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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나와 일행들은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 도시를 이곳저곳 기웃거렸다. 술집에도 가보고, 광장에도 나갔다.
" 황궁? 물론 거긴 엄청 대단하지. 대부분은 황성 근처도 못가지만, 다들 제 1 황녀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어서 기웃거리곤 하는데, 문제는 그것이 일년에 한 두 번이 고작이라는거지만. "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암흑 제국의 제 1 황녀가 어마어마한 미녀라는 것. 한번보면 도저히 잊을 수가 없어서, 그녀를 본 미혼의 남성들은 모두 상사병에 걸려버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마녀의 후보에 제 1 황녀를 놓고, 황성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알아봤다.
모든 사람들이 일관적으로 '귀족이 아니면 안되지.'하고 못을 박았다.
단 하나의 경우만 빼고.
" 이번 무투 대회에서 우승하면, 황실 기사단에 스카웃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파티에도 참가할 수 있지. "
빙고. 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엄청난 상인 행렬이 줄을 지어 수도 안으로 들어온거였군. 아마도 무투 대회 일정에 맞춰서 물건을 팔기 위한 의도인 것 같다. 나는 신청 기간은 언제까지냐고 물어보니, 아직 하루가 더 남았다고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곧바로 일행이 묵고있는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맨 마지막으로 돌아온 모양인데, 아마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려서 그런 것 같다. 일행은 다들 이미 무투 대회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도시 전체는 무투 대회로 인해서 이미 떠들썩했다.
" 용사님. 어떻게 하실건가요? "
성녀가 나에게 제일 먼저 물어왔다. 일단 나는 조를 2개로 나누기로 결정했다.
1조는 나, 에덴, 발락. 2조는 보리, 히폴리아, 이렐린. 일단 이렇게 나눈 이유는, 먼저 성력을 사용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른 기준인데, 보리는 나를 제외해서 가장 실력이 뛰어나므로 2조로 배정했다. 1조는 행동을 주로 하고, 2조는 보조역할을 주로 할 것이다.
" 일단 우리 1조가 무투 대회를 나갈거야. 물론 적당히 알아서 대회를 진행해.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너희들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니까. "
이미 무투 대회라는 말에 머릿 속에서 작전이 좌르르 떠올랐다. 내가 원하는 것은 우승.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어버리는 것이 좋을테니까. 어차피 에덴과 발락은 내가 우승하고 나서 파티 안으로 데려갈 생각이다.
어차피 그들도 무투 대회에 참가했기 때문에, 나와 친해졌다는 명목만 있으면 그 두 명정도는 데리고 들어갈 수 있을테니까.
" 절대 둘다 무리하지마. 위험하다 싶으면 곧바로 항복해. "
에덴과 발락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등록이 하루밖에 더 남지 않아서, 우리는 서둘러 등록처를 물어물어 찾아갔다.
예상대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는데, 이들은 예선을 치르기 전에 참가 자격을 받기 위해서 간단히 데스 매치를 해야한다. 다른 도시에서 이미 예선에 통과한 참가자 8명이 있었으므로, 이곳에서 나머지 8명을 채워야한다.
" 휘유. 못해도 수 천명을 될 것 같네요. "
그 전에 등록한 사람까지 더한다면, 만명은 족히 될법했다. 여기서 딱 8명만 뽑으니, 얼마나 경쟁률이 치열한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해가 중천에 떠있을때 줄을 섰었는데, 해가 산을 넘어갈랑말랑할 때 다행히 우리의 차례가 돌아왔다.
우리는 이름과 나이, 무기, 그리고 사는 지역만 말하고 참가비를 지불했다. 그러자 번호표가 3개 나왔는데, 9102, 9103, 9104 였다. 이제 내일 늦게나, 모레 아침에 데스 매치를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데스 매치를 하는 장소를 빙글 돌고 돌아왔다. 각 대회장마다 100명씩, 총 10개의 대회장이 있었다. 그러면 한번 시작할 때, 1000명씩 걸러질테니, 예선 참가자는 순식간에 걸러질 것 같았다.
" 기대되네요. "
강함을 추구하는 기사인 발락은 곧 다가올 데스 매치로 눈을 반짝였다. 마치 용병같은 느낌을 풍기는 그는, 집안의 부흥때문에 기사를 택했는데, 언제나 기사의 직을 던져버리고 싶어했다. 그러기에는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언제나 자유 용병이라는 말에 목이 말라있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알았다.
에덴은 발락과는 다르게 무투 대회에 그리 크게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의 강함을 이미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대회의 우승자는 내가 뻔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 하루 종일 이번 무투 대회에 대한 작전을 세웠다. 뭐, 거의 90% 이상이 내 머릿 속에서 나온 작전이지만, 그래도 중간중간에 약간 어색한 부분은 서로 의논을 해서 조절해나갔다.
다다음날, 드디어 데스 매치 대전표가 나왔다. 랜덤하게 숫자가 섞였기 때문에, 나와 에덴, 그리고 발락은 서로 다른 조에 편성되었다.
총 참가자 수는 10281명. 100명씩 묶는 조는 총 103개였는데, 나는 39조였다. 에덴은 71조, 발락은 20조에 걸렸다.
데스 매치에서 살아남은 단 2명이 그 다음 토너먼트로 넘어갈 수 있다.
" 다들 열심히 해보자고. "
나는 무기점에서 얼기설기만든 철검 3자루를 사서 에덴과 발락에게 하나씩 지급했다. 발락은 특히 검에 프랑크 왕국의 인장이 찍혀있어서 쓸 수가 없었다.
한 대회장에서 하루에 2번씩 데스 매치가 진행되었으므로, 발락이 첫 번째 날에 출전하게 되었다.
" 힘내. "
" 가겠습니다, 레온님. "
발락 차례가 오자, 그는 나에게 호기롭게 인사하면서 대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스테이지는 아주 넓어서 100명이 올라가도 휑하게 보이는 곳이 많았다.
여기서 단 두 명만 남게된다. 살인은 금지, 하지만 그 외에는 어떠한 공격도 가능하다. 그러고보니 데스 매치라는 말도 죽음의 경기라는 뜻이었는데 살인이 안된다니, 무언가 어색하긴하다.
" 시작합니다! "
" 우오오오. "
그들은 가장 만만한 상대를 물색하면서 무기를 꼬나쥐고 눈여겨본 상대에게 달려갔다. 대부분이 검이었고, 가끔씩 철퇴나 메이스도 보였다.
발락은 보기만해도 강한 오오라가 몸에서 풍기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다가가려하지 않았다. 그 때, 남자 두 명이 서로 무기를 들고 발락에게 겨누면서 다가왔다.
데스 매치에서는 2명이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미 입을 맞춘 참가자 두 명이 팀을 이루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이번에도 그런 경우였는지, 그들은 자신들의 방해물이 될 것 같은 발락에게 검을 겨누고 천천히 다가갔다.
발락은 한번 픽- 웃어주면서 드디어 끼고있던 팔짱을 풀고 검을 쥐었다.
" 씨발, 죽어엇! "
둘은 동시에 무기를 번쩍 들면서 달려들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매우 빠른 속도였지만, 발락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린 속도에 혀를 차면서 검을 쉭- 하고 휘둘렀다.
둘은 순식간에 가슴이 긴 상처를 입고 바닥에 뒹굴었다. 깊숙히 벤 것이 아니라서 둘은 정신을 잡고 있었지만, 단 한 방에 전투불능이 되어버렸다.
시간이 지날 수록 발락의 주변에 끄응- 하고 신음 소리를 내면서 쓰러지는 참가자들이 많아졌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남아있는 사람은 고작 12명. 그들은 스테이지 위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베다가 곧 자신들만 남았다는 생각에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이제 여기선 눈치싸움이다. 2명이서 팀을 이루는 경우도 있었고, 최대한 싸움을 피한 뒤에 힘을 비축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발락은 그런 행태를 쳐다보면서 입꼬리를 씩 올렸다. 자신을 제외한 11명을 슥 둘러보면서 누굴 남길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고민이 끝났는지, 검을 쥐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참가자 중 한 명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발락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하필 자기가 걸렸다면서 투덜거리고는 검을 쥐었는데, 그는 단 한 방에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나머지 10명이 침을 꿀꺽 삼켰다. 한 눈에 봐도 발락이 자신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순식간에 2명씩 팀을 이뤘다.
발락은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사람들을 베어나가면서 한 명씩 바닥에 쓰러트렸다.
" 나를 한대라도 치는 사람은 남겨주마. "
그 말이 참가자들의 전투 의욕을 불러일으켰는지, 내내 설설 도망치던 그들이 다시 무기를 제대로 쥐고 발락을 향해 달려갔다. 발락은 여유롭게 공격을 피하면서 계속 참가자들을 쓰러트렸다. 그렇게 딱 두 명만 남았을 때, 발락은 검을 쥐고 있던 손을 떨어트리고 둘을 향해 말했다.
" 너희 둘 중에서 한 명 뽑아. 누가 남든지 상관없으니까 말이야. "
팀을 먹고 있던 둘은 순식간에 칼을 서로에게 겨누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전투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확실히 실력 차이가 있었는지, 갈색 머리의 청년이 여유롭게 승기를 따내면서 두 다리로 굳건히 스테이지 위에 서있었다.
" 20조 끝! 남은 두 명은 징표를 받으시고 다시 접수처로 향해주십시오. "
이제 토너먼트 접수를 하는 동시에 번호표를 받아야했다. 참가자들이 바닥에 쓰러지면 곧바로 관리자들이 그들을 데리고 나갔으므로, 스테이지 위에는 발락과 갈색 머리 청년만 남아있었다.
그렇게 아주 수월하게 데스 매치를 통과한 발락은, 나에게 손을 한번 살짝 흔들고 저멀리 접수처로 걸어갔다.
" 아주 형편없네요. "
" 뭐, 저정도는 봐줘야지. 우리랑 비교하면 쓰나. "
에덴이 발락을 보면서 한마디 툭 내뱉었다. 확실히 우리들에 비교하면 너무 손색이 큰 실력이었다. 이정도라면 정말로 과장없이, 에덴은 눈감고도 이길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 이제 우리도 돌아가자. "
다음날, 나는 9번 대회장으로 가서 스테이지 위로 올라갔다. 대충봐도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만 있었는데, 그 중에서 유독 내 눈에 띄는 한 명이 있었다.
그는 내 눈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 눈에도 확실히 띄는 사람이었는지, 참가자들은 그를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확실히 다른 참가자들과는 수준이 달랐다.
소드 마스터급정도랄까.
" 시작합니다! "
곧 참가자들은 눈여겨보고 있던 약자들부터 차근차근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나는 발락과는 다르게 강해보이지는 않은 모양인지, 참가자들이 여럿 나에게 다가왔다.
물론 나는 검을 쓰지도 않고 발로 그들의 목부분을 강하게 차서 기절시켜버렸다. 그렇게 8명쯤을 쓰러트리자, 그제서야 나에게 다가오는 참가자들이 주춤거리며 멈췄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 하암. "
싱거워 죽을 것 같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아까 봤던 남자다. 그의 검은 이미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남자는 내 주변에 쓰러져있는 참가자들을 슥 둘러보고 천천히 검을 나에게 겨눴다.
" 검을 뽑아라. "
" 너정도는 두 발만으로도 상대해줄 수 있지. "
내가 비릿하게 비웃으면서 말하자, 그는 모욕을 느꼈는지 검을 들고 순식간에 나에게 뛰어왔다. 검은 나를 향해 빠르게 휘둘러졌지만, 나는 몸만 살짝 움직여 검을 피했다. 그리고 바로 발로 그의 배를 후려쳤다.
- 퍼엉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붕 떠서 저멀리 바닥에 쳐박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서로 싸우고 있던 참가자들도 멈추고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남자는 뒷머리를 긁으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 이거, 개쪽팔리네. "
그는 바닥에 침을 퉷- 하고 뱉고 검을 다시 강하게 쥐었다.
" 너, 다리 하나는 잘라주마. "
남자는 순식간에 나에게 쇄도했다. 검에 시퍼런 마나가 씌워진다. 그것을 보고 참가자 한 명이 사색이 되면서 소리쳤다.
" 오러다! "
모든 것을 잘라버린다는 응축된 마나 소드. 일명 오러 소드가 나의 가슴을 향해 휘둘러졌다. 하지만, 남자는 또다시 허공을 강하게 날았다.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 퍼엉!
남자는 바닥에 대(大)자로 넘어졌다. 전투 불능할 정도로 때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는 아직 정신을 차리고 있을 것이다. 그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 허허허허, 젠장. "
예상대로 남자는 다시 바닥에서 일어났다. 이제 참가자들은 서로의 싸움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 널 죽여버리겠다. "
남자가 살기를 풀풀 풍기면서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될까나.
내 입가에 비웃음이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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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머! 늦어버렸네용 헤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