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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헉…. "
캄캄한 밤, 한 남자와 두 여자가 보따리를 잔뜩 들고 숨이 가쁘도록 뛰고 있다. 결국 어린 여자 한 명이 더 이상 못 참고 바닥에 쓰러지면서 숨을 헐떡인다.
" 하악… 하악… 아버지… 전… 못 가겠어요… 하악… 너무 힘들어서…. "
" 빨리 일어서! 지금 가지 않으면 안돼! 얼른 일어나라! "
" 하악… 하악…. "
그는 넘어진 딸아이를 세울려고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곧 자신의 시야에 잡힌 사내 다섯을 보면서 히익- 하고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 제… 제발 한번만 용서해주게… 응? 한번만… 제발…. "
" 하하하, 이거 최하용씨 아니십니까? 지금 어디가시는 겁니까? "
" 제발… 이렇게 빌겠네… 응? 자네… 날 한번만 봐서 딱 한번만 봐주게…. "
사소한 욕망에 잡혀 계집질과 노름으로 재산을 탕진한 주제에, 나에게 매달리는 꼴은 차마 봐줄 수가 없었다. 나는 내 다리를 붙잡으려는 최하용을 발로 걷어차고 그가 손댄 부분을 손으로 탈탈- 털어냈다.
" 더러운 새끼가, 어딜 만지지? 당신의 부인이나 딸은 당신이 무슨 짓을 한지 알고나 도망치는건가? "
" 안돼… 말하지마… 제발…. "
" 저 새낀, 계집을 몇이나 먹고 다닌지 알아? 네놈의 딸자식같은 여자까지 헤벌레하고 따먹으면서, 노름질을 하고! 네놈같은 새끼가! 애비, 남편이라고 지랄하는거냐!! "
그리고 나는 다시 그의 배를 걷어찼다.
" 우욱! 흐어어엉… 제발 살려줘… 살려줘…. "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는지 그의 아내와 딸이 놀란 눈으로 자신의 아버지와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눈에서 점차 불신의 눈으로 변하더니 결국 혐오의 눈빛으로 최하용을 노려보았다.
" 어찌… 어찌 이럴 수가 있어요?! 우린… 우린 무슨 죄로…. "
" 남자를 잘못 만난 거지 뭐. "
최하용은 엉엉 울면서 바닥에 철푸덕 엎드렸다. 내가 뒤쪽을 향해 손을 내밀자, 종이 몇 장이 내 손 위에 놓였다.
" 자, 이것 보시지. "
나는 불을 가져와라는 제스쳐를 취한 뒤에 종이에 가까이대고 그의 처에게 보여주었다.
" 잘 보이지? 당신이 그토록 모시던 남편이 빚진 돈이다. 이걸 모두 갚을려면 모든 재산을 털어도 한참 모자라지. "
" 그… 그럴 수가. "
" 미안하지만, 당신들은 저놈빼곤 전부 나의 소유가 된거야. "
" 그럴 순… 그럴 순 없어요! 제발…, 그것만큼은 안돼요…. "
" 어차피 그 이상 털어낼 것도 없으니, 최하용 당신에겐 손대지 않겠다. 네놈의 아내와 딸은 우리가 데리고 가지. "
" 안돼… 안돼!! 놔!! 절대 안돼!!! "
순간 최하용이 나에게 달려들려하자 뒤에서 대기하던 나의 심복 둘이 그에게 달려가 강하게 붙잡았다.
" 놔!! 놔앗!!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 "
나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천천히 뒤로 가서 항대에만 들리도록 조용히 속삭였다.
" 나중에 이 여자들을 모두 데리고 가면, 말복이랑 같이 저 남자를 처리해. 남겨둬선 안될 쓰레기다. "
" 예, 주인님. "
그의 눈도 나 못지 않게 부글부글 끓고있었다. 저런 놈들이 평민이나 천민들의 등골을 빼먹고 사는 기생충이란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그에겐 한치의 자비심도 남지 않았다. 그것은 항대뿐만 아니라, 나의 심복들 전부가 그랬다. 아니, 내가 구해준 마을 전체가 이 조선이라는 나라를 증오하고 있었다.
" 그럼 수고해. "
" 예! "
그런 식으로 양반들을 차례차례 하나씩 뽑아내기를 수차례. 그러자 나에게 꽤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양반 집안이 같은 양반 집안을 도우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망쳐먹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것때문에, 관직이 꽤나 높으신 분도 몇 번이나 우리 집에 찾아와 할아버지를 만나기도 했다. 그래봤자, 별 소리 하지는 못하겠지만, 나도 조금 조심을 해야할 필요성은 느꼈다.
" 하…, 이거 내가 일을 너무 크게 벌렸나. "
원래 내 목표는 고작해야 춘향이를 손에 넣는 것뿐이었는데, 어쩌다보니 궁궐을 뒤집고 조선을 뒤집는 거대한 것으로 변해있었다. 물론 내가 왕이 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대로 그에 준하는 권력을 손에 쥔다는 의미였다.
" 크게 상관은 없지만…, 괜히 힘들어질 것 같은데…. "
어중간하게 가면 백설 공주때의 고생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갈 생각이었다. 그래야 뒷통수를 맞지 않을테니깐.
물론 무섭다고 발 빼기엔 너무 깊숙히 들어오긴 했다.
" 별 수 있나. 여자들만 먹을려고 하는 게임은 아니니깐. "
그럴려면 차라리 미연시나 하지, 이런 동화 파괴자같은 특이한 게임을 할 필요가 없다.
" 주인님. "
" 아, 항대냐. "
문을 열고 항대가 들어와 꾸벅 인사를 한다.
" 일이 깔끔히 끝났습니다. "
" 수고했다, 항대야. "
" 아닙니다, 주인님. 이렇게 주인님을 도울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
나는 내 주변에 널린 종이들을 이리저리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명성왕후는 작년 12월에 서거했다. 지금은 보릿고개가 훨씬 지난 5월. 이제 곧 여름이 될테고, 게임 시간으로 정확히 1년이 흐른다.
이제 내 재산은 상상을 초월했다. 가지고 있는 은자만 해도, 백만 냥이 훌쩍 넘었고, 땅이며 집이며 곡식까지. 그야말로 갑부 중에서도 눈에 확 띄는 갑부랄까. 이젠 원래 부자였던 우리 집보다 재산이 더 많아졌다.
물론 할아버지께 빌린 오십만냥은 이자 십만냥까지 더하여 갚았다. 할아버지는 우리집에 드디어 제대로 된 인물 하나가 태어났다며, 처음으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온동네 잔치를 벌여 돼지와 소를 각각 열 마리씩이나 잡았다.
아마 돈때문이 아니라, 나의 여러가지 면을 보았을 것이다. 딱 하나 아쉬운 것은 벼슬정도랄까. 하지만, 이미 벼슬에 손을 떼기로 한 나였으니, 거기에 대한 미련은 크게 없다.
사실 나는 과거가 아닌 천거로 벼슬을 하나 얻어볼 생각이었다. 아주 작은 벼슬이라도 하면, 올라가는 것은 차차 하면 되는 문제니깐.
" 그녀들에게 가지. "
" 예, 주인님. "
나는 말을 타고, 나의 여인들이 사는 집으로 향했다. 공연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사정때문에 나는 그녀들을 훨씬 더 넓은 곳으로 이사시켰다.
이제 그곳은 난과 궁을 비롯한 기생 열 다섯과, 양반 집을 하나하나 털어먹으면서 데려온 여자들 열 명이 있었다. 사실 양반집에서 나온 여인들은 그것보다 훨씬 더 많았지만, 내가 그중에서 추리고 추려, 믿을만하고 적당히 예쁜 애들을 데려간 것이었다.
나머지는 심복이 원하는 대로 해주었는데, 항대도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 하나를 골라가서 한 달전에 혼인을 했다. 덕분에 그는 신혼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소홀해진 것은 아니었다.
" 다 왔습니다. "
" 넌 쉬고 있거라. "
" 예. "
나는 비밀통로를 통해 몰래 그 집으로 들어갔다. 지키고 있던 하인 하나가 나를 보면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나는 손으로 화답을 해주고 집으로 들어가 난과 궁이 일을 하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 어머, 도련님! "
" 잘 지냈어? 일은 어때. "
" 잘 진행되고 있어요. 아직 저희들이 좀 서툴러서 힘들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조금 더 수월해질 것 같아요. "
" 그래, 고맙다. 이번에 합류한 애들은 어때? "
" 할 줄 아는게 별로 없어요. 그리고 당장 일을 시키기엔 아직 신뢰가 부족하구요. "
이런 정보는 아주 중요해서, 나의 여인들을 제외한 양반의 자식들에게 시키기엔 아직 믿음이 가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차차 지나, 그 여인들을 내가 품고나면 얘기가 틀려지겠지만, 아직은 무리였다.
" 그럼 조금 더 힘을 내줘. 공연하랴, 이것하랴 힘들지? "
" 아니에요. 도련님을 생각하면 힘이 불끈불끈 생기는걸요. "
궁도 이미 오래 전에 내 품에 안겨 나의 여인이 되었기 때문에, 난과 궁은 기분 좋은 듯 웃으며 종이를 이리저리 정리했다.
" 이번에 중요한 정보는 없고? "
" 뇌물건이 여러개 적발되었어요. 물론 그것도 다시 뇌물로 적당히 무마되었구요. 그리고… 도련님께서 알아보시라 한 천거 문제는 쉽지가 않아요. 일단 돈으로 억지로 만든다면 할 수는 있지만…, 너무 직책이 하찮아서…. "
" 뭐든 상관없어. 예전 한명회도 처음 벼슬이 고작 문지기였는데, 나라고 못하겠어? "
" 조금 더 시간을 주시면 나은 것을 알아볼께요. "
" 좋아. 아직은 시간이 좀 더 있으니깐. "
" 아참, 그리고… 장옥정 그 여인이 여길 방문했다가 도련님이 안계셔서 돌아갔어요. "
장옥정이? 요새 통 못찾아갔었는데, 무슨 일로 방문한걸까.
" 언제? "
" 어제였어요. 뭐, 그렇게 급한 일은 아닌 것 같았는데, 그저 좀 서운한 얼굴이랄까요. "
아직 공략이 안된 여인이라, 지금 일이 겹쳐 조금 소홀해졌었는데, 자주 못 찾아간 것이 좀 서운했던 모양이다. 어차피 아직 천거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으니, 장옥정을 만나러 가볼 시간은 충분했다.
" 알았어. 그럼, 조금만 더 수고해줘. 나중에… 알지? "
난과 궁은 동시에 얼굴을 붉히면서 나의 시선을 피했다. 아마 그녀들도 기대에 부풀어오를 것이다. 나와 동침을 하는 순간, 그렇게 길었던 밤이 눈깜짝할 새에 지날 정도로 행복했으니깐.
나는 다시 그녀들의 집에서 나와 대기해있는 항대에게 장옥정의 집으로 출발하자고 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이 움직인다.
" 뭐? "
" 궁에서 연락이 왔다구요…. 전하께서 보내신 편지에요. "
나는 장옥정이 내민 편지를 천천히 읽었다. 드문드문 이해하기 힘든 한자가 있었지만, 대충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그립고, 보고싶다고. 이젠 그녀를 내쫓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아마 명성왕후가 죽고난 뒤니까, 장옥정을 불러들이려고 하는 모양인 것 같았다. 물론 아직 그녀의 상이 끝나지 않았지만, 1년이 지나면 그녀를 부를게 틀림없었다.
" 그래서? "
" … 그래서라뇨. "
"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어? "
" … 당신…. "
장옥정이 살짝 슬픈 눈으로 나를 보다가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장옥정은 대단한 여자다.
괜히 그녀가 요물이니 뭐니 하는 소리가 나온 것이 아니다. 그렇다는 말은, 내가 그녀를 휘어잡으려면 그녀 스스로가 숙이고 들어와야한다는 뜻이었다. 아마 그녀의 성격상 숙이고 들어오기란 매우 힘들테지만, 그래도 사랑까지 그럴까?
" … 끝까지 절 몰아붙이시네요. "
" 어쩔 수가 없어. 나에게 기대는 사람은 네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많거든. "
그녀도 내 말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은 그저 얼굴이 잘생긴 청년이라고만 생각했지만, 갈수록 그 크기하며, 수완하며 아마도 지금껏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유형일 것이다. 자신의 그릇에 담기엔 너무나도 넓은 사람. 그게 바로 나다.
" 결국… 당신이 이겼네요. "
" 내가 질 리가 없잖아? "
내가 살짝 웃으면서 말하자, 그녀는 풋- 하고 웃는다.
" 내가 어쩌다가 당신같은 남자에게… 마음을 주게 되었을까요. "
" 과연 나를 싫어하는 여인이 세상에 존재할까. "
" 흥. 나도 미쳤나봐요. 그런 말까지 날 즐겁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다니…. "
우리는 서서히 가까워진다. 그녀의 달콤한 숨결이 나의 얼굴에 닿았고, 나는 그대로 그녀와 입맞춤했다.
- 쮸웁 쯉
" 하아… 하아… 당신을 연모해요. "
" 나도 그래…, 장옥정. "
그리고 우리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몸을 부딪히며 사랑을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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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좀 늦었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