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3화 (5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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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있었나? "

" 네! 정말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주군. "

메넬이 감격한 얼굴로 내 얼굴을 올려다보는데, 오랜만에 보는 그의 얼굴은 꽤 초췌했다. 아마 이런저런 머리를 돌린다고 아주 힘들었던 모양이다. 물론 이제 내가 왔으니, 그로시아 왕국을 접수하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되었지만.

" 제 1 왕자는? "

" 완벽하게 넘어왔습니다. 저를 완벽하게 신뢰하고 있고, 에덴님의 미인계에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보리님에게도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아직 눈치가 보이는지 거기까지 손을 대지는 않았습니다. "

" 그래? 크크크. "

아주 긴 시간이 아니라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왕자는 껌뻑 넘어가버린 모양이다. 뭐, 워낙 에덴과 보리의 미모가 뛰어났던 점도 한몫하긴 했겠지만.

" 그녀들에겐 얘기했고? "

" 네. 그분들께서는 지금 주군을 만나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십니다. "

이젠 우연을 가장해서 만날 일만 남았다. 사랑하는 내 그녀들을 말이지.

' 크크크, 왕자. 널 파멸시켜주지. '

다음날, 나는 일리아나 왕녀와 함께 왕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나들이를 갔다. 미리 메넬과 말을 맞춰났기 때문에, 아마도 에덴은 왕자와 함께 나와 마주칠 것이다.

" 꽃이 너무 예뻐요, 공자. "

" 당신도.. 아름답습니다, 왕녀님. "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한다. 그렇게 한가롭게 걷고있는데, 저멀리서 누군가가 내 시야에 잡혔다. 드디어! 아름다운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에덴은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천사같았다. 그 옆에는 꽤 훤칠하게 생긴 사내가 있었는데, 아마 그가 제 1 왕자인듯 싶었다.

에덴은 나를 보더니 우뚝 멈췄다. 그녀는 계획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고 나에게 안기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지엄하신 지아비의 명을 뿌리칠 순 없었는지 충격먹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왕자는 그녀의 반응이 이상해서 천천히 그녀의 시선을 향해 고개를 돌리다가 내 눈과 마주쳤다.

" 바.. 발더스 공자님.. "

" ... 저 자가 발더스 공자..? "

왕자의 미소띈 얼굴이 굳어지면서 나를 약간 화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와 일리아나 왕녀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곧 턱을 들고 눈을 내리깔아서 나를 응시한다. 꽤 도발적인 표정이다.

" 지금 감히 날 봤는데도 인사도 하지 않는가? "

" 아, 헥스터 왕자님. 처음 뵙겠습니다. "

" ...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오라버니? 우리가 한가하게 인사를 나눌 정도로 친했던가요? "

" 아, 일리아나. 너도 있었구나. "

에덴이 천천히 우리쪽으로 다가와 살풋 고개를 숙인다. 왕자가 약간 인상을 썼지만, 그것을 막지는 않는다.

" 오.. 오랜만이에요, 공자님. "

" 그래, 에덴. 어디있나했더니, 왕자님과 같이 있었구나. "

그녀는 아랫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더니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꽉 잡았다. 일리아나 왕녀도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나와 그녀를 번갈아보는데, 왕자의 표정은 그녀와 비견될게 아니었다.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나를 노려보는데, 눈빛으로 죽일 수 있다면 나는 아마 수십번도 넘게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 이리 오시오, 에덴. 발더스 공자! 내 경고하는데.. "

그는 나에게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내밀고 으르렁거렸다.

" 절대, 에덴에게 접근하지마시오. 분명히 경고했소. "

" 뭐, 저는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겠지만.. 그녀는 어떠한지. "

" 그녀도 절대 그런 일 없을 것이오. 에덴, 갑시다. "

그녀는 왕자의 손에 잡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몇번이고 나를 뒤돌아봤는데,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을만큼 굉장한 연기를 펼쳤다. 역시 오래전에 에덴과 보리에게 미리 연기 연습을 시켜놓은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누구.. 에요? "

일리아나 왕녀가 약간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데, 나는 그녀의 허리를 손으로 잡고 입을 맞췄다. 그녀와의 첫 키스였다. 일리아나 왕녀도 놀랐는지 눈을 똥그랗게 떴지만, 곧 이내 내 혀를 받아들이며 키스에 응답했다.

" 하아, 걱정마시오. 난 당신밖에 없으니까. "

" 정말이죠? 당신을 믿을께요. "

크흐흐, 아주 잘했어 에덴. 이제 왕자는 아마도 안절부절 못할 것이다. 나를 어떻게든 죽일려고 발버둥을 칠텐데, 그에 맞춰서 나도 보복해주면 일은 깔끔하게 끝난다. 그 전에 필리아 왕녀도 처리해야하는데, 그것은 왕자를 처리하면서 동시에 해내면 될 일이다.

' 오늘밤 당장 암살자들이 찾아올 수도 있겠지? '

소심한 왕자가 이렇게 변한 것은 아마 에덴과 보리때문일 것이다. 그녀들에 대한 소유욕이 그의 성격까지 바꿔버린 모양이다. 물론 그의 성격이 이런 식으로 불같이 변하면 변할 수록 좋아지는 것은 내쪽이니까.

그날 밤에 암살자 두명이 일리아나 궁안에 있는 내 방으로 침입했다. 딱 좋다 싶어서 둘의 심장을 칼로 단번에 쑤셔 죽였다. 그들은 눈을 부릅뜨면서 바닥에 털썩 쓰러져 죽었는데, 나는 그들 중 한 명을 보면서 비릿하게 웃었다.

' 이걸로 딱 됬군. '

엘류나크를 불러서 내 얼굴을 둘 중 한 명의 얼굴로 바꾸게 만들고 궁을 나왔다. 이제 필리아 왕녀의 방에 침입할 차례였다.

왕녀들의 궁은 서로 그리 멀지 않게 붙어있어서 금방 필리아 왕녀의 궁에 도착했다. 단번에 윗층에 보이는 테라스까지 뛰어서 창을 열었다.

문이 잠겨있었지만, 마나 소드를 이용해서 살큼 자르고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아무런 사람도 보이지 않는 방. 왕자나 왕녀들은 암살의 위험때문에 방을 바꿔가면서 잠을 잤는데, 눈을 감고 사람의 기척을 느껴보니 아랫층에서 꽤 많은 기운이 있었다.

' 밑이군. '

다시 테라스로 나와서 밑을 보니 창이 보였다. 난간이 없어서 벽을 타고 가야했다.

테라스에서 뛰어 벽에 칼을 박고 창틀에 손가락으로 매달렸다. 검을 뺀 뒤에 다시 창문을 열었는데, 다행히 이번엔 문이 잠겨져 있지 않았다.

아마 이곳으로 들어올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 같다. 문을 여니 캄캄한 방안이었는데 침대에서 누가 새근새근 자고 있다.

필리아 왕녀다.

' 크흐흐흐, 이렇게 보니 일리아나보다 더 예쁜데? '

얼음같이 차가운 표정만 아니라면 상당히 미인으로 보일텐데 말이지. 나는 곧바로 그녀의 입을 천으로 막고 두 손을 꽉 잡았다. 방 바깥에 기사들이 대기해있을테니, 최대한 은밀하게 일을 끝마쳐야했다.

" !! "

왕녀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얼음이 되어버렸다.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나는 그녀의 목을 콱 잡고 숨통을 조였다.

그녀가 버둥거리다가 정말 질식하기 일보직전에 손을 놓았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면서 기침을 하려했지만 입에 있는 천때문에 그것도 불가능했다.

겨우 코로 숨을 내쉬면서 두려운 눈으로 날 보는데, 엄청난 쾌감이 내 등줄기를 파고 들었다.

" 발악하면.. 알지? "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녀의 옷을 찢고 탐스러운 유실을 깨물었다. 그녀가 몸을 들썩였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피가 날 정도로 강하게 두 개의 유실을 물고 바로 팬티를 벗겨버렸다. 그녀는 눈물만 흘리면서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눈을 감은채 최대한 내 손을 피하려고 몸만 흔들고 있었다.

" 크흐흐흐, 왕녀의 몸은 상당히 좋군. "

아무런 애무도 없이 내 육봉을 바로 그녀의 동굴 속으로 집어 넣었다. 그녀는 배를 경직시키면서 두 눈을 꽉 감았다.

파과의 아픔이 온몸을 지배했는지, 그녀는 한참이나 아픔을 호소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그녀를 범하기 위함이었으니, 대충 몸을 흔들다가 그녀의 몸속 깊숙히 정을 뿌렸다.

이정도면 됬겠지? 크크크. 나는 약간 방심한 척, 그녀의 두 손을 잡고있던 손을 슬며시 놓았다. 기회를 잡은 그녀가 입에 들어있는 천을 꺼내 곧바로 비명을 '꺄아!!!'하고 질렀다.

정말 1초도 안되서 문이 벌컥 열리더니 여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왠 놈이냐!! "

나는 순식간에 바지춤을 여매고 창문을 깨고 밖으로 탈출했다. 왕녀는 내 얼굴을 똑똑히 보았을테니, 이제 왕자의 짓이라는 것만 밝히면 끝이다. 곧바로 일리아나 왕녀의 궁으로 들어와 얼굴을 다시 바꾸고 바깥에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을 불렀다. 그 전에 미리 암살자들의 몸을 한번 더 꿰뚫고 피를 온 몸에 묻혔다.

" 무.. 무슨 일입니까, 공자님! "

레이가 깜짝 놀라면서 나에게 달려온다. 나는 뒤에 있는 암살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얼굴에 묻은 피를 슥 닦았다.

" 암살자다. 왕자놈이 드디어 일을 저질렀어. "

" 네?! "

궁은 발칵 뒤집혔다. 일리아나 왕녀는 잠옷차림으로 나에게 달려오더니 시체를 보고 구역질을 했다.

시녀들이 그녀를 데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갔는데, 시녀가 전해주는 말이, 왕자를 결코 용서하지 않겠단다. 필리아 왕녀쪽에서도 소식이 왔는데, 밤중에 암살자가 침입했단다.

겁탈 당했다는 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입막음을 시킨 모양인 것 같았다.

아침이 밝자마자 나는 암살자의 시체를 필리아 왕녀에게 가져갔다. 그녀는 암살자 중 한 명의 얼굴을 보면서 얼굴을 굳혔다. 자신을 겁탈했던 남자가 시체가 되어 누워있는 것을 보면서 이를 갈았는데, 그래도 겁탈을 당했는데도 정신을 놓지 않는 것을 보니 정신력이 왠만한 여자들보다는 훨씬 강한 모양이다.

" 헥스터.. 이 자식이.. "

필리아 왕녀는 정말로 화가 났는지, 암살자의 목을 다시 잘라라고 명하고 궁으로 들어가버렸다.

' 일단 성공이군. '

다시 왕궁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불안불안하게 버티고 있던 기운을 깨버린 것은 필리아 왕녀였다.

당장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기사단을 불러모아서 성안에 대기시켰다. 왕자도 곧바로 그에 대응하여 기사단을 불러모았다.

일리아나 왕녀도 어쩔 수 없이 기사단을 불렀는데, 그녀가 가진 기사단은 필리아 왕녀나 헥스터 왕자의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헥스터 왕자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병들어서 누워있는 왕은 이런 상황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차피 다 죽어가는 왕을 위한 자들은 아주 소수였고, 대다수는 차기의 왕이 될만한 세력에 붙어있었다.

왕궁은 당장이라도 전투가 벌어져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필리아도, 헥스터도 먼저 기사단을 움직이게 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적에게 정당성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먼저 뺨때린 놈이 나쁜 놈이듯이, 먼저 칼을 뽑은 쪽이 나쁜 놈으로 몰릴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 이런 것은 내가 전문이지. '

사람이 많이 모여있으니 당연히 사건은 터지기 쉬웠다. 나는 에덴에게 몰래 기사단이 자주 드나드는 장소에 돌아다녀라는 말을 했었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눈이 돌아간 몇몇 사내들이 그녀들에게 찝적거리다가 화가 난 왕자에게 칼을 맞았다. 덕분에 필리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기사단을 향해 외쳤다.

" 칼을 뽑아들어서 우리들을 위협한 왕자를 몰아내자! "

왕궁은 순식간에 기사들의 피로 물들었다. 그러나, 너무 팽팽한 세력때문인지 도무지 결판이 나지 않았다. 일리아나 왕녀와 나는 필리아 왕녀가 우리들에게 손을 뻗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우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 호, 우리들에게 정당성을 주기 싫다는 말인가. '

역시 필리아 왕녀도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이렇게 된다면 차라리 필리아 왕녀부터 처리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나는 왕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헥스터 왕자는 나를 무척 싫어했지만, 지금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서 일단은 내 손을 잡는 척 했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자 필리아 왕녀는 나를 향해서 욕을 퍼부었다. 그렇다고해서 눈하나 깜빡할 내가 아니지만.

결국 필리아 왕녀는 우리 세력에 밀려서 손을 들어버렸다. 완전한 항복. 이제 더 이상 답은 없었다. 처형까지는 심했고, 그녀는 외딴 궁에 유폐되어서 영원히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악을 고래고래 쓰면서 나와 일리아나 왕녀에게 욕을 퍼부었지만, 일단 승자는 우리였고, 패자는 그녀였다.

" ... 뭔가 찜찜해요. "

" 그렇겠지. 아직 왕자가 남아있으니까. "

하지만, 왕자도 결국 우리들도 제거할 생각이 분명할 것이니,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이 또 내 특기 아니겠는가?

' 크크크, 이미 준비는 완료되었다고, 왕자. '

궁에 유폐되어서 울부짖는 헥스터 왕자와 필리아 왕녀를 상상하면서, 나는 프랑크 왕국이 있는 동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 나탈리아 왕녀, 기다려라. 크크크크. '

선선한 바람이 내 몸을 기분좋게 스쳐지나간다.

============================ 작품 후기 ============================

오늘 2연참 갑니다! 헤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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