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화 (48/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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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했어요. "

나탈리아 왕녀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게 찻잔을 내려놓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휘달리면서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

" 루시앙 왕자는 여기서 체면차리고는 못 살겠죠? "

빙긋 웃는 그녀의 말투에 무언가 내 속을 긁는 이상한 기세가 들어있었다. 설마 이 여자가.

" 그런데, 미안하지만 당신은 안되겠어요. "

" 그게 무슨 소립니까? "

내 얼굴이 굳었다. 그녀는 내 시선을 피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돌아가는게 영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내 느낌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어요. 당신은 위험해. 내 머리에서 경종이 울리거든. "

" 아, 결국 이렇게 되는군. 솔직히 당신을 어쩔 생각은 없었는데. "

그녀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새겨진다. 콕 집어서 얘기하자면, 그냥 나는 그녀에게 거절당한 것이다. 그것 뿐이다. 그렇지만, 괜히 열불이 난달까. 감히, 나를 거절한 그녀를 향하여.

" 사실 루시앙이 여기서 괜히 다른 세력을 모으는 것이 거북스러웠지, 내가 더 세력을 모으고 싶은 생각은 없었거든요. 내가 가진 세력만으로도 충분하니까. "

"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군요. 당신을 더 가지고 싶은데. "

" 후훗. 이래뵈도 제가 많이 비싼 몸이라서, 당신이 가진 걸로는 지불할 방법이 없어요. "

이제서야 그녀의 성향이 제대로 나타났다. 그녀는 백설 공주로 말하자면, 정확히 '사랑이 없는 아르펜'과 같은 여자였다. 이왕 이렇게 틀어진 거, 일단은 적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괜히 여기서 적이 늘어나면 나에게 좋을 일은 하나도 없으니까.

" 알겠습니다, 나탈리아 왕녀님. 그럼 이젠 당신과는 아.예. 인연이 없겠군요. "

" 그렇겠네요. 잘가요, 발더스 공자. "

그녀는 나에게 휙 돌아서 야외 정원을 벗어났다. 아름다운 꽃은 가시가 있는 법. 확실히 외모가 상승할수록 그녀들은 각자의 방어체계를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일단은 이렇게 되면, 나탈리아 왕녀를 이용해서 프랑크 왕국을 뒤흔드는 방법은 물건너간 셈이다. 그러면, 남은 것은 이 방법 뿐이다.

' '차도살인'계! 바로 이간질이지. '

루시앙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 아돌프는 항상 내 곁에만 졸졸 따라다녔다. 루시앙의 보복도 무서웠지만, 그녀는 이제 몸도 마음도 다 가져가버린 나에게 완전히 충성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돌프는 남자 옷을 입고 생활했다.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기도 했지만, 루시앙 사건을 조금 더 상상 속으로 집어넣기 위함이었다.

즉, 아돌프는 원래 여자였는데 무슨 이유때문인지 남장을 했다. 하지만, 루시앙은 게이였는데 남장을 한 아돌프에게 꽂혀서 그녀를 겁탈하려고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아돌프가 여자여서 겁탈은 미수에 그쳤다. 뭐 이 정도랄까. 하지만, 사람들의 상상은 너무나 신기해서 조금만 떡밥을 뿌려도 그것을 먹고 소문이 엄청나게 비대해지기 마련이었다.

덕분에 루시앙은 아돌프의 곁에 얼씬도 못했다. 괜히 더 이상한 소문이 퍼질까봐.

" 뭐, 그것보단 프랑크 왕국부터 어떻게 해결해야할 듯 싶은데 말이지. "

나는 '겔 왕국'과 이간질이 좋을까, 아니면 '그로시아 왕국'과 이간질이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도 온전히 세력을 남겨놓을려면 겔 왕국과 프랑크 왕국을 서로 이간질 시키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문제는, 지금 내가 알고있는 겔 왕국의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 물론 예전에 검술 수업때 같이 대련했던 녀석이 한 놈 있긴 했지만, 잠시 스쳐지나간 정도랄까. 이런 일은 여기서 꽤 지낸 아돌프에게 물어보는 것이 적격이다.

" 아돌프, 여기서 누가 가장 겔 왕국에서 지위가 높지? "

" .. 읏, 네.. 네? "

나는 아돌프를 데리고 으슥한 곳으로 가서 그녀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아돌프가 잠시 읏- 하고 왼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곧 대답을 하기 위해서 손을 치웠다.

" 흣.. 게.. 겔 왕국이요?.. 거기는.. 읏, 아.. 아팟.. '루시우스' 왕자님이.. 가장.. 하읏. "

" 그으래? "

" 날 보자고 하셨소? "

" 아, 루시우스 왕자님. "

콧수염을 기른, 꽤 멋드러지게 생긴 갈색 머리의 사내. 그가 바로 겔 왕국의 '루시우스' 왕자였다. 뭐랄까, 아주 꼿꼿하게 정도(正道)만 걸어가려는 기사같은 모습이라고 하면 정확할 것 같은 사내였다. 옷은 각이 쫙- 잡혀있고, 머리는 정확한 비율로 이마를 가리고 있다.

"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말이죠. "

나는 그를 데리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장소를 찾았다. 건물 뒤편에 조용히 숨은 뒤에 나는 그에게 나탈리아 왕녀에 대해 물었다. 나쁜 뜻이 아니라, 좋은 뜻으로.

" 나탈리아 왕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 ... 그녀요? "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는 어투로 대답한 뒤에, 그는 입을 살짝 내밀고 곰곰히 생각에 잠긴다.

" 괜찮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만. "

' 좋아. '

" 절대 제가 하는 말을 발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해주십시오. "

" 맹세하겠소. "

나는 그에게 조금 더 다가가 아무도 들리지 않게 귓가에 속삭였다.

" 나탈리아 왕녀가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

" 뭐... 뭐라구요? "

" 제가 그녀에게 관심이 있어서 접근하니까, 당신 외에는 다른 남자는 접근할 수 없다고 못을 박더군요. 왜 하필 당신만일까요? "

역시나 쑥맥인지 그는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이고 어버버- 하며 당황한다. 갑작스럽게 말한 사실에 그는 어쩔 줄을 몰라서, 횡설수설 말하는데, 딱 이용하기 쉬운 타입이다.

" 아니, 그게 혹시 오해일지도 모르고... 또 아직 그녀랑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데.. "

" 여자란 생물은 오묘합니다. 그쪽에서 당신이 접근해오길 바라는 수도 있죠. "

" 그.. 그런가요? "

내가 확신을 가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잠시 골똘하게 생각하더니 고개를 몇번 끄덕이고 나에게 말했다.

" 아직 쉽게 장담하기는 힘들 것 같으니,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

" 그러시죠. 어쨌든, 전 당신과 그녀가 잘 되길 빕니다. "

" ... 고맙소. "

그리고 나와 그는 헤어졌다. 나는 곧바로 아돌프에게 달려가 그녀가 해줄 일이 있다고 말했다.

" 너, 입이 좀 싼 애들 알고 있어? "

" 네? 입이.. 싼 애들요? 뒷담까길 좋아하는 사람들을 말하세요? "

" 그래. 걔들한테 소문을 퍼트려. 아니, 몰래 걔들에게 편지를 보내. "

그리고 나는 아돌프에게 해야할 일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알겠다면서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뛰어갔다. 흐흐, 좋아. 나탈리아 왕녀, 과연 넌 어떻게 대응할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만약에 나탈리아 왕녀가 승낙을 하면 루시우스 왕자가 보는 앞에서 그를 배신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 거절한다고 해도, 루시우스 왕자에 대해서 나쁜 소문을 퍼트리게 하는 것. 어쨌든 그녀와 그의 사이를 아주아주 나쁘게 만들어야한다.

' 크크크, 좋아좋아. '

다다음날이 되자, 나탈리아 왕녀가 루시우스 왕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학원 전체에 퍼져있었다.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나는 아돌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녀는 고작 익명의 편지 한 통밖에 적은 것이 없다면서 손사레를 친다.

어쨌든, 수습하기 힘들 지경까지 소문이 커지자 나탈리아 왕녀는 당황해했다. 문제는, 루시우스 왕자가 얼굴을 붉히면서 꽃을 들고 그녀를 찾아왔다는 것. 나는 그 장면을 비릿하게 웃으면서 직접 목격했다. 아니, 나만 목격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학생들이 그 장면을 목격했다.

' 아마 난감할거야. 거절하기에도 찜찜하고, 승낙하기에도 마음에 걸리고. 크크크, 나탈리아 왕녀, 날 감히 거절해? 나락으로 떨어트려주지. '

결국 그녀는 루시우스 왕자를 향해, 내일 어디어디에서 만나자는 쪽지를 건넸다. 그것은 나도 글자가 보이지 않아서 모르지만, 그녀를 몰래 뒤따라가면 될 것이다.

' 여기서 만나자고 한건가. '

아주 이른 새벽녘. 그녀는 호위 기사만 대동한채, 숲속의 외진 곳에 도착했다. 잠시 후에, 내 기감에 누군가가 잡힌다. 루시우스 왕자다. 그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탈리아 왕녀에게 다가갔다.

" 왕녀! "

" 왕자님. "

그녀의 얼굴이 애틋하게 변한다. 호오, 역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극복하겠다는건가? 그녀는 아마도 그를 이용할 심산인 모양이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우직한 루시우스 왕자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기쁜 표정을 짓는다. 아무리 처음 만났다고 해도,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자신을 좋아한다면 어떤 남자라도 거절하지 못하리라.

둘은 마지막에 가볍게 포옹까지 한다. 잘 됬군. 차라리 그녀가 그를 받아들인 것이 나에겐 더 낫다. 이것을 완벽히 끊어버리면서 루시우스 왕자를 머리 끝까지 화나게 하는 법을 이미 떠올렸으니까.

잠시 후에 둘은 헤어졌다. 나탈리아 왕녀가 먼저 떠났고, 다음으로 루시우스 왕자가 그 자리를 벗어났다.

" 나도 슬슬 시작해볼까. "

그 날 이후, 둘은 아주 노골적으로 붙어다니면서 서로 좋아한다는 것을 표출했다. 루시우스 왕자는 얼굴에서 미소가 떠날 날이 없었다. 그래도 루시우스가 완전히 쑥맥이기도 하고, 나탈리아도 마음이 없는 모양인지 포옹이나 손잡는 것 이외에는 스킨쉽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나에겐 좋은 일이다. 괜히 남의 손을 탔던 여자를 가지기는 싫기 때문에. 더군다나 나탈리아 정도의 미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일리아나 왕녀와의 관계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즉, 나의 매력에 그녀가 살며시 빠지고 있다는 말이다. 예전의 그 날카롭던 그녀는 어느새 나에게 부드러워지고, 가끔씩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아돌프 역시 이젠 나없이는 아예 살 수 없는 몸으로 만들었다. 매일 밤마다 그녀를 방에 불러서 관계를 맺었다. 아마 레이도 그 소리를 듣고 있었겠지만, 그녀에겐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 자신이 여자가 되면서 서서히 바뀌는 마음이 적응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 후후후, 어차피 아돌프도 그로시아 왕국의 백작 자제니까,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겠지. '

그녀는 지금 나의 분신을 입으로 빨고 있었다. 손은 뒤로 묶은 채로 얼굴만 움직이면서. 나는 그녀를 침대에 머리가 바닥을 향하게 눕혔다. 그리고 곧바로 허리를 움직여 그녀의 목구멍에 분신을 쑤셔넣기 시작했다.

" 컥.. 컥... 컥... "

이미 두 손이 뒤로 묶여있었고, 내가 두 손으로 다리를 꽉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간신히 몸만 움찔거리면서 움직였다. 거의 목구멍의 반까지 내 육봉이 쑥 들어갔다가 나온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얼굴은 침과 또다른 이상야릇한 점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얼굴은 호흡곤란으로 시뻘개졌고, 두 눈은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 쿽... 쿼헉..... !!! "

나는 육봉을 그녀의 목구멍에 뿌리 끝까지 박고 바로 정을 뿌렸다. 강제로 목구멍 안으로 흐르는 정액에,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버텼다. 내 육봉때문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그녀의 목구멍은, 육봉이 빠지자마자 기침으로 들썩였다.

" 컥.. 콜록 콜록. 웩... 하아.. 하아.. "

아돌프는 불쌍한 노루의 눈을 하면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이 내 속에 있는 악마를 잡고 흔든다는 것을 그녀는 죽어도 모를 것이다.

" 크크크, 아돌프. 나의 아돌프. "

나는 머릿속에서 아돌프의 얼굴을 나탈리아 왕녀의 얼굴로 바꿨다. 그녀의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날은 오래지 않아서 다가올 것이다.

============================ 작품 후기 ============================

이제 12시가 넘었으니 오늘이겠죠? 오늘 일이 있어서 내일 자정에 올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올리도록 노력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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