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1 33. 남국의 바다 =========================================================================
이민호는 괜히 허락했다고 후회하게 되었다. 하나 공주가 이민호의 발바닥부터 시작해 머리끝까지 입을 맞췄다. 하나 공주가 혀를 살짝살짝 내밀어 마치 맛을 보는 듯해서 이민호의 머리칼이 쭈뼛 섰다.
하나 공주가 그것 끝에 입술을 맞추고 혀를 내밀었을 때는 이민호가 진저리를 쳤다. 그러나 경건한 의식을 치르는 하나 공주에게 이상한 짓을 시키거나 중간에 달려들어 방해할 수도 없었다.
하나 공주가 의식을 끝마친 다음 엎드려 절을 하자 이민호도 공주를 눕히고 똑같이 해주었다. 하나 공주가 여자 발에 국왕이 입을 맞추는 것은 지나치다고 사양했으나 깨끗하고 귀여운 발에 입을 맞추는 것은 이민호가 더 좋아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공주를 엎드리게 하고 뒤에서 보니 허리가 몹시 가늘어서 급격히 부풀어 오른 엉덩이와 확실히 대조되었다.
충분히 애무를 마치고 하나 공주와 결합했다. 아담한 체구가 품 안에 쏙 들어와 움직이기가 편했다. 처음에는 몹시 아파하던 하나 공주가 중간부터는 이민호의 움직임에 따랐다. 하나 공주의 능력이나 인격을 제외하고 몸만으로도 충분히 이민호의 마음에 들었다.
“하나 공주와 다른 공주들에게 시녀들을 붙여줄 테니 조선말부터 배우도록 하시오. 먼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어야 할 것 같소.”
“예, 폐하. 열심히 말을 배워서 폐하께서 내리신 어지를 오해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고산국은 아직 대명제국을 상국으로 모시고 있으니 나에 대한 호칭을 전하로 낮추시오. 앞으로 공주가 무역 분야에서 여러 가지 도와줬으면 좋겠소. 그리고 이슬람 사원이 수도에 있으니 필요할 때 가도 좋소. 모스크를 공주가 돌봐주시오.”
“감사합니다, 전하.”
한 번 더 하고 싶었으나 공주가 아플까봐 참았다. 이민호는 하나 공주를 품에 꼭 껴안았다. 큰일을 마친 하나 공주가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는데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브루나이와 전혀 다른 환경인 고산국에 공주가 잘 적응해야 할 텐데, 이민호는 조금 걱정이 들었다. 공주가 다섯 명이나 돼서 궁궐 안에 자그마한 이슬람식 별궁을 하나 짓기로 했다.
며칠째 바기오에 주둔했다. 하루는 계복이 화려한 옷을 입고 깃털이 꽂힌 터번을 머리에 두른 힌두교 라자 한 명과 병사 50여 명을 잡아왔다. 해병이 야영하는 곳을 밤에 병사 천여 명을 동원해 기습 공격한 토호라고 했다.
미리 기습 조짐을 감지한 계복이 대비해서 다행히 해병에 희생자가 생기지 않았다. 라자가 동원한 천여 명의 병력 중 300명이 넘게 사살 당했고 나머지는 어둠 속으로 도망갔으나 추격하지 않았다고 계복이 보고했다. 이민호는 추격하지 않은 것을 특히 잘 했다고 계복을 칭찬했다.
“그대는 왜 고산국 병사들을 공격했지?”
“나는 몇 대째 조상들로부터 라자의 직위를 이어받고 있다. 고산국의 지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럼 그대로 살 것이지 왜 우릴 공격했냐고?”
루손 섬 북부에서 고산국의 지배를 받아들이지 않은 토호들이 소수 있었다. 산이 높은 곳이나 계곡 등 방어하기 유리한 지역의 토호들이 특히 그런 경향이 강했다. 기병포를 동원해서 몇 발만 쏴도 점령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지만 이민호는 딱히 그들을 공격하거나 위협하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그래서 요즘 토호들 사이에 눈치 보기가 치열해졌다. 다스리는 지역이 넓지 않은 토호들은 고산국으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해 고산국 밑에 남으려 했고, 야심이 큰 토호들은 독립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때마침 본보기가 될 사건이 잘 터진 셈이었다.
“고산국을 상대로 큰 전공을 세운 다음 다른 토호들을 아래에 두고 싶었다. 더 큰 군세를 일으켜 고산국을 몰아내기 위해서다.”
“그 다음에 뭘 하려고?”
“마닐라의 에스파냐를 몰아내고 루손 섬 전체에 왕국을 세워 왕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죽은 후에도 영광스런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라자는 딱히 이민족 정복자를 몰아내 독립을 추구한다든가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한다든가 백성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목적은 없었다. 그저 개인적인 권력 확대를 추구하는 단순한 욕망이 이번 거사의 동기였다. 이민호는 약간 실망했다.
그러나 누구든 개인적으로 정치적 욕망이 있다는 것을 이민호는 충분히 이해했다. 국회의원들 중에서 대통령이 될 꿈을 꾸는 사람이 대다수다. 다당제에서 정당의 목적은 정권탈취, 좋게 말해서 정권의 획득과 유지에 있다. 이것을 부정하거나 반역 운운하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발언이 된다.
그러나 무력으로 권력을 장악하려다 싸움에 패한 자들은 죽음으로써 실패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래야 권력 다툼의 희생양이 되어 먼저 죽어간 병사들에게 책임을 지는 셈이 된다. 라자를 살려줄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이민호는 라자의 목을 베어 성문에 매달아 본보기로 삼았다. 토호들이 언제든 반란을 일으켜도 좋았다. 반란을 사전에 막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책임은 확실히 물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반란에 가담한 병사들은 발에 차꼬를 채워 5년 동안 바기오의 광산에서 일을 시키기로 했다. 죽을 줄 알았던 병사들이 예상 외로 관대한 처분에 놀라 이민호에게 감사인사를 올렸다.
어느 지역이든, 심지어 죄수들에게 일을 시키는 원숭이 탄광마저도 광부들의 근무시간은 8시간을 넘기지 못하게 하고 충분히 먹고 쉴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민호는 반란에 동원된 병사들이 당연히 살아남을 것으로 믿었다.
다음 날 고산국으로 떠날 계획이었고,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 바기오 광산에서 금과 은 외에 구리가 많이 산출되어 안심이 됐다. 총알이나 포탄 외에 전깃줄을 만들 때도 구리가 많이 필요했고 명나라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많았는데 바기오에서 발견된 구리 광산 하나로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민호는 벌거벗고 침대에 누운 다섯 번째 브루나이 공주와 맨살을 맞댔다. 공주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무서우면 나중에 해.”
“아니에요! 용기를 낼게요!”
귀여워 보이는 얼굴과 달리 씩씩한 공주였다. 공주의 볼과 어깨에 입을 맞추자 야들야들한 피부가 느껴졌다.
“언니나 고모들처럼 제게도 이름을 내려주세요, 전하.”
“와르다, 나지마, 하비바에 이어 자이나는 다나로 해.”
“이제부터 다나가 제 이름이군요. 고맙습니다, 전하.”
그렇다고 기존 이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고, 명예 호칭처럼 왕이 하사한 이름이 대표적인 이름으로 남았다. 그리고 이슬람 문화에서는 결혼하더라도 부계의 성이 그대로 남았다.
이민호는 하나 공주를 제외한 조카와 조카손녀들 이름을 두나, 세나, 네나, 다나로 바꿨다. 나중에 조선말에 익숙해지면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알아채겠지만 일단 지금은 새 이름을 받은 공주들이 너무 기뻐했다.
이민호가 다나 공주의 몸을 애무하다가 마지막으로 꼽슬꼽슬한 털 사이로 비비고 들어갔다. 다나는 눈을 질끈 감고 이민호의 몸을 받아들였다. 다나는 몹시 아플 텐데도 끝까지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겁이 많으면서도 용기 있는 공주였다.
침실에 시녀들이 들어오지 않도록 했기에 이민호가 직접 다나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다나가 황송해서 사양했으나 피를 흘린 부상자를 멀쩡한 자가 돌보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이민호가 가해자였다.
잠시 쉰 이민호는 다나에게 엉덩이를 높이 들고 엎드리게 했다. 몹시 부끄러운 자세임에도 순종적인 다나는 뭘 시켜도 고분고분했다. 이민호는 뒤에 앉아서 차분히 감상하다가 조심스레 만졌다. 아직 비릿한 냄새가 나는 그곳을 혀를 내밀어 핥은 다음, 그 위에 작은 구멍에도 살짝 혀를 댔다. 다나가 몸서리를 쳤지만 도망가지 않았다.
“전하께서는 제 주인이시니 제 몸 어디든 마음대로 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제 그곳을 원하신다면 부디 기름을 써주세요.”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지만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은 안 들었다. 게다가 다나에게는 첫날밤이었다. 뒤에서 정상적으로 결합한 다음 가느다란 허리를 잡고 천천히 움직였다.
다나가 신음소리를 참으면서 내는 바로 그 억눌린 소리가 이민호에게는 더 자극적이었다. 다리를 길게 뻗게 하고 여전히 결합한 채로 이민호가 다나의 등 위에 엎드린 다음 다시 움직였다. 국왕의 학정에 고통 받는 공주가 안쓰러웠다.
다음 날 고산국으로 출항해 이틀 걸려서 왕궁에 도착했다. 해병과 수병들에게 날짜별로 가산되는 원정수당을 지급하고 5일 휴가를 주어 바로 해산시켰다. 선착장에 혜영을 비롯한 후궁들이 마중 나왔는데 혜영이 바짝 긴장한 표정이라 뭔가 큰일이 생겼음을 알았다.
“이번에도 수고하셨어요, 주인님. 하지만 바로 조선으로 가셔야겠어요. 이틀 전에 조선에서 급전이 왔어요.”
“왜? 혹시 명군이 울산왜성을 공격하다가 패했어? 공격예정일이 며칠 남았는데 이상하네.”
“조선 국왕전하께서 붕어하셨어요.”
붕어(崩御)는 물고기 이름이 아니라 임금이 죽었다는 뜻이다. 원래 역사에서 선조 임금은 재위 41년 2월, 1608년에 사망했다. 수명이 줄어든 데는 이유가 있었다.
“사인은 뭐야?”
“비만과 고혈압, 당뇨 등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갑자기 심장이 멎었대요.”
조선 국왕은 몇 달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담배를 많이 피웠다고 한다. 그 전부터 설탕과 소금이 들어간 과자를 몹시 좋아했고, 평소에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만약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이라면 설탕과 담배를 공급한 이민호에게도 책임이 꽤 있었다.
그러나 게장과 감을 동시에 진상해서 그것을 먹고 왕이 죽었는데도 책임을 안 진 것은 물론 후계자에 오른 경우도 있었다. 경종과 영조 이야기였다. 게장과 감은 상극 음식이라 둘을 함께 먹으면 장 폐쇄증이 나타날 수 있다.
“다음 임금은 광해군이지?”
“예. 왕후께서 광해군을 지목해서 옥새를 전달했고 다음 날 즉위했어요.”
“세자니까 당연하겠지. 변수는 없었군.”
왕후라면 의인왕후 박 씨였다. 정비였으나 자식을 낳지 못하고 남편에게 사랑도 받지 못한 불행한 왕비였다. 오죽했으면 임진왜란 때 피난 가는 선조 임금이 왕후가 아니라 인빈 김 씨만 데리고 다닐 정도였다. 실제 역사에서는 의인왕후가 남편보다 먼저 1600년에 죽었다.
여기서 왕세자 광해군이 여러 번 옥새를 사양하고 절차에 따라 옥새를 전달해달라고 요청하는 쇼를 펼쳤다. 그리고 대신들이 왕위는 한 시도 비울 수 없다며 광해군에게 옥좌에 앉길 청했으나 수십 번을 사양한 끝에 하루를 넘겨 다음 날 즉위했다.
이민호는 형식상 조선 국왕의 신하 신분이므로 국상에서 빠질 수 없어 상복 여러 벌을 지으라고 했다. 날이 더워지는데 땀 뻘뻘 흘리면서 곡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조선 임금과 딱히 원한도 없고 은혜를 입은 것도 없는 거래관계라서 국상 소식을 듣고도 이민호는 담담했다.
다음 날 이민호는 공방에 가장 먼저 들렀다. 용광로와 전기로를 이용해 철의 품질이 급격히 높아지고 공작기계의 꾸준한 개선을 통해 훨씬 나은 공구가 만들어지자 예전보다 효율이 좋은 기관과 발전기가 생산됐다. 아직 멀었지만 조만간 기계공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험을 마친 발전기를 장인들이 들고 원숭이 탄광과 금광으로 향했다. 장인들은 그 동안 건설을 마친 소규모 수력발전소에 발전기를 장착해 광산에 전기조명이 들어오도록 했다.
수력 발전으로 얻은 전기를 동력원으로 한 배수펌프를 가동해 탄광 갱도에 물이 차는 문제도 비교적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 증기기관이 개발되던 초기에 탄광에서 캐내는 양보다 갱도의 물을 배수하는데 더 많은 양의 석탄을 태워야 했다는 그런 모순적인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탄광 주변의 환경 문제가 심각해질 수가 있어서 탄광에서 나오는 오수는 오폐수 처리장을 거쳐 깨끗하게 배출했다.
이민호는 대장장이를 비롯한 장인 대표자들을 불러 모아 백성들이 쓸 만한 다양한 물건을 생산하도록 독려했다. 국방에 긴요한 제철 등 중공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이제는 다품종의 소비재를 생산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분업의 개념이야 이미 알고 있는 장인들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고 호소해 이민호가 이 문제를 수용했다.
그래서 군청마다 국립 직업소개소를 부설해 청년 백수들을 공장에 취업시켰다. 일 안 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고산국에서는 실업자가 흔했다. 그러나 젊은이가 직업이 없이 놀면 군에 강제 징집하거나 탄광에 보낸다는 소문을 퍼뜨리자 실업률이 확 줄어들었다. 청년들은 고산국 군대에 입대하는 것은 오히려 좋아했으나 탄광이란 말에 진저리를 쳤다.
공산품 판매를 지원하기 위해 국영유통업체를 세우고 군마다 백화점을 건설했다. 일반 백성들이 경영하는 가게에 비해 품질은 조금 낫고 가격은 2배 이상으로 책정하는 대신 훨씬 다양한 상품을 구비하도록 했다.
백화점은 이익을 내기 위한 유통업체가 아니라 다양한 소비재를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박람회장 비슷한 역할을 담당시키려 했다. 제조방법을 묻는 사람에게는 언제든 생산업체와 연결해 배우도록 주선할 계획이었다. 당연히 식료품이나 소금 등 기존 상권과 충돌할 만한 것들은 전시상품에서 아예 빼버렸다.
그래도 고산국은 생산과 소비, 유통업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건국 초반이라 백화점의 매출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됐다. 동네 소매상이 생기기도 전에 백화점이 유통을 장악하는 것은 이민호가 결코 바라지 않는 결과였기에, 상품 가격을 더 올릴까 고민하게 되었다. 소 상공인을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 작품 후기 ============================
다음 편에서는 임진왜란 정리, 새로운 조선 국왕과의 관계 등이 다뤄질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