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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바다의 제국-517화 (466/1,000)

00517  53. 북미 순행  =========================================================================

이민호가 걱정하는 말을 내뱉으면 그 말이 씨가 되는 경향이 있었다. 잘못하면 영토 확장 속도를 새강릉의 능력이 감당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어서 이민호가 잠시 고민했다. 그때 와훈수나콕이 조심스럽게 이민호에게 건의했다.

“전쟁에 패한 추장들을 처형해야 했습니다. 그럼 이렇게 장난처럼 선전포고를 했다가 바로 항복해서 노예가 되려는 부족은 없었을 겁니다.”

“내가 너무 관대했나? 이로쿼이 추장들을 처형해봤자 추장 직위가 모계로 계속 이어진다 해서 의미가 없을 줄 알았지.”

원주민 부족들을 명목상의 노예로 받아들이는 것이 고산국에 좋은 점도 있었다. 원주민 부족들과의 길고 복잡한 협상 없이 고산국에서 마음대로 정해서 원주민과 고산국 모두를 위한 일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었다.

원주민들 입장에서는 주변 정세 변화에 불안을 느끼다가 확실한 보호자를 찾아 고산국에 의탁한 것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북미 북동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자랑하던 이로쿼이 연맹과 전쟁을 벌여서 단시간에 압도적으로 패배시킨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포우하탄 부족 연맹이 고산국에 속한 이후 배불리 먹고 군사력도 강성해졌다는 소문도 주변 부족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알현을 신청하는 쇼니 족을 문전박대해서 쫓아 보냈다. 그리고 여기 있다가는 계속해서 여러 부족이 노예가 되겠다고 몰려올까봐 얼른 새강릉을 떠나기로 했다. 새원산에서 동원할 수 있는 건설장비에 한계가 있기에 북미 원주민들을 복속시키는 것에도 어느 정도 속도 조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새강릉은 북미 동부 개발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에 위치했다. 물론 현대 뉴욕 위치이며 대서양 교역과 오대호 인근 개발을 위해서는 새원산도 중요했지만, 그곳은 겨울에 너무 추웠다. 소빙기가 본격적으로 찾아온다면 북극의 차가운 기단이 그곳까지 확장할 가능성도 있었다.

북미의 수도로 현대 지명 워싱턴과 새강릉에서 가까운 리치먼드, 그리고 미시시피 강 하구 뉴올리언스 위치인 새진주를 후보로 올려두고 있었다. 고산국 본토와 가까운 북미 서해안은 가끔 지진이 심하게 나서 포기했다.

그래서 적당히 중간 위치인 새강릉을 북미 동부 별궁 위치로 낙점했었다. 물론 해로를 이용하기 편한 새강릉이 수도가 될 수도 있었지만, 넓은 바다로부터 갑작스럽게 공격당할 수 있는 지역을 수도로 정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극히 드물었다. 바다에 접한 수도인 도쿄와 브루나이, 리스본도 만 안쪽에 위치해 최소한의 방어력을 확보했다.

“그런데 문제는 누군가 남아서 별궁을 관리해야 한단 말이야.”

그래서 가장 만만한 우크라이나 하녀들을 불렀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하녀들이 화장을 제대로 하니 이민호의 가슴을 떨리게 할 정도로 미인으로 탄생했다. 하녀들은 오늘이 혹시 첫날밤이 될까 기대하며 최대한 예쁘게 치장하고 침전으로 들어왔다.

더 이상 여자가 늘어나면 곤란한데 큰일이었다. ‘여자는 딱 여기까지만’이라는 결심이 몇 번이나 무너졌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너질 것 같았다. 이민호가 마음을 굳게 먹었다.

“너희 하녀들은 이곳 새강릉 별궁에 남는 게 좋겠다.”

“예? 주인님! 저희들을 버리지 마세요.”

우크라이나 지방 출신 하녀들이 커다란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이민호에게 매달렸다. 불쌍했지만 이들을 데리고 왕도로 돌아가기에는 후궁들의 눈치가 보여 새강릉에 남겨두기로 했다.

베네치아 시녀들은 교육 후에 지중해 무역을 주도시킬 계획이라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하녀들은 그저 하렘의 일원일 뿐이었다.

현재 고산국의 능력으로는 흑해에 진입해 우크라이나와 교역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 무역에 도움이 되지도 못했다. 2014년 동계 올림픽 피겨 경기에 우크라이나 심판이 있어서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버리는 게 아냐! 이곳 별궁을 관리하는 것뿐이야. 앞으로 매년 한두 달씩 북미에 머물 거야. 그리고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들은 노예가 아니라 고용됐을 뿐이야. 언제든 나가도 돼.”

이민호가 자못 냉정하게 대했다. 우크라이나 하녀들은 일반적인 슬라브족 여성들이 그렇듯 순종적이면서 동시에 체념도 빨랐다. 그러나 하녀들이 버림 받은 강아지처럼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펑펑 울었다.

“어머머! 주인님! 처녀들의 순결을 취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주셔야 해요.”

“내가 언제!”

이민호가 파티마에게 반박하려다가 말았다. 비록 처녀를 빼앗지는 않았지만 욕탕에서 목욕시중을 받으면서 우크라이나 하녀들의 몸을 실컷 즐긴 것은 사실이었다.

“쳇! 알았다. 이렇게 예쁘게 생긴 주제에 울지 마라. 데려가마.”

우크라이나 하녀들이 이민호 발치에 엎드려 펑펑 울었다.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인 것 같았다.

“대신 주인의 말을 거부했으니 처벌을 내려야겠다. 파티마, 너부터!”

“어머머! 네에!”

이민호가 의자에 앉고, 파티마가 치마를 걷어 올린 후 이민호의 허벅지 위에 엎드려 엉덩이를 맞는 자세를 잡았다. 뭉클한 느낌이 이민호의 남성을 자극했다. 파티마가 헤실헤실 웃는 것이 수상했다.

속옷을 아래로 내리자 박처럼 둥글고 하얀 엉덩이 두 짝이 나타났다. 이민호가 손바닥을 번쩍 치켜들었다.

- 짜악!

“아흥~”

이런 소리 나올 줄 알았다. 파티마에게 세 대를 때리는 동안 우크라이나 하녀들이 줄을 서서 맞을 차례를 기다렸다. 하녀들이 맞기 전에 미리 속옷을 내리는 바람에 이민호가 몹시 아쉬워했다.

“다들 뭘 그렇게 기뻐해?”

“주인님의 몸이 제 몸에 닿으니까요.”

“얼씨구!”

파티마만 조금 세게 때리고 하녀들은 거의 만지는 수준이었다. 이민호 하체 위에 엎드린 하녀들이 붉은 입술을 살짝 열어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안쓰러워서 살짝살짝 때리다가 나중에는 그냥 만져주었다.

처벌이 끝나고 아름다운 처녀 열두 명이 일렬로 서서 발개진 얼굴로 숨을 헐떡거렸다. 이민호는 몹시 동했으나,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여자를 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하녀들의 얼굴 상태도 보기에 별로 안 좋았다.

“파티마! 하녀들 데려가서 세수나 좀 시켜. 화장 지워졌다.”

“네! 훗!”

파티마가 이민호에게 눈을 찡긋하며 하녀들을 데리고 나갔다. 이제 침전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민호는 비올레타나 민영에게 가려다가 너무 급해서 침대 아래에 대고 호위를 불렀다.

“오늘 누가 당직이야? 나와봐!”

“근무 중이지만 어명을 받들게요.”

호위 민정이 후다닥 침대로 올라왔다. 어디에 무기를 숨겼나 했더니 역시 치마 속 허벅지에 권총집과 단검집을 묶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무기가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하는데 가터벨트가 쓰인다는 사실도 새로 알게 됐다. 원래 알던 것이었지만 이 세상에서는 처음 봤다.

민정이 근무 중이기 때문에 옷이나 무기를 몸에서 떼어놓을 수는 없었다. 권총집이 걸려서 속옷을 벗기는데 조금 애를 먹었지만 금방 벗길 수 있었다. 탄탄한 양쪽 허벅지에 각각 권총과 단검을 찬 모습이 이민호가 보기에 꽤나 자극적이었다.

“다 안 벗어도 돼요?”

“민정이 너 근무 중이잖아. 규칙을 지켜야지.”

“풋!”

벌건 대낮에 은은한 백단향 향기를 맡으며 민정을 안았다. 이미 익숙해진 몸이라 서로가 편안했다. 가느다랗게 눈을 뜬 민정이 꿈틀거리며 이민호의 몸을 감아왔다.

이민호는 별궁 관리를 위해 새강릉 시청 소속 고용인을 두기로 했다. 뚱뚱하고 나이 많은 아줌마들을 특별히 고르겠다고 약속한 말을 믿고 이조 참판에게 별궁을 청소할 하녀들의 고용을 맡겼다.

다음 날 아침 국왕좌승함을 비롯한 함대가 새강릉을 출항했다. 새강릉 관리들, 고산국 출신 농민과 상인들, 교육 중인 아일랜드 이주민들이 항구에 몰려와서 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열렬히 손을 흔들었다.

관리들은 개척지 근무 수당을 받게 돼서 기뻐했고, 농민들은 본토에 있을 때보다는 훨씬 낫지만 서부 농민들보다 수입이 적어서 오묘한 표정이었다. 고국에서 굶는 것이 일상이 됐던 아일랜드 이주민들은 그야말로 천지개벽할 정도로 신분 상승을 해서 며칠이 지난 지금도 하늘에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포우하탄 연맹과 레나페 부족을 비롯한 여러 부족의 원주민들이 카누 5천여 척을 타고 나와 그 넓은 체서피크 만을 가득 메웠다. 포우하탄 부족 연맹이나 레나페 부족 원주민들은 대체로 강이나 해안 주변에 사는 자들이라 집집마다 카누 한 척씩 몰고 나온 것 같았다. 함대가 가는 수로 앞길에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꽃을 구해와 뿌려준 것은 좋았지만, 커다란 순양함이 수많은 카누들 사이를 빠져 나가는데 몹시 애를 먹었다.

간신히 체서피크 만을 빠져 나왔다. 한참 남쪽으로 갔는데도 새강릉의 12층 건물이 여전히 시야에 들어왔다. 새강릉 관청 거리에 지은 12층 건물은 주변 지역에 대한 감시초소 역할만으로도 본전을 충분히 뽑고도 남았다. 체서피크 만 바깥을 경계할 해안경비대 함선 두 척과 승선 인원 4개 조 120여 명, 그리고 해안 여러 곳에 뒀던 경계 초소와 이를 운용하는데 필요한 병사들과 보급 관련 인원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새동래 요새 항구에 입항하기 위해 요새 앞 양쪽을 길게 가린 연안섬들 사이로 순양함이 한 척씩 들어갔다. 폭이 500미터가 넘더라도 계속해서 토사가 쌓이는 지역이라 좌초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깔끔하게 준설이 되어 있어서 괜한 기우였다.

연안섬(barrier island)은 강에서 내려오다가 쌓인 퇴적물 또는 연안류에 의해 형성된 모래나 여러 가지 퇴적물이 기존 해안선과 평행하면서도 더 직선으로 쌓여 가늘고 길게 이어진 섬이다. 새원산 동쪽 긴 섬 남해안, 새강릉 남동쪽에 백여 km나 이어지는 백사장, 북미 남해안 새순천 입구 등에서 이런 지형을 찾을 수 있었다.

도착하기도 전에 병조 참판이 전선을 타고 마중 나왔다. 순양함이 기본 군함이 된 지금에 이르러서 천자 전선은 꽤나 작고 귀여워 보였다. 개구리 올챙잇적 생각 못한다고, 저 작은 배로 큰 전쟁을 하고 대양을 건너 새로운 영토를 개척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전하.”

“그 동안 잘 지냈소, 참판?”

“요즘 자꾸 살이 찌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전하. 가만히 있어도 숨 쉬기 어렵습니다. 가까운 곳까지만 말 좀 타고 달리면 안 되겠습니까?”

무과급제자 출신 병조 참판의 몸이 그새 많이 불었다. 중년 넘어서 배만 볼록 나온 것이 아니라 온몸에 살이 피둥피둥 붙은 체형으로 변한 것이다. 좁은 요새에 갇혀서 지내느라 운동부족이 아닌가 싶어 작전권을 넓히지 말라는 엄명을 내린 이민호가 괜히 미안해졌다. 이것도 직업병이나 산업재해의 하나로 인정해야 하나 싶었다.

요새 항구에 마중 나온 사람들을 살폈다. 해군과 해병 외에 프랑스 사람들이 꽤나 많이 늘었다. 전에 봤던 프랑스 해적의 부인들은 보이지 않았고, 그 대신 뚱뚱한 여자들이 부두에 가득했다.

“혹시 멕시코에 넘긴 프랑스 해적들이 지난 몇 주 사이에 석방돼서 귀국했소? 남프랑스에서 많이 온 모양이구려.”

“캄페체를 약탈했다는 해적 말씀이십니까? 그들은 아직 석방되지 않았습니다. 송구하오나 와인 양조업자 가족들은 아직 몇 가구 오지 않았고 다음 배편에 많이 온다고 합니다. 대신 포도 묘목 여러 가지를 구해왔기에 알맞은 토지를 찾아 심었습니다. 아주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처음 보는 저 여자들은 누구요?”

“해적 부인들에 그 딸들도 있습니다.”

예전에 봤을 때 용모가 괜찮다고 생각했던 해적 부인들은 몸에 살이 불어 보기에 불편했다. 비쩍 말랐던 딸들은 일 년 새에 잘 먹어서 키가 크고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군인이나 해적 가족이나 좁은 요새에 들어앉아 잘 먹어서 다들 이렇게 된 것 같았다.

프랑스 여자들이 다들 눈을 말똥말똥 뜨고 이민호만 바라봤다. 그래서 급히 프랑스어 통역을 불렀다.

“나는 고산국 국왕이다. 몇 주 전에 센 강 하구 르아브르에서 프랑스 국왕을 만나서 사략선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지금쯤 프랑스 외교관이 에스파냐에 가서 너희들의 남편과 아버지의 몸값을 지불해서 석방하는 문제를 협의 중일 것이다.”

“와아!”

아주 잠깐 환성을 올린 어미와 딸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비록 해적들이지만 가족애는 끈끈한 것 같아 가슴이 찡했다.

============================ 작품 후기 ============================

억지로 3연참한 후유증이 아직 남아서 늦었습니다.

다음 편은 내일 오전에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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