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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슉!
내 검에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오우거는 거대한 몸을 뒤로 눕히면서 숨을 거뒀다. 정말 징글징글하게 몬스터가 많다.
드래곤 산맥이라서 그런지, 세상에 있는 몬스터는 다 모아놓은 듯한 느낌이다. 아마 인간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서 몬스터들이 엄청나게 번식한 모양인데, 드래곤은 몬스터에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같다.
" 정말 많군요. 지금까지 봤던 몬스터들을 어제부터 오늘까지 다 본 것 같습니다. "
발락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검집에 검을 꽂아넣으면서 입을 열었다. 다행히 다들 실력자라서 그런지, 큰 상처없이 드래곤 산맥의 산 하나는 넘었다. 이제 산 두 개가 남았는데, 벌써 날이 어둑하다. 산속에서 밤은 빨리 찾아온다더니, 사방은 아직 해가 다 지기도 전에 어둑어둑해졌다.
" 오늘은 여기서 쉬어야겠군요. "
내가 자리에 아무대나 앉자, 에덴과 보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머뭇머뭇 거리면서 깨끗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우리는 중간에 모닥불을 피어놓고 둘러앉았다.
내가 꼬챙이 몇개를 만들어서 말린 고기를 끼워놓고 불에 얹어놓자, 맛있는 고기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올라왔다. 나를 따라서 다들 불에 고기를 얹어놓고 익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에 이렐린 성녀가 나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저.. 용사님? 암흑 제국의 황녀가 몇이나 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들어가는 지도 모르는데.. 어쩌실 생각이세요? "
" 수도 안에 숨어있어야지. 내가 최대한 길을 찾아볼테니 걱정말고. '마녀'의 진전을 받은 황녀라면, 분명히 다음 계승권을 가지고 있을거야. "
그리고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이번에 침묵을 깬 것은 히폴리아였다.
" 정말 만약에 말입니다. 겨.. 결코 용사님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황녀를 납치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어쩌실 겁니까? "
즉, 황녀 납치 계획의 기간이 늘어지면 어쩔거냐-는 이야기였는데, 나는 손으로 턱을 쓸면서 곰곰히 생각하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 황녀를 데리고 갈 때까지 있는다. 우리의 목표는 그것이야. 달성하기 전까지 복귀하지 않을거야. "
" 그.. 위험하지 않을까요? "
" 뭐, 그 정도는 다들 감수하고 따라오는 거 아니었어? "
그렇긴 하지만, 아무런 정보도 모르는 암흑 제국에 숨어들어간다는 자체가 약간 부담스럽기는한 모양이다. 고기가 다 익은 것 같자 나는 꼬챙이를 들고 고기를 씹었다.
아주 맛있게 잘 구워진 고기를 우물우물 씹으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별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가끔씩 들리는 몬스터들의 울음소리만 아니라면, 정말 산속으로 놀러온 기분일 것이다.
" 다들 푹 자도록 해. 몬스터가 오면 깨울테니까. "
어차피 나는 반쯤만 수면 상태에 빠지니, 몬스터가 오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 그들은 식사를 끝내고 곧바로 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오늘도 몬스터를 많이 상대하느라 상당히 피곤한 모양인지, 그들은 눕자마자 얕게 코를 골면서 잠에 빠졌다.
아침 일찍 일어난 그들은 곧바로 나를 뒤따라 산을 올라갔다. 당연히 만나는 몬스터마다 싸그리 죽이면서 걸어갔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잠을 푹 잘 잤는지, 모두의 몸놀림이 어제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 산을 하나 넘자, 또 밤이 찾아왔다.
또다시 밤을 지내고, 다음날 마지막 산을 탔다. 이번에는 몬스터가 많이 등장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암흑 제국에서 주기마다 퇴치하는 모양이다. 생각보다 빨리 산을 넘어간 우리들은 드디어 암흑 제국의 영역에 도착했다. 저녁 노을이 하늘에 붉은 수를 놓을 무렵이어서 우리는 서둘러 가까운 마을을 찾았다.
" 저기다. "
우리는 곧바로 가까운 마을로 들어갔다. 너무 눈에 띄면 수상해보일 수 있으니, 미리 옷을 평범하게 바꿔입었다. 이렐린 성녀와 히폴리아 성기사에게도 아무 단조로운 옷을 입혀서, 딱 보기엔 동행하는 여자 일행정도로만 보였다.
" 어서오세요. "
여관은 생각보다 아늑했는데, 카운터를 맡고 있는 여인이 먼 곳에서 왔냐고 물어온다. 아마 단순한 인사겸해서 건넨 말일테지만, 나를 제외한 일행들을 모두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물음이었다.
" 하하하, 수도에서 왔습니다. 잠시 산맥을 둘러보고 오는 임무를 맡아서 말이죠. "
" 아, 그러셨구나. 어쩐지 좀 귀티가 나시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두 6명이세요? "
" 네. "
설마 드래곤 산맥을 넘어왔다고는 생각조차 못했는지, 그녀는 납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우리들을 안내했다. 그녀가 2명이 머물만한 방 3개를 보여주자, 나는 금붙이 하나를 꺼내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 저.. 저기 거스름돈은.. "
" 나머지는 가지시오. 팁이라고 생각하고. "
그녀는 기분이 너무 좋은지 입이 귀까지 걸렸다. 사실 암흑 제국에서 어떤 화폐를 쓰는지 몰라서 대충 적당한 금붙이를 꺼냈는데, 이 정도는 여기서 꽤 큰 돈이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우리들에게 온갖 서비스를 넣어주고, 저녁까지 준비했다. 물론 우리는 저녁을 먹고 2명씩 나눠서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물론 잠시 할 일이 있다고 방을 나와서 에덴과 보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 어머, 레온! "
" 레온 왔구나. "
바로 옆방이 이렐린과 히폴리아가 있는 곳이지만, 굳이 숨길 것은 없으니까. 나는 그녀들에게 다가가 키스를 퍼붓고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그녀들은 침대로 천천히 쓰러지며 옷을 벗었다. 에덴과 보리의 희고 아름다운 살결이 내 눈에 들어왔다.
" 크흐흐, 잘 먹겠습니다아. "
나는 곧바로 그녀들의 가슴에 번갈아 입을 가져다대면서 쪽쪽 빨았다.
그 날은 그녀들은 신나게 괴롭히고 밤이 깊어서야 내 방으로 돌아왔다.
' 크크크, 이렐린 성녀. 아주 마음이 괴롭겠지? 사랑하는 용사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서 말이지. '
사실 이렐린을 살짝 흔들기 위한 내 의도가 있었다. 물론 히폴리아도 자극을 받으면 더 좋겠지만, 아니면 말고. 이렐린은 성녀라서 그런지 워낙 그런 쪽에 아무런 지식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살짝 대시를 해봐도 그냥 미소만 지을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사실 오히려 그런 반응이, 내게는 더 좋았지만.
' 아주 순수한 백색을 나의 색으로 물들이는 것도 재미 중에 하나지. '
그녀를 완전히 나의 색으로 물들게 만들 생각이다. 어차피 내꺼니까, 어떻게 해도 내 마음이지, 크크크.
다음날, 예상대로 성녀는 내 눈을 거의 맞추지 못했다. 날 볼때마다 얼굴이 붉어지면서 고개를 홱 돌리곤 했는데, 그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히폴리아는 그저 그런 얼굴이었지만, 그녀 역시 의식은 되는지 내 눈을 정확히 맞추지는 못했다.
" 자, 이만 출발하자. "
우리는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여관을 나섰다. 잡화상점에 들어가서 지도를 사서 펼쳐보니, 여기서 수도까지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어쩌면 드래곤 산맥을 넘어왔던 시간보다 더 걸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마른 고기와 물을 잔뜩 사서 각자의 배낭에 꽉꽉 채워넣고 마을을 벗어났다.
이제부터는 음식과 물이 다 떨어지기 전까지는 마을에 들를 생각이 없었다.
' 어차피 신분 검사따윈 없겠지? '
3 왕국, 신성 제국과 암흑 제국은 완전히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분따위는 의미가 없었다. 사실 드래곤 산맥도 내가 없었더라면 이정도 인원가지고는 택도 없었다.
물론 작정하고 신성 제국에서 군대를 동원해 드래곤 산맥을 싸그리 정리해버릴 수도 있긴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드래곤의 분노를 사야하니 또 대규모 인원을 데리고 갈 수도 없다. 어찌됬든간에, 암흑 제국은 드래곤 산맥을 완전히 철저한 방어벽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 물론 나라는 변수가 없다면 말이지. '
우리는 계속해서 수도를 향해 걸었다. 그래도 제국 안은 몬스터라고는 보이지도 않아서 꽤 평탄한 여정이 되었다. 혹시 잠자는 공주가 갇힌 탑이 있는가 싶어서 걸어가는 동안내내 주위를 살폈지만, 탑은 고사하고 큰 건물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암흑 제국을 완전히 먹고 나서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는 수도로 향하는 길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거의 6일을 걸었다. 음식이 다 떨어져가기 일보직전에, 드디어 저멀리서 암흑 제국의 왕성처럼 보이는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말 그대로 암흑처럼 새카만 벽돌로 만들었는지, 성 자체가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그 성은 신성 제국보다 훨씬 커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위용에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 정말.. 크다. "
이렐린 성녀가 입을 떡 벌리고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대로 정말 컸다.
거의 그로시아 왕국의 왕성의 3, 4배쯤 될까. 아마 신성 제국에서 암흑 제국으로 보낸 사절단을 제외하면, 이 거대한 왕성을 보는 이는 우리들이 처음일 것이다. 예상대로 수도로 들어가면서 신분 검사따위는 하지 않았다.
누구나 자유롭게 수도를 드나들었는데, 생각 외로 암흑 제국은 엄청 북적였고, 경제 생활도 자유로운지 시장도 엄청 활성화 되어있었다. 제국으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인 상단이 들어가고 있었고, 수도 내부는 화려한 건물들로 온통 도배되어 있었다.
" 와. "
다른 곳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할 정도로 발전되어 있는 암흑 제국의 수도에 다들 입을 떡 벌렸다. 너무 촌티가 나서 내가 일행들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그저 빙글빙글 돌면서 수도 내부를 구경했다.
분명 이렇게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이는 우리들에게 접근하는 작자들이 한 둘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 수도에 처음이신가보네요? "
" 아네. "
쥐새끼처럼 생긴 사내가 우리들에게 다가오더니 두 손을 싹싹 비빈다. 전형적인 사기꾼이었지만, 별말 안하고 그를 묵묵히 쳐다보았다.
"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수도에서 둘도 없는 최고의 투자가입니다. 혹시 큰돈을 만져보고 싶은 생각 없으십니까? "
정말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말만 하면서 나를 살살 녹이려드는데, 이런 허접한 녀석에 걸릴 내가 아니다.
" 괜찮습니다. 그럼 이만. "
나는 곧바로 일행들을 데리고 짐을 풀기 위해서 여관을 찾았다. 마침 눈에 보이는 간판을 따라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이 빽빽하다.
방이 있을까- 하고 의문문을 머릿속에 새기면서 카운터로 다가가니,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두 손을 싹싹 비빈다. 암흑 제국의 수도 사람들은 두 손을 싹싹 비비는 것이 특기인 모양이다.
" 어서오십쇼! 몇분이신가요? "
" 6명입니다. 남자 둘에 여자 넷. "
" 아이구, 방이 약간 모자라네요. 혹시 큰 방 하나도 괜찮으시다면.. "
" 좋습니다. "
아마 빈방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나는 그에게 작은 금붙이 하나를 내밀었다. 주인은 순식간에 금붙이를 낚아채어 눈앞에 가져다대고 이리저리 보더니 이빨로 살짝 깨문다. 그리고 만족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열쇠를 하나 건넸다.
" 3층 제일 마지막 방입니다! 이 정도라면 3일 묵으실 생각이십니까? "
" 일단 묵을 수 있을만큼 묵겠소. "
" 알겠습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손님~ "
암흑 제국이라서 무슨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신성 제국보다 더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다. 역시 사람의 선입견이라는 것은 무섭다.
나는 일행들을 데리고 곧바로 3층 맨 마지막 방으로 들어갔다. 이건 6명이 아니라 10명이 묵어도 될만한 큰 방이었다. 그래서 금붙이 1개에 고작 3일밖에 못 묵는 거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일단 다들 짐 풀어. 힘들테니까 간단히 씻고 쉬도록 해. 움직이는 건 내일부터 할테니까. "
" 예. "
다들 노곤한지 피곤한 눈을 비비며 하품을 쩍쩍 했다. 일단 발락이 먼저 욕실로 들어가 얼굴과 손발만 씻고 나왔다.
그 다음에 내가 들어가서 간단히 씻고 나왔다. 이젠 여자들의 차례니 우리들은 눈을 꼭 감고 자야할 시간이다.
물론 나는 발락이 살짝 실눈을 뜨고 일행들을 힐끔힐끔 훔쳐보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터치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우리들은, 암흑 제국의 수도에서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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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인 작전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왜 흑막이 없는 편은 인기가 없는 걸까요. 하하하하하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