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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왕국을 모두 손에 넣은 뒤, 대략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뒤로 나는 조금씩 내 세력을 불려갔고, 이젠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엄청난 크기의 조직이 되었다.
이름하야, '용사군'. 이름이 촌스럽다고 놀릴 지는 모르겠지만, 이 용사군은 소드 마스터나 마도사정도는 되어야 들어올 수가 있다. 그와 더불어서 내 직속 기관인 '그림자'들. 에덴과 보리를 선두로 하는 나의 비밀기관이다.
내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아서하며, 말 한마디면 목숨도 끊을 수 있는 한마디로 내 '그림자'같은 부하들이 속해있는 곳이다.
'용사군'은 곧 이어질 암흑 제국과의 전쟁을 대비하고 있었고, '그림자'는 암흑 제국에서 황녀를 납치할 계획이었다. 착착 착수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만족하는 웃음을 지었다.
그야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지금 암흑 제국을 제외하면 나의 세력을 능가하는 인간은 없다. 세 왕국의 실질적 지배자이면서, 동시에 신성 제국에서 신의 대리자로 인정하는 용사.
지금 그런 용사인 내 밑에 누군가가 윽윽- 거리면서 신음을 참고 있다.
그녀는 바로 겔 왕국의 왕이었던 루시우스였다. 내 하렘궁에 갇히게 되면서 여자로 바뀐 그녀는, 대략 세달정도는 나에게 엄청나게 반항했었다.
욕설을 퍼붓는 것은 기본이었고, 시도때도없이 날붙이로 내 목숨을 위협했다. 물론 그정도에 눈하나 깜빡할 내가 아니지만, 나탈리아나 루시앙뿐만 아니라 하렘궁에 있는 어떠한 여자들보다도 나를 증오했다.
그런 그녀를 정신적으로 무너뜨리기 위해서 그 때부터 지금까지 장장 6개월간을 끊임없이 안았다. 결국 그녀는 부풀어오른 배를 두 손으로 감싸면서 아랫입술을 강하게 물어뜯었다.
" 읏!! "
루시우스의 아름다운 머릿결이 찰랑이면서 바닥에 수를 놓는다. 나는 그녀의 동굴 깊숙히 정을 뿌리고 그녀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대었다.
" 이제 꽤나 고분고분해졌는데? 난 너의 부모님을 죽인 원수라고? 크크크. "
내 속삭임에 그녀가 이를 부득갈면서 나를 노려본다. 나는 그녀의 불룩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으면서 말을 이었다.
" 하지만, 너의 뱃속에 있는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지. "
루시우스가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돌렸다. 보는 그대로, 그녀는 나의 아이를 임신했다.
처음에는 내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낙태를 하려고 발악하더니, 언제부터인지 뱃속에 있는 아이를 애지중지 여기기 시작했다. 나한테 퍼붓던 욕도 하지 않고, 내 말에도 고분고분해졌다.
간혹씩 그녀의 부모를 입에 올리면 노려보는 정도만 할 뿐, 그 이상은 없었다.
" 그런데 말이지, 나는 이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이야. "
" ! "
그녀는 고개를 나에게 휙 돌려서 두 손으로 내 팔을 잡았다.
" 안돼. 제발, 이 아이는.. 건드리지 마.. 말아주세요. 부탁드려요. 이 아이는 제 전부에요. "
" 글쎄. 네 행동을 조금 더 봐서 정하지. "
" 네, 당신께 복종할께요. 저의 모든 것을 바칠께요. 뱃 속에 있는 아이는 당신의 아이고, 저는.. 이미 당신 것이에요. 부탁드려요. "
루시우스는 나를 향해 눈물까지 흘린다. 뭐, 이정도면 충분할테니. 나도 내 아이를 임신한 그녀를 심하게 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디까지나 가끔씩의 경고차원이랄까. 나는 그녀의 볼을 쓰다듬으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 물론. 너만 잘하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 이 아이는 너와 나의 결실이니까 말이지. 그 정도 정은 있다고, 크크크. "
" 고.. 고마워요. "
나는 그녀의 동굴에서 분신을 꺼낸 뒤에 그녀의 입에 가져다댔다. 그녀는 입으로 내 분신을 머금고 혀로 깨끗히 핥았다. 나는 곧 그녀의 방에서 나와 나탈리아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잠옷 하나만 걸친채.
- 덜컹!
" 어이, 나탈리아. "
그녀는 안락 의자에 기대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의 배 역시도 볼록 튀어나와있었다. 한손으로 배를 어루만지면서, 다른 한손으로 책을 쥐고 있었는데 아마도 태교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 ... 여긴 왜 온거에요. "
나탈리아가 정색을 하면서 안락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를 증오하는 마음이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미 모든 것을 포기했다. 마지막 남은 것은 루시우스처럼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뿐이다. 하지만, 이 아이의 아빠는 그녀가 증오해마지않는 나였고.
" 크크크, 이거 왜 이래? 내 아이를 보러 오겠다는 건데 말이지. "
그녀는 나를 등지고 돌아섰다. 보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지만, 나는 그녀의 팔을 잡고 억지로 돌아세웠다.
하렘궁에 있는 여자들 중에서 가장 반발이 심하던 루시우스는 나에게 고분고분해진 것에 비해, 나탈리아는 아직도 반항이 심했다. 물론 아이를 없애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사색이 되면서 싹싹 빌지만, 그 전에는 나에게 맞먹으려고 했다.
물론 그런 점이 루시우스와 달라서 신선했지만.
" 당신은 악마에요. 용사의 탈을 쓴 악마! "
" 크크크, 그럼 넌 악마의 자식을 임신한 셈이네? "
" 적어도 당신에게 양심이란 것이 있다면, 이 아이는 건드리지마요! "
나는 미소를 싹 지우고 그녀의 곁에 조금더 가까이 붙어서 음산하게 말했다.
" 내가.. 양심이 있는 것 같나..? 아이를 가졌다고 친절하게 행동을 해주니.. 머리 끝까지 기어오르려해..? "
나탈리아는 몸을 움츠리면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 적당히란 것이 있어야지. 응? 나탈리아. 이제 나에게 해야할 말을 알겠지? "
" ... 알겠어요. 네, 당신에게 복종하겠어요. 됐어요? 이제 속이 시원해요?! "
그녀는 물기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지만, 그녀는 꾹 참았다. 나는 그녀를 살포시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 뚝. 울지마, 나탈리아. 그래도 이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건, 너니까. 우리의 아이는.. 모든 사람들의 축복을 받고,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될거야. "
나탈리아는 내려놓았던 손을 살포시 올리면서 나를 끌어안는다. 그래도 그녀의 아이만큼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 조금 편안한 얼굴이다.
" 당신을 완전히 용서할 순 없어요.. 하지만, 조금씩 당신에 대한 감정을... 바꿔볼께요. 당신을 위해서라도, 나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우리의 아이를 위해서라도요.. "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배를 두 손으로 쓰다듬는다.
그렇게 하렘궁에 있는 모든 여자들은 내 아이를 품고 있는 중이다.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어차피 그들은 갓난 아이의 탈을 벗기도 전에 게임이 끝날테니까. 그래도 내 아이를 임신한 이후부터는 강압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그녀들에게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제공했고, 행동도 심하게 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렇게 나의 여인들은 그냥저냥 잘 지내고 있는 중이다. 에덴과 보리는 그녀들을 볼때마다 내 아이를 임신하고 싶다고 때를 썼지만, 아직 그녀들은 써먹을 때가 많아서 아직은 안된다고 설득했다.
물론 나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그녀들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남아있는 모양인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용사군'에서의 일부와 '그림자'에서의 일부 강자들을 모으고 회의를 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세 왕국을 통합하고, 왕국들에서 강자만을 추려내 불러모은 모임은, 그 모임에 소집된 구성원들의 이름만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질만했다.
총 12명(2명이 더 있었지만, 사정상 참여하지 못했음)으로 구성되어있는 이 모임은 나중에 '제1차, 용사원정대'라고 불린다.
" 자, 다들 다 모인 것 같네. 뭐, 두 명은 사정상 못온다고하니 회의를 시작하지. "
내가 상석에 앉아서 말을 꺼냈다. 고요한 침묵이 회의장을 감싸고 돈다. 내 그림자들을 빼면, 세 왕국과 신성 제국에서 총 9명이 왔는데, 그로시아 왕국에서 2명, 프랑크 신성 왕국에서 2명, 겔 신성 왕국에서 3명, 그리고 신성 제국에서 2명이 불려왔다.
" 이번 회의의 목적은, 암흑 제국에서 황녀들중에서 '마녀'의 진전을 이어받은 황녀를 찾아서 데리고 오는 것이다. "
누군가가 손을 든다. 내가 아는 인물이다. 아돌프의 아버지이면서, 그로시아 왕국의 필립 백작이었다. 발더스 공자일때 만났으니, 날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그가 손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 그녀를 데리고 오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 주신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마녀가 곧 세상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언이다. 나는 그 재앙이 나타나기 전에, 그녀를 데리고 올 생각이고. 희생은 줄여야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
그가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엔 다른 사람이 손을 들었다. 프랑크 신성 왕국의 사람이었는데, '펠레인' 자작이다.
" 이 정도 인원이 모두 움직이면, 그들의 눈에 당연히 띌 것 같습니다만. "
" 그래서 4명에서 6명사이로 정해서 움직일 것이다. 일단 몇명은 정해졌고, 나머지 인원을 더 정할 것이다. 뭐, 목적을 떠나서 나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있나? 아, 성녀 당신은 나랑 갈거니까 손 내려도 되고. "
이렐린 성녀가 손을 들었다가 내 말에 슬그머니 내린다. 어차피 성녀는 내가 이미 원정대에 넣어놨다. 암흑 제국의 병사들에게 상성인 그녀는 필수적인 선택이다. 물론 그녀의 신변을 철저하게 숨겨야하겠지만.
" 아, 그쪽 이름이. "
" 발락. 프랑크 왕국의 발락 기사입니다. "
" 오, 발락 기사라. 들어본 기억이 있군. 환영하네. 한 명만 더 받지. 누구 없나? "
발락 기사가 손을 내리자 또 누군가가 손을 번쩍 들었다. 여인이다. 신성 제국에서 왔는지, 성기사의 복장이다. 그것도 여자.
" 저도 가겠습니다. "
" 좋네. "
그녀는 신성 제국의 쟁쟁한 기사들의 정점에 서있는, 신성 제국의 검의 꽃인 히폴리아 성기사였다. 그럼 이것으로 총 6명이 완성되었다. 이미 머릿 속에 넣어놓은 에덴과 보리, 그리고 성녀. 나머지 발락 기사와 히폴리아 성기사, 마지막으로 나.
" 자세한 것을 얘기하도록 하지. "
나는 12명의 인원들에게 황녀를 데리고 오는 계획을 상세히 얘기하고, 원정대에 동참하지 않은 나머지 7명들에게 각자 해야할 일을 주었다. 황녀를 데리고 오면 필시 암흑 제국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므로 그에 대비하여 무력을 키워야한다.
우리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뒤에, 회의를 마쳤다. 어차피 곧바로 떠날 준비가 완료되어 있었기 때문에, 원정대에 속한 사람들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어차피 그 쪽에서도 신성 제국에 있는 성녀와 같은 비스무리한 사람이 있을테니, 분명히 어둠의 신이 예언을 줄 것이 분명했다. 원정대가 구성되었다면, 이제부터는 시간싸움이다.
" 내일 곧바로 출발할테니, 각자 준비할 것을 챙기도록. "
다음날, 나를 포함한 원정대는 신성 제국에서 출발했다. 신성 제국과 암흑 제국 사이는 용의 산맥으로 등분되어있었는데, 우리는 이곳을 일주일 안에 넘어가는 것이 목표였다.
우리는 산맥에 가장 가까이 있는 여관에서 다시 하룻밤을 보내고 산맥의 초입부에 도착했다. 한 눈에 봐도, 산맥을 넘어가는 것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드래곤이 잠자고 있다는 산맥에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우글거렸고, 만티코어나 히드라같은 대형 몬스터도 상당히 빈번하게 등장하는 곳이었다. 지금부터는 아차- 하다가는 눈깜짝할새에 목숨을 잃기 쉬웠으니 정신을 집중하고 가야했다.
" 다들 집중해. 이곳부턴 정말 위험하니까. "
어차피 산맥으로 가로막혀있었기 때문에 암흑 제국에선 신분 검사따위는 하지 않는다. 심지어 세 왕국과 신성 제국은 암흑 제국과 전혀 교류가 없기 때문에 자세한 정보를 알 수도 없었다.
그나마 안전한 것은 뱃길이었지만, 암흑 제국에선 뱃길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어서 그것도 쉽지 않다. 완벽하게 신분을 속이고 들어가기 위해선 산맥을 통과하는 것은 필수였다.
" 자, 출발한다. "
우리들은 드래곤 산맥에 첫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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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황녀 납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