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뜻한 바다의 제국-276화 (22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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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고산국이 계속 강성해지는 것이 조선 국왕 입장에서 불안하지 않으십니까?”

“선왕께서 그런 뜻을 가끔 내비치기도 하셨습니다. 하나 고산국에서 우리 조선 영토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저도 잘 압니다.”

이민호도 조선을 병탄할 생각을 몇 번이나 했었다. 그러나 조선 인구 절반이 죽어 나가지 않는 한 완전한 군사적 점령은 불가능했다. 고산국에 그럴 병력도 없지만, 초토화된 조선에서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명나라의 움직임에도 대비해야 했다.

한성과 왕궁을 먼저 장악한다면 가능할 것도 같았지만 그 후에 골치 아플 일들이 산더미였다. 사실 그 전에 고산국 군대를 구성한 조선인 출신들이 반란을 일으켜 이민호를 먼저 때려잡을 것 같았다.

호위들은 항상 이민호 편을 들겠지만 기마병 500기도 조선 편을 들 가능성이 컸다. 심지어 이민호가 ‘계복, 너마저!’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길 수도 있었다.

“그리고 가난한 백성들에게 조선과 고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권리가 생겼으니 무척 좋은 일이지요. 저도 고산국 못지않게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훌륭한 정치를 해보겠습니다. 나중에 이민자가 너무 적다고 제게 불평하지 마십시오. 하하하!”

“잘 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국왕께서는 정치를 잘 하실 것 같습니다.”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광해군은 평생 정치만 생각하고 왕이 될 준비를 하며 살아온 정치인이었다. 그에 반해 현대인 출신이라 해도 이민호는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았고, 특히 시간 대부분을 기술개발과 교역에 지나칠 정도로 쏟아 부었다. 그러니 광해군의 정치적 역량이 이민호보다 크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이민호는 교육받은 인재가 충원돼 관료제라도 빨리 정착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정릉 행궁에서 나오면서 이민호는 씁쓸함을 느꼈다. 7할 5푼 문제도 그랬다. 농민과 비농민 양쪽 모두의 생활을 안정시키려는 수단이었는데 마치 고산국이 높은 세율로 가렴주구를 일삼는 것처럼 악의적으로 소문이 유포되고 있었다.

사람은 보통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잘못된 정보를 믿고 오판을 할 수도 있다고 이민호도 인정했다. 이민 대상자들을 좀 더 설득력 있게 유인하는 계책을 마련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주인님. 농경지에서 나오는 세곡을 백은으로 환산하면 500만 냥인가, 사실 얼마 안 되잖아요? 몇 가지 사업만 국영으로 돌려도 세금 없는 나라를 만들 수도 있어요.”

“알다시피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식량 비축을 하려고 정한 세율이 5할이니까. 민희 말처럼 전세를 줄이고 미곡 수매를 해서 창고를 채울까? 예산이야 원정만 덜해도 되겠지.”

아직도 국영 사업체와 왕실 재산이 뒤섞여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처럼 국가예산 적자액을 왕실재산에서 충당해주지 않고 사업 몇 개만 넘겨도 충분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것은 작년에도 했던 생각이었고, 국가예산은 올해도 또 적자였다. 계속되는 전쟁과 유구국 상선들에 지급하는 운송비용 때문이었다.

고산국 국내에서 벌이는 수익사업들, 염전과 금광, 사탕수수밭과 차밭 그리고 전복 양식장은 이미 국가사업으로 전환됐다. 옥 도자기와 나전칠기를 만드는 공방도 이미 국영 사업체였다. 고산국의 재정규모가 꾸준히 커져서 왕실재산을 계속해서 넘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조선에서 벌이는 사업, 특히 전복과 해삼 양식, 그리고 광산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아직 왕실 재산으로 남겨두었다. 사실은 왕궁 지하 창고에 차곡차곡 금괴가 쌓이는 모습을 보는 맛에 왕실 사업을 유지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러면 선조 임금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생각한 이민호의 얼굴이 붉어졌다.

마포에서 출발해 이틀 만에 전라좌수영에 도착했다. 병사들의 휴가가 끝나는 날에 일부러 맞추지 않았는데도 딱 맞게 왔다.

전선이 도착할 때 승마보병들이 선착장 공터에서 운동회를 열고 있었다. 계복이 상금을 걸고 높이뛰기, 멀리뛰기, 달리기 종목으로 나눠 겨루게 했다. 몇몇 흑인이 사람 키보다 높이 뛰어서 이민호는 어이가 없었다.

고향에 휴가를 다녀온 병사들이 전라좌수영으로 돌아올 때는 거의 절반이 신부와 동행했다. 친정에서 첫날밤만 함께 보낸 신부를 고산국으로 가는 연락선에 태우면서 애절하게 생이별하는 장면이 포구에서 숱하게 많이 연출됐다.

새색시들은 남편이 비운 고산국의 집에서 속절없이 남편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전투가 끝나고 나서 휴가를 줄 것을 잘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졸지에 젊은 여자 이민자가 2천 명 가까이 늘어나 이민호는 속으로 몹시 좋아했다.

“수천 명을 생과부 만들어놓고 기뻐하지 마세요, 주인님.”

“응. 이번 원정은 얼른 끝내야겠다. 새신랑들이 다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

시간이 남으면 함경도 단천이나 동해국에 들러볼까 했다가 다 취소했다. 귀국하면서 일본 해안지대를 건드리는 것도 이번만큼은 하지 않기로 했다. 신혼 초에 원정 기간이 길어지면 병사들이 짐승으로 변할 것 같아 무서웠기 때문이다.

다음 날 전라좌수영을 떠나 저녁에 울산 앞바다에 도착했다. 부친 이응화가 삼도연합 함대 절반을 이끌고 태화강 하구에 진을 치고 있었다. 이민호가 단정을 타고 판옥선으로 옮겨 탔다.

“아니, 아버지는 어떻게 항상 적지에 나와 계세요?”

“껄껄! 통상 대감하고 계속 교대했는데 너하고 자꾸 엇갈리더라.”

“그래요? 쉴 시간이 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그 사이 유구국 병사들이 태화강 남쪽에 상륙해 진을 치고 있었다. 승마보병들과 기마병들도 내려서 자기 말을 찾았다. 예전에는 말 타는 기술로 두 병종을 쉽게 구별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흑인들도 말을 잘 탔다.

“네 마누라들은 다들 잘 있고? 손주 소식은 아직 없어?”

“하하! 씨가 나쁜가 봐요.”

“그래? 더 열심히 해봐. 며느리들이 다들 예쁘니 손주들도 예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서산대사 덕택에 안심하게 된 이민호는 이제는 씨를 주제로 농담할 정도로 여유를 찾게 되었다. 이민호는 서산대사를 아주 잘 만났다고 여겼다. 사실 그 동안 아기가 안 생긴 것이 이민호에게 가해진 핸디캡이 아닌지 불안했었기 때문이다.

부친은 요즘 조선 수군이 지키고 있는 동래와 울산을 피해서 왜군이 상륙한다고 했다. 판옥선을 띄워도 밤에는 지키기 어려웠다. 대낮이라도 왜선 몇 척을 판옥선과 싸우다 격침되도록 던져주고 그 사이에 나머지 왜선들이 왜군을 상륙시키는 식이라서 왜군이 울산왜성에 계속 충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왜군이 다시 6만 정도로 불어났어. 이제는 명군 5만보다 오히려 더 많은데도 이여송이 전공을 세우려고 조선군은 일부러 배제시켰어. 저러다 패하면 어떡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러게요. 전공에 욕심 낼 필요 없는데 말입니다.”

이민호가 망원경을 들어 강 건너 울산왜성을 살폈다. 평야 한가운데에 우뚝 솟은 돌산은 폐허로 변했지만 그 뒤쪽 야산과의 사이에 왜군 진영이 잔뜩 펼쳐져 있었다. 태화강 하구에서 포를 쏘아도 맞히기 어려운 각도였다.

다음 날 명군의 공격이 있다 해서 아침 일찍 다시 보기로 하고 이민호는 기함으로 돌아왔다. 미카와 시녀들을 녹초로 만들고, 밖에서 수건과 세숫대야를 들고 대기하던 비올레타가 마치 짐승을 쳐다보듯 하는 시선을 즐기면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민희, 민영은?”

“오늘은 편하게 자겠대요.”

웬 일로 오늘 민희와 민영이 침실 당번이 아니었고, 다른 호위 둘이 보조 침대에 앉아 있었다. 생리인가 했는데 계산해보니까 아니었다. 이민호는 둘의 생리 주기까지 기억할 정도로 원정 때는 항상 같은 방에서 생활했다. 이민호는 민희와 민영의 의도를 대충 알아챘다.

“두꺼운 옷 벗고 들어와. 같이 자자.”

“네!”

댕기머리를 한 민정과 민지가 속옷만 입고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추운 겨울에 껴안고만 잔 적이 있어서 어색하지는 않았다. 다만 오늘 둘은 몹시 긴장했고 이민호도 약간 떨렸다.

먼저 키가 큰 편인 민정의 속옷을 벗겼다. 민정 역시 말 타고 달리는 여진족 호위답게 허벅지가 굵고 탄탄했으며 몸매가 균형이 잡혀 있었다. 이민호가 누우면서 민정의 등 쪽을 품 안에 끌어안았다.

왼팔로 팔베개를 해주고 오른손으로는 민정의 몸을 더듬었다. 허리를 바싹 끌어당겨 이민호의 하체가 민정의 엉덩이 골 사이로 들어가게 했다.

“다른 데 시집가도 된다니까 고집을 피워.”

“저는 주인님과 함께 있는 게 더 좋아요.”

“그래. 나도 네가 계속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민정의 몸을 돌려 한참 동안 입을 맞추고, 이민호의 입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목과 쇄골을 지나 가슴에 머물렀다가 자그마한 유실을 입에 담고 혀로 굴렸다. 전혀 생소한 감각에 놀란 민정이 흠칫거렸다. 민정의 두 다리 사이에는 이미 이민호의 하체가 자리 잡아 비비고 있었다.

처녀를 위한 기나긴 애무를 끝내고 두 다리를 벌린 다음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부드럽게 문지르다가 결합하는 순간 꾸준히 힘을 주어 밀어 넣었다. 그 동안 볼 꼴 못 볼 꼴 다 봤던 호위라서 그런지 민정과 결합하는 순간에도 이민호는 쑥스러워 했다. 물론 민정은 아픔을 참느라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는 민지와 눈이 마주쳤다. 민지는 호위 중에서는 특이하게 함경도 출신 노비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였다. 키는 작아도 피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라서 어렸을 때부터 말 타기를 좋아했고, 수원 집에 살던 노비들처럼 호위대에 들어올 수 있었다.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는 민지의 턱을 잡아 당겨 입을 맞췄다. 민지가 눈을 질끈 감고 이민호의 혀를 받아들였다. 이민호는 그 사이에도 민정의 몸 위에서 허리를 계속 움직였다.

“아파요, 주인님. 제발 그만 해주세요.”

“이런! 잠시만 참아봐.”

이민호가 민정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움직였다. 끝나고 나서 민정이 훌쩍였다. 이민호가 민정을 끌어안고 토닥거렸다.

“왜 울어? 아파? 아니면 후회돼?”

“아뇨. 그냥 눈물이 나요.”

민지가 수건으로 닦아주는 동안 이민호가 민정에게 입을 맞췄다. 민정이 이민호가 내민 혀를 쪽쪽 빨아들였다. 민희와 민영 외에 처음으로 안은 호위라서 아직도 민망해서 이민호가 낯을 붉혔다.

내친 김에 다음에는 민지를 안았다. 약간 까무잡잡하고 작은 몸을 소중하게 다루다가 삽입했다. 민지가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면서 참아냈다. 처음부터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이민호가 시간을 끌다가 좀 더 아프게 만들었다.

“이렇게 아픈데, 저희도 앞으로 민희나 민영이처럼 주인님에게 안기는 것을 좋아하게 될까요?”

“응. 딱 그 정도까지만 부탁한다.”

예전에는 한 번만 안아도 민희와 민영이 녹초가 됐었는데 요즘에는 두 번을 해도 이민호를 은근한 눈길로 바라봐서 좀 무서웠다. 원래부터 체력이 좋은 애들이었다. 특히 네이처럼 어쩌다 한 번 동침할 때마다 뿌리를 뽑겠다고 작정하고 달려들면 참 곤란했다.

이민호는 민정과 민지를 품에 안고 등과 허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둘의 뺨에 교대로 입을 맞췄다.

“도련님 여자 많은 것 아니까 저희들한테 미안해하지 말아요. 원해서 이러는 거여요.”

“그래? 그래도 보통 여자들처럼 못해줘서 미안하다.”

민정과 민지가 상체를 세워 이민호와 교대로 입을 맞췄다. 젊고 건강한 여자들의 상큼함이 느껴졌다.

호위들은 수원에서 잘 먹고 커서 이 시대 여자들에 비해 다들 발육이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몇몇은 성장기가 지나서 수원에 오게 됐는지 여전히 체구가 작은 편이었다. 노비 출신이라 수원에서 나고 자란 민지가 작은 것은 체질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새벽부터 명군이 울산왜성을 공격하는 동안 고산국 원정군은 왜성이 바라보이는 태화강 중류 건너편에 진채를 건설했다. 왜성과 그 뒤쪽 목책을 두른 야산에 가려 전투 장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

- 삐이이이~

요란한 소리에 놀란 이민호가 고개를 들었다. 기다란 연기를 끌고 창 같은 커다란 것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며 왜군 진영에 무수히 쏟아져 내렸다. 명나라에서 수송해온 화창이었다.

2미터가 넘는 긴 창이 재수 없는 왜병들을 위에서 아래로 꿰뚫었다. 심지어 창날이 땅에 박혀 왜병이 창대에 뚫린 채 매달리게 했다. 그리고 왜성에 대한 명군의 포격이 시작됐다. 나무로 만든 상자 모양의 야구라가 포탄에 명중할 때마다 터져 나갔다.

============================ 작품 후기 ============================

오후에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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