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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룰루루. "
" 꺅 "
엉덩이에 무언가 닿는 감촉에 시녀가 깜짝 놀라며 뒤돌아선다. 그리고 내 모습을 보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갈색 머리가 인상적인 몸매가 좋은 여자다. 평범하게 생겨도 나름 귀엽다고 생각이 들 정도라서 나쁘지 않다.
" 공주의 방이 어디지? "
" 네? 아.. 안내하겠습니다. "
시녀가 돌아서자마자 나는 다시 그녀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 시녀가 자꾸 움찔거리며 흑- 하는 소리를 내뱉었지만, 감히 내가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다. 조금 더 강하게 나가볼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벌써 공주의 방에 도착한 모양이다.
" 도.. 도착했습니다. 그러면. "
시녀가 뒤도 안돌아보고 황급히 사라졌다. 좋아, 소문을 막 내라고. 해가 막 뜬 시간에 출발했는데, 벌써 밖은 환했다. 생각보다 내 궁전과 공주의 궁전이 멀어서 시간이 오래 걸린 모양이다.
" 백설 공주가 안에 있나? "
" 아직 일어나시지 않으셨습니다만. "
" 그래? 벌써 해가 중천에 떴는데, 침대에서 비비적대고 있단 말이지? "
꽤 큰 목소리로 말했다. 방 옆에 있는 시녀 둘의 얼굴이 굳어진다. 명백한 도발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틀린건 없지만. 백설 공주가 이 도발에 넘어올까.
" 들여보내줘. "
' 헤헤 '
생각보다 쉽게 넘어왔다. 시녀 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방문을 연다. 나는 방 문틈에 서서 시녀 둘을 보고 입을 열었다.
" 잠깐 쉬고 오지. "
시녀가 백설 공주를 바라본다. 공주는 잠시 묵묵히 서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휘유- 방해꾼은 사라졌고. 방문을 닫자 한기가 싸-하고 올라온다. 괜히 '백설(the snow White)'이 아닌가 보다. 사실 그녀의 생김새때문에 지어진 이름이겠지만, 성격도 이름처럼 바뀐 모양이다.
" 이거 너무 반응이 쌀쌀한데? 이러다가 눈사람이 되버릴 것 같네. "
" 헛소리할거면 빨리 나가. "
내 입꼬리가 올라간다. 너무 예쁘다. 르세뜨가 더 예뻐보인다고 생각했던 건 역시나 취소해야할 것 같다.
" 왜 이래? 그래도.. 같은 남맨데. "
" 뭐? 지금 뭐라고 그랬어? 남매? 하! 어디서 굴러들어온 짱돌주제에. "
" 어허허 "
생각보다 공주의 입이 험하다. 굴러들어온 짱돌이라니! 너무 신선한 욕이라 내 수첩에 적어놓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뭐, 변태라고 한다면 변명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기분좋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히히히히. "
공주가 처음으로 약간 두려운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녀가 이리 강하게 나온 것은 아마도 자신의 연약함을 숨기고 싶은 마음때문은 아닐까. 그러면 일이 더 쉬워질 따름이고.
- 저벅
한 발 다가가자 그녀가 한 발 물러선다. 아까보단 확실히 그녀는 기세에서 나에게 밀리고 있다.
- 저벅
" 다.. 다가오지마! 할 말 있으면 거기서 해. "
" 나 곧 결혼할 것 같아. "
" !! "
백설 공주가 눈을 휘둥그레 뜬다. 무슨 말을 하느냐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
" 그게 무슨 소리야. 결..혼? 설마 공녀랑? "
" 맞아. 결혼식을 앞당기기로 했어. "
" 하. 지금 정신이.. 후. "
공주는 심호흡을 한다. 상당히 화가 난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이를 부드득 갈고 있는 걸 보니 정말로 엄청 화가 난 모양이다.
" 너.. 결국 이게 목적이었지? 이 비열한 놈아! "
두 번씩이나 비열한 놈이라는 소리를 듣다니. 정말로 내가 비열한건가. 아니, 살아남으려면 비열해질 수 밖에 없잖아?
" 착각하는 모양이네. "
" 뭐? "
내가 다시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그러나 그녀에게 아까와 같은 당황스러움은 없다.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 전에도 내가 말했잖아. "
그녀가 침을 꿀꺽 삼킨다. 약간 벌이진 입술 사이로 새하얀 치아가 아름다워 보인다. 한 발자국만 더 다가가면 그녀가 내 손에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녀는 모르고 있다.
- 저벅
" 내 목적은 너라고. "
" 아..! 아아!! "
무언가 소리치려고 했지만, 내가 순식간에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저항이 거셌다.
한 손으로 그녀의 목을 조르자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나오며 발버둥치는 다리에서 더 이상 반응이 보이지 않는다.
반항이 많이 줄어들자 나는 목에서 손을 서서히 뗐다. 백설 공주는 코로 급히 숨을 내쉬며 두려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적당히 하고 시녀들에게 들켜야한다. 하지만, 괜시리 심술이 났다.
' 조금 더 강하게 해도 되겠지. '
한 손으로 그녀의 옷을 잡아서 끌어당겼다. 쫘악-하는 소리와 함께 드레스가 찢어진다. 보이는 것은 속옷 한장. 말할 것도 없이 속옷을 끌어올리고 그녀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 최고야, 백설 공주. "
" 음음!!! "
정신을 조금 차린 공주가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아까보단 확실히 저항이 약해졌다. 내가 또 목을 조를까봐 두려운 모양이다. 처음에 발버둥이 강해서 벌써 침대의 이불보가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이제 여기서 들켜줄 차례다. 나는 입을 막은 손을 살짝 느슨하게 풀고 얼굴을 그녀의 가슴에 가져다댔다.
- 탁
" 꺄아!!! 도와줘!!!! 꺄!!!! "
소리지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이 벌컥 열렸다. 아까 봤던 시녀 둘이다. 이제 공주에 대한 계획은 완성이다.
" 와.. 왕자님! 비켜주세요! 그.. 근위병을 부를거에요! "
" 공주님!! 괜찮으세요?! "
꽥꽥 거리는 소리가 귀에 걸리적 거린다. 일단 여기까지 됬으니 비켜줄까. 내가 몸에서 힘을 빼자마자, 관자놀이 부근에서 강한 타격감을 느꼈다. 백설 공주는 내 머리와 몸을 향해 팔다리를 마구 날렸다.
" 빨리 떨어져! 비켜!!!! "
공주는 왼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약간 몸을 돌려 나를 노려보았다. 아주 죽일 것 같은 표정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씩씩 거리는 걸 보니, 내 계획이 아주 대성공한 모양이다. 난 두 손을 살짝 어깨에 대고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 워워. 그만 두겠어. "
" 꺼져! 이 색마같은 놈!! 빨리 내 눈앞에서 사라졋!! "
시녀들은 나를 마치 혐오스러운 것을 본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내가 비키자마자 그녀들은 황급히 공주에게 뛰어갔다. 하지만 백설 공주는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거친 숨소리를 내며 날 기억하고 있겠다는 표정으로.
" 두고 봐. 널 죽여버릴거야. "
" 그럼 고맙고, 나의 백설 공주. "
" 내 이름을 그 더러운 입에 담지맛!!! "
방을 나온다. 몇몇 시녀들이 무슨 일인지 궁금한 얼굴로 공주의 방에 다가온다. 이제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는 없다. 뒷통수가 따갑다. 하지만, 그만큼 소문은 확실하게 퍼지겠지. 궁을 나와 바로 마차를 올라탔다. 공주의 궁전이라 마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마크가 입을 열었다.
" 일은 모두 끝나셨는지요. "
" 빨리 어머니에게 가자. "
" 아, 네. "
마차가 출발한다. 몸이 흔들거린다. 성급하지는 않았을까. 아니, 알맞은 시간일거야. 꼭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누군가가 움직여야한다. 모든 일의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 뭐? 후작가로 간다고? "
" 네. 어마마마. "
언제나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왕비는 자리에 앉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한다. 내가 무슨 속셈으로 후작가를 가려는지 생각해보는 것 같다.
" 대충 무슨 뜻인지는 이해했다. 반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그리해라. 그러나, 일을 그르쳐서는 안될 것이야! "
" 걱정 마십시오, 어머니. "
" 사실 마음이 잘 놓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내가 너에게 주는 시험이라고 생각해라. "
하룻밤만에 바뀐 아들이 잘 적응이 되지 않는지, 왕비는 약간 꺼림칙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자신의 혈족인 후작가로 간다고하니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나보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시험이라고 했으니, 생각보다 왕비의 수완이 보통이 아니다. 역시 한 나라의 왕비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 모양이다.
" 알겠습니다, 어머니. 출발은 오늘이라도 하겠습니다. "
" 그래. 폐하께는 말씀드릴테니, 걱정말거라. "
이제 내가 자리까지 비우면 소문은 확신을 담고 퍼져나갈테지. 소문이 잠잠해질 때까지 후작가에서 한 일주일정도 지내면 딱 좋을 듯 싶었다.
" 뭐라고? "
" 일주일정도 후작가에서 지낼거라고. "
" 아니아니. "
공녀가 고개를 살풋 흔든다.
" 그 앞에. 공주를.. 뭐 겁탈하려 했다고? "
" 어. "
공녀가 얼굴을 쓸어내린다. 눈을 한참이나 감고 있다가 천천히 뜨고 나를 노려본다.
" 너, 무서운 놈이구나. "
" 호, 이젠 비열한 놈에서 호칭이 바뀐건가? "
여유롭게 받아치는 걸 보면서 르세뜨는 약간 감탄한 얼굴로 바뀌었다.
" 하. 공작가를 내칠 생각이었구나. 하하. 정말 어떻게 그럴 생각을.. "
그녀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행하는 나를 놀랍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천천히 다시 입을 연다.
" 그러고는 나도 버릴 생각이었고. "
" 그건 또 무슨 말이야. "
르세뜨가 팔짱을 끼고 나를 노려본다. 무언가 단단히 화가 난 모습이다.
" 마약 말이야. 내가 모를 줄 알았어? 가루가 약간 모자라더라고. 귀한거라서 항상 양을 정확히 재놓고 있었거든. "
예상한 시나리오다. 이미 그럴 줄 알고 변명까지 다 생각해놓았다.
" 당연히 백설 공주에게 쓰려고 가져갔지. 생각보다 시녀들이 빨리 들어와서 중간에 멈췄지만, 확실히 해버릴 생각이었거든. "
이젠 그녀가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완벽하다. 이젠 나에겐 마약도 있었고, 주도권도 다시 잡았다.
" 날 의심하고 있었던거야? 하하, 우습네. "
공녀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왠지 의심해야할 것 같지만, 물증이 없다. 하지만 저쪽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다만, 내가 말없이 가져간 것 뿐이다.
" 미.. 미안. "
" 이봐, 르세뜨. "
나의 목소리가 가라앉는다. 공녀가 약간 두려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다가 다시 내리깐다. 몸을 약간 떠는걸 보니 귀엽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확실히 선을 그을건 그어놔야한다.
" 지금 니 처지에 날 의심하게 생겼어? 장난해? 날 이용해먹으려는걸 오히려 봐줬는데? "
" 미안해. 내가.. 잠시 제 정신이 아니었.. 꺄!! "
내가 그녀의 머리칼을 강하게 잡아 끌어올린다. 그녀가 눈물을 찔끔 흘리며 두 손으로 내 손을 붙잡는다. 속으로 웃으면서도 얼굴은 무섭게 굳어졌다.
" 똑똑히 알아둬. 넌 지금 나와 같은 배를 탔지만, 배 주인은 나야. "
" 아.. 알았어. 명심할게. "
- 탁.
" 알았으면 됬고. 하지만, 다음부턴 이 따위 의심은 안하는게 좋을거야. 한다고 해도 속으로만 새겨. 아니면 정말 빡 돌 수도 있으니까. "
공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안심할 년은 아니야. 기회만 있으면 내 뒤통수를 후려갈길 수 있는 여자니까. 표면으로 저렇게 연약한 척 해도 속은 암사자처럼 사나울테니.
마차가 순조롭게 달려가고 있다. 르세뜨와 헤어지고 곧바로 마차를 타고 후작가를 향해 출발했다. 혹시 그녀가 의심을 해서 내 방을 뒤질 수도 있으므로, 나는 마약을 담은 병을 내 품에 고이 모시고 있다.
마크에게 물어보니 궁에서 후작가까지 거리는 마차로 이틀을 죽어라 달리면 된다고 한다. 덕분에 마차는 이틀동안 죽어라 달릴 예정이다. 그 때문에 마크도 마차 안에서 나와 같이 가고 있는 중이었다.
" 그래서 후작가는 생각보다 힘이 없다? "
" 그렇습니다. "
마차를 타고 가면서 마크에게 후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후작가가 힘이 없다는 것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사실 나에겐 별로 좋지 못한 이야기지만. 아마 나의 어머니가 새 왕비로 간택된 이유도 그것 때문일지도 몰랐다. 힘이 없어서. 그러면 공작가나 백설 공주측 세력이 둘다 안심했을지도 모른다.
" 참나. 힘이 없어서 왕비가 되었다니. "
" 그래서 왕비님이 그렇게 절치부심해서 권력을 잡으려는 것이지요. "
그 외에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되는 후작은 상당히 훌륭한 분이다. 왕비 외의 자식은 없고, 홀로 사는 노인네다. 이정도? 그래도 사람이 유연하고 막힘이 없어서 꽤 많은 귀족들과 친분이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
" 뭐가? "
" 그.. 서로 굉장히 사이가 안좋으셨잖습니까? "
한숨이 나온다. 좀 편하게 가고 싶은데, 이놈의 캐릭터 설정이 자꾸 이상하게 꼬인다. 후작의 눈에 내가 안차보였던 모양이다. 하나뿐인 혈육의 자식이라곤 이모양 이꼴이니 나 같아도 화가 날 법하다.
" 그러..냐. "
지금부터라도 후작과 만남을 단단히 준비해야할 성 싶다.
============================ 작품 후기 ============================
아마도 22일에는 3~4연참 할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