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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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는 '바람이 머무는 곳'으로 돌아갔다. 여자들은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공주와 기사의 절대적인 요청이 있어서 거의 쫓겨난거나 다름없지만. 여관으로 들어가 곧바로 2층으로 향했다. 뤼벨의 문을 두드리니,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 나야. "

문이 열린다. 어느새 꽃단장을 한 그녀다. 아마도 이 여관의 지배인이니까 준비를 빨리해야하는 모양이다.

" 기다렸어요. 들어와요. "

방안에서 구수한 냄새가 풍긴다. 먹으직스러운 빵이 보인다. 스프와 함께. 얇게 썰어놓은 고기도 몇점 보인다. 나와 뤼벨이 의자에 앉아 스푼을 들어 스프를 떠먹었다. 솜씨가 좋은데? 너무 묽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진하지도 않는, 딱 알맞는 농도의 스프다. 맛도 좋고.

" 맛있는데? "

" 그래도 우리 주방장이 솜씨 하나는 좋거든요. "

빵도 꽤 맛있다. 돈값은 충분히 하는 솜씨다. 아침을 반쯤 먹고 있을때, 뤼벨이 주저주저하다가 입을 연다. 물론 나야 그녀가 얼른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 일은 잘 됬나요? "

" 응. 잘 됬어. 돈도 구할 수 있을 것 같고. 남은건 시간뿐이야. 일주일내로 시작할테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있어. 만약에 여기서 떠날거라면 준비해놓고. "

" 네. "

다시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고기를 한점 집어서 입에 넣었다.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를 구운 것이다. 짭잘한게 맛이 좋다.

흠, 백설 공주를 담보로 잡으면, 얼마나 받을 수 있지? 자세히 알 수는 없다. 그래도 2천 골드는 받아야 한다. 거기에 대한 이자는 아마 몇 백 골드가 될거고. 그러면 우리가 여기서 빠져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돈을 마련하려면 적어도 2천 골드와 이자를 빼서 약 200골드는 있어야 한다.

문제는 뤼벨이 한몫 잡고 싶다는 것이고.

" 얼마를 원해? "

" 네? "

" 얼마를 원하냐고. 돈. "

" 아. "

그녀가 천천히 스푼을 놓는다. 뤼벨은 자기 앞에 놓여있는 반쯤 남은 스프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쉽게 말하기 어려운가보다. 천천히 고개를 든 그녀의 입이 열린다.

" 천 골드. "

" 뭐? "

" 천 골드요. 전 그것만 있으면 되요. "

크다. 커도 너무 크다. 하지만, 딱 잘라서 안된다고 말하기 힘들다. 혹시 그녀가 여기서 틀어버리면? 죽도 밥도 안된다.

" 만약에. "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 절 같이 데리고 가신다면, 오백 골드까지 생각해볼게요. "

" 좋아. 같이 데리고 가지. "

다행이다. 천 골드면 너무 무리였다. 오백 골드라면 그나마 가능하게는 보이는 금액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최소한으로 벌어야할 금액은 700골드. 해볼만 하다. 이젠 모든 것은 백설 공주에게 달렸다. 그녀가 얼마나 잘해주느냐에.

" 3 풀하우스. "

공주가 씩 웃는다. 일단 게임에 대해선 이해한 모양이다. 물론 계속해서 카드를 연습해야겠지만, 이젠 그녀와 나의 수신호를 만들어야한다.

" 백설. 이젠 너와 나만의 신호를 만들어야 돼. "

" 좋아. 가르쳐줘. "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의 옆에 섰다. 침대에 올라가도 되는지 물어보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칼리가 사색이 되면서 안된다고 소리쳤지만, 이미 우리 둘은 침대에 올라가 앉아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 하나 명심해. 절대 혼동해서는 안돼. 아주 복잡할테니까 말이야. "

" 응. 알았어. "

어젯밤에 아주 골똘히 생각하면서 신호를 만들었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 자, 잘 봐. "

첫 번째 신호는 윗 입술을 살짝 핥는 것, 이것이 투 페어나 원 페어. 가장 사람들 눈에 띄기 힘든 것이다. 두 번째 신호는 한숨을 내쉬는 것, 트리플이다. 세 번째 신호는 손가락으로 바닥을 치는 것, 스트레이트. 네 번째 신호는 머리를 쓸어올리는 것, 플러쉬.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신호는 턱을 만지는 것, 풀하우스.

" 여섯 번째 신호는 없어. 거기서부턴 알아서 해도 돼. 포 카드 이상이니까 무조건 이길거야. "

" 응. 생각보다 쉬운데? 눈치채지 않을까? "

" 아직 끝이 아니야. 복잡한건 지금 부터야. "

즉, 다섯 가지 신호를 한턴마다 한칸씩 옆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한판이 끝나면, 첫 번째 신호는 트리플이 되고, 두 번째 신호는 스트레이트, 세 번째 신호는 플러쉬, 네 번째 신호는 풀하우스, 다섯 번째 신호는 다시 원 페어나 투 페어가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5판째가 되면 다시 원래대로 순서가 돌아오게 된다.

" 복잡해.. "

" 응. 엄청 복잡할거야. 즉, 이 모든 신호를 완벽하게 외우고 있어야 한다는 거지. 절대 혼동해서는 안돼. "

공주가 깊게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하다보면 생각보다 쉬울 것이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크게 폈다. 으다다다. 공주는 골똘히 신호 삼매경에 빠져있다.

" 칼리, 오늘은 이만 갈테니까, 공주한테 간다고 전해. 집중하고 있으니까 건드리지 말고. "

" 애슐리 경입니다. 알겠습니다. "

똥고집같으니라고. 끝까지 자신을 애슐리 경이라고 불러라고 이야기하는구만. 물론 내 고집도 만만치 않기에, 끝까지 칼리라고 부를 것이다. 그녀가 항복할 때까지.

오늘은 대충 배삯이나 말의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서 돌아다닐 생각이다. 해가 중천에 떠있다. 그래도 바닷가에 가까워서인지 그렇게 덥지는 않다.

" 한 사람당? 음. 사막을 벗어나는 첫 번째 도시로 갈거라고? "

" 그렇소. "

" 이건 중간에서 내린다고 배삯이 줄거나 하진 않아. 배삯은 무조건 20골드. 식사까지 포함한 금액이지. "

비싸다. 그래도 이 배가 남쪽 끝 도시 '헬문드(Helmund)'까지 간다고 하니까 식사까지 포함된 금액이라면 적당한 금액일지도 모른다. 물론 첫 도시까지 가는 우리에게는 비싸다.

" 고맙소. "

사내는 아무런 인사없이 휙 가버린다. 무뚝뚝하구만. 뭐, 배삯은 알아냈으니 별다른 불만은 없다. 이젠, 말 가격을 알아볼 차롄데. 안타깝게도 말 값이 너무 비싸다.

" 한 마리당? 제일 싼거? 못해도 100골드야. "

" 더 싸게는 안되겠소? "

" 100골드도 엄청 싸게 한거야. 더 이상은 안돼. "

마리당 100골드라니. 최하급의 말도 이럴진데, 그보다 나은 등급의 말을 사려면 200골드는 있어야할 것 같다. 그래도 셰넌을 가지고 있는게 다행이군. 어쩔 수 없이 말은 다음 도시에서 해결을 봐야할 듯 싶다.

" 고맙소. "

" 잘 가시구려. "

차라리 셰넌을 팔아버리고 배를 타고 갈까? 일단 셰넌의 시세라도 물어봐야겠다는 심정으로 여관을 갔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그것도 아주 큰 문제.

" 셰넌이 없다고?! "

" 네. 그런 말은 본 적 없는뎁쇼? "

돌겠다. 셰넌을 도둑 맞았다. 아예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다.

차라리 들어오자마자 셰넌을 팔아버릴껄. 그러면 나에게 돈이라도 남아있었을텐데. 물론 셰넌이 멀쩡하게 있다면 팔고 싶은 생각은 없었겠지만, 괜히 도둑맞고 난 뒤에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돈보다도 같이 생사를 같이 한 사이로서 슬프다. 그래도 꽤 마음에 든 녀석이었는데.

" 찾을 수 있는 방법은? "

" 없죠. 어떤 배로 들어갔을 지 모르니까. 상급의 말이라면 이런 곳에 두면 하룻밤내에 사라져버립죠. 어쩌면 이미 그 말을 실은 배가 떠나버렸을지도. "

화가 난다. 이가 부득부득 갈리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 생각에도 이런 허름한 마굿간에 두기에는 너무 위험했는데, 그 때 당시는 너무 정신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 불찰이다.

" 후, 좋아. 알겠소. "

이젠 말도 없다. 적어도 천 골드는 벌어야할 것 같다. 못해도 말은 두 마리는 있어야 할테니까. 한 마리는 짐을 싣고, 또 다른 한 마리는 병든 시녀를 끌고가야하니까.

' 젠장, 머리가 아파 죽겠구만. '

백설 공주만 있으면 쉽게 떠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다못해 기사까지만이라도. 버릴까? 순간 나쁜 마음이 내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살짝 처리해버려? 가능하기나 할까. 왕궁에서는 내가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다. 무리가 확실하다.

녹초가 되어 뤼벨의 방으로 돌아왔다. 여분이라고 준 열쇠로 들어갔는데, 방안에는 아무도 없다.

아직 일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해가 슬슬 져 간다. 창 밖, 저 멀리 지평선에 해가 보인다.

바다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 같다. 배가 출발할 시간은 5일 남았다고 들었다. 그러면 적어도 4일안에는 결과가 나타나야한다.

마침 뤼벨이 방으로 들어왔다.

" 어머, 오셨네요. "

" 4일안으로 다 정리해. 오늘부터 5일 후에, 여길 떠날거야. "

조용하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지 않아서 표정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꽤 씁쓸한 표정일 거라고 예상한다.

" 알았어요. 여관에는 말하지 않을게요. "

" 좋은 선택이야. 그냥 몰래 빠져나가는 게 최고지. "

그녀를 돌아봤다. 새빨간 머리, 붉은 입술, 하얗지는 않지만, 그래도 적당히 탄 피부. 굉장한 미녀는 아니다. 르세뜨정도의 미모도 아니다. 그냥저냥 예쁘다고 표현할 정도의 얼굴이다. 몸매는 확실히 좋지만. 오랜만에 가슴이 뛴다. 그녀를 먹을까? 고민도 된다. 오랫동안 성욕을 자제하고 지냈다.

" 예쁜데? "

뤼벨이 얼굴을 붉히며 약간 고개를 돌렸다. 내 말 속에 있는 뜻을 읽었을테니까, 지금 분위기도 어떠한지 이해했을 것이다.

내가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그냥 외출복만 벗고, 침대에 누웠다.

어차피 잠을 자야할 침대는 이것 하나 뿐이니까. 이제 선택은 뤼벨의 몫이다. 그녀는 한참을 서있었다.

그 사이에 해가 지평선으로 사라져버렸는지, 사방이 어두워진다. 내가 불을 밝히려고 몸을 움직일때, 그녀가 입을 열었다.

" 그만. 불은 켜지 말아요. "

나는 그 상태로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갔다. 스르륵- 하고 옷 벗는 소리가 들린다. 어렴풋이 보이는 그녀의 고운 선이 나를 흥분시킨다. 그녀는 천천히 침대로 올라와 내 다리를 벌린다.

" 저라도 괜찮아요? "

"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나라도 괜찮겠어? "

그녀가 내 바지를 벗겼다. 그것을 대답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곧 내 하물을 잡고 그녀가 혀로 뿌리부터 핥아올라간다. 등줄기부터 쫙- 하는 느낌이 온다.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묘하다. 그녀는 껍질로 싸여있는 내 귀두 부분을 혀로 벗겨내고 빙빙 돌리며 자극을 준다. 진득한 그녀의 침이 내 분신을 촉촉히 적셨다.

" 바로 가도 되겠죠? "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는 곧바로 앉은 포즈로 내 분신을 집어 삼킨다. 으하앙- 하고 뤼벨이 뜨거운 신음을 내뱉는다. 좁다. 아직 이 게임에서 경험은 아뜨린느와 르세뜨뿐이었지만, 그녀 둘에 비해서 굉장히 좁았다. 그게 이상하게 더 나에게 자극이 된다.

" 너무.. 커요. 읏. "

그녀가 힘겹게 하물을 집어 삼켰다. 그녀의 한계가 생각보다 작다. 아직 분신의 뿌리까지는 4cm 정도 남아보이는데, 그녀의 속 끝이 걸린다. 하아- 하고 진득한 신음소리가 들린다. 일단 뤼벨이 하는대로 두고보고 싶다.

" 우.. 움직일게요. "

뤼벨이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 찍걱

약간 몸을 올렸다가 다시 천천히 내린다. 그녀가 불안해 보인다. 경험이 아예 없어보이는 건 아닌데, 생각보다 적은 모양이다. 그러면 내가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나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 그녀를 뒤로 눕혔다.

" 에에? "

" 내가 해주지. 기다리기엔 내가 너무 안달이 나서 말이야. "

" 아.. 안돼요. 너무 커서.. 아아아앗!! "

내 허리가 움직이자 그녀가 두 손으로 내 팔뚝을 잡는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그녀의 두 눈동자가 자신의 사타구니를 바라보는 것 같다.

" 우아... 아으....... 아아아..... 미치겠어요.. 좀 천천히 해줘요.. 아.. "

엄청 부드럽게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녀가 힘들어한다. 왠지 그럴 수록 내 가학심이 생겨나는 것이 문제지만.

" 아.. 더 빨리진 것 같..? 아아아아... 아아.. 안돼... 으으읏... 읍.. "

그녀가 두 손으로 입을 막는다. 눈도 꽉 감았다. 입을 막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튀어나온다.

" 읍.. 우움... 으읏! 으으으으으음... 하아... 안돼.. 안돼요.. 벌써.. 벌써 갈 것 같아.. "

그녀가 다시 내 두 팔뚝을 잡았다. 이번엔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아까보다 그녀의 안이 보다 부드러워졌다.

- 찌걱 찌걱 퍽 퍽

" 아아... 아아아... 가요.. 가요..!! 가요오오오오오옷! "

뤼벨의 허리가 휘어진다. 그녀를 위해서 잠시 멈춰주었다. 그녀의 배쪽에서 경련이 일어난다. 잠시 헉헉- 하고 숨소리를 내던 뤼벨이 입을 열었다.

"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

" 난 아직 안 끝났는데? "

" 에엣? 그게 무슨 소리.. 아앗!! 잠시만.. 잠시만요.. 아아아.. 방금 전에... 아응.. 눈앞이 번쩍였... 으으으음!!! "

나도 사정하고 싶은 욕구가 든다. 이번엔 조금 거칠게 하고 싶다.

- 퍽 퍽 퍽 퍽 퍽 퍽

내 분신이 뿌리 끝까지 들어간다. 아마 한번 가버렸을테니, 이제 어느정도 유연성은 가지고 있을테니까. 그녀의 신음소리가 없다. 아마도 그 이상의 자극이었나보다. 몸을 들썩이는데, 경련이 일어난 것 같다.

" 아아아아아아!!!! "

내가 강하게 찔러넣고 정을 뿌렸다. 그녀는 한참이나 몸을 덜덜 떨었다. 몸에서 힘이 다 빠져버렸는지, 그녀의 몸이 흐늘흐늘하다. 한발 더 뺐으면 했지만, 그녀의 상태를 보니 무리인 듯 싶다. 이대로 재워야할 듯 하다.

' 굿나잇, 뤼벨. '

오랜만에 푹 잘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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