 성 주변에 도착하기 전에 이것을 끌어내 잡기 위해서 탐망선을 먼저 보냈다. 일종의 미끼였지만 탐망선은 전선과 같은 티크목으로 만들어져 몹시 단단했기에 그다지 걱정은 하지 않았다.

- 퍼엉!

탐망선 옆으로 물기둥이 높이 치솟아 올랐다. 쇠공이 날아와 물에 빠지면서 시각적 효과 하나는 확실했다. 만약 탐망선에 명중했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었을 수도 있었다.

탐망선에 탄 수병들이 금방 반격을 가했다. 성벽 위 야구라에서 유독 하얀 연기가 많이 치솟는 곳을 향해 유탄 여덟 발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야구라 안에서 작은 폭발이 이어졌다.

- 콰아앙~

자그마한 유탄의 폭발력답지 않게 엄청나게 큰 폭발이 성벽 위에서 연속 이어졌다. 불랑기포를 부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포 운용 요원들을 살상할 의도였는데, 마침 화약통 쌓아둔 곳에서 유탄이 터지며 한꺼번에 폭발한 것 같았다. 수병들이 유탄발사기를 들고 성벽을 주시했지만 다른 포는 없었다.

탐망선에 탑재된 가벼운 기병포는 성벽 위의 야구라를 향해 꾸준히 포탄을 날렸다. 나무 상자를 이어놓은 것 같은 형태의 야구라는 포탄이 한 발 터질 때마다 몇 미터씩 무너져 내렸고, 그 안에 들어간 철포병들을 쓰러뜨리거나 총격에 노출시켰다. 기병포가 야구라를 무너뜨리면 유탄이 날아가 병력을 살상시키는 식으로 탐망선의 전투가 이어졌다.

오사카 성 서쪽 해자 부근에 도착한 승마보병 3천이 성에서 멀찌감치 거리를 둔 다음 정렬했다. 그리고 석벽 위 야구라를 향해 총격과 유탄 사격을 가했다. 이들이 정지한 곳은 조총 사거리에서 많이 벗어난 200미터 거리였다.

나머지 승마보병 2천은 계속 행군해서 오사카 성의 남동쪽 출입구를 틀어막았다. 승마보병 2천 뒤에 사람이 타지 않은 말 2천 마리가 따르니 멀리서 보면 1만 명은 되어 보였다.

- 타타탕! 투웅~

석벽 위 방어시설물인 야구라가 평지보다 높아 총격보다는 유탄이 훨씬 효용이 좋았다. 야구라에 들어가서 작은 구멍을 통해 조총을 쏘던  왜군 조총병들은 유탄이 연속 터지는 바람에 사격 절차를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조총병들은 총구에 화약과 납구슬을 넣는 중에 총격에 맞아 죽고 어쩌다 한 발 쏜다 해도 해병이 진을 친 곳은 유효사거리를 훨씬 벗어난 거리였다. 사무라이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당장 출성해서 싸우자고 선동하고, 고위 가신들은 구원군이 올 때까지 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수밖에 없었다.

“도하작전 개시!”

이민호가 기분은 혼자서 다 냈다. 도하라고 하기에는 오가와의 강폭이 너무 좁았다. 단정 36척이 해병을 싣고 수십 번 왕복할 필요가 없었다. 겨우 10척이 강 중간에서 닻을 내리고 선미와 선수를 연결하니 세 척이 오히려 남았다. 단정을 다리로 전용해 해병들이 강을 건넜다.

다른 단정 10척은 강줄기 방향을 따라 배를 세우고 단정끼리 두꺼운 널빤지를 여러 장 겹쳐 연결했다. 이민호가 가장 먼저 말을 타고 배다리를 건넜다.

“주인님! 선두에 서지 마세요.”

“대장이 진두지휘를 해야지.”

민희와 민영이 안절부절못했지만 이민호가 움직이는 곳은 오사카 성에서 조총 사거리 바깥이었다. 물론 오사카 성은 보병총 사거리 안에 들어왔다. 이미 모든 것을 계산한 다음 행동했으니 위험할 것은 없었다.

- 우르르~

전선에서 꾸준히 포격을 한 덕택에 불타던 천수각이 결국 무너져 내렸다. 오사카 성의 북쪽과 서쪽, 그리고 남동쪽을 포위한 고산국 원정군 전체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커다란 바위로 기단을 쌓고 그 위에 굵은 통나무 두 개를 기둥으로 삼아 층층이 연결한 목조건물이 천수각이었다. 천수각 벽면이 하얀 것은 돌벽이 아니라 나무벽 바깥에 회칠을 해서 화재를 막으려 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천수각은 화재에 무척 취약한 목조건물이었다.

“풍신수길이 오사카 성에 있나, 없나?”

이민호는 겐타로가 오사카에 파견한 간세가 남긴 신호를 파악하기 위해 망원경을 들었다. 오사카 성 북동쪽 약간 높은 언덕 허름한 집에 빨래가 널려 있었다.

============================ 작품 후기 ============================

낮에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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