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2 38. 큐슈 점령 =========================================================================
12월 2일 아침에 고산국 함대가 거제도를 떠났다. 다른 함대와 수송선들은 아직 거제도와 동래에 남아있었다.
거제도에서 똑바로 남쪽으로 내려와 고토열도에 도착한 전선 43척은 함대를 둘로 나눴다. 그리고 고토열도의 남쪽과 북쪽에서 포격을 하면서 북동쪽으로 진행했다. 함대는 왜구의 근거지인 고토열도의 여러 섬에서 배와 집을 포함해 모든 인공 건조물을 박살냈다.
오후에 히라도에 도착한 고산국 함대는 역시나 마을마다 포격을 퍼부었다. 전에는 해협을 피했으나 이번에는 병력을 엄폐시킨 채 과감하게 해협을 통과하면서 히라도 성하마을에 포격과 총격을 가했다. 히라도에 꽤 많은 병력과 왜선이 배치돼 있었으나 강력한 3인치 함포의 밥이 될 뿐이었다. 예전에 무너진 성은 아직 재건되지 않았다.
그 다음은 상륙예정지인 나고야에 포격을 가했다. 이곳에는 왜군 2~3만이 진을 치고 있어서 한 시간 넘게 집중 포격을 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왜군을 물러나게 만들었다.
- 쾅!
허겁지겁 도망치는 왜병들 사이에서 포탄이 터져 대여섯 명이 한꺼번에 날아갔다. 왜병들이 뭉쳐있다 싶은 곳에는 여지없이 포탄이 날아가서 터졌다. 눈에 보이는 곳에서만 수천 명의 왜병들이 쓰러져 있었다.
“와아! 왜적들이 드디어 물러나요, 전하.”
“도망가는 왜군 앞을 조준해서 포탄을 쏴요. 정말 대단해요!”
그 동안 가슴을 졸이던 주상아 공주가 아이처럼 기뻐했고 비올레타는 고산국 함포 사수들의 능력에 놀라고 있었다. 가운데에 서서 두 여자의 허리를 안은 이민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여자들도 함포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지 않게 되었다.
세 사람은 국왕좌승함 관측실에서 관측창을 열어놓은 채 함대가 포격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사거리가 긴 함포로만 공격하기 때문에 왜군의 대포가 두려워 관측창을 닫고 숨어있을 필요가 없었다.
“여기에 명군이 상륙할 건가요?”
“그렇소. 그래서 특별히 깨끗이 청소하고 있소.”
이민호가 주상아의 뺨에 입을 맞췄다. 주상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이민호의 애정표현에 부끄러워하면서도 싫어하지는 않았다. 관측실에는 세 사람 외에 계단 쪽에 호위들밖에 없었다.
“고산국은 다른 곳에 상륙하죠?”
“그렇소. 혼슈와 큐슈 사이인 간몬해협 양쪽을 장악해 혼슈에서 왜군 병력이 증원되는 것을 막기로 했소.”
“병력이 분산되면 위험할 텐데요.”
“하지만 큐슈의 왜군이 20만이 넘어요. 이들을 잡기 전에 혼슈에서 적의 병력이 증원되면 감당하기 어렵소.”
이민호가 이번에는 비올레타의 뺨에 입을 맞추려고 얼굴을 돌렸다. 그러나 고개를 돌린 비올레타가 적극적으로 이민호의 입에 키스를 퍼부었다. 이민호가 입안에 들어온 비올레타의 혀를 빨다가 반대편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허리에 있던 손이 내려와 비올레타의 탄력 넘치는 엉덩이를 쥐었다.
“저도요, 전하.”
주상아가 부끄러워하면서도 질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이민호가 주상아를 꼭 껴안고 키스했다. 나중에는 아예 두 여자 얼굴을 붙여놓고 이민호가 번갈아가며 키스를 교환했다. 두 손이 두 여자의 허리와 엉덩이를 오갔다.
최고의 미녀 둘을 한꺼번에 안고 키스를 나누는 이민호는 몹시 흥분됐다. 그러나 이곳은 함교 바로 위, 폐쇄된 곳이긴 하나 실내라고 보기 어려운 곳이었다. 이민호는 교대로 두 사람과 키스하다 보니 왜군이 어떻게 됐는지 신경 쓰지 않게 됐다.
“험! 포격이 끝났어요. 이제 내려가셔야죠.”
비올레타가 온 이후로 서로 간에 애정표현이 과감해져서 민영이 괜히 헛기침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이민호가 슬쩍 살펴본 나고야는 마치 달 표면처럼 온 땅에 포탄 구덩이가 패여 있었다.
저녁이 되어 거제도로 돌아오는 길에 일기도에 들러 건설 중인 왜성에 포격을 가했다. 이미 며칠 전부터 조선 수군 탐망선들이 들락거리면서 중요한 목표를 파악해 놓았기에 쉽게 포격을 할 수 있었다.
고산국 함대는 초저녁에 거제도에 돌아와서 보급을 추진했다. 포탄 소모량이 절반이 넘었고, 몇몇 함포는 수명을 넘겨 정확도가 떨어진 포신을 교환해야 했다.
고산국 함대는 이 짓을 사흘 동안 반복했다. 함대를 막으려고 떼로 출동한 왜선들은 남김없이 가라앉혔고, 큐슈 북쪽 섬과 해안선을 완전 초토화시켰다. 특히 왜군 병력이 집결한 곳은 꼼꼼하게 두세 시간 동안 포탄을 집요하게 퍼부었다. 통나무 울타리나 석축으로 쌓은 진지는 모조리 박살내놓았다.
왜군은 고산국 전선에서 상륙 병력을 내릴까봐 고산국 함대가 나타날 때마다 왜군 병력을 해안에 내보냈다. 그러나 상륙군을 내리지 않은 함대는 그때마다 함포 공격을 가해 왜군에 큰 인명피해를 내는 일을 반복했다.
“전하! 내일 명군의 상륙 예정 지역 말입니다.”
“예. 말씀해보십시오, 총함장님.”
본격적인 큐슈 상륙전을 앞두고 밤에도 작전회의가 계속됐다. 이순신이 해군 막료들을 이끌고 국왕좌승함의 집무실에 와서 회의를 진행했다.
“나고야, 즉 명호옥이라면 왜적들이 조선을 침략할 때 출발했던 근거지 아닙니까? 왜적들도 우리가 이곳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기도를 보급 거점으로 삼지 않으니 섬 바로 건너편인 이곳에 상륙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적이 예상 못한 곳에 상륙하는 편이 여러 모로 낫습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고산국 육군이 상륙할 곳에서 서쪽으로 자그마치 300리나 떨어져 있습니다. 병력이 우세하지 않은 우리가 병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하께서 원하시는 것이 따로 있을 것 같아 한산도에서 작전회의를 열 때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예. 총함장께서 생각하시는 게 맞습니다.”
이민호가 수긍하자 이순신이 잠시 멍한 표정으로 이민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역시 전하께서는 세계정복을 노리시는군요.”
“그건 아닙니다!”
“그럼 개전 초반부터 명군을 소모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역시 이순신은 이민호의 의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도원수 이항복도 어렴풋이 눈치 챈 것 같았으나 회의석상에서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 물론 이민호는 여진족과 명나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명군은 자기들이 알아서 상륙 작전의 선봉에 서길 원했다. 큐슈 북쪽 해안에 집결한 왜군은 15만에 달했으니 명군 3만으로는 상륙 교두보를 유지하기도 벅찰 것으로 예상됐다.
물론 이곳에 고산국 기병과 여진 기병, 섬라군과 유구군까지 차례로 투입될 예정이나 선봉이 큰 피해를 볼 것은 불문가지였다. 그리고 교두보를 확보한 다음 넓은 지역으로 진출해 야전을 벌일 때 과연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의 왜군을 당해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남았다.
“큐슈 등 이번 전쟁으로 획득할 영토에 대한 분배 문제가 있습니다. 원정군이 큐슈 점령을 마치고 혼슈를 공략하기 전에 아마 일본이 큐슈를 넘겨주는 선에서 전쟁을 끝내려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때 상황을 봐서 휴전을 하거나, 아니면 오사카와 교토까지 진군할 것을 선택하면 됩니다.”
“자신감이 넘치시는군요. 하지만 전하께서 만드신 군대로는 그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왜적의 영토를 획득했을 때 명군이 분할을 요구할 명분이 없어야 합니다. 저는 명군이 타격을 받고 가급적이면 초반에 이 전쟁에서 물러서길 원합니다.”
최대한 인명피해를 받으면서 물러서길 원했다. 어차피 전쟁 수행비용 대부분이 들어간 다음일 테니 이민호가 원한 대로 명나라의 약체화가 계속될 것이다.
“과연 그렇군요. 만약 명나라가 큐슈 일부라도 장악하면 자칫 고산국이 영향권을 미치는 영역 내에 강한 이웃인 명나라의 교두보를 두게 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큐슈 전체, 혹은 그 이상을 고산국의 영토로 만들 계획이십니까? 왜군을 쫓아내거나 점령은 가능하더라도 지금 병력과 국세로서 영토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지 사실 의문입니다.”
“딱히 필요는 없지만 조선은 영토를 확장할 의욕도 능력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유구국이나 섬라에 줄 수도 없지 않습니까? 설사 점령지를 무인지대로 비워놓더라도 명나라에는 절대로 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유구국은 사쓰마의 시마즈 가문에게 점령될 뻔했다가 고산국의 도움을 받아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다. 유구국은 연합군이 승리할 경우 유구국에 가까운 큐슈의 남서쪽 섬 몇 개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 정도는 충분히 들어줄 수 있었다.
섬라의 경우는 약간 복잡했다. 버마로부터 갓 독립한 섬라는 먼저 임진왜란 때 조선에 파병하겠다고 제안함으로써 명나라로부터 정식 책봉을 받는 외교적 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적대하고 있는 버마는 여전히 강대국이기 때문에 섬라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섬라는 이번에 파병하는 대신 다음에 명나라가 북쪽에서 버마를 공격해주길 원하고 있었다.
“과연 그렇습니다. 그러나 명나라가 호락호락 물러설지 모르겠습니다. 자칫 영토 배분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겠군요.”
“전쟁이 끝날 때 누구 힘으로 이겼는지 분명히 알아볼 것이니 걱정 없습니다. 저는 명나라와 우호를 유지할 생각입니다.”
아마도 당분간이겠지만, 그런 것까지 이순신에게 밝힐 필요는 없었다. 여진족이 설치도록 내버려둔다면 그들이 알아서 명나라를 멸망으로 몰아갈 수 있고, 이민호는 어부지리를 취할 계획이었다.
오늘도 피곤한 하루가 끝났다. 전투 지휘는 이순신에게 맡기고 이민호는 그저 구경만 했지만 전투시간이 길어지면서 피곤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내일은 큐슈 북부 해안에 상륙하는 날이라 아주 길고 긴 하루가 될 것 같았다.
거제도 조라포에 정박해서 좋은 것은 물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민호는 침전 안쪽에 위치한 욕실에 들어가 따뜻한 물속에 드러누워 있었다. 욕실 문이 조금 열리면서 민지가 얼굴을 내밀었다.
“어서 나오세요, 주인님. 더 늦으면 비올레타 님이 혼자서 기다리게 돼요. 미녀를 기다리게 하는 것은 실례란 말이에요.”
“욕조에 있는 게 편한데. 알았다.”
“시간이 없어요. 제가 등을 밀어드릴까요?”
“음. 그래줄래?”
민지가 얼굴을 붉히며 속옷 한 장만 남기고 옷을 벗었다. 그리고 수건에 비누를 문질러 거품을 냈다.
그 사이 이민호는 거울을 보며 이를 닦았다. 턱수염 한 가닥이 피부를 살짝 뚫고 솟아나 있었다. 아직 어려 보이는 이민호는 이 수염을 애지중지했다.
“등은 다 됐어요. 돌아서세요.”
민지가 나긋나긋한 손길로 부드럽게 이민호의 앞을 수건으로 닦아 거품을 묻혔다. 이민호의 가운데에 수건을 내밀었을 때는 민지가 눈을 질끈 감았다.
“민지도 이럴 때 목욕을 해. 가만.”
이민호가 민지의 속옷을 내리고 다리를 들어 벗게 했다. 그리고 바가지로 물을 떠서 민지의 몸에 뿌렸다.
이민호가 민지를 안아 몸을 비벼 거품을 묻혔다. 남녀 역할이 바뀐 것 같았지만 이민호는 충분히 만족했다. 민지가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재촉했다.
“시간이 없어요, 주인님. 곧 비올레타 님이 오세요.”
“지금 민지 허벅지를 찌르고 있는 것이 뭔지 알지?”
“히잉~ 제 잘못 아니에요.”
“그럼! 하지만 민지가 해결해줄 수 있어.”
이민호는 민지를 뒤로 돌려세우고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에 그것을 넣어 비볐다. 직접 결합하지 않았어도 감촉이 좋았다. 민지도 눈을 감고 그 감촉을 즐겼다. 이민호는 자그마한 체구의 민지를 뒤에서 안아 비비고 손으로 가슴을 만지면서 거울을 통해 앞모습을 지켜보았다.
“엄마!”
민지가 눈을 살짝 떴다가 거울을 통해 이민호의 눈과 마주쳤다. 놀란 민지가 발버둥을 치며 도망가려고 할 정도로 몹시 부끄러워했다. 민지를 뒤에서 껴안은 이민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몸을 결합시켰다. 민지의 숨소리가 급격히 높아졌다.
“이렇게 하고 싶어서 욕실에 들어왔지? 이 앙큼한 것!”
“하앙! 아니에요.”
이때 문이 열리면서 민영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럴 줄 알았어요. 어서 끝내시고 나오세요. 비올레타 님에게는 조금 늦게 오시라고 할 게요.”
“그렇게 해줘. 고마워.”
문이 닫히고 나서 이민호가 본격적으로 진퇴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 이민호의 가슴에 등을 붙였던 민지가 점점 허리를 굽혔다. 팔을 뻗어 벽을 짚고 엎드린 민지에게 이민호가 마지막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가느다란 허리 아래 까무잡잡하고 자그마한 엉덩이를 붙잡고 정을 쏟아 부었다.
숨을 헐떡이던 이민호가 민지를 세우고 가슴을 만졌다. 제대로 서지 못하는 민지가 이민호의 팔에 매달렸다.
“민지 너도 내 아내인데 마치 바람피우는 것처럼 급하게 해서 좀 그렇다. 미안해.”
“아니에요. 저는 기뻐요.”
민지가 돌아서서 이민호의 목에 매달렸다. 아직 거품이 남아서 몸이 미끄러웠다.
“이번이 네 번째에요.”
“미안. 앞으로 시간을 더 내볼게.”
“괜찮아요. 그리고 갈수록 좋아져요.”
이민호는 여진족 호위들에게 가장 미안했다. 시전부락이 비록 조선 변경을 노략질했다 하나 아예 몰살시킬 정도로 심하게 정벌했고 그 작전에 이민호가 참가해 공을 세웠다.
그리고 포로로 잡은 아이들을 키워 남자들은 부하로 쓰고 여자들은 첩으로 삼은 셈이었다. 이민호는 이들에게 항상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민지는 여진족은 아니지만 노비 출신이라서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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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 전체를 점령해가면서 혼슈에서 오는 응원군을 막는 전투인데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