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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바다의 제국-354화 (303/1,000)

00354  40. 혼슈 전쟁  =========================================================================

“소리가 점점 가까워집니다. 땅굴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공병대 지휘관이 청진기 같은 장치를 이민호에게 넘겼다. 곡괭이로 돌벽을 찍고 삽으로 파내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은 소리가 철심의 진동을 통해 귀에 들렸다. 좁은 땅굴 안에서 훈도시만 입고 이마에 수건을 두른 왜인들이 사무라이에게 욕을 먹으며 정신없이 일하는 장면이 눈에 선했다.

이민호가 소리를 듣고 땅굴 속에 펼쳐진 광경을 상상하는 동안 공병대 지휘관이 간략한 단면도를 그렸다. 둘로 나뉜 땅굴을 직선으로 연장해서 하나는 옛 모지(門司) 성 내성인 니노마루에, 다른 하나는 외성인 산노마루에 예상 출구가 찍혔다.

“도련님! 적이 나올 곳을 알았으니 땅굴에서 나오는 놈들을 하나씩 때려잡는 게 낫겠습니다. 지금 폭파시키는 것보다 최소 이틀은 시간을 더 버는 게 낫지 않겠어요?”

“적이 언제 밖으로 나올지 모르고, 그렇게 잡아봤자 나중에 세어 보면 많지도 않을 거야.”

계복이 제안한 것은 이민호가 세운 시간 끌기 전략에 가장 합당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민호는 귀찮아서 지금 당장 땅굴을 무너뜨리길 원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땅굴 위에서 폭약을 터뜨려 땅굴 위에 구멍을 내는 것이었다. 땅굴에 대한 대책으로 파낸 공간이 해수면보다 낮아 땅굴 전체가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땅굴 전체를 수몰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땅굴을 파는 작업에 동원된 왜인들 수천 명이 한꺼번에 익사 후 생매장당할 수 있었다. 땅굴 막장에서 작업하는 인원이 열 명 정도에 불과하더라도 파낸 흙을 릴레이로 옮기려면 두 줄로 서서 천 명 넘게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적을 죽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더 이상 시간 끌 것 없다. 공병대장! 땅굴 위쪽을 폭파시키고 수문을 열어 수몰시키시오.”

“예! 전하. 폭약이 준비됐습니다.”

벌써 저녁이 다 돼 갔다. 건설용으로도 쓸 수 있게 만든 다이너마이트 비슷한 폭약이 왜군이 이미 파고 지나간 땅굴 위에 상자 째로 차곡차곡 쌓였다. 해가 지면서 2연대 중에서 1개 대대가 모지 항 주변에 집결해 거리를 두고 매복에 들어갔다.

- 쿠쿠쿵!

간몬 해협 일대에 거대한 충격파가 발상했다. 강렬한 빛이 해협 주변에 퍼지자 사람들이 눈을 감았다. 진동을 느낀 왜인 포로들은 지진이 일어난 줄 알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가 났다. 기리시탄 의용병들이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포로들을 진정시켰다.

“제대로 땅굴 위입니다! 반쯤 무너졌지만 확실히 구멍이 뚫렸습니다!”

“어서 수문을 여시오!”

“폭파!”

수문이라고 말을 했지만 사실은 바다를 가로막은 제방 비슷한 흙벽이었다. 이곳에도 미리 폭약이 설치돼 한꺼번에 세 곳에서 동시에 폭발했다. 흙벽이 와르르 무너지며 바닷물이 흙을 파낸 지역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흙벽을 넘은 바닷물이 맹렬한 속도로 구멍이 뚫린 땅굴 안으로 쏟아졌다. 마치 수채 구멍에 물이 빠지듯 계속해서 물이 땅굴 안으로 들어갔다.

“이야아!”

흙탕물에 온몸이 젖은 사무라이가 땅굴에서 튀어 나오더니 칼을 높이 들고 두리번거렸다. 주먹으로 눈을 닦은 다음 다시 두리번거리던 사무라이가 2연대 병사들을 향해 뛰어갔다.

- 탕!

사무라이가 가슴에 총탄을 맞고 픽 고꾸라졌다. 이것이 어설픈 땅굴 작전의 초라한 종말이었다. 바닷물이 계속해서 땅굴로 쏟아져 들어갔으니 안에서 일하던 왜인들 대부분이 물에 잠겨 익사할 것이다.

“싱겁군. 이것으로 20일쯤 벌었나? 땅굴이 이렇게 끝났으니 앞으로 왜군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어.”

“다음에는 뗏목을 타고 건너오겠죠.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부터 왜인들이 주변 산에서 나무를 베고 있습니다. 저들도 땅굴이 우리에게 들킨 줄 알고 반쯤 포기했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계속 땅굴을 팠다? 포기하기 어렵겠지.”

땅굴 방어 작전이라는 어설픈 작전은 이렇게 끝났다. 왜군이 해협 건너편 산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다가 들켜서 금방 들통 나고, 대한민국에서 건너온 이민호가 철저히 대비한 탓에 땅굴 작전은 왜군에게 아무런 소득 없이 이렇게 끝났다. 별로 걱정하지 않았던 이민호도 이렇게 끝내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해협 건너편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땅굴을 통해 투입할 병력이 아직 준비되지도 않았을 테니 왜군에서 딱히 대응할 것도 없었다.

국왕좌승함에 돌아가서 식사를 마친 이민호가 편히 자려는데 호위들이 사용하는 옆방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여왔다. 오늘 뭔가 일이 있나 했더니 결국 호위 민혜가 여진족 전통 복장을 하고 침전에 들어왔다.

민혜는 말 수가 적어 차분한 편이었고, 항상 보던 얼굴이라 딱히 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첫날밤을 맞는 호위에게는 중요한 날이라서 이민호도 예의를 갖춰 정중히 맞아들였다. 호위들 중에 아직 은전을 못 받은 이가 두세 명 남은 것 같았다.

“열아홉 살 생일을 축하해.”

“고마워요, 주인님.”

여진족 여자 호위들이 자기들끼리만 있을 때는 어떨지 몰라도 이민호 앞에서는 조신하게 행동했다. 그래서 이민호가 호위들의 얼굴과 이름을 자주 헷갈리기도 했다. 민혜는 그런 특징 없는 호위들 중에 하나였다.

민혜가 입은 두꺼운 신부복을 벗긴 다음 민영이 내미는 쟁반에서 잔을 들어 민혜와 함께 합환주를 나눠 마셨다. 그 다음 이민호가 민혜를 침대 안으로 이끌고 들어갔다.

신부복답게 꽤나 치렁치렁한 옷이지만 지금까지 열 번 가까이 벗겨본 여진족 신부복이라 금방 벗길 수 있었다. 같은 옷이 아니라서 장식이나 단추 위치가 조금 달랐으나 이민호는 금방 적응했다.

“지금까지 고마웠고,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절차는 저한테 안 물어보시네요. 대답할 말을 준비했는데요,”

“물어볼 필요가 없으니까. 지금이라도 물어볼까?”

“아니에요.”

언젠가부터 여진족 호위를 처음 안기 직전에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도 된다는 개소리는 더 이상 늘어놓지 않기로 했다. 알몸을 안으니 젊은 여자 특유의 부드럽고 매끈한 피부와 접촉해서 이민호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이민호가 파들파들 떠는 민혜를 안고 애무를 진하게 했다. 처음으로 남자의 손길과 혀가 닿는 생소한 감각에 민혜가 소름이 돋는지 몇 번씩이나 화들짝 놀랐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이민호에게는 조금 재미있었다. 실컷 몸으로 비빈 다음 민혜의 몸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자 이민호가 벌렁 드러누웠다.

“올라와. 배웠지?”

“저는 처음인데 이렇게 해야 해요?”

“알다시피 여자가 주도권을 잡고 하는 거야. 첫날밤에 이렇게 하면 훨씬 덜 아프다고 들었어.”

몹시 곤란해 하던 민혜가 이민호의 몸 위에 올라왔다. 몇 년 동안 기다려온 날이니 부끄럽더라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민혜가 조심스럽게 이민호의 것을 잡고 천천히 연결시켰다. 눈살을 찡그리며 아주 조금씩 몸을 낮추던 민혜의 엉덩이를 이민호가 두 손으로 잡았다. 민혜가 놀라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냥 만지는 거야. 갑자기 당기지 않을 테니 혼자서 해봐. 아야!”

민혜가 엉덩이를 내리는 순간 이민호의 그것이 바깥으로 튕겨져 나왔다. 하마터면 부러질 뻔했다.

“죄송해요. 안 다치셨어요?”

“괜찮아.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해. 다른 언니들도 다 거쳐 간 과정이니 너무 겁내지 마.”

이민호가 민혜를 가슴에 품고 다시 애무를 했다. 아까보다 훨씬 안정된 민혜가 다시 용기를 내서 이민호의 중심 위에 앉았다. 오늘 당직인 민영과 민정은 보조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 위까지 올렸으나, 귀를 쫑긋하고 듣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

“천천히.”

“아파요, 아파요.”

아프다면서도 민혜는 끝까지 결합시켰다. 잠시 한숨 돌리던 민혜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민호는 그곳이 너무 꽉 결합돼 아픈데도 억지로 참았다. 민혜가 훨씬 아플 텐데도 신음소리를 참아가며 잘하고 있었다.

중간에 힘든지 민혜가 이민호의 가슴 위에 엎드렸다. 이민호는 민혜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었다. 호위들은 다들 발육이 좋고 운동을 꾸준히 해서 몸매도 좋은 편이었다. 항상 총을 들고 다니면서도 은근히 후궁들에게 화장법 같은 것을 배워서 미모를 돋보이게 할 줄도 알았다.

“너희들을 어렸을 적에 받아들인 것이 지나고 보니 내게 큰 행운이었다.”

“저희들에게도 행운이었어요, 주인님.”

“입 맞추자.”

몸이 결합된 상태인데도 민혜는 겨우 키스하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이민호는 민혜의 상큼한 입안을 혀로 탐험했다. 다시 민혜를 앉혀놓고 움직이게 하면서 손을 뻗어 출렁거리는 민혜의 가슴을 만졌다.

“충분하구나.”

“네? 뭐가요?”

“아이 키우기에 충분한 크기라는 뜻이다. 훌륭하다. 내 아이를 가지면 잘 키워줘.”

“물론이에요, 저의 주인님.”

그 한 마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민혜가 고통을 무릅쓰고 목적 달성을 위해 상체를 열심히 움직였다. 이민호도 참지 않고 빨리 끝내려고 노력했다.

이민호가 민혜의 엉덩이를 꽉 붙잡고 마지막을 장식했다. 민혜가 다시 이민호의 가슴에 파묻혀 숨을 몰아쉬었다.

“아팠지? 수고했어.”

“고마워요, 주인님.”

민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민호에게 은전을 받지 못한 호위들은 불안한 기색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이민호 입장에서야 호위들을 버릴 이유가 없는데도 숫처녀 호위들은 괜히 버림받을까 항상 두려워했다. 이민호는 호위들 숫자가 너무 많은 탓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잠깐 움직여주세요. 주인님은 잠시 고개를 돌려주세요.”

민영과 민정이 어느새 침대로 올라와 뒤처리를 해주었다. 남자 입장에서도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이민호는 가만히 있었다. 민영이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닦은 다음 다시 마른 수건으로 조심스레 닦았다.

둘은 다시 보조 침대로 돌아가고, 이민호가 민혜를 품에 안았다. 평소에 대화할 일이 별로 없어서 지금도 할 말이 없었다.

“오늘 땅굴 막은 것 봤지? 왜적들이 시간 들여 애쓰고 땅굴을 팠는데 간단히 막혔잖아. 아마 수천 명이 물에 빠져 죽었을 거야. 왜군이 너무 멍청한 것 아닐까?”

이런 질문을 하고 나서야 민혜에게 오늘이 첫날밤인 것을 깨닫고 이민호가 후회했다. 이민호가 민혜를 다정하게 안아주려 할 때 민혜가 대답했다.

“제가 왜군 대장이라면 차라리 더 가까운 히코시마에 땅굴을 뚫겠어요. 거리가 가까우니 지금쯤 땅굴 대여섯 개를 동시에 만들 수 있었을 거여요.”

“뭐? 자세히 이야기해 봐.”

“모지 성으로 파들어 간 땅굴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공사를 했어요. 하지만 그저 시선을 끌기 위한 버리는 패라는 생각이 들어요.”

“설마! 히코시마 앞에서 공사하는 장면은 한 번도 안 보였는데?”

첫 날부터 왜인들이 판 참호선 세 개 중에서 히코시마를 향한 참호선이 하나 있었다. 참호 주변에 나지막한 돌벽을 쌓아 포격으로부터 어느 정도 인원을 지켜줄 수 있었지만 공사를 했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히코시마 건너편은 초반부터 돌벽을 쌓지 않았어요? 참호 안쪽이 우리에게 안 보였잖아요. 참호가 의외로 깊었을 수도 있어요.”

“내일 오전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가까운 쪽 일부를 점령해서 조사하면 쉽게 판단되겠지.”

“당장 오늘 밤에라도 기습을 해올까 봐 불안해요. 아니, 모지 성으로 향하던 땅굴이 차단됐으니 당장 오늘 밤에 야습을 할지도 몰라요. 히코시마를 향해 판 땅굴은 이미 여러 개가 완성됐을 것 같아요.”

“에이! 걱정 마. 갑작스런 변화에 놀라 대응할 틈이 없을 테니까.”

이민호는 민혜를 끌어안고 생각에 잠겼다. 이민호가 보기에 해협 북쪽 시모노세키에 거의 붙어있는 히코시마는 간몬 해협 방어에 있어서 별로 중요한 곳이 아니었다. 다만 히코시마를 점령하고 있으면 해협 남쪽의 반원형으로 길게 이어진 해안을 막을 필요가 없어 수비 병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잡고 있을 뿐이었다.

만약 불리해질 경우 언제든 히코시마에서 물러설 수도 있었다. 그래서 시모노세키 방향으로만 성을 쌓고 해협 쪽으로는 그대로 비워놓았다. 그러나 왜군에게 히코시마가 넘어간다면 꽤나 피곤해질 것 같았다. 고산국 병력이 적어 왜군의 해협 횡단 상륙을 막기 어려워지거나, 몇 만의 병력이 고정적으로 배치돼 있어야 했다.

- 타타타타탕! 쾅!

“이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총성과 폭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뭔가 사단이 난 것이 분명했다. 이민호가 서둘러 군복을 입는 중에 호위 민지가 침전 문을 열고 보고했다.

============================ 작품 후기 ============================

원정이 길어지다 보니 머리 쓰는 역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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