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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난은 거침없이 종이에 한시를 적어나갔다. 아까 전 궁과 그림을 그릴 때보다 훨씬 더 시간이 짧게 걸렸기에, 많은 구경꾼들이 꽤 좋아했다. 그녀와 나는 거의 동시에 붓을 놓았는데, 우리들이 한시를 다 적자 하인들이 다가와 그 종이 위에 천을 덮었다.
" 다 됐소? "
" 네, 끝났습니다. "
한시를 노래 잘하기로 유명한 기생 하나가 대기한 채로 우리 둘의 한시를 공손히 받았다. 아쉽게도 한시를 노래하는 것은 동시에 불가능했기 때문에, 우리 둘 중에서 누군가가 먼저 해야했다.
"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
난이 먼저 하기를 바랐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고 있던 기생은 종이 위에 덮힌 천을 걷어내고 그녀의 시를 읽었다. 한참이나 그녀의 시를 바라보던 그녀는 종이를 내려놓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 三世金緣成燕尾 삼세금연성연미 (영원한 굳은 인연 제비 꼬리처럼 갈라지니)- 此中生死兩心知 차중생사량심지 (이 중에서 살고 죽음을 두 마음만은 알리라)- 楊州芳約吾無負 양주방약오무부 (양주의 꽃다운 약속 내 어기지 않으려니)- 恐子還如杜牧之 공자환여두목지 (그대 도리어 두목지와 같음이 두렵네)
양반들이나 한자를 알고 있는 평민들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무릎을 탁- 쳤다. 아주 기가 막힌 한시였다.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옆에 사람에게 물어 그 뜻을 파악한 뒤에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혀를 찼다.
" 대단한 여인이로군. "
" 괜히 난향루 최고의 기생이겠나. 그나저나, 나는 빙화 도령의 한시가 기대되는군. "
사람들이 약간 감상할 시간을 준 여인은 이번엔 내가 쓴 한시 위에 덮인 천을 거두었다. 그리고 내 한시를 찬찬하게 살핀다. 그리고 한시를 전부 외운 뒤에 종이를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고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 截取冬之夜半强 절취동지야반강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春風被裏屈蟠藏 춘풍피리굴반장 (춘풍(春風)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燈明酒煖郞來夕 등명주난랑내석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曲曲鋪成折折長 곡곡포성절절장 (구뷔구뷔 펴리라)
양반들은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설마 빙화 도령이 저런 과감하고 부끄러운 한시를 지을 줄 몰랐다. 그러나 그 시구가 너무 교묘하게 사랑에 빠진 여인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혹시 전생에 여인은 아니었을까- 하고 의심갈 정도였다.
몇몇은 난과 나의 시가 바뀐게 아닐까- 하고 의심까지 했다.
" 이건 무슨 뜻이래? "
몇몇이 뜻을 물어오자, 한시를 이해한 사람들이 그들에게 뜻을 풀이해주었다. 그러자 여인들은 수줍게 웃기 시작했고, 남자들은 허허- 하면서 오늘 마누라의 궁둥이나 치면서 동침이나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 같았다. 둘의 한시가 모두 좋지만, 승부는 승부다.
결국 누군가는 승자가 되고, 다른 누군가는 패자가 되어야한다. 난은 애틋한 눈이 되어 나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꾸벅 숙인다.
" 어찌 그렇게도 여인의 마음을 잘 표현하셨습니까? "
" 이게, 당신의 마음일거라 믿기에 그렇습니다. "
" 도련님…. "
그녀는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살며시 돌린채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미 그와 영혼으로 이어진 것을 알았다면, 이제 그를 거부할 수가 없다. 하지만, 자신은 고작 기생이고, 그는 소문으로 듣자하니 대궐집 장손이었다.
결코 이어질 수 없는 관계랄까. 물론 자신이 그의 첩 내지 몸종으로 들어갈 수는 있지만, 자신은 난향루에 잡힌 몸이다.
나는 천천히 사람들 앞으로 걸어가 두 손을 공손히 모아서 고개를 숙였다.
" 이리 모여서 저희들을 신경써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저와 그녀는 승부가 나질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사실 그랬다. 누가 더 뛰어나다고 하기엔 둘의 시가 너무나 좋았고, 대단했다.
" 그래서 저는 이번 승부만큼은 무승부로 마치고 싶습니다. 이제 오늘로써 저는 더 이상 다른 기생들과 승부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
사람들은 나의 끝맺음에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왁자지껄하게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가득 모여있던 곳은 금새 휑해졌고, 몇몇 양반만이 하인들이 가져올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 도련님. "
" 소저, 기다리시오. 내가 꼭 당신을 데려오겠소. "
"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그저 하찮은 기생의 몸일뿐. 도련님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 수 없습니다. "
"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궁 소저. "
" 네, 네? "
나는 우리들에게 약간 멀찍이 떨어져 뻘쭘하게 서있는 그녀를 불렀다. 일단 그녀들의 몸종들이 말을 가지러 갔기에, 지금 이 자리는 나와 그녀들뿐이었다.
" 여자이기를 앞서, 한 명의 인간으로써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
" 아니, 그러지 마십시오. 도련님! "
내가 고개를 숙이자 그녀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절을 올렸다.
" 이 시대에 살기에 어쩔 수 없는 계급과 신분, 그리고 성별에 얶매이고 있으나, 나는 아닙니다. 당신이 무엇이든, 어떤 성별이든 저는 그것을 초월했습니다. 당신과 함께 해보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난 소저도 마찬가지요. "
" 네? "
" 나와 함께 해줄 일이 있습니다. 두분께서 승낙하시면, 저는 다시 한양으로 두분과 함께 내려갈 것입니다. "
" 그런…. "
그녀들은 나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지만, 눈빛만큼은 나를 따라오고 싶어했다. 아마도 걸리는 것이 많아서 머뭇거리는 모양이다.
" 문제있소? "
" 저는… 아닙니다…. "
" 난 소저. 당신은 거부권이 없습니다. 그대는 내가 강제적으로라도 데려갈 생각이니. 궁 소저도 마찬가지요. 마음같아선 제가 강제로 데려가고 싶긴 하지만, 그대에겐 선택권을 주겠소. 원하는 것을 선택해보라는 뜻이지. "
" 물론, 저는 가고 싶기야 하지만…, 저는 월화루에 얶매인 몸이고, 고작 기생입니다. 하여, 도련님께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 아니, 나에겐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에겐 신분이나 성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당신의 의지만 필요하지요. 저와, 함께 세상을 바꿔보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까? "
그 순간, 궁은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주륵 흐른다.
이제껏 자신이 살아오면서, 항상 우울하고 답답한 것이 마음 한 구석에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기를 빌었다.
그것은 그저 양반의 첩이 되거나, 아니면 노리개가 되는 일이 아니다. 그저, 모든 것을 초월하여 한 사람으로써 손을 내밀어 주기를 기다렸다.
영영 오지 않을 것이라 여겼는데, 오늘이 자신이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날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은 난 역시 마찬가지였다.
" 나와 함께, 이 세상을 바꿔보지요, 소저. "
잠시 후, 나의 두 손에 그녀의 손이 나란히 올려진다.
" 저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한 몸을 바치겠습니다, 도련님. "
" 저는 언제까지라도 당신 옆에 있겠습니다. "
최고의 기생인 두 명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했다. 난만 해도 십만 냥이었고, 궁은 십오만 냥이었다. 내가 가진 것으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엄청났다. 그나마 저번에 승부로 벌었던 돈이 일만냥이 조금 넘는데, 그녀들을 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 어쩐다. "
사실 나는 그녀들의 몸값이 그렇게나 비쌀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물론 월화루와 난향루의 간판스타였다는 것을 지금 감안해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사실 그녀들은 자신들을 사갈 부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었다.
물론 나이가 어느정도 차버리면 돈을 주고 몸을 팔아야하게 되었고, 그렇게 몸을 파는 기생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그 전에 처녀의 몸으로 기다리는 것이겠지만, 벌써 난과 궁은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었다.
이대로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나는 그녀 둘을 빼와야했다.
" 어쩔 수 없나. "
하지만, 아무리 나라고 해서 이십오만 냥을 뚝-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할아버지께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고 돈을 잠시 빌리겠다고 해야할 듯 했다. 물론 그냥 빌린다고하면 분명히 역정을 낼테니, 나의 계획을 어느정도 말해줘야할 것이다.
그것을 마음 먹은 나는, 내일 당장 한양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잠자리를 준비했다. 그런데, 그 때 누군가의 기척이 방밖에서 느껴졌다.
" 누구십니까. "
" 저에요, 도련님. "
내가 문을 열자, 연지가 두 볼을 붉힌채 고고하게 서있었다.
" 아, 이리와. "
밖은 아무도 없다. 물론 연지도 그것을 전부 확인하고 온 것일 것이다. 워낙 늦은 밤이라 볼 사람도 없었겠지만.
" 이건 무엇이에요? "
" 아, 내일 한양으로 내려갈 생각이야. 급히 할 일이 생겼거든. "
" 네…?! "
" 아, 걱정마. 곧 다시 올라올테니까. "
연지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 도련님. 도련님은… 절… 절… 어떻게 생각하세요? "
" 뭐? "
" 이젠… 전 도련님 없이는 안돼요. 이미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전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기 싫어요. 하지만, 하지만 저희 집은…. "
" 알아. 알고 있어. "
나는 그녀의 두손을 잡았다.
" 그럼, 도망가. "
" 네? "
" 날 연모한다면, 내일 같이 한양으로 가자. "
그런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는지 그녀는 입을 떡 벌리고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옷고름을 슬며시 풀고 그녀를 자리에 눕혔다.
" 도련님?! "
" 오늘 널 가질 생각이야. 널 내것으로 만들겠어. "
" 무… 무섭습니다. "
" 걱정마. 나를 연모하지? 영원히 나와 함께 살고 싶잖아. "
연지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었는지 몸에서 힘을 풀었다. 내가 천천히 그녀의 저고리와 속옷을 벗기자, 그녀의 가슴이 볼록 튀어나왔다.
굉장히 부끄러웠는지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몸을 붉히고 있다. 나는 그녀의 치마와 속곳까지 벗겨,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그녀의 붉은 유실이 부끄러움에 파르르 떨린다. 나는 입에 그녀의 유실을 넣고 혀로 마구 돌렸다.
" 하음! 우움. "
큰소리가 나올까봐 그녀는 한손으로 입을 막고, 다른 한손으로 이불보를 강하게 쥐었다. 난생 처음 남자를 받는 것이라, 그녀는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나는 점점 고개를 내려 그녀의 예쁜 분홍빛 꽃잎을 혀로 핥았다. 그녀의 몸이 들썩인다.
" 하아! 도련니임! "
" 쉿. 누가 들을 수도 있어. "
" 흡. "
나의 뱀같은 혓바닥이 그녀의 꽃잎을 마구 들쑤셔놓으며 흠뻑 적셨다. 그녀의 꽃잎은 점점 축축해지며 뜨끈한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 하악… 하악, 도련님. "
" 이제 들어간다. "
" 네, 오세요 도련님. 이젠 저는 도련님 것이에요. 도련님과 영원히 가겠어요. "
" 이젠 서방님이잖아? "
" 서… 서방니이이임?! "
나는 그대로 나의 거대한 육봉을 그녀의 질속으로 찔러넣었다. 굉장히 좁고, 축축하고 미끌거리는 그녀의 동굴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약간의 혈흔이 흐르는 그녀의 꽃잎은 그렇게 성스러워보일 수가 없었다. 잠시 그녀가 고통에 익숙해질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 앗, 앗! 아앗! 응! 으응! "
내 허리에 맞춰 그녀가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뱉는다.
그렇게, 나와 그녀는 그날밤 내내 그녀와 짐승처럼 뒤엉켜 서로 사랑을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