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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잠자는 숲속의 공주 편이 끝났군요.
이번에는 잠시 연중되는 시간이 들어가 있었기에 조금 늘어졌네요.
사실, 잠자는 공주와의 썸씽을 좀 더 첨가할까-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만, 역시 이렇게 끝맺는게 깔끔해보였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물론 다음 번의 소환수는 잠자는 공주가 낙찰입니다!
부족하였지만, 일단 저의 소설을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이로써 2부, 잠자는 숲속의 공주 편을 정말로 마치겠습니다!
* * *
3부에 대한 얘기도 간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일단 설문에서도 얘기했듯이 여러 전래 동화를 현재 구상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전래 동화의 특성상 게임의 요소가 들어가기가 참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2부처럼 치고 박는 전투 요소가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다른 무언가가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일단은 최대한 이것저것 고려해볼 생각인데, 백설 공주처럼 현실주의 게임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그렇게되면 글을 적는 제가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에 적당한 현실주의에 적당한 게임요소가 첨가될 듯 싶습니다.
부디 3부 역시 무난한 여정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다들 몸 건강하시고, 즐거운 여름날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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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클리어했다. 안타깝게도 그녀와 함께 보낸 시간은 아주 짧았지만, 임팩트 있었달까. 솔직히 너무너무 아름다웠기에, 얼른 게임에서 그녀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뭐, 그 후의 일은 안봐도 비디오지만, 크크크.
" 아, 힘들다. "
약간 허무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확실히 뿌듯했다. 물론 드래곤 란부터 시작해서 마녀, 잠자는 공주를 건드리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나에겐 아직도 많은 기회가 있다. 물론 잠자는 공주는 다음 번 게임에서 만날 것 같지만.
" 그런데 맨날 판타지 세상에만 가니까 좀 지겨운 면이 있네. "
연달아서 판타지 세계에서 지내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나는 캡슐 속에서 나와 대충 허기진 배를 채우고 다음 플레이할 게임 목록을 훑어나갔다. 이번엔 좀 색다른 걸 해보고 싶은데.
수많은 목록 중에서, 순간 내 눈에 딱- 하고 잡히는 제목이 하나 있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절대로 모를 수 없는, 아주아주 유명한 고전 소설. 동화라고 하기엔 약간 이상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소설이라는 큰 범주 안에 있으니까. 물론 이것도 동화적인 요소를 첨가해서 나온 적도 있고 말이다.
- 춘향전
" 참, 정말 이런 걸 게임으로 만들 줄이야. "
정말 누가 과연 춘향전이라는 게임을 만들어, 직접 플레이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겠는가. 정말 그런 면에서보면, '코쿤(Cocoon)'은 아이디어 하나만큼은 잘 생각한 것 같다. 덕분에 돈도 거의 천문학적으로 벌었겠고. 각 패키지마다 플러스 되는 돈까지 있으니까.
일단 춘향전에 대한 설명을 보니, 현실적인 요소가 강한 리얼리스틱 버츄얼 게임(Realistic Virtual Game)이었다. 즉, 현실적인 측면을 많이 부각한 게임이랄까. 물론 홍길동전이나 전우치전처럼 게임적인 요소가 강한 게임도 있었지만, 그래도 춘향전에 끌리는 이유가 있었다.
' 게임에서는 과연 춘향을 어떻게 만들어 놨을까. '
소설이나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보는 춘향과 게임에서 겪는 춘향은 분명 다를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속살까지 맛볼 수 있다면 홍길동이나 전우치같은 시커먼 남자들보단 훨씬 마음이 끌린다.
좋아, 너로 결정했다. 가상현실게임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 플레이해보는 우리나라 조선 시대랄까. 맨날 판타지나 무협 세상만 하다가 조선 시대에 간다고 생각하니 약간 이상했지만, 그래도 춘향이를 위해서라면!
" 좋아, 춘향전 프리미엄으로 구매하겠어. "
솔직히 말해서 이제 프리미엄이 아니면 일반으로 하기가 무서웠다. 프리미엄도 어떻게 보면 난이도가 상상을 초월하는데, 일반은 거의 하드코어적일거라 느껴졌다. 예전 '엘더스크롤XI'를 하면서 하드코어적인 플레이를 즐기긴 했지만, 능력이 있지만 뒹구는 것과 능력이 없어서 뒹구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하여튼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프리미엄을 구매했다.
" '춘향전' 테마를 로드하겠습니다. "
순식간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테마에서 춘향전의 테마로 바뀐다. 호오, 이게 바로 조선 시대인가. 테마는 이몽룡과 성춘향이 만났던 그네가 있는 곳이었는데, 사람이 없어서 약간 휑- 한 느낌이 들었다.
" 다른 테마로 바꾸시겠습니까? "
" 아니, 이걸로 계속해. "
" 개발자의 말을.. "
" 스킵. "
잠시 후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 테마에서 용이었던 도우미가 천천히 모습이 바뀌더니 어여쁜 아낙으로 변한다. 조선시대의 미녀다. 즉, 우리나라의 모습에 맞춰진 미녀랄까. 판타지 세상의 미녀만 보다가 이런 현실적인 미녀를 보니 뭔가 감회가 새롭다.
' 그래, 뭐니뭐니해도 한국 사람이라면 토종(?)이지. '
" 캐릭터 설정창으로 넘어가겠습니다. "
이번에는 백설 공주에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로 넘어갈 때처럼 캐릭터 귀속이 되지 않았다. 거의 현실과 비슷한 내 모습이 보였는데, 얼굴만 조금 고치면 좋을 것 같다.
" 음, 이건 이렇게.. 여기도.. 좋아, 끝! "
여자들이 길가다가 한번쯤 뒤돌아볼만큼 잘 생긴 얼굴로 만든 뒤에, 생성 완료를 눌렀다.
" 이걸로 결정하시겠습니까? 한번 결정하면 바꿀 수 없습니다. "
" 그래. "
" 상혁님의 삶을 결정하여주십시오. "
목록이 좌르르 나온다. 역시 일반과 프리미엄이 섞여있었는데, 일반만 추려보다가 오한이 느껴졌다. 거의 최악이잖아! 일반은 선택할 수 있는 최고 좋은 것이 고작해야 상인 계급까지였다. 프리미엄은 양반부터 시작해서 왕세자까지 있다.
그렇다고 왕세자를 고를 것이냐? 아니다. 오히려 왕세자는 내 행보에 방해만 될 수 있다. 차라리 권력이 있는 양반 가문의 자제가 훨씬 좋다. 물론 권력이 있는 것까진 아니었지만, 이몽룡도 양반 가문의 자제였기에 춘향을 뺏기지 않으려면 적어도 스펙(?)은 딸리지 않아야 할테니까.
- (프리미엄팩) 권세가 있는 양반 가문의 2대 독자.
딱 내 눈이 들어오는 삶이다. 현실에서도 나 역시 4대 독자였기에, 왠지 비슷한 삶이라고 느낀 면도 조금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삶을 선택하고 나서 특이한 창이 하나 더 떠올랐다. 백설 공주와 잠자는 숲속의 공주때와는 다른 새로운 것이다.
- 시대를 고르십시오.
[숙종 8년(플레이어 : 16세, 춘향: 12세, 몽룡 : 14세)]
[숙종 9년(플레이어 : 17세, 춘향: 13세, 몽룡 : 15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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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 15년(플레이어 : 23세, 춘향: 19세, 몽룡 : 21세)]
이번에는 시대를 고를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모양이다. 숙종 8년과 숙종 15년은 왜 정해졌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빠르면 빠를 수록 계획을 세우기가 좋으니 숙종 8년으로 선택했다.
" 현재 소환수 2명이 존재합니다. 소환하시겠습니까? "
" 소환하겠어.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선택하지. "
" 소환수의 삶을 지정하여 주십시오. "
나는 주르륵- 나열된 삶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훑어보았다. 그런데, 내가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하나 보였다. 정말 상상도 못한 사실이었달까.
- (프리미엄팩) 조선을 흔들리게 만든 희대의 여인, 장희빈.
' 장희빈이라니! '
숙종 때 장희빈이라는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머릿 속에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시대와 연결되었다. 이제서야 왜 시대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인지 이해가 되었달까. 그렇다면?
나는 얼른 일시정지를 시키고 인터넷을 뒤졌다. 숙종 12년에 장희빈은 '숙원'으로 책봉되면서 권력 다툼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숙종 8년은 그녀가 아직 숙원에 책봉되기 전이었다.
그것도 정확히 4년전. 그녀는 숙종의 생모인 명성왕후에게 궁 밖으로 쫓겨났다고 적혀있었는데, 그 때 나이가 대략 22살정도. 명성왕후는 숙종 9년에 죽으니, 아직 장희빈이 궁으로 다시 들어가려면 1년이란 세월이 남아있다.
' 이거 정말 재밌겠는데. '
장희빈과 성춘향이라. 정말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 머릿 속에 떠오른다. 더불어 인현왕후까지. 물론 왕후를 건드리는 것은 그야말로 역적죄지만, 이곳은 게임이다. 어떻게 해서든 공략만 하면 무서울 것이 없다는 거지.
' 물론 그럴 가치가 있다면 말이야. '
괜히 죽어서 또 게임 다시 시작하는 귀찮음을 겪기는 싫었으니, 왠만하면 왕후는 건들 생각이 없었다.
" 그래도 소환수의 삶을 장희빈으로 하기는 싫은걸. "
잘못하다가 왕에게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괜히 내 떡을 남한테 넘기는 꼴이니 그런 위험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대충 목록을 올리다가 적당히 보이는 삶을 선택했다.
- (프리미엄팩) 집안이 망하여 도망쳐 나온, 재주를 파는 유명한 평양 기생.
선택이 끝나자, 도우미는 지금 바로 시작하겠냐고 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춘향전' 테마가 점점 사라지면서 온 사방이 캄캄해진다.
- 춘향전의 세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지막 도우미의 말이 끝나면서, 나의 감각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한다.
" 으흠! "
왠 기침소리가 내 귀를 울리면서 머리를 파고 든다. 음, 드디어 게임이 시작된건가. 아직 날이 많이 밝지도 않았는데, 누군가가 날 찾아온 모양이다.
" 누구십니까. "
" 일어났느냐. "
" 아, 네. "
여인네의 목소리. 꽤 카랑카랑한 것이 30세 전후정도로 들린다.
" 오늘 중요한 날인건 알고 있겠지. 얼른 씻고 준비하거라. "
" .. 네. "
이런 식으로 명령하는 것을 보니 아마 나의 어머니쯤 되는 사람인 것 같았지만, 그래도 아닐 수도 있으니 적당히 대답만 했다. 여인의 발걸음 소리가 저벅저벅 울리자마자 방문 앞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비친다.
" 도련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 그래, 들어와라. "
나보다 나이가 좀 어려보이는 소년이 큰 대야를 가지고 들어온다.
" 세안하실 물입니다. 상은 조금 있다가 들어올 것 입니다. "
" 그래, 알았다. "
소년은 고개를 한번 꾸벅 숙이고 조심스레 방을 나간다. 삶을 설정할 때 봤던 것처럼, 상당히 권세가 강한 집안인 모양이다. 뭐, 힘이 있으면 내 계획이 수월해질 수 있으니 나쁠 것은 없지만. 하지만, 조선 시대는 힘이 있을 수록 그에 대한 책임도 많아지는 경향이 짙었기 때문에 살짝 걱정되는 면도 있었다.
솔직히 이몽룡과 성춘향도 서로 이루어질 수 없는 신분관계였지만, 이몽룡의 우격다짐으로 연결된 고리였다.
차가운 물이 얼굴에 닿자 정신이 맑아졌다. 날은 금새 밝아지면서, 이제 어렴풋하게 바깥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 도련님, 상을 준비했습니다. "
" 어머님과 같이 먹겠다. "
" 네? "
나는 방문을 열고 나와 뻐근하게 굳어있는 몸을 스트레칭하고, 나를 올려다보고있는 아까 그 소년에게 다시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 어머님과 같이 밥을 먹겠다고 했다. "
" 그, 주인마님..과요? "
" 그래, 뭐 이상한게 있느냐? "
" 아.. 아닙니다. 그..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소년은 상을 들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왜 저렇게 이상한 표정을 짓는거지? 설마 이번에도 백설 공주때처럼, 나에게 별로 좋지 않은 소문이 있는건 아니겠지? 잠시 후에 소년이 다시 나에게로 뛰어오면서 '도련님! 도련님!'하고 외친다.
" 주인마님께서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
" 안내하거라. "
" 예. "
내가 신발을 신으려고 하자, 소년이 황급히 달려와 내 발을 잡고 신을 신겨준다. 허허, 이거 용사때보다도 더한데? 소년의 안내를 받으며, 나는 여유롭게 그의 뒤를 따라갔다. 으리으리한 기왓집을 보니, 정말로 내가 보통 양반 집안의 자제가 아님을 느낀다. 기왓집이 이렇게 클수도 있다니.
소년이 안내한 방앞에 다가가자, 대기하고 있던 여종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마님,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 "
" 들어와라. "
나는 신발을 벗고 예쁘게 장식된 문풍지가 붙은 문의 문고리를 잡고 밀었다.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쓸어넘긴채 금색 비녀를 꽂고 고고하게 앉아있는 한 여인이, 내 눈에 들어온다.
예상대로 나이는 대략 30대 초반. 어머니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젊다. 하지만, 조선 시대를 생각해본다면 정말 이 몸의 생모가 맞을 지도 몰랐다.
" 어머니. "
" 그래, 앉거라. "
이미 방안에는 여러 가지 반찬이 올려져있는 큰 상이 펼쳐져 있다. 냄새가 구수하게 나는 고기반찬도 있었고, 예쁜 색깔로 꾸며져있는 나물도 있었다.
" 왠일로 나와 상을 나란히 하겠다고 한거지? 이런 적은 처음인 것 같은데. "
" 이런 날도 있어야 좋지 않겠습니까, 어머니. "
" 그래? 흠. "
그녀는 나의 얼굴을 한번 슥- 훑어보고 젓가락을 들었다. 그에 맞춰 나도 젓가락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야, 한식이 정말로 맛있구나. 정말 맛깔나게 만든 반찬을 입에 우걱우걱 넣으면서 밥을 먹으니, 이 몸의 어머니란 사람이 인상을 살짝 찌푸린다.
" 밥 먹는 예의가 그게 무어냐. 더 격식을 차리지 않고. "
" 하하, 어머니와 함께 있어서 너무 마음이 풀어져버렸나봅니다. 용서하십시오, 어머니. 하지만, 어머니 앞에서만이라도 예전과 같은 어린아이가 되고 싶습니다. "
" 뭐? 호호. "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나온다. 차가운 여자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마음까지 얼어붙은 건 아닌 모양이다.
" 그래, 다른 곳에서 답답하게 행동했을테니. 내 앞으로 나와 단 둘이 있을땐 아무 소리 않으마. "
" 감사합니다, 어머니. "
밥을 먹으면서, 나는 몰래 그녀의 몸을 힐긋 힐긋 훔쳐본다. 궂은 일이라고는 안해본 듯한 손에, 희고흰 목덜미. 길고 새까만 속눈썹과, 백옥같이 하얀 얼굴. 정말로 아름다운 여자다. 비록 이 몸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실제론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여자니까 음심이 동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 일단 이 집을 내가 장악하는 것이 첫 번째겠지? '
과연 어떤 집안이며, 어떤 사람이 있고,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내가 그레이스의 후작 가문을 손에 넣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랄까.
' 자, 그럼. 과연 이 게임은 나에게 어떤 기쁨을 줄까나, 크크크. '
============================ 작품 후기 ============================
좀 쉬려고 했었는데.. 어차피 매주 일요일은 쉬니까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이번엔 조금 복잡하게 진행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마어마한 떡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