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2화 (6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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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라고 해봤자, 나에겐 데스 매치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저 다수가 한 명으로 바뀌었다는 정도? 수준은 이빌보다 훨씬 낮아서, 그저 발로 한번만 차주니 정신을 잃고 바닥에 드러누워버리기가 일쑤였다.

내가 몇번을 그렇게 손쉽게 올라가자, 모두의 관심이 혜성처럼 나타난 나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에겐 부전승이 없어서 꽤 많은 경기를 치뤄야했지만, 일단 확실히 황녀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 혜성처럼 나타난! 레온 프라하스타, 승리! 그렇게해서 레온 프라하스타는 예선전에 참가하는 8개의 자리중 하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

온사방에서 환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소문으로는 강력한 우승 후보 중에서 1명으로 자주 언급되곤 한다는데, 생각대로 잘 흘러가는 상황에 기분이 좋아졌다.

안타깝게도, 나와 에덴이 미리 만나버렸기 때문에, 에덴은 예선전 참가에 떨어졌다. 내가 없다면 우승까지 가능할텐데, 약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발락보다는 그녀가 올라갔으면 더 인상깊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 일주일 후에, 시합이지? 예선전 참가자 목록을 작성했나? "

" 물론이에요. 여기요. "

나는 여유롭게 차를 마시면서, 보리가 건네준 종이를 건네받았다. 지역 결승전에서 우승한 8인의 예선 참가자와 이번에 토너먼트에서 남은 최후의 8인에 대한 정보였다. 남자가 13명이었고, 여자가 3명. 대부분이 검을 사용하고 있고, 몇명은 다른 무기를 사용했다.

" 잘했어. 도망칠 퇴로와 이런저런 상황까지 모두 파악해놔. 아마도 시합이 끝나고 난 뒤에, 얼마있지 않아서 바로 황녀를 데리고 도망칠테니까. "

" 알겠어요. "

그 외에도 다른 정보까지 종이에 적혀있었는데, 현재 암흑 제국의 황자와 황녀에 대한 내용이었다. 황제에게는 제 1 황녀, 제 2 황녀, 그리고 제 3 황자 이렇게 총 3명의 자식이 있다.

그 중에서 황제의 계승권이 가장 강한 존재가 바로 제 1 황녀. 내 생각에는 아마도 그녀가 '마녀'의 진전을 이어받았다고 추측하고 있다.

' 무투 대회가 끝나고 난 뒤에, 황제의 자식들을 볼 기회가 있다고 했지? '

특히 우승자에게는 특별히 황제의 앞에 황실 기사단의 기사 수여식이 있다.

' 기다려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여. 조만간 너를 찾아갈테니까. '

암흑 제국을 완전히 뒤집어버리고, 공주가 잠들어있다는 탑에 들어가면 이젠 게임은 거의 막바지에 다달았다고 보면 된다. 지금은 대략 게임의 중반을 달리고 있다고 하면 될까.

' 기대되네. '

예선전 번호가 발표되었다. 나는 3번. 발락은 8번을 받았다.

예선전에 해당하는 경기는 총 15번이다. 8강 경기가 8번, 4강이 4번, 준결승이 2번, 마지막 결승 1번. 나는 내 상대가 누군지를 떠나서, 결승전까지 무기를 쓸 생각이 없었다.

결승전까지 아주 압도적으로 휩쓸어버릴 생각이니까. 마지막 결승전은 내 검으로 마무리를 지으면서 끝낼 생각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황제와 그의 자식들에게 눈도장은 확실히 찍을 수 있을 것이다.

" 잘하세요, 용사님. "

나와 성녀는 매일 밤은 아니지만, 일행들 몰래 자주 만나서 사랑을 속삭였다. 물론 성녀가 밖으로 나갈때마다 히폴리아가 몰래 성녀 뒤를 따라왔지만, 나는 그것을 저지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걸 원하기도 했으니까.

" 날 아직도 사랑한다고 얘기하지 못하겠어? "

" 용사님. 저는.. 성녀에요. 신에게 얽매인 몸이라구요. "

" 신이라도, 우리의 사랑을 막을 순 없어. "

성녀가 깜짝 놀라면서 주위를 휘휘 둘러봤다. 내 입에서 신에 대해서 불경한 이야기가 나오자 너무 놀랐는지, 그녀는 잠시 멍하게 입을 벌리고 있다가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 용사님께서 저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지시는건, 가슴이 아파요. 절대 그러지 마세요. "

" 그만큼 널 사랑하기 때문이야. 내 모든 것을 던져버려도 될만큼. 원한다면 용사의 직위도 해제할 수 있어. "

" 그만. 그만해요. 너무 흥분하셨어요. 누가 들으면 어쩔려고 그러세요? "

그 때, 히폴리아가 경직된 얼굴로 우리 앞에 섰다. 성녀가 화들짝 놀라면서 말을 더듬었지만,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왜 나온거지? 더 숨어있지 않고. "

" 용사님. 방금 그 발언은 뭐죠? 어떻게 용사라는 사람이, 신을 모독할 수가 있는거에요?! "

" 히.. 히폴리아. 방금은 용사님께서 잠시 실수하신 것 뿐이야. 아무 것도 아니라고. "

히폴리아는 하- 하고 콧웃음을 치더니, 성녀까지 살짝 노려보았다. 감히 하늘같은 용사와 성녀에게 이런 식으로 대들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는지 의문이겠지만, 그만큼 신성 제국에게 주신 '쥬논'이 얼마나 거대한 존재인지를 대충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 성녀님도, 어떻게 용사님을 사랑할 수가 있어요?! 성녀님은 신께만 모든 것을 바쳐야하시는 분이에요! "

" 나.. 난. "

성녀가 침을 꿀꺽 삼키면서 말을 더듬었다. 머리가 혼동스러운지 그녀의 두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 이거, 그래도 괜히 지금부터 트러블이 생기면 도주할 때 위험한 거 아냐? '

그래도 그녀들은 자신이 해야할 일까지 망각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괜히 일행 사이에서 위화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 사실 나는 성녀를 신성 제국에서 빼내기 위한 초석으로써, 히폴리아를 이용할 생각이었는데 아직까지는 성녀를 유지해야함이 옳다.

" 좋아. 히폴리아,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암흑 제국에서 성녀와 더 이상 개인적인 일로 만나지는 않겠어. 하지만, 돌아가서는 달라. 그걸 명심해라고. "

"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죠, 용사님. "

그녀도 무슨 계획이 있었는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떠났다. 아마 나와 성녀가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하도록 손을 쓸 생각인 것 같은데, 오히려 그것이 날 도와준다는 것은 아마도 그녀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 용..사님. "

" 이렐린. 미안해. 하지만, 널 사랑하는 마음은 잊지말아줘. "

나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녀와의 첫 번째 키스였다.

그리고, 그 키스는 그녀의 운명을 뒤흔들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예선전이 시작되었다. 경기는 8강, 4강, 준결승, 결승이 있었는데, 각 이틀마다 한번씩 진행된다.

8강의 시합부터는 황제가 보고 있기 때문에, 화려하기가 그지 없었다. 시합이 시작하기 전에, 그들은 어둠의 신에게 가호를 빌었다.

어떻게 보면, 그저 믿는 신이 다르다는 것뿐이었는데, 모든 인간들은 똑같다는 것을 신이 가르쳐주진 않았나보다.

첫 번째 시합은 생각보다 치열했다. 이젠 꽤 강자들이 남아서 그런지, 실력이 거의 엇비슷했다. 발락도 아마 지금부터는 신경을 쓰고 시합에 임해야할 것이다.

' 어이쿠. 끝났구만. '

1번 참가자가 잠시 허공에 검을 휘두른 순간, 2번 참가자의 검에 목을 내주었다. 그는 패배를 인정하고, 스테이지 위에서 내려왔다.

온사방에서 귀가 먹먹할 정도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황제도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면서 웃고 있다.

2번 참가자는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기대주였는데, 바로 지역전에서 우승한 사람이었는데, 바로 그 지역이 수도였다.

' 그나마 지금까지 봤던 참가자들중에선 가장 괜찮네. '

이젠 내 차례다. 갑작스럽게 혜성처럼 나타난 강자의 등장에, 모두들 손을 흔들면서 환호성을 질러댔다. 특히 나에겐 여자 팬들이 많은 편이었는데, 잘생긴 외모가 그 이유였다.

" 사랑해요, 레온! "

" 꺄! 여기좀 봐주세요. "

그래서인지 은근히 나에겐 남자들이 야유를 보낼 때도 많았다. 그래도 나의 솜씨를 보고나면 야유는 곧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 3번 참가자, 레온 프라하스타! 4번 참가자, 살리만 헤네프! "

살리만이라고 불린 남자는 몸이 거의 내 두배만 했는데, 특이하게도 철퇴를 사용했다. 거의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쇠공에 뾰족한 철심이 박혀있어서, 보통 사람들이 본다면 오금을 지릴 정도로 무섭게 보였지만, 나에겐 그저 장난감수준이었다. 그를 단 한 방에 잠재우면, 파급력이 꽤 강하겠지?

" 자, 그럼! 시합을... 시작합니다! "

" 와아..?! "

갑자기 온사방이 조용해졌다. 다들 눈앞에서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그 이유는 바로 내 발밑에 있다. 나는 시합이 시작되자마자, 살리만의 목을 발로 후려차서 바닥에 눕히고 그의 배 위에 발을 얹었다. 이미 정신을 잃은 살리만은 대(大)자로 뻗어버렸다.

" 괴.. 괴물이다. "

누군가의 말소리에 다들 침을 꿀꺽 삼켰지만, 곧 우레같은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 와! 엄청난 강자다!! 살리만이 제대로 된 공격도 못하고 졌어! "

" 무투 대회에서 최단시간의 승리다!! "

살리만에게 돈을 건 사람들은 사기가 아니냐고 소리쳤지만, 곧 그들의 소리는 환호에 묻혀버렸다. 황제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황제의 부인이 앉아있고, 그 옆에는 제 1 황녀로 추측되는,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있다.

' 확실히 미녀구만. 이 게임안에서 최고의 미인일 것 같은데. '

엘류나크보다 더 미인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오히려 너무 아름다우면 성욕이 일어나지 않는다는데, 딱 그런 삘이랄까.

나는 황제쪽을 바라보면서 살짝 고개를 숙이고 스테이지 아래로 내려갔다. 예선 참가자들이 다들 눈을 반짝이면서 나를 바라본다. 아마도 생각지도 못한 강자가 나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 오늘 할일은 끝난 것 같네. '

발락은 아직 시합이 끝나지 않아서 내 눈을 한번 슥 바라보고 고개를 아주 살짝 끄덕이기만 했다. 이제 시합도 끝났으니, 괜한 의심을 사기 전에 숙소로 황급히 돌아왔다.

이미 우리 일행은 방을 두 개로 나눴기 때문에, 날 반기는 것은 에덴뿐이었다. 아직 발락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그녀를 한번정도 안는 것은 무리없다.

" 시합은 물론 잘 끝냈겠죠? "

" 물론이지. 그런데 확실히 제 1 황녀가 아름답긴 아름답더라고. "

에덴이 샐쭉한 눈으로 날 흘겨보더니 흥- 하고 돌아섰다.

" 하지만, 잡지도 못하는 떡보다는, 내 눈앞에 있는 이런 맛있고 상큼한 과일이 더 좋지 않겠어? "

나는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물론 그 잡지 못하는 떡은 조만간 내 눈앞에 올테지만, 그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다.

" 흐응. 레온은 바람둥이같아. "

" 그래? 크크크. "

아주 정확하게 얘기했네. 나는 그녀의 옷을 살살 벗기면서 침대로 천천히 걸어갔다.

방에서 후끈한 열풍이 휘몰아친다.

" 찾았어요. "

" 그래? 어디있는데? 데리고 온거야? "

엘류나크가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나타나더니, 찾았다고 소리친다. 내 속사포같은 말에, 그녀는 묵묵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약간 곤란한 표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이 잘 안풀린 것 같다.

" 그게 찾긴 찾았는데, 문제가 생겼어요. "

" 문제라니? 그 정도야. 말해봐, 그 문제를. "

그녀는 잠시 한숨을 쉬더니,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엘류나크정도 되는 요정이 한숨을 쉴 정도의 문제라면, 심각할 지도 모른다.

" 어쩌면, 그 요정을 포기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

" 왜? 도대체 무슨 문젠데? "

" 듣고 놀라지 마세요. "

엘류나크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그 요정은. "

나는 그녀의 입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무슨 말이 나올지 상상했다.

" 드래곤에게 있어요. "

============================ 작품 후기 ============================

오늘 모임이 있어서 약간 늦었네요. 바빠 죽겠어요.. 흑흑 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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