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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돈을 잃어주고 도박장을 나왔다. 대략 50골드 정도 잃은 것 같다. 마르앙이라는 사내는 시간이 나면 종종 이곳을 방문하는 모양이었다. 다른 나라의 귀족이었는데, 배가 잠시 이 도시에 정박하고 있다고 들었다.
" 그 사람을 이용하려구요? "
" 응. 제일 가능성 있는 남자야. 욕심은 많은데, 머리는 안 따라주는.. 그런 케이스 알지? "
뤼벨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녀는 기분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
" 그 남자, 너무 기분 나빠요. 절 바라보는데, 그.. 알잖아요 그런 눈빛. "
" 조금만 참아. 어쩌겠어. "
그녀가 팔짱낀 손에 힘을 더 준다. 우리는 '바람이 머무는 곳'으로 곧장 갔다. 다시 한번 1층은 침묵이 흘렀고, 우리는 유유히 2층으로 올라갔다. 그 후에는 다시 시끌벅적해지며, 소문이 사실있었다는 둥-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 부담돼? "
" 아뇨. 그냥, 이게.. 뭐랄까. 꿈만 같아요. "
뤼벨이 문을 열었다. 싸늘한 기운이 우리를 반긴다. 그녀는 얼른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5월초였지만, 밤바다의 공기는 아직 싸늘하다. 나는 바로 옷을 벗고 침대에 풀썩 누웠다. 체력이 후달렸다.
" 어머, 저녁은 어떻게 하실거에요? "
그녀가 촛불에 불을 하나씩 켜며 물었다. 먹어야지. 먹기 싫어도 먹어야 움직이니까.
" 먹어야지. 메뉴는 대충 알아서 정해줘. "
" 네. "
뤼벨이 방을 나갔다. 방밖이 소란해진다. 아마도 오늘 그녀의 모습때문이겠지.
왕궁은 어떻게 됬을까. 왕비는 죽었을까. 르세뜨는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그래도, 공작이 왕궁을 접수했겠지? 어쩌면 후작가 역시 파멸되었는지도 모른다.
" 글렌? "
" 아, 왔어? "
" 뭘 그렇게 골똘하게 생각해요? "
그녀에게 대충 변명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200골드 주머니가 탁자 위에 놓여있다. 나는 그걸을 들고 침대 밑에 숨겨두었다.
"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놓은거야. "
" 아하. "
이제 나에게 남은 돈은 250골드. 거기에 그녀가 가지고 있던 100골드에서 이것저것 사느라고 소비한 20골드를 빼서, 대략 330골드. 그것이 현재 내가 가용할 수 있는 돈이다.
' 약속 전날에 한번 더 가봐야겠군. '
- 똑똑
노크 소리가 내 상념을 깼다. 뤼벨이 나를 보고 문좀 열어달라고 소리친다. 아마도 옷을 갈아입는 중인가보다. 문을 살짝 열어보니 접시를 들고있는 소녀가 보인다. 문을 활짝 열어 그녀가 들어올 수 있게 하자, 소녀는 탁자 위에 접시를 몇개 얹고 고개를 숙이고 가버렸다. 스테이크다.
' 스테이크라니. 굉장히 오래간만인데. '
오늘은 오랜만에 입이 호강할 것 같다.
3일이란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도박장은 그 뒤로 딱 한 번 더 가봤었는데, 마르앙이라는 사내 역시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이번에는 돈을 살짝 따고 돌아왔다. 이제는 약 350골드. 이걸로 오늘 끝을 봐야한다.
' 백설 공주가 기대되는걸? '
종이에 최대한 상대를 홀릴 수 있도록 꾸미고 와라고 적어놨는데, 과연 그녀가 잘 실행했을지 의문이다. 카렌과 칼리가 날뛰며 반대했을지도. 거사 당일 아침은 나보다 뤼벨이 더 긴장하는 눈치였다.
" 긴장 풀어. 다 잘될거니까. "
" 그래도. 이상하게 몸이 자꾸 떨리네요. "
내가 그녀를 살며시 안는다. 뤼벨의 가슴 박동이 내 가슴에 그대로 느껴졌다. 잠시 동안 나와 뤼벨이 그대로 포옹하고 있다가, 천천히 떨어졌다.
" 전, 일단 중요한 물품들 챙길게요. "
" 응. 단, 너무 무거우면 안돼. 최대한 줄이고. 짐은 한 손에 들 수 있을 정도로. 옷가지같은 건 안돼. "
" 네, 알겠어요. "
결전의 시간이 다가온다.
" 이 돈을 전부 칩으로 바꿔주시오. "
입구를 간단히 통과하고, 환전소에서 350골드를 전부 쏟아냈다. 직원이 350골드를 순식간에 세고 칩으로 건네준다.
100골드짜리 칩 2개에, 10골드짜리 칩 10개. 1골드짜리 칩 50개. 저녁 시간이 지났으니까, 얼마지나지 않아서 백설 공주가 등장할 것이다. 공주가 내 테이블에 참석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해서, 뤼벨과 단 둘이서만 테이블을 차지했다.
아직 마르앙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10골드 칩 2개와 1골드 칩 20개를 뤼벨에게 건네주었다. 간단히 시간 죽이기 정도로 게임을 해야하니까. 판돈도 매우 작게 걸어서 최대한 오래 버틸 수 있도록.
제법 오래 포커를 하고 있었는데, 입구에서 오오- 하는 탄성이 들렸다. 재빨리 고개를 돌려 입구쪽을 바라보니, 백설 공주가 드디어 왔다. 그녀는 시선을 한번 전체적으로 쭉 훑어보다가 나를 찾아냈는지 천천히 내쪽으로 걸어왔다. 방향은 내쪽이었지만, 발걸음은 테이블 전체를 훑고 지나가고 있었다.
' 젠장. 정말, 나도 환장하겠는데. '
풍성한 웨이브진 금발과 하얀 피부에 새빨간 입술. 오똑한 코에 큼직한 두 눈. 몸매 역시 나무랄데 없을 정도로 쭉 빠졌다. 길고 하얀 목덜미에 입맞춤을 하고 싶다.
심지어 가슴골이 보이는 드레스를 입었기에 그 매력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모든 시선이 백설 공주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딜러들까지.
" 여기 참가해도 괜찮을까요? 여성분이 앉은 곳에 빈 자리가 여기 뿐이라서. "
" 아, 조.. 좋소. "
내가 완전히 뿅-가버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백설 공주가 피식- 하고 입꼬리를 올린다. 어이, 방금은 진심인 것 같은데.
" 시작..할까요? "
딜러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한다. 아까보다는 덜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남자들의 시선이 우리쪽을 향해있다. 뭐, 이젠 마르앙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지. 만약에 오지 않더라도, 다른 누군가를 채워넣으면 될테니까.
카드가 돌려진다.
다행히 백설공주가 신호를 완벽하게 다루고 있었다. 윗 입술을 핥고, 손가락으로 바닥을 치고, 머리를 쓸어올리기도 했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으며, 턱을 살짝 매만지기도 했다.
좋아. 한턴마다 순서를 한칸씩 돌리는 것도 정확했다. 카드 룰도 정확히 이해하는 것 같고. 좋다.
아주 좋다. 틀림없이 돈을 딸 수 있을 것 같다.
그 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톡톡 친다. 뒤를 돌아보니 백설 공주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마르앙이 보인다. 드디어 온건가.
" 어, 오랜만이군요. "
" 저.. 저 여자는 누구요? "
" 아, 나도 잘 모릅니다. 오늘 처음 봤는데, 제 테이블에 참석을 원하셔서. 아마도 같은 여자가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하하. "
" 제가.. 뤼벨 대신에 참석해도 되겠습니까? "
미끼를 물었다. 뤼벨이 나를 슬며시 쳐다본다. 약간 뜸을 들이고, 그를 애태웠다. 여기서 그에게 뭔가를 뜯어낼 수 있을 것이다.
" 음, 그러기에는. "
" 자, 여기 참가비를 내겠소. 이정도면 되겠습니까? "
100골드 짜리 칩 2개다. 크다. 예상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 그럼, 좋습니다. 뤼벨. 자리를 비켜드려. "
" 네. "
뤼벨이 나에게 가지고 있던 칩을 싹 쓸어준다. 이제 마르앙이 준 칩까지 합하면 총 532골드. 18골드는 백설 공주가 딴 금액이다. 마르앙은 나와 백설 공주 사이에 앉았는데, 연신 침을 꿀꺽 삼키며 백설 공주를 훔쳐보고 있다.
' 자식. 아주 노골적이구만. '
" 저기,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
" 백설. '백설 리츠웰(White Snow Ritzwell)' 이라고 합니다만. "
그가 어어- 하더니 뭔가 중얼거렸다.
" 그.. 쫓겨난 공ㅈ.. 흡. 아.. 아닙니다. "
백설 공주가 그를 살짝 노려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마르앙은 곧 그녀 앞에 놓여있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칩을 보며 숨을 들이마셨다.
" 그.. 많은 돈이 어디서..? "
" 제 마지막 칩입니다. 빌린 돈이라서요. 저를 담보로 걸어서 이 정도로 받았죠. 이걸 잃는다면 아마도.. 팔.리.게. 될 것 같네요. "
최강의 미끼. 딜러도 휘둥그레 그녀를 쳐다보고, 다른 테이블에서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다른 남성들도 황급히 내 테이블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공주의 말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순식간에 우리 주위로 수많은 남성들이 몰렸다.
" 이.. 이보시오. 그쪽이 이 테이블의 '장'이오? 자.. 여기 참가비를 줄테니.. 여기에 끼게 해주시오. "
" 내가.. 내가 더 줄테니 저를.. "
" 아니야, 내가. "
갑자기 많은 남성들이 나에게 칩을 건네주며 자신이 테이블에 참가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마르앙은 지금 자신의 상황을 깨닫고 큰 소리로 외쳤다.
" 그만! 여긴 제 자리고, 절대 비켜주지 않을 것입니다. 자, 글렌씨. 여기 더 내겠소. 이젠 이의없으시죠? "
마르앙이 가지고 있던 100골드 칩 1개를 더 나에게 건네주었다. 좋아. 이거 엄청난데. 벌써 300골드를 그에게 받았다.
" 잠시 돈을 가지고 오겠소. 절대.. 절대 게임을 시작하지도, 자리를 건네주지도 마시오. "
" 알았습니다. "
남자들이 아쉬운 눈빛으로 나와 마르앙, 그리고 백설 공주를 바라본다. 하지만, 떠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 게임의 끝을 보기 위해서. 과연, 백설 공주가 어떻게 되느냐를 알기 위해서.
마르앙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많은 칩을 가지고 돌아왔다. 얼마나 돈으로 바꿨냐고 물어봤더니, 무려 2천 골드란다. 내 생각엔 아마도 그의 수중에 있던 돈을 전부 털어온 것 같다. 좋다. 2천 골드면 충분히 많다. 아니, 넘쳐난다.
"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딜러가 입을 열었다. 카드가 한장씩 백설 공주, 마르앙, 그리고 내 순으로 날아온다.
첫번째 오픈 카드는 하트 3. 다음 카드가 다시 한장씩 날아왔다. 두번째 오픈 카드는 스페이스 7. 세 번째 카드까지 돌려지고 나는 살짝 카드의 모양과 숫자를 확인한다.
스페이스 3, 하트 4, 클로버 Q. 꽝이다. 고작 원페어. 백설 공주와 내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핥는다. 원 페어나 투 페어. 그냥 저냥이다.
마르앙을 슬쩍 보니, 아무런 표정이 없다. 이틀동안 그를 겪어본 나의 감상은, 그는 포커에 별로 소질이 없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패가 그의 얼굴에 나타난다는 것이지. 특히, 이런 중요한 판은 더욱 그렇게 될 것이고.
최소 배팅액은 1골드 칩 하나. 내가 '장'이었으므로 첫 번째판, 첫 배팅은 나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시계 방향으로. 즉, 다음은 마르앙이고, 다음은 백설 공주다.
" 2골드. "
" 콜. "
" 콜. "
처음은 간단하게 시작했다.
나와 백설 공주가 따는 돈이 점점 증가했고, 마르앙의 칩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럴 수록 그의 얼굴에 초조함이 묻어나온다.
남자들도 마르앙이 돈을 잃는 것에 대해서 기분이 좋은지, 다들 표정이 좋다. 아마도 백설 공주를 뺏기게 되면 배가 아플테니. 자신이 먹을 수 없다면, 차라리 누구도 주지 않는 심보인 셈이다.
" 젠장! "
마르앙이 마지막 들어온 카드를 보고 카드를 집어던진다. 전판은 그가 이겨서 베팅을 먼저해야했는데, 죽어버린다. 백설 공주는 적당히 판돈을 올리다가 카드를 펼쳤다. 원 페어. 나는 스트레이트. 돈을 땄다.
그렇게 적당히 돈을 먹다가 마르앙이 입을 연다.
" 이젠, 판돈을 5골드로 올리는게 어떻습니까? "
화가 난 얼굴이지만, 최대한 여유롭게 말하려는 모습이 웃긴다. 하지만, 여기서 재를 뿌릴 순 없는 법이지.
" 좋습니다. 공주님은..? "
" 저도 좋아요. 슬슬 시작하는거죠? "
마르앙에게 남은 돈은 1700골드. 공주는 100골드 가량 벌었고, 나는 200골드 가량을 벌었다. 슬슬 시작해볼까. 나도 이젠 800골드 가량 있었으니, 충분히 판돈을 올릴 수 있는 금액이다.
" 그럼, 배팅 기본 금액을 5골드로 올리겠습니다. "
딜러가 카드를 나눠준다. 깔린 패는 스페이스 2와 하트 2. 처음부터 원페어다. 내 패는 하트 5, 클로버 5, 클로버 9. 투페어.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좋지도 않다. 배짱을 부려볼까. 나는 처음부터 배팅을 강하게 시작했다.
" 20골드. "
마르앙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는 약간 고민하더니 콜을 하며 20골드를 올린다. 내가 백설 공주를 쳐다보자, 그녀는 날 보고 손가락으로 바닥을 쳤다. 빙글빙글 신호 순서가 돌았기 때문에, 이번에 그녀의 패는 트리플. 그녀는 20골드를 걸고, 그 위에 20골드를 다시 걸었다. 더블이다. 그럼 죽어줘야지.
" 다이. "
내가 죽자, 마르앙은 고민한다. 그러더니 천천히 20골드를 다시 건다. 콜. 백설 공주가 씩 웃으며 패를 깐다. 2 트리플.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한다.
" 풀하우스다. "
뒤쪽 남자가 입을 열었다. 마르앙의 패는, 4 풀하우스. 설마 그가 페이크를 쓰다니. 마르앙이 씩 웃으며 판돈을 쓸어간다. 순식간에 그가 60골드를 먹었다. 골때리는군.
다시 딜러가 카드를 돌렸다.
자정이 거의 다 되자, 사람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떴다. 우리 테이블을 구경하던 남자들도 대부분 돌아갔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몇몇뿐. 현재 기본 배팅 금액은 10골드. 아까 마르앙의 제안으로 한번 더 올렸다. 내 심신도 지쳐가고, 백설 공주도 지쳐가는 모습이다.
신호 신경쓰랴, 패가 나올 확률 신경쓰랴, 정말 이젠 힘이 든다.
' 한 수.. 마지막 한 수를 보자. '
뭔가 크게 터트려야할텐데. 이번에 드러난 패는 하트 A와 하트 5. 내 패는.. 백스트레이트! 물론 모양이 스페이스와 클로버로 이루어져있다. 좋은 패다. 그런데, 마르앙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기분이 상당히 좋은 것 같은데. 페이크냐, 진짜냐. 그때, 백설 공주가 턱을 매만진다. 잠깐.
' 풀하우스? '
이거 서로 맞물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 역시도 풀하우스일수도. 마르앙이 나와 백설 공주를 흘깃흘깃 훔쳐본다. 그래. 한번 걸어보자.
" 50골드. "
마르앙이 순간 굳어진다. 아주 찰나였지만, 놓칠 내가 아니다. 그는 호기로운 척 하면서 '콜'했다. 하지만, 백설 공주는 50골드에 50골드를 얹는다. 너무 달리는데. 나도 50골드를 건다. 콜이다. 문제는 마르앙 역시 50골드를 더 얹었다는 것이다.
' 좋아, 해보.. 잉? '
백설 공주가 또 금액을 걸었다. 이번엔, 100골드다. 풀하우스로 이렇게 걸어버리다니. 어차피 백설 공주가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100골드를 더 걸어준다.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 100골드 걸고, 더 걸겠소. 200골드. "
갑자기 웅성거린다. 큰 판이다. 지금까지 했던 판 중에서 제일 큰. 벌써 걸린 배팅금액만 해도 800골드다. 백설 공주가 잠시 주춤한다. 고민하는 눈치다. 여기서부턴 그녀도 부담이 가는 금액이니까. 하지만, 돈이 너무 아깝다. 우리가 벌었던 금액이 전부 날아가버리는 셈이니까.
" 200골드 내고, 200골드 더. "
사람들이 모여든다. 엄청난 금액이다. 1200골드. 백설 공주 도대체 무슨 짓이야. 마르앙이 이정도로 자신만만하게 걸었다는 것은, 필히 자신은 절대 질 수 없다는 패라는 뜻이다. 혹시 포 카드인가. 그러면 최악이다.
절대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백설 공주가 분명히 풀하우스라고 했는데? 그러면 마르앙이 포카드가 나올 수가 없다. 내가 착각한건가? 순서가 풀하우스가 아니었던가? 이젠 나까지 혼란이 온다.
걸어야되는건가.
" 죽으시겠소? 흐흐흐. "
마르앙이 음침한 목소리로 말한다. 죽는다? 죽어야 하나. 그래도 아직 400골드 정도는 남아있다. 다시 시작해야하나? 백설 공주를 믿어봐야하나.
" 200골드... 더 내겠습니다. "
200골드를 더 냈다. 남은 돈은 고작 200골드 뿐이다. 마르앙이 하하하하- 하고 웃으며 200골드를 더 걸었다. 하지만, 문제는 백설 공주가 200골드를 더 걸었다는 것이다. 또.. 걸었다고? 미쳤냐고 소리칠 뻔 하다가 참았다. 마르앙의 얼굴이 더 웃는 상이 된다.
" 으하하하하핫! "
이젠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마르앙이 기분좋게 웃으며 나와 백설 공주를 번갈아바라본다.
' 이젠 끝이야. '
살 길이라도 마련하기 위해서 나는 '다이'를 외쳤다. 더 걸 수가 없다.
" 200골드 내겠습니다. 으히히히. "
포 카드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그녀도 포 카드라면? 혹시 마르앙이 5포카드고, 그녀가 A포카드라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녀가 그렇게 올인한 것 일수도!
" 콜. "
마지막으로 백설 공주가 콜을 부른다. 끝이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마르앙의 패로 모아졌다. 그는 낄낄 웃으며 패를 집어들었다.
" 자, 보시라. "
A 포카드. 졌다. 백설 공주도 입을 살짝 벌렸다. 그녀는 5 포카드였던 모양이다. 졌다. 모든게 날아갔다. 배팅 금액으로 쌓인 돈이 얼만지 계산도 안된다. 이젠 돌이킬 수가 없다.
" 잠깐. "
그녀가 소리친다. 금액을 쓸어가려던 마르앙이 멈칫한다. 그는 씩 웃으며 백설 공주의 다리를 쓰다듬었다.
" 이젠 당신은, 내 소유권이 된 것 같은데? "
" 이 손 치우시죠. 당신의 것이라니? "
" 넌 이제 빌린 돈을 갚지 못할거야. 그러면 내가 널 사버리면 되니까.. 흐흐흐.. 이 돈으로 말이야! "
마르앙의 눈이 음심으로 변한다. 그녀의 가슴골을 지나, 배로 가고, 다시 사타구니를 훑는다.
" 흐흐흐. "
" 아직 내 패가 끝나지 않았는데? "
" 딱보니 5 포카드였던 모양인데. "
그녀가 패를 뒤집는다. 뒤에 있던 남자가 어- 하고 소리친다.
" 배... 백 스트레이트 플러쉬다!!! "
" 말도 안돼!! 그게 나올 수나 있는거야? "
마르앙이 패를 보면서 부들부들 떤다. 하, 이 여자가 나까지 속여? 그녀는 나를 보고 혀를 살짝 내밀었다가 넣었다. 아마도 적을 속이려면 나까지 속여야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정말로 나는 끝난줄 알았다고!
" 말도 안돼애애앳!!!! 이건.. 이건 사기야!! 속임수라고!! "
" 하, 미안하지만 그렇게 되버렸네요. 이제 이 돈은 전부.. "
백설 공주가 씩 웃는다.
" 제겁니다. "
============================ 작품 후기 ============================
내가 저 심정을 겪어봐서 알아요. 내가 포카드였는데, 상대가 스트레이트 플러쉬. 오래전 수학여행 때였는데, 애들이 다 놀라서 뒤집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