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7화 (66/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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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엘렌과 함께 그린 드래곤, 란의 레어에서 벗어남으로써 드디어 두 번째 계획이 끝났음을 몸소 느꼈다. 계획대로 소환수의 대상이 되는 암흑 제국의 1황녀도 데리고 왔고, 감감무소식이던 요정인 엘렌도 찾았다.

이제 마지막 남은 것은 암흑 제국과의 전쟁. 물론 암흑 제국에서도 쉽사리 전쟁을 선포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그들이 결코 전쟁을 하지 않으면 배기지 못하게끔 만들 생각이었다. 어차피 그들을 도발할 수 있는 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셈이니깐.

당연히 암흑 제국은 뱃길을 타고 신성 제국으로 몇몇 사람을 보내서 황녀를 당장 풀어달라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있는 한, 그것이 쉽사리 이루어질리는 만무하다.

" 뭐요?!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립니까! 멋대로 납치해가지고 한다는 소리가 '아니꼬우면 데려가보던지.' 입니까?! "

" 지금 어디서 감히 소리를 높이고 계시오! 교황전하와 용사님께서 계시는 자리입니다! "

암흑 제국에서 온 남자가 탁자를 쿵- 치면서 소리치자 이번에는 우리쪽에서 맞대응했다. 하지만 암흑 제국의 남자는 나를 노려보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나 역시도 여유만만하게 그의 눈빛을 받으면서 씩-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보여줄 때가 되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는 팔짱을 끼고 있던 두 손을 풀고 손뼉을 마주쳤다.

- 짝짝!

손뼉소리가 대리석 벽을 울리고 퍼져나간 뒤, 잠시 후에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의 모습이 드러났다. 바로, 암흑 제국의 1황녀. 그녀는 정확히 나를 한번 쏘아보고 우아하게 걸어서 네모난 탁자의 중간에 멈추어섰다.

" 황녀님! "

" 걱정말도록. 황녀는 잘 있으니까. 직접 이렇게 보여주기까지 하잖나?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옆에 다가섰다. 그녀는 이를 지긋이 깨물고 나를 한번 힐끗 보더니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그녀가 여기에 납치되어 온지도 벌써 두달이 넘었는데, 과연 나에게 아무런 해코지도 당하지 않았을까? 나는 조선의 열녀상을 받은 과부라도 한달만 준다면 다리를 벌리게 할 자신이 있는 남자다. 그런데 두달이란 시간과, 그녀에 대한 소유권이 나에게 있다면?

' 이미 끝났다는 뜻이지, 크크크. '

벌써 그녀의 두 눈에는 화끈거리는 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두달 가까이 지내면서 몸이 반사적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황이 있는 자리에서까지 음란한 짓은 할 수 없으니 적당히 암흑 제국의 머저리놈들에게 도발만 해주면 될 일이다.

" 뭐, 이미 마녀의 후계라는 것도 밝혀졌고, 우리가 아~주 잘 교화시킬테니까 걱정들 말라고? 친히 내가 직.접. 교화시켜주고 있으니까 말이야. "

나는 제일 우두머리의 사내의 눈을 정확히 바라보면서 '직접'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신성 제국으로 협상을 하러 온, 세상 풍파를 다 헤쳐나간 남자가 내 말뜻을 이해못할 리가 없었다. 황녀도 내 말에 무언가 머릿속에 떠올랐는지 수치스러운 표정을 숨기기 위해서 고개를 푹 숙였다.

" 이.. 이.. 절대 우리 암흑 제국에서는 용사 당신이 한 짓을 결코 과시하지 않을 것이오. 절대로. "

" 아, 그거 영광이군. 배웅은 할 생각 없으니 빨리 꽁지빠지게 사라지지 그러나? 후후후. "

남자는 마지막으로 날 노려보고는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 그를 뒤따르는 두 사내 역시 황급히 두 발을 놀려 그의 뒤를 따라가자, 방안에 남은 사람은 두 명의 대주교와 교황, 그리고 성기사 두 명 뿐이었다. 아, 황녀는 잠시 제외시킨다면.

" 용사님, 잘 된 것이겠지요? "

교황이 나에게 조심스레 물어왔다. 그의 물음에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 물론입니다. 어차피 암흑 제국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주신께서 우리들을 보살펴주실 것입니다. "

" 알았습니다, 용사님. 부디 주신의 뜻을 세상에 널리 알리길. "

교황은 두 손으로 나에게 합장을 한번 하고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 대주교와 기사들도 나에게 인사를 하고 교황의 뒤를 따라나가자, 방안에 남은 것은 나와 황녀뿐이었다.

" 너의 소감은 어때? "

" 이런다고 내가 당신에게 굴복할 것 같나요? 하-. 당신의 뜻대로 모든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에요. "

" 당연하지. 그랬으면 벌써 이 세상을 정복하고도 남았을껄. "

한마디도 지지않는 나를 질린다는 표정으로 보는 황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 우리 아이의 아빠될 사람한테 너무한거 아냐? "

" .. 당신 정말 최악이야. "

" 그건 오히려 나한테 칭찬이라니깐. 황녀가 이렇게까지 학습 능력이 떨어져서야 되겠어? 나중에 우리 애한테 영향을 주는건 아니겠지? "

이미 그녀의 생리가 한달 전부터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처음엔 울고 불고 난리를 피우면서 애를 지우겠다고 발광을 부렸는데, 그래봤자 겨우 일주일정도였다.

그 후에는 내가 아이의 말을 꺼내면 황녀가 먼저 자신의 배를 감싸안았다. 그래봤자 고작 1달이 조금 넘었을테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 그래도 말할 수 없어요. 이건 절대적이에요. "

" 그래? 그게 얼마나 갈지는 두고봐야 알겠지. "

어차피 작정하고 그녀의 입에서 잠자는 공주의 탑과 봉인의 주문을 얻어낼 생각이니, 너무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황녀는 내 수중에 있고, 암흑 제국과의 전쟁은 반드시 승리할 생각이니까. 어차피 전쟁 준비는 오래 전부터 준비해놓았으니, 이제 막 전쟁을 치루려는 암흑 제국과 비교하기엔 차이가 너무나 크다.

심지어 나에겐 마지막 필살의 승리법까지 있으니, 혹시 모를 반격도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 리리, 아빠왔네? 인사해야지. "

나탈리아 왕녀는 자신의 방에 찾아온 나를 보면서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품안에는 조그만 아기가 꼼지락거리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바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와 그녀의 아이다.

" 예쁘네. "

" 네, 정말 예쁜아이에요. "

나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쪽- 맞추고 조용히 속삭였다.

" 수고했어. 어디 아픈데는 없지? "

" ... 네. "

" 왜? "

그녀는 약간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서 젖을 빨고 있는 아이의 볼을 쓰다듬었다.

" 뭔가 이상해서요. 당신이 날 보면서 걱정하는 말을 꺼내다니. 심지어 그 말에 기뻐하는 내 자신도 이상하구요. "

" 그럼 옛날처럼 행동하는게 좋다는 말이야? "

" ... 그 말이 아니잖아요. "

" 농담이야. 이제 너와 나는 이 아이의 부모잖아? "

나탈리아는 한번 빙긋 웃다가 다시 미소를 지우며 나를 싸늘하게 쳐다본다.

" 그런데, 또 여자를 데리고 왔죠? "

" 응. "

" 하아. 또 무슨 짓을 저지른거에요? "

" 듣고 놀라지나 마. 암흑 제국의 황녀다. "

" 네.. 네?! "

그녀는 얼마나 놀랐는지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 덕분에 아이가 놀라서 앙앙-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이를 달래면서 나를 힐끗힐끗 보는데, 마치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런 짓을 저지른거에욧?!' 하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 걱정말라고. 다 대비해놓은 일이니까. 그나저나, 괜히 심술이나 부리지 말라고. "

" 하아, 그런 걱정은 할 필요없어요. 여기 오는 여자들은 전부 다 똑같은 처지니까요. "

" 그러면 됬고. 그래도 널 가장 믿으니까 하는 소리야. "

내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는 푸- 하고 바람빠진 소리를 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짓고 다시 아기를 내려다보았다. 이러나 저러나 어쨌든 어머니라는 생물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 도대체 몇명이나 있는거죠? "

황녀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 6명. 그래도 다들 세 왕국의 왕녀들이야. "

" 정말 용사가 맞긴 맞는거에요? 마왕이 아니라? "

" 마왕이었으면 신성 제국하고 짝짝쿵이 되었겠냐. 쓸데없는 소리말고 빨리 방 구경이나 해. 마음에 안들면 바꿔줄테니까. "

황녀는 자신이 머무르게 될 방을 둘러보더니,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자 찌륵찌륵 거리는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시녀들이 매일 청소를 하고 있는지 방안에는 먼지 하나 없이 말끔했다.

" 뭐, 이정도면 충분하네요. "

" 필요한거는 시녀를 불러서 말해, 다 갖다줄테니까. 심심하면 다른 방에 있는 왕녀들하고 얘기나 나눠도 되고. 아, 육아에 관한 걸 물어도 되고. "

" .. 벌써 가는거에요? "

" 바로 가는 건 아니고. 왕궁에도 들러야되고, 전쟁 준비도 해야되니까. "

그녀는 납득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어요. "

" 이거 기분 상하네. "

" ... 무슨 말이에요? "

나는 음흉한 표정으로 킥킥 웃으면서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 날 붙잡고 천천히 가라고 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

" 그.. 그건 당신이 바쁜걸 충분히 아니까..! 아앗! "

그리고 그 날은 아침부터 밤까지 여러 여자들의 신음소리로 가득찼다는 것은 비밀아닌 비밀이 되었다.

" 그동안 잘 지냈지, 일리아나? "

" 아아, 발더스! "

나는 지금 발더스의 얼굴 가죽을 쓰고 그로시아 왕국을 방문했다. 아직 일리아나 여왕은 출산을 하지 않아서 만삭이 된 채로 나를 맞이했는데, 그래도 출산 전에 나를 만난 것이 기뻤는지 그녀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내 두 손을 꽉 잡고 있었다.

" 한달 안으로 애가 나올거에요. 이름은 뭘로 지을까요? "

" 원하는 이름으로 해. 생각해놓은 것은 있어? "

" 남자아이는 필립, 여자아이면 필리스? 이 정도까지는 생각했어요. "

" 괜찮은데? 그렇게 짓자. "

그 후에 그녀와 전쟁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물론 그녀는 흔쾌히 원군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다. 만삭인 몸으로 관계를 가질 수는 없었으니, 그날밤은 그녀의 손을 꼭 잡은채 잠이 들었다.

그 후에 아돌프를 만나서 신나게 회포를 풀었고, 곧바로 프랑크 신성 왕국과 겔 신성 왕국을 방문하여 대주교에게 군대를 준비시켜 놓도록 지시했다. 마지막으로 신성제국으로 다시 돌아가 내 그림자들을 불러모았다.

" 이제부터는 정보전이다. 각자 수하들을 이용해서 정보를 수집하도록. 보고는 이틀에 한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만 추려서 올리도록. 특급 정보는 받는 즉시 곧바로 보고하도록. "

" 네! "

신성 제국으로 복귀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암흑 제국의 황제로부터 직접 선전포고가 들어왔다. 영상을 저장해놓은 마법 구슬이었는데, 그 영상에는 암흑 제국의 황제가 직접 노한 표정으로 신성 제국을 향해 선전포고하는 모습이 들어있었다.

황자가 죽고, 황녀까지 납치당한 것에 대해서 어마어마하게 분노한 모습이었다. 나는 영상을 다 보고 입꼬리를 씩 올린 뒤에, 마법 구슬을 가져온 남자를 향해 말했다.

" 전쟁? 얼마든지 받아주지. 그리고 이 말을 꼭 황제에게 전하도록. "

남자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두려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 전쟁의 끝은, 황제 네놈의 목이다. "

3번째 계획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대략 3개월만에 복귀네요.

학업때문에 부득이하게 늦게 올리게 된 점은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동화 파괴자와 리턴은 꼭 끝을 맺겠다는 것은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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