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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의 몸은 굉장했다. 그녀의 몸은 식을 줄 몰랐고, 나 역시도 꽤 욕구불만인 상태였기에 그녀가 지쳐쓰러질 때까지 멈출 줄 몰랐다.
물론 먼저 항복을 선언한 쪽은 월화였지만, 관계를 맺기 전만 해도 처녀였던 그녀가 이정도로 뜨거웠으리라곤 상상하지도 못했다. 나는 곤히 잠에 빠진 그녀 위에 이불을 덮어주고 비가 개인 하늘을 바라보았다.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진 늦은 밤이었다.
" 얼른 돌아가야겠군. "
그녀와 워낙 정신없이 뒹굴었기에 언제 비가 그친지도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지나가는 하인 한 명을 불러 장을 불러오게 시킨 뒤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끝마쳤다. 장도 이미 대기하고 있었는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곧바로 말을 준비시킨 상태였다.
" 도련님! 얼른 가시죠. "
" 그래. "
나는 말을 타고 작은 할아버지 댁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오랜만에 실컷 욕구를 풀고나니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 조금 더 속도를 높이거라. "
" 예. "
물론 작은 할아버지께서 화를 내거나 하진 않겠지만, 스스로가 너무 방탕하게 보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아직은 준비 단계니까, 이미지는 최대한 좋게 만드는 편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
그래도 속도를 꽤나 높인 덕분에, 작은 할아버지 댁에는 꽤 빨리 도착했다. 나는 곧바로 작은 할아버지의 방으로 건너가 늦게 들어온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그는 비를 잠시 피하다가 살풋 잠이 들어서 늦은 나를 이해해주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지 않았으면 얼른 상을 차릴테니 배를 채우라면서, 끝까지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역시 장손의 힘이란 무시무시했다.
어쩌면 큰 잘못을 저질러도 장손이니까- 하면서 넘어갈 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 아니, 정말 그럴 수도. 그만큼 조선 시대에서는 장손이라는 위치가 대단했으니까. '
심지어 아버지때부터 독자였으니 그 귀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피곤할터이니 얼른 들어가보거라. "
" 예, 할아버님. "
나는 작은 할아버지의 방에서 나와 시원한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 음? "
아니나 다를까. 혹시 오늘도?- 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연지가 내 방앞에서 안절부절하며 기다리고 있다. 아마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나를 걱정한 모양이다.
" 도련님? "
" 아, 연지야. "
" 혹시 비에 옷이 젖지 않으셨습니까? "
" 아, 걱정마. 대충 비는 피했으니까. "
" 휴, 다행입니다. "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녀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다음에야 안심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 부… 부끄럽사옵니다. "
" 날 걱정해줘서 고마워. 네 덕에 힘이 나는구나. "
" 하… 항상 도련님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지금이라도 당장 그녀를 방안으로 데리고 가서 작업을 걸고 싶지만, 이미 월화를 상대하느라 내 몸이 피로한 상태였기에 내일을 위해서 오늘은 이쯤 해둬야했다. 차라리 그녀의 호감도를 더욱 높여서 나중에 공략하기 쉽게 만드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 그래, 지금 내가 좀 피곤해서 그런데… 들어가봐도 되겠지? "
" 무… 물론이에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붙잡고 있어서…. "
" 아냐아냐, 오히려 덕분에 힘이 좀 났는걸. 내일도 나를 보러 올거지? "
" 네…. "
그녀는 수줍게 한번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몇번이고 뒤돌아보다가, 내 시선이 계속 닿아있음을 알고는 황급히 발을 놀려서 사라졌다. 상당히 사랑스러운 여자다.
나는 곧바로 방안에 들어와 이불에 털썩 누워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한참이나 비를 맞은 것도 있고, 월화와 관계까지 맺은 것이 순식간에 급물살이 되어 나의 몸을 강타한다.
' 젠장, 병만 걸리지 마라. '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내 눈이 번쩍 뜨였다. 상당히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상반적으로 내 정신은 또렷했다. 깊게 푹 잔 덕분인지 몸은 살짝 무거웠지만, 아무런 증상은 없어보여 다행이었다. 나는 문을 열고 장을 불러서 세숫물을 가지고 오도록 시켰다. 차가운 물이 얼굴이 닿자 정신이 또렷해졌다.
" 후, 아침은 간단하게 먹고 싶구나. "
" 예, 챙겨오겠습니다. "
물론 그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찬 종류는 열 가지가 넘었다. 나는 대충 밥 그릇을 비우고 해가 떠오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허질 선생이 자신을 만나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는 장에게 명령하여 말을 준비시켰다.
" 괜찮으시겠습니까? 너무 몸을 혹사시키는 것 같아 소인이 불안합니다. "
" 괜찮아. "
나는 대충 대답을 하고 말에 올라타 장의 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길가는 흙탕물로 질척질척한 상태라서 꽤 많은 양반들이 종놈들에게 엎힌 상태로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나는 말 덕분에 그런 행동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중심지를 벗어나 인적이 드문드문해지고, 인가도 띄엄띄엄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눈에 익숙한 허질 선생의 집이 보였다. 마당은 빗물때문에 엉망이었는데, 나는 별 상관하지 않고 말에서 내려와 마당을 가로질러갔다. 흙탕물이 신발에 묻었지만, 별 아랑곳 하지않고 평상 위로 올라갔다.
" 에구머니나. "
허질의 처가 방을 나오다가 평상에 앉아있는 나를 보면서 화들짝 놀란다.
" 도련님이시군요…. "
" 오늘도 신세좀 지겠습니다. "
" 휴우…. "
아마 그녀는 질릴 정도로 끈질긴 나와 허질 둘에게 동시에 한숨을 내쉬는 것이리라. 처는 마루에 앉아 곡식을 손질하면서 글공부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에 방안에서 허질 선생과 그의 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평상에 벌렁 누워서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다.
월화루와 난향루에서 어떻게 하면 원하는 기생들을 안달복달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었는데, 방문이 벌컥 열렸다. 나는 글공부가 끝난건가?- 하고 생각하면서 살며시 눈을 떴는데, 허질 선생이 마루에 서있는 상태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당신도 참으로 끈질기구려. "
"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
" 후…, 들어오시오. "
그제서야 허질 선생은 항복을 선언하고 나에게 들어오기를 권했다. 허질의 처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와 그를 번갈아보았다. 손님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모양이다. 방안은 바깥에서 본 것처럼 별다를 것 없이 평범했는데, 그의 딸이 나를 보며 꾸벅 인사를 건넨다.
" 인사올립니다, 도련님. "
" 아, 네 반갑습니다. "
" 거기 앉으시오. "
나는 그의 딸을 힐긋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채 묵묵히 있기만 했다. 어차피 지금의 목적은 허질 선생이니 괜한 한눈은 팔아선 안됐기에, 나는 그가 권한 자리에 앉은 이후로 허질 선생의 눈만 지긋이 맞추었다.
" 도대체 무슨 이유때문에 나와 얘기를 나누려고 하는 것이오? "
" 흠,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허질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 사실 처음은 그저 얘기나 한번 나눌 요량으로 만나고자 했습니다. 선생께서 그리 박대하게 하실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
" 그건… 사과드리지요. 워낙 사람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말입니다. "
"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말을 아시겠지요? "
" 알다마다요. 이거 제 얼굴을 너무 금칠하시는거 아닙니까? 오히려 조롱처럼 들립니다만. "
정말로 그의 얼굴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를 제갈량에 빗대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다.
"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그만큼 귀한 사람은 정성을 들여야한다는 뜻이지요. 처음에 왔을 땐, 저는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왔지만 두번 째부터는 아닙니다. "
" …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요. "
그의 얼굴이 슬며시 풀리며 은근한 목소리가 된다.
" 올해로 열 여섯입니다. "
" 과거는 치뤘소? "
" 과거엔 별 뜻이 없습니다. "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딸을 바라보더니 은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혜야, 술상을 내오너라. "
" 예, 아버님. "
그녀는 공손히 대답을 하고 방을 나갔다. 이제 방안은 나와 허질 선생 단 둘만 남았다.
" 솔직히 말하자면, 난 당신이 그 흔한 멍청이들이라고 생각했었소. "
" 하하, 그렇습니까. 그러나 저도 그들보다 뛰어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
직구도 이런 직구가 없었다. 아마 그는 자신의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표현하는 성격인 모양이었다. 나같은 성격은 이해하고 받아준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은 힘들지도 모르는 그런.
" 나도 꽤 많은 사람을 만나봤소. 결론을 말하자면, 다들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 물론 몇몇은 호탕하다며 웃어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게 다였소. "
" 원래 사람이란 동물은 칭찬은 직접적으로, 잘못은 돌려말하길 원하기 때문이죠. "
" 그렇소.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오. 칭찬이든 잘못이든 여과없이 말하는 편이지. 이런 내가 왜 선생이란 칭호가 아직도 붙어있는 지는 몰라도, 당신에게 크게 도움이 안될 가능성이 많을 것이오. "
"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 했습니다. 길가를 지나는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지요. "
" 후후, 당신에겐 못 당하겠구려. "
잠시 후에, 처녀가 술상을 들고 방안을 들어왔다. 그녀는 우리들 앞에 술상을 내려놓고 나가려고 포즈를 취했는데, 허질 선생이 나에게 양해를 구했다.
" 잠시 딸애를 옆에 둬도 되겠소? "
" 전 상관없습니다. 혹, 무슨 이유때문에…? "
" 그저 지나가는 얘기라도 귀담아 듣게 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미안하군요, 괜히 이런 부탁을 해서. "
" 그녀를 굉장히 아끼는군요. "
허질 선생은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소. 솔직히 말하자면 굉장히 아끼고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아이지요. "
" 아… 아버님. "
그녀는 부끄러워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뭐, 어차피 굳이 못할 말을 할 것도 아니니 조용히 옆에서 듣고만 있을 그녀를 불편해할 이유가 없었다.
" 한잔 드리겠습니다. "
" 고맙소. "
나는 일단 연장자인 그를 위해 먼저 술병을 잡았다. 잔이 꽉 차자 이번엔 그가 술병을 잡고 내 잔을 채워주었다.
" 잘 마시겠습니다. "
우리는 동시에 잔을 비우고 상 위에 얹었다.
" 후…. "
"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곳에 오게 되셨습니까? 선생정도면 그래도 충분히 벼슬길에 오를 수 있었을텐데요. "
" 제 성격상 사람과 잘 어울리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지요. 벼슬이라는 것이 그저 맡은 일만 잘한다고 해서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
물론 온갖 비리가 판치는 곳에서 자신만 꼿꼿히 청렴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비리를 저지르는 탐관오리들에겐 눈엣가시이기 때문에 얼른 목을 쳐서 자신의 사람으로 채우길 원하기 때문이었다.
" 전에 벼슬을 하셨다는 말이군요? "
" 그렇소. 뭐, 그리 오래는 아니었지만, 이상한 트집을 잡혀 이곳으로 도망쳐오듯 쫓겨났습니다. "
약간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나는 그것을 환기하기 위해서 딸쪽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 자제분께 글을 가르치고 계시던데, 어떤 걸 가르치시는지 물어봐도 괜찮습니까? "
" 아직 한참 모자랍니다, 도련님. 그저 논어와 맹자를 조금 알 뿐입니다. "
그녀가 공손히 대답했다.
" 요새는 중용을 가르치고 있지요. "
" 대단하군요. "
그렇게 이야기를 서고 주로 받았지만, 이런식으로 겉핥기 식의 얘기를 해봤자 나에게 이득이 될 것은 하나도 없었다. 허질 선생이 먼저 운을 띄울 생각이 없어보였으니, 나라도 먼저 발을 내딛어야했다.
" 사실 저는 이런 사서삼경같은 책들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물론 그것들에 대한 깊이는 인정할만하지만, 우리들에게 직접적으로 닿는 것은 없지요. 그저 성인이 되기 위한 지침이랄까요. "
" … 무슨 뜻입니까. "
순간 허질 선생의 눈이 번뜩였다. 나는 그의 반응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칠리가 없었다
" 사서삼경은 아주 소수를 위한 지침일 뿐이지, 전체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
" … 계속해보시오. "
" 아무리 양반들이 자신을 갈고 닦는다고 해도, 수많은 백성들을 위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그것에 항상 불만이 있습니다. 나라와 백성은 동시에 존재해야하는 법입니다. "
" 주자학의 한계를 말씀하는구려. "
" 그렇습니다. "
그는 한숨을 푹 내쉰다.
과연, 그는 어떤 말을 할 것인가. 그가 꺼내는 말에 따라, 나에게 도움이 될 인간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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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5시 사이에 삼국지 양장본이 온다는군요! 오늘 바로 받을 수 있다니...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