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49/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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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아 왕녀와 루시우스 왕자가 서로 사귀다는 소문은 학원 전체로 퍼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일정도였다. 그만큼 둘의 영향력이 컸다는 말이었는데, 나는 그들의 관계가 조금 더 무르익기를 바라고 있었다. 너무 처음부터 충격적인 광경을 보여주면 효과가 덜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것과 동시에, 나는 일리아나 왕녀도 손을 보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손쉽게 나에게 기대왔다. 혹시 그녀가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는건가-하고 의심하기도 했지만(백설 공주때 워낙 뒤통수를 많이 맞아서 노이로제가 걸려있다.), 아주 유심히 관찰해본 결과, 그녀는 진심으로 나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생각보다 그녀의 세력이 더 없었다는 점이다.

고작해봤자, 그녀의 모친의 세력과 그 모친을 지지하는 세력이 다였다. 물론 내 세력이 붙어버리면 무시못하겠지만, 확실히 예전에는 암울했음이 분명했다.

그랬기에 왕궁의 세력싸움에서 밀려 '대 왕국 학원'으로 쫓겨나듯 도망쳐온 것이었고.

그러던 어느 야심한 밤에, 누군가가 날 찾아왔다.

" 어, 브룩이냐. 오랜만이네. "

" 주군을 뵙습니다. "

얼굴까지 시커면 복면을 쓰고 있는 브룩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인다. 부하를 시켜도 될텐데 그는 내 정체를 아직 누구에게도 밝힐 순 없단다. 혹시모를 첩자를 대비한다고 하는데, 충분히 일리가 있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 드디어, 그로시아 제 1 왕자가 계승권 싸움에서 이겼습니다. 제 2 왕녀는 여기로 피신할겁니다. "

" 그래? 잘했군. 애들은 멀쩡하게 잘 있고? "

" 네, 그 분들께서 일을 완벽히 처리하셨습니다. "

에덴과 보리가 일을 잘 해낸 모양이다. 뿐만 아니라, 메넬 역시 그의 특출한 머리를 잘 쓰고 있는 것 같다.

내 예상대로 시나리오가 흘러가자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 때 마침, 내 큰 웃음소리를 듣고 레이가 방에서 나왔는데, 하필이면 브룩을 바라보았다.

싸늘한 시선으로 레이를 잠시 보던 브룩이 살며시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 아니, 괜찮아. 내 호위기사야. 이만 물러가봐. "

" 네, 주군. "

브룩은 창을 통해서 방을 빠져나갔다. 레이는 의아한 얼굴로 날 바라보는데, 그 모습이 색기가 가득했다.

아직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지만, 아주 조금씩 그녀를 살살 달아오르게 하는 중이었다. 그녀의 음식에 아주 조금씩 흥분제를 타곤 했는데, 그 양을 조금씩 늘리고 있었다.

그 영향때문인지, 아돌프와 관계를 가지는 날에는 레이 역시 자신의 방에 있는 침대에 누워 자위를 하곤 했다. 아무리 굳건한 마음을 가진 기사라도 몸이 끓어오르는 것을 막을 순 없는 모양이다.

" 발더스 공자님? 방금 누구.. "

" 아, 내 부하. 걱정 안해도 돼. 늦었는데, 안자고 뭐했어? "

" 저야 물론, 공자님께서 주무셔야 자니깐요. "

그래도 꽤 여성스러움이 그녀의 몸에 배였는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모습이, 부끄러워하는 여자의 모습과 비슷했다. 나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였기 때문에, 부하라는 말에 납득했는지 고개만 끄덕인다. 하지만,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묘하게 이상해버린 상황에 레이가 당황하며 자신의 방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는데, 내가 막았다.

" 잠시, 이리로 와볼래? "

레이는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나에게로 걸어왔다. 여자치고는 꽤 큰 키였지만, 그래도 나에 비해서는 확실히 작았다. 아직 여자 속옷을 입는 것이 익숙치 않아서인지 그녀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가슴 부근에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손으로 잡고 싶었지만, 급하면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나와 그녀는 침대에 앉았는데, 그녀는 이상야릇한 분위기에 나에게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아돌프와 잠자리를 가질 때를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그녀의 오른손을 잡았다. 순간 레이가 흠칫하더니 손을 빼낼려고 했지만, 내가 강하게 잡는 바람에 그녀의 시도는 실패했다.

" 레이. 넌 여자가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 네..네? 그.. 그게 무슨 말이세요. "

" 여자가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

그녀는 내 눈을 맞추지 못하고 불안해한다. 예전의 그녀답지 못한 행동이었지만, 지금의 여성스러움에 익숙해지는 행동이었다. 한참이나 아무 말 못하고 입술만 혀로 적시다가, 드디어 그녀가 입을 살며시 열었다.

" 그냥.. 이상하게 기분이 묘해요. "

" 기분이? 어떻게 묘한데? "

나는 그녀의 손이 잡힌 팔을 향해 반대쪽 손을 뻗어서 살며시 쓸어내렸다. 그녀의 반응이 궁금했다. 역시나 생전처음느끼는 묘한 감정에 그녀는 어쩔 줄 몰라한다. 어차피 오늘 그녀와 만리장성을 쌓을 생각도 없었으니, 그녀의 가슴에 나라는 인간을 강하게 새겨놓기만 할 생각이었다.

" 그냥.. 그.. 깃털로 온 몸을 간질간질거리는.. 느낌? "

그녀의 눈이 약간 촉촉해진다. 숨소리가 살짝 야릇해지고 입술이 더 붉어졌다.

" 그래? "

나는 팔을 쓰다듬던 손을 천천히 그녀의 등으로 가져가서 쓸어내렸다. 그녀의 몸이 살짝 경직되다가 다시 천천히 풀린다. 오늘은 이정도만 하고 그만둬야겠네. 등을 열 번정도 쓰다듬고 천천히 손을 떼어냈다.

" 늦었으니까 얼른 자러 가.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하니까. "

" ... 네. "

그녀는 붉어진 얼굴을 머리카락으로 가리며 황급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흐흐흐, 그녀도 잘 익어가는구만. 나탈리아 왕녀를 제외하면, 레이보다 아름다운 여자는 없었다. 그만큼 그녀를 쟁취하고 싶은 욕망이 많았다. 특히, 기사라는 것이 내 마음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되었다.

' 그것보단, 제 2 왕녀가 궁금하군. 출발은 훨씬 빨리 했을테니, 아마도 2, 3일내로는 여기로 도착하겠지? '

제 2 왕녀를 어떻게 삶아먹을지 고민하면서, 나는 눈을 감았다.

드디어 일이 터졌다. 루시우스 왕자가 참지 못하고 나탈리아 왕녀에게 약혼을 하자고 고백했다는 것이다. 큰 다이아 반지와 함께. 물론 나탈리아 왕녀는 반지를 받아들였다. 즉, 수락했다는 말이다.

' 좋아. 수락을 해야지. '

이제 루시우스 왕자를 나탈리아 왕녀와 등지게 만들어야한다. 그것도 아주아주 분노하게 만들면서.

나는 루시우스 왕자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쪽지를 하나 두고 나왔다. 어떤 남자와 나탈리아 왕녀가 숲속으로 몰래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는 것을 적은 쪽지였는데, 아마 루시우스 왕자는 눈에 불을 켜고 이곳으로 달려올 것이다.

" 이렇게 하면 되는거에요? "

엘류나크는 나탈리아 왕녀로 모습을 바꾼 상태로 날 샐쭉하게 바라본다. 나도 모습이 바뀐 상태였다.

프랑크 왕국의 백작 자제였는데, 이름은 '릭'. 별 중요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프랑크 왕국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니까. 이리저리 계획을 면밀하게 짜서 그들에게 알리바이가 없도록 만들었다. 사실 그들은 내가 잠시 손을 써서 자신의 방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 아주 좋아. 그럼 아까 내가 가르쳐준대로만 하면 돼. "

" ... 당신 용사 맞아요? "

" 그럼. 당연하지. 그러니까, 이렇게 아름다운 엘류나크를.. 내 손에 넣을 수 있었던거 아니야? "

나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입술을 훔쳤다. 혀와 혀가 서로 얽히면서 진득한 액체를 만든다. 때마침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는데, 루시우스 왕자였다. 타이밍좋게, 나와 엘류나크가 서로 진한 입맞춤을 맞추는 상황부터 그가 목격했다.

- 쮸웁 쮸웁

하지만 현장을 보고도 루시우스 왕자는 몸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마도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함일 것이다.

" 하아.. 하아... 보고 싶었어, 나탈리아. "

" 저도요, 릭. "

나는 그녀의 엉덩이와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엘류나크는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면서 나에게 달라붙는다. 불만을 토해도 엘류나크는 시킨 것 하나만큼은 잘했다.

" 성공했어요... 릭. 루시우스.. 그 멍청한 자식을 속이는 데 성공했어요. "

" 크크크, 병신같은 새끼. 뭐.. 나탈리아 당신에게 빠지지 않을 남자는 없지만.. 이미 몸도.. 마음도 다 내꺼지만. "

나는 그녀의 가슴섶을 살짝 풀어서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가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왼손 검지 손가락을 입에 문다. 도발적인 얼굴을 보는 순간, 내 분신이 벌떡 일어난다.

" 그래서... 루시우스 왕자와 결혼하고.. 그를 죽일거지? "

" 물론이에요, 내 사랑. 하응. 거기.. 좋아요. 더 만져줘요. "

루시우스 왕자는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었는지 자리에서 벗어난다. 아마도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을 것이다. 크크크, 아주 잘했어 엘류나크.

" 크크크, 끝났어. "

" 휴우. 정말이지. "

엘류나크는 날 흘겨보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복종 그 자체였다. 시킨 일도 잘했으니, 상을 줄까.

" 하윽!.. 누..누가.. 성욕 용사가 아니랄까봐.. "

" 크히히히, 그럼 성욕 용사에게 만져지면서 할딱이는, 이 앙큼한 요정은 누굴까. "

잠시 후에, 그곳에서는 엘류나크의 신음소리가 터져나온다.

다음날, 학원이 발칵 뒤집혔다. 루시우스 왕자를 찾아온 나탈리아 왕녀는 그에게 뺨을 제대로 후려맞았다. 그녀는 도대체 지금 뭐가 일어난거지?- 하는 표정으로 멍하게 바닥을 바라본 상태로 쓰러져있었는데, 왕자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그녀를 향해 삿대질했다.

" 개같은 년. 감히 날 속여? 뭐? 결혼하고 나서 날 죽이겠다고? 하! 걸레같은 년. 우리 겔 왕국을 집어먹겠다는 속셈이지? 이 더러운 년아! "

나탈리아 왕녀는 왼손으로 뺨을 잡은 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루시우스 왕자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그녀는, 뭐라고 할 말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루시우스 왕자를 더 날뛰게 했다.

" 반드시 널 나락으로 떨어트려주겠어. 오늘로부터 너와 겔 왕국은 적이야. 어떻게 해서든 널 파멸시키겠어. 내.. 내 마음을 가지고 논 널 파멸시켜버릴거야!! "

정말로 그녀를 사랑했었는지, 루시우스 왕자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나탈리아 왕녀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그제서야 나탈리아 왕녀도 정신이 조금 돌아왔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황급히 말했다.

" 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어제 제가 무슨.. 잘못한 일이 있었나요? "

" 그래! 그 더러운 몸뚱이를 다른 남자에게 바치고 있었지! 내가 모를 줄 알았어?! "

그의 말에 주위에서 수근거리는 말소리가 커졌다. 나탈리아 왕녀는 말도 안된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면서 소리쳤다.

" 말도 안돼요! 어제 저는 내내 방에만 있었다구요! "

" 하! 그런 거짓말은 쉽겠지.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마. 아니, 어차피 난 왕국으로 돌아갈거니까 볼 일도 없겠네. "

루시우스 왕자는 그녀에게 빙글 돌아섰다.

" 나탈리아 왕녀! 당신만큼은 내가 반드시 복수할거야. "

그리고 그는 천천히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나탈리아 왕녀는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멍-하게 서있다가 주위를 보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 구경났어?! 빨리 안 꺼져! "

그녀도 얼마나 화가 났는지 입에 한번도 올리지 않았던 상스러운 말을 담았다. 자신은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는데, 루시우스 왕자에게 치욕스러운 일을 당했으니 화가 날만도 했다. 그러면서 아마 자신이 루시우스 왕자의 함정에 걸린 것 같다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크크크, 그래그래. 고민하고 또 고민해라. '

아마도 내가 저지른 일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그녀는 화가 난 표정으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버렸다. 이제 둘은 최악의 관계가 되어버렸다. 겔 왕국과 프랑크 왕국은 이제 절대로 손을 잡을 일은 없을 것이다. 루시우스 왕자는 겔 왕국에서 거의 승계권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 조만간 겔 왕국의 왕도 처리해야겠군. "

루시우스 왕자가 왕위에 오르면 볼만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조용히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 작품 후기 ============================

늦었습니당..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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