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4화 (9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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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뭐지? 특별 공연? 그게 뭐야. "

사람들은 벽보를 보면서 서로 수근거렸고, 곧 이것은 한양 전체로 퍼졌다. 소문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이게 뭐길래- 라면서 다들 특별 공연이라는 무언가를 보러가기로 마음먹었다.

입장료보다는 위조할 수 없는 입장권을 파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 같았기에, 상혁은 하인을 몇몇 고용하여 입장권을 사람들에게 팔도록 했다. 물론 나중에 암권으로 팔기위해 수십 장 정도는 남겨둔 상태였다.

어차피 처음부터 양반이 이곳에 올 리는 없었다. 분명 그들은 평민층의 사람들의 평을 듣고, 한번 방문해보든지 아니면 오지 않든지를 결정할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이번 특별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이 조금 더 편해진다고 해야할까. 물론 평양의 최고 기생들만 무려 열 다섯을 모았기에 실패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들 중에서 몇 명만 나와도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니까.

일단 나는 난과 궁을 히든 카드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즉, 이런 특별 공연에 그녀들을 선보일 생각은 없다는 뜻이다.

난과 궁은 나머지 여인들을 직접 감독하면서 내가 계획한 공연을 이리저리 연습했는데, 물론 처음에는 그녀들 모두가 힘들어했다.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그 다음에 각각의 장기를 보여준다는 것이 그만큼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희석되니, 그녀들도 즐거워 하는 기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준비를 하면서 불만이 생기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나는 불만이 있는 여인과 동침을 하면서 마음을 풀어주었다. 그녀들은 나에게 안길 때마다 점점 더 나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위해 하는 이 일들을 조금 더 신경을 쓰면서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결국 특별 공연의 날이 점점 다가오고, 사람들은 전날에 표를 사기 위해서 그녀들이 머무는 집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원채 사람들이 궁금한 나머지, 그들은 아침부터 대문앞에 몰려와 길게 줄을 서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들이 길게 선 줄까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게되면서 소문은 점점 더 넓게 퍼졌다.

' 아주 좋군. '

내가 바라는 대로 잘 흘러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인기를 끌다보면, 어느새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이목까지 끌게 되고 그들까지 매료시켜버리면 그 때부터 나의 일이 시작될 것이다.

표는 날개달린 듯 팔리기 시작했고, 줄이 반도 안 줄었는데 그새 모두 동이 나버렸다. 일인당 세 개의 표까지만 살 수 있도록 했는데도, 1500장이나 되던 표는 금새 매진이 되었다.

" 다 팔렸습니다. 끝났습니다. "

한참 기다리던 사람들은 표가 다 팔렸다는 소리에 짜증과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다들 천천히 흩어졌다. 이렇게 되면 암표도 굉장히 팔기가 편해진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암표를 팔겠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 될 것이니 지금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어차피 나중에는 없어서 못 볼 공연이 될테니까 암표를 팔려고 하는 사람은 매우 극소수일게 분명하다.

" 모두 팔렸어. 다들 힘내고. 뭐, 내가 봐도 너무 환상적이라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

" 아이참, 도련님도… 호호호호. "

내 주위를 둘러싼 여인들이 모두 호호 웃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난과 궁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자, 모든 여인들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 정말 감사드려요, 도련님. 도련님이 아니었으면, 저희들은 이런 행복을 느껴보지 못했을 거에요. 이제야 진정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

" 저희도 감사드려요. "

그녀들은 진심이었다. 반평생은 남자의 잔에 술이나 따르다가 보내고, 남은 인생은 남자의 첩이 되어 불운하게 보낼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를 만나고 나서는 비록 내가 원하는 일을 한 것이지만, 자신들이 살아 숨쉰다는 것을 느끼는 중이었다.

심지어 연습 시간을 제외하면 무엇을 하든 자유였기에, 예전부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도 할 수 있었다. 이제 진정으로 입에 미소가 지어지는 시기가 온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임까지 있다.

" 나도 너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이런 일까지 해주니까, 내가 무엇을 해줘야할 지 모르겠어. "

" 아니요. 지금 도련님께서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은 모두 은혜를 입는 중입니다. 내일 공연은 정말 최고를 보여줄 생각입니다. "

" 그래, 너희들을 믿는다. "

다음 날, 표를 가진 사람들은 대문에 모여서 모두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할 무렵에 시작할 생각이었기에, 그들은 그 날 일을 모두 끝내고 속속 모이기 시작한다. 그들이 기다리기가 약간 지루해지려고 할 때쯤에, 문이 천천히 열렸다.

" 자자, 한명씩 천천히 표를 내고 들어가시오. "

표를 가진 사람들은 한 명씩 표를 내고 집안으로 들어갔고, 코를 질질 흘리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기도 했지만 그것까지는 제재하지 않았다. 물론 꽤 머리가 굵어진 아이까지는 막았지만. 물론 그런 아이들은 돈을 조금 더 받고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이정도 배려는 해주어야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나는 이런 상황이 모두 보이는 2층 방안에 앉아 그들을 여유롭게 내려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어차피 날도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를 눈치채는 사람은 없었다.

" 도련님, 잘 해낼 수 있을까요? "

내 옆에 있던 장이 약간 걱정스러운 말로 물었다.

" 물론. 너도 그녀들의 공연을 봤잖느냐. "

" 정말 대단하긴 했죠. 그런 걸 저렇게 싼값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들에겐 행운이겠지만, 그들의 취향에 안맞으면…. "

" 걱정마라. 이제부터 그녀는 한양…, 아니 우리 조선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들이 될 것이다. "

입장은 완료되고 문이 천천히 닫혔다. 표를 사지 못해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담장 너머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안을 구경했다.

수많은 사람들은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시끌벅적해졌다. 음식물 반입을 금지시켰기에, 그들은 모두 물통 하나만 가지고 온 상태였다.

물론 그것도 직접 음식을 팔기 위해서 한 목적이었다.

" 시작이군. "

이미 해가 거의 다 넘어가버린 밤이었지만, 사방은 횃불을 켜놓은 상태라 상당히 밝았다. 하지만, 갑작스레 사방의 불이 확- 꺼지면서 어두워지자 사람들은 꺄- 하고 놀란다. 그리고, 잠시 후에 불 하나가 훅- 켜지며 누군가의 얼굴이 보였다. 나와 꽤 친밀한 여인, 월화였다.

- 아아, 그대는 어디로 가버렸나.

그녀만 은은히 비추던 불이 서서히 하나하나 더 켜져나가면서 무대 위를 비추기 시작했다. 노래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모두 입을 떡 벌리고 정신없이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 시끌벅적했던 곳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 그대는 어디로 가버렸나.

코러스가 시작되면서 기묘한 멜로디가 그녀들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아홉 명의 여인이 더 무대 위에 등장하면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남자는 물론이었고, 여자들까지도 그 선율에 매료되어 공연이 푹 빠진 상태였다. 심지어 갓난 아이들까지 입에 손을 문 상태로 멍- 하게 무대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들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마치 잔상이 남는 것처럼 그녀들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움직이자 사람들은 오오- 하고 감탄사를 터트렸다. 여러번 시범 공연을 보았던 나와 장도 감탄사를 터트렸다.

" 저건 언제봐도 대단하군. "

" 그렇습니다, 도련님. 확실히 공연이 성공한 것 같군요. "

공연은 대략 반시진(1시간) 전후.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아마 그들은 반시진이 간 줄도 모를 것이다.

그만큼 그녀들의 공연은 매혹적이고, 아름다웠으며, 그리고 열정적이었다. 그녀들의 땀이 볼을 타고 내려와 턱에 아름다운 구슬을 만들면서 바닥에 떨어진다. 하지만, 그녀들의 땀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그렇게 1시진이 약간 지나고, 공연은 끝난다. 그리고 모두가 무대에서 사라지고 불은 훅- 하고 꺼진다. 이번엔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아마 다들 속으로 벌써 끝난건가? 하고 아쉬워하고 있을 것이다.

잠시 후에 불이 다시 켜지면서 누군가의 모습이 나타났다. 제일 처음 모습을 보였던 월화였다.

" 공연은 모두 끝났습니다. 관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

" 허허…. "

공연이 끝났다고 말했지만, 사람들은 그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아무도 일어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몇몇 아이들만 오줌이 마렵다면서 칭얼대고 있었다.

" 부탁을 몇 개 하고 싶습니다. 먼저, 공연이 시작되면 시끄러운 소리는 자제해주세요. 공연을 관람하는 다른 손님들께서 불쾌해 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둘째로, 바닥에 물건을 버리지 말아주세요. 다음 번에 다시 관람을 위해서 최대한 청결한 환경을 만들어주십시오. 그럼, 이번 특별 공연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제서야 한 사람씩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들고온 물통을 들고 천천히 대문 밖으로 나갔다. 그것을 필두로 사람들은 이번 공연에 대해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 엄청나군. 정말 내 살다살다 이렇게 집중하면서 본 것은 처음일세. 이건… 과연 누가 생각해낸걸까. "

" 그러하이. 심지어 여인들도 모두 미녀들 뿐이라 눈까지 호강하는구만. "

" 노래 실력은 또 어떻고. 그 춤사위하며… 정말 이번에 잘 왔다고 생각되는군. 다음에도 또 오고 싶네. "

" 나도야. 이번엔 아이들도 데려 오고 싶구만. "

모두들 이번의 공연을 찬양하면서 다음에도 반드시 오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천천히 대문이 닫혔다.

" 다들 너무 수고했다. 오늘은 다들 푹 쉬어. 다음 공연은 다음달에 할 생각이니까. "

" 네, 언니들도 너무 수고하셨어요. "

" 동생들도 다들 수고했어. "

너무나 성공적인 무대였기에, 그녀들은 모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수고를 치하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오늘은 이만 가보겠다고 그녀들에게 고했다.

" 벌써, 가시는건가요? "

" 오늘은 다들 수욕하고 편히들 쉬어. 남자 하나가 끼면 괜히 불편들 할테니까. 오늘만큼은 즐거운 하루를 보내. "

그녀들은 나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하면서, 고개를 꾸벅 숙인다. 어차피 나도 오늘밤은 연지의 집에 갈 생각이었으니까. 요즘 그녀들의 공연때문에 연지의 얼굴만 몇번 보고 헤어졌기에 오늘만큼은 그녀를 방문하여 긴 밤을 보낼 생각이었다.

한밤중이라 그녀의 집의 불은 모두 꺼져있었다. 내가 뒷문으로 가서 주먹으로 문을 쿵쿵쿵- 치자 잠시 후에 누군가의 졸린 목소리가 들린다.

" 누구요. "

꽤 경계하는 목소리였지만, 나의 대답에 문이 벌컥 열린다.

" 나다. "

" 아니, 도련님! "

그는 내가 고용한 사내였는데, 항상 연지의 집을 지키도록 명했었다. 덕분에 그의 가솔들이 평생 부족한 것 없이 풍족하게 살도록 해주고 있었다. 그것에 대한 은혜를 입은 사내는 나에게 매우 공손하고, 충성을 다한다.

" 잘 있었느냐. "

" 아이구, 덕분에 너무너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제 처와 아이들도 너무 잘 지내고 있습니다요. "

" 그래그래. 그럼 수고하게. "

" 예, 도련님. "

나는 그의 어깨를 두어번 툭툭 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연지의 방 역시 불이 꺼져있었기에, 나는 조용히 그녀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 끼익

" 누…누구냐! 얼른 정체를 밝히지 못할까! "

연지는 떨리지만 꽤 위엄있는 목소리로 나를 향해 소리쳤다. 나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초에 불을 켰다.

" 아…. "

" 잘 있었어? "

" 서방… 서방님!! "

그녀가 내 품에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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