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화 (4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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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나 게임이나 세계 역사 수업이 따분한건 매한가지였다. 그로시아 왕국에서 초빙되었다는 선생은 이상하게도 역사를 주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 가지 경우에 대해서 반박하고 싶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지만, 괜히 처음부터 눈에 띄게 행동하면 위화감을 살 수도 있었으므로 최대한 경청하는 척 했다.

그래도 꽤 인기가 있는 수업인지 강의실의 자리는 학생들로 대부분 채워져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사람은 2명. 한 명은 여자였고, 다른 한 명은 남자였다.

특히 남자쪽의 경우는 꽤나 대단한 녀석인지, 옆에 붙어서 아부하는 놈들이 한 두 명이 아니었다. 나는 수업을 집중있게 듣고 있는 아돌프의 팔을 툭 치고 그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 저 앞에 있는, 저 남자는 누구야? "

" 어? 아.. 저 남자는 '프랑크 왕국'의 제 2 왕자야.. 그.. 계승권이 가까워서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 "

아돌프가 약간 떨떠름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가?-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저쪽 여자를 가리켰다.

" 저 여자는? "

" 저 사람은, '그로시아 왕국'의 제 3 왕녀잖아. 몰랐어? "

나는 '아, 잠시 착각했네. ' 하고 웃었지만, 내가 알 턱이 있나. 강의가 끝나고, 이제 토론 시간이 다가왔다. 선생은 각자 토론을 해보라고 말하면서, 학생들을 각 조로 나누었다.

우연히도 나와 그로시아 왕국의 왕녀가 같은 조가 되었다. 다행히 그녀는 나를 모르는 눈치다.

아돌프는 프랑크 왕국의 왕자와 같은 조가 된 모양이다.

" 오늘의 주제는 ' 신성 제국의 암흑 제국 백성의 징치 ' 에 대한거군요. "

4명이서 한 조가 되었는데, 안경을 쓴 범생이 같은 녀석이 말을 먼저 꺼냈다. 왕녀는 아무 말도 없이 도도하게 앉아있는데, 왠지 그녀를 약올려주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든다.

" 저.. 일단 저부터 말해볼께요. "

안경을 쓴 청년이 먼저 자신의 의견을 얘기한다. 뭐, 그는 '암흑 제국이지만, 죄없는 백성들을 징벌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그에 대해서 반발했다.

" 죄가 없다라. 물론 그들은 나라가 돌아가는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은 압니다만, 과연 그들이 죄가 없는걸까요? "

" 그들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잘못한 것은 정치를 하는 권력가들 아니겠습니까? "

나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왕녀를 보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 당신께서는 그들이 죄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

그녀는 아무 말도 없다. 내 의중을 파악하고 있는 모양인데, 정말 나는 순수하게 그녀에게 질문한 것 뿐이다. 잠시 침묵하고 있던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죄가... 있죠. "

" 역시 그렇게 생각하죠? 그들도 죄가 있습니다. 무슨 죄냐? 바로.. 암흑 제국의 백성이었다는 자체 말이죠. "

" 그런! 그건 억지입니다. "

안경 사내가 말도 안된다는 어조로 강하게 반박한다.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계속 말을 이었다.

" 아뇨. 그들은 나라를 지탱하는 주춧돌입니다. 만약에 권력자들이 일을 잘못하고 있다면, 그들을 벌해야하는 사람은 바로 백성들입니다. "

" 말도 안됩니다! 백성들이 어찌 귀족들을 벌할 수 있단 말입니까! "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왕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약간 흥미롭다는 얼굴로 팔짱을 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별다른 말이 없는 것을 보니 내 말에 크게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안경 사내 말고, 또다른 청년이 한 명 더 있었는데, 그는 어물쩍 거리면서 안경 사내의 주장에 찬성했다.

사실 내 목적은 토론이 잘되든 못되든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녀는 어떤 사람인지 한번 떠보고 싶었을 뿐. 그래도 말 한마디 잘못하면 목이 날아간다는 왕궁에서 자란 것인지, 그녀는 쉽사리 자신의 의견을 토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느낌이 왔다.

' 꽤 신중하군. '

그것으로 대충 토론은 끝났다. 더 하고 싶은 말도 없었고, 수업에 흥미가 크게 가지도 않았다. 아쉬운 것은 '프랑크 왕국'의 왕자와 얘기를 나눠보지 못했다는 점일까.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은 짐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어땠어? "

아돌프는 책을 챙기며 나에게 물어온다.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뭐, 별거 없었어.'라며 대답했다. 그 때, 누군가가 우리들을 향해 다가왔는데, '그로시아 왕국'의 왕녀다. 참, 이름이 뭔지 안 물어봤네.

" 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왕녀님. "

" ... 소문과는 틀리네요. "

왕녀는 팔짱을 끼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데, 다른 사람은 비호감이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나에겐 무표정한 얼굴보다 그 얼굴이 더 마음에 들었다.

" 무슨 소문 말씀이죠? "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띄우며 그녀에게 물었다.

" 이번에 우리 왕국의 공작가에서 공자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새로 온 사람이 당신이라던데, 당신이 그 발더스 공자맞죠? 우리 왕국에선 당신의 소문이 꽤 자자한 편이죠. "

" 나쁜 소문이 아니었으면 하는데요. "

" 안타깝게도 나쁜 소문이에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요. 소문이 잘못되었거나, 내 눈이 잘못되었거나 둘 중 한 개일텐데. "

영리한 여자다. 하지만, 불청객도 있고하니 긴 말은 삼가는게 좋아보였다.

" 뭐, 그건 왕녀님께서 결정하셔야 할 부분이 아닐까요? "

"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발더스 공자. "

" 저도 반가웠습니다, 왕녀님. "

그녀는 훗- 하고 웃음을 남기고 긴 금발을 휘날리며 강의실을 빠져나간다. 도도한 면이 매력적인게, 마치 예전의 백설 공주를 보는 듯 했다. 아돌프는 시계를 보더니 자신은 급히 수업이 있다며 먼저 가보겠다고 얘기했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쏜살같이 강의실을 빠져나간다.

' 팔자에도 없는 수업이나 들어야한다니. '

다음 수업은 '왕국 정치'였는데, 시계를 보니 대략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나는 '괜히 세계 역사 토론을 신청했나?' 하고 후회하고 있는데, 강의실을 빠져나오는 도중에 누군가가 내 앞길을 막아선다. 익숙한 얼굴이다. '프랑크 왕국'의 제 2 왕자.

" 반가워, 이름이.. "

" 발더스. 발더스 그레이스. "

" 아, 발더스 공자. '대 왕국 학원'에 온 것을 환영해. "

그의 뒤에 서있던 청년 둘이 손벽을 짝짝- 쳤다. 나는 생각보다 발이 빠른 놈이군- 하고 생각하면서 싱긋 웃었다. 날 끌어들이고 싶어하나?

" 반갑습니다, 왕자님. "

" 아, 고마워. 아직 여기의 생리에 대해서 잘 모르지? "

" 왕자님께서 저에게 가르쳐주신다면 좋겠군요. "

" 후후후, 좋아. "

그는 씩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얹는다.

" 우리 학원은 아주아주 특별한 곳이지. 즉, 특별한 기회가 많다는 뜻이야. "

나와 그는 천천히 건물을 나온다. 아름다운 풍경이 내 눈을 즐겁게 한다. 아름다운 귀족의 처녀들이 꺄르르 웃으면서 옆을 지나갔다.

" 좋은 곳이지? "

" 네. 아주 좋은 곳이네요. "

" 하지만, 여기서 단 하나 주의해야할 점이 있지. "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그가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 생각인지 음성이 약간 변한다. 왕자가 자신을 따라오는 두 명의 청년에게 눈짓하자 그들은 슬그머니 자리를 비켰다.

" 사람을 잘 사귀어야한다는 말이지. "

" 쉽게 말해서... 왕자님과 같은 분과 친해야한다는..? "

" 하하하하! 말이 통해서 좋군. 그래.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군. 하지만, 딱 피해야할 사람이 한 명 있지. "

그는 살짝 얼굴을 굳히면서 나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조용히 속삭인다.

" 나탈리아 공주. "

" 누굽니까? "

왕자는 내게 천천히 물러나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 우리 왕국의 제 1 왕녀지. 사람을 단순히 도구 취급하는, 악녀 중의 악녀야. 절대 그녀와 섞일 생각을 하면 안돼. 내가 충고한 말을 새겨들어. "

" 물론이죠. 충고 감사합니다. "

내가 자신의 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그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새겨진다. 일단 넘어간 척하는 편이 좋아보였기 때문에, 그의 말을 순순히 따랐다.

" 공자와 나는 꽤 잘 어울릴 것 같군. "

" 영광입니다. "

'는 개뿔.' 나에게 편이란 없어, 이 새끼야. 어차피 나중에 다 밟아놔야할 놈들이다. 편이고 나발이고, 이용해먹을대로 이용해먹고 잘라버려야한다. 마침 수업 시간이 거의 다가왔기 때문에, 나는 왕자에게 실례한다고 말하고 강의실을 향해 출발했다.

" 절대, 나탈리아 공주와 말도 섞지 말게! "

" 물론입니다! "

물론 말을 섞을 생각이다. 막무가내로 말을 걸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변명하면 되겠지 뭐. 나탈리아 공주가 1이라고 했으니 아마도 계승권때문에 사이가 많이 좋지 못한 모양이다.

공주와 왕자의 혈투라, 생각보다 재밌게 흘러가는데. 이걸로 그 둘을 전부 잡을 수 있는 묘안이 떠올랐다. 더불어 우리 왕국까지 접수할 수 있는 방법도 더불어서. 어차피 세 왕국을 전부 흡수할 생각이니 아주 길게 바라봐야한다.

생각보다 금방 권력 싸움의 한 가운데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달까.

' 내 장난감들에게 잠시 장단좀 맞춰볼까. '

따분한 왕국 정치 수업을 다 듣고, 드디어 '고급 검술' 수업을 시작했다. 아돌프는 '초급 검술'이라서 만나볼 수가 없었다. 검술은 거의 모든 학생들이 남자였는데, 아주 간혹 여자들도 보였다. 그녀들은 무가의 귀족 자제여서 어릴 때부터 검을 휘둘렀다고 한다. 물론 내 눈에는 애들 장난처럼 보일 뿐이지만.

아쉽게도 '나탈리아 공주'와는 같은 수업이 하나도 없었던 모양이다. 왕국 정치에는 혹시 있을까- 하고 기대했는데, 의외로 왕국 정치를 듣는 학생들이 적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대부분이 이미 개인 교습으로 왕국 정치를 듣고 온 경우가 많단다. 나같아도 들었던 내용을 또 듣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래도 '고급 검술'이라서 그런지, 학생들은 전부 마나 소드정도는 성취한 상태였고,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이 바로 소드 익스퍼트 중급을 달성하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겔 왕국'의 '루시우스 공자'라고 하는데, 보는 순간 딱 검술에만 미쳐있는 사람을 보는 듯 했다. 그러니 그런 어린 나이에 소드 익스퍼트 중급을 이룬 것이 아닐까.

검술 수업은 이론과 실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오늘은 딱 실습날이라서 학생들은 검을 들고 모두 공터에 나와있는 상태였다. 강사는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을 이룬 기사였는데, 우리들에게 대련에 대한 여러 가지 기술들을 가르쳐 주면서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실습을 시켰다.

모두들 '루시우스 공자'와 함께 짝이 되고 싶었던 눈치였지만, 이미 짝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마침 딱 남는 한 사람과 짝이 되었다.

그는 '프랑크 왕국'의 백작의 아들이란다. 왜 이런 쓸 데 없는 허접한 기술을 배우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까라면 깔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선생과 학생의 관계니까.

대충 백작의 아들이라는 녀석의 실력에 맞춰 검을 휘두르고 실습이 끝났다. 대부분은 공터에 남아서 검을 더 휘둘렀지만, 더 이상 이 따분한 일을 했다간 미쳐버릴 것 같아서 황급히 공터를 빠져나왔다. 일단 그것보단 종이를 아돌프에게 전해줘야하는데.

" 어라? "

초급 검술이 다 끝난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데, 아돌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 녀석은 수업을 빼먹을 성격이 아니던데. 왠지 아까 검술 수업을 말할 때 미묘하게 머뭇거리던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검술을 싫어하지만 억지로 하는건가?

그런데, 공터 밖 저멀리서 몇몇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돌프의 익숙한 기운도 느껴진다.

따돌림일까?- 하는 추측이 먼저 머릿속을 강타한다. 아돌프같은 소심한 성격에 여자같은 외모면 따돌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어 보였다.

'그로시아' 왕국의 백작이라면 낮은 신분은 아니지만, 여기서는 끝발이 강한 편은 아니었다.

' 가볼까? '

그런데, 생각보다 아돌프의 문제가 심각했다. 총 3명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 3명이 바로 '프랑크 왕국'의 왕자와 그 두 명의 똘마니였다. 그리고, 아돌프는 눈물은 머금은 표정으로 왕자의 육봉을 입에 물고 있었는데, 설마 이런 광경을 보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이미 바지도 벗겨져있는 상태로, 아돌프의 뒤에서 남자 한 명이 몸을 연신 흔들고 있다.

' 나서야 하는건가? '

아니, 필요 없다. 오히려 이게 기회로 보였다. 아돌프가 불쌍하다? 그런게 있을 턱이 없었다. 오히려 그를 이용해서 왕자를 제대로 넉다운 시킬 방법을 떠올렸달까.

잠시 후에 몸을 흔들던 청년이 아돌프의 몸 깊숙히 정을 뿌린 모양인지 천천히 그에게서 떨어졌다. 왕자도 아돌프의 뒷머리를 잡고 뿌리 끝까지 육봉을 목구멍에 집어넣었다. 아돌프의 새하얀 얼굴이 호흡곤란으로 시뻘개졌다.

" 후우, 창녀같은 새끼. 아주 좋았어. "

" 켁.. 하아.. 하아.. "

" 키키키. 왕자님! 이 새끼 아주 명긴데요. 뒷구멍이 아주 쫙쫙 달라붙어요. "

그들은 힘들어서 바닥에 쓰러진 아돌프를 내버려두고 벗었던 바지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몇번 아돌프의 뺨을 후려갈기며 음산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 창녀 새끼야. 말하면 알지? 내가 그로시아 왕국에 연줄이 있는데.. 너 정도 가문은 그냥 없애버릴 수 있어. 알지? 내 말 잘 들어야하는거. "

아돌프가 젖은 눈으로 고개를 몇번 끄덕였다. 왕자는 흐흐흐- 하고 웃으며 그의 머리를 몇번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조금 있다가 와. 오해받으면 안되니까. ' 하고 말하며, 왕자의 일행이 사라졌다.

' 좋아. '

나는 얼굴에 정액을 묻힌채 나무에 기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아돌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그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 바.. 발더스! "

" 안녕? 아돌프. "

그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든다.

============================ 작품 후기 ============================

전 게이는 아닌데요.. 예쁘면 다 허용됩니다. 예, 예쁘면 다 되요.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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