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3화 (111/150)

113

100만냥이라는 돈은 하늘에서 뚝딱 생기지 않는다. 아마 몽룡은 한달동안 신발이 닳도록 사방을 돌아다니며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장옥정이란 여자는 즉 백만냥을 그 짧은 시간에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 기특한 것. '

사실 나에게 백만냥은 있으나 없으나 똑같지만, 몽룡이를 완전히 파멸시킬 수 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남원 부사라는 직위였는데 그걸 들먹이면서 무슨 작당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조금 되었다.

' 그러면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거니까. '

나에게 있는 백이란 백은 전부 써서 남원 부사에서 노비로 강등시켜버릴 작정이다. 어차피 나에겐 암행어사라는 엄청난 배경도 있으니까.

' 이제 이곳하고, 마지막으로 충청도만 손에 넣으면 끝이군. '

그 다음엔 곧바로 전국으로 봉기를 일으켜 나의 수많은 사병들을 일으킬 생각이다. 부산포에선 곧바로 전함을 만들어 그대로 서해까지 내려가 한번에 한양으로 들어가면, 아마도 한양에 있는 궁은 순식간에 함락되어버릴 것이다.

" 생각만 해도 짜릿하구만. "

궁을 함락하고 나면, 궁안에 있는 여자란 여자는 모두 먹어버린 다음에 춘향이와 해피 엔딩으로 끝내면 된다. 아주 좋은 시나리오에 나는 히죽 웃으면서 과연 공주가 몇이나 있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

배덕한 상상이지만, 그래봤자 게임이고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춘향이를 소환수로 결정해버리면 되니까. 그렇게 하려면 지금 춘향이를 완벽하게 나의 것으로 만들어놔야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들을 정도로.

' 향단이는 덤이고. '

사실 워낙 향단이가 청순하고 아름다워서 소환수를 2명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설정할까- 하고 고민했다. 물론 거기에 추가적인 요금이 들어가는 바람에 일단은 보류해뒀지만, 나중에 상황을 봐서 선택할 생각이다.

그로부터 딱 한 달. 나는 춘향이와 더욱 긴밀한 사이가 되었고, 가볍게 손을 맞잡는 정도는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오늘은 몽룡이 백만냥을 가져와야하는 날이란 것이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장옥정의 집으로 들어가 계십니까- 하고 소리쳤다.

" 도… 도련님. "

장옥정은 나를 보더니 얼굴이 새하얘지면서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몽룡이도 있었는데, 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히죽 웃었다. 자, 과연 백만냥은 어찌되었을까.

" 아, 당신도 있었군요. 오늘이 정확히 약속한 한 달째라는 것을 알고 계시겠죠? "

" … 한 달은 너무 짧소. 한 달만 더 주시오. "

" 설마 돈을 못 구한 겁니까? 하하하하하. "

나는 예상대로 돈을 구하지 못한 몽룡이를 보면서 크게 웃었다. 얼마나 웃음이 컸는지 몽룡은 보기 민망했는지 미간을 찌푸리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 얼마나 구하신 겁니까? "

" … 삼십 만냥이오. "

" 정말 택도 없이 적군요.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제 것이 되었습니다만. "

" 닥치시오! 그녀를 넘겨줄 순 없소. "

나는 곤란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고 뒤에 대기해있는 부하들에게 고개를 까딱했다. 덩치 두 명이 저벅저벅 가더니 몽룡이의 팔을 붙잡고 끌어내려버린다. 장옥정이 도련님!- 하고 애처롭게 부르자, 몽룡은 발광하면서 몸을 뒤틀었다.

" 놔!! 당장 놔라!! "

" 하하하하, 이거 그녀가 내 것이 된 기념으로… 그녈 따먹어버릴 생각인데. "

나는 몽룡의 근처에서 조용히 속삭이면서 지나쳤다. 그는 미친듯이 팔을 내저으면서 몸부림쳤지만, 덩치 하나가 더 붙자 꼼짝달싹을 못했다.

" 이 자를 묶어라. 그리고 옆방에 고이 모셔다 놔라. 물론 풀어지지 않도록 하고. "

" 예, 도련님. "

곧 몽룡은 줄로 칭칭 감긴채 장옥정의 옆방에 감금되었다. 물론 장옥정의 소리가 다 들리는 것은 보나마나 뻔했다. 일부러 소리가 들리도록 조치한 것이니까.

" 그럼, 마지막까지 수고해, 옥정아. "

" … 정말 이것까지 해야해요? 이건… 도저히 못하겠어요. "

그녀는 심지어 관계를 맺는 소리까지 내야되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녀가 대담하고 내 말을 다 듣는다고 해도, 다른 남자가 자신의 신음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 그래? 그럼… 정말로 강제적으로 해야겠네. "

" … 네?! 꺗. "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나였기에, 장옥정이 싫다는 것도 억지로 방으로 집어넣어 그녀의 옷을 벗겼다.

" 꺗!! 꺄아아앗! "

정말로 싫었는지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지만, 그래봤자 내 힘에는 당하지 못한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그녀는 나에게 벗어나려고 엉금엉금 기어갔지만, 내가 다리를 잡아 슥- 끌어오니 그대로 내 앞에 대령되었다.

" 아하하하, 그럼… 시작하지. "

" 안돼… 안돼욧!! 안돼앳! 꺄아앗 "

그리고, 그날내내 나는 장옥정을 괴롭히면서 열번 가까이 절정으로 보내버렸다. 그녀가 탈진되어 쓰러져있는 것을 내가 일일이 몸을 깨끗히 닦아 그녀의 옷을 입히고 그대로 들고 나왔다.

" 항대야! "

" 네, 주인님. "

" 그녀를 조심히 모셔라. "

" 네, 걱정마십시오. "

장옥정은 조심스럽게 가마 안으로 옮겨진 뒤에 그대로 우리 집으로 향했다. 나는 부하 몇몇을 대동하여 이몽룡이 감금되어있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 호오라, 이거 펑펑 울고 계셨구만? "

입에 재갈이 물려져있었기에, 그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몽룡은 나를 향해 몸을 들썩이면서 다가왔다.

" 으으… 으으으으으으으!!!! "

너무나 사랑하는 장옥정이 나에게 온갖 능욕을 당하는 소리가 들렸으니, 환장하고도 남았겠지만 그래봤자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 어이구,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장옥정은 이미 내가 잡아가버렸는데. "

" 으으으으으으으으!!!! "

" 그리고 말이야. 당신이 쓴 각서… 이거 부사님에게 보여줄 생각인데, 과연 어찌될까? 크흐흐흐. "

나는 부하들에게 그의 재갈을 풀어주라고 눈짓을 주었다. 몽룡은 재갈이 풀리자마자 나를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는데, 왜인지 그 욕설이 기분이 좋았다. 그만큼 그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는 말일테니까.

" 죽어, 이 개자식아! 개놈만도 못한 놈! 이런 미친놈!! 미친 새끼!!!!! 당장 그녀를 데려와… 데려와아아아아아!!!! "

" 아이고, 시끄러워라. 버리고 와라. "

" 예, 주인님. "

그들은 몽룡을 어깨에 짊어지고 방을 나섰다. 끝까지 몽룡이는 욕설을 퍼부으면서 나를 저주했다.

" 잘가라, 나중에 보자. "

" 닥쳐! 이거 놔! 이거 놔아아아!!! 그녀를… 그녀를 돌려줘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

결국 몽룡은 대문 바깥으로 내팽겨쳐지면서 바닥을 뒹굴었다. 사람들 몇몇이 다가와 밧줄을 풀자 대문을 두드리면서 욕설을 퍼부었지만, 이젠 끝난 일이다.

' 남원 부사의 얼굴이 어찌될지 궁금하군. '

이참에 몽룡의 어미까지 확 잡아먹어버릴지 고민했다.

' 그래, 그게 좋겠어! 아주 영혼까지 파멸시켜버려야겠군. '

일단 장옥정을 만나야하기에, 나는 그녀가 있을 집으로 먼저 향했다.

- 탁

" … 당신에게 너무 실망했어요. 이런 사람일거라곤 생각조차 못했다구요. "

장옥정은 나를 흘겨보면서 고개를 휙- 돌렸다. 나는 거듭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계속 내 손을 쳐내면서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 정말 이럴거야? 내가 미안하다고 계속 하잖아. "

"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요?! 당신은 짐승이에요! 하찮은 짐승이라도 그런 짓을 안할거에요. "

나는 그녀의 말에 얼굴을 굳혔다. 순간 장옥정은 너무 심한 말을 한건가- 싶어서 조금 당황했지만, 그래도 아직 화가 다 풀린 것은 아닌 모양인지 사과의 말을 건넬 생각은 없어보였다.

"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

" 다… 당연하죠. "

" 알았어. 짐승은 이만 갈께. "

" 어… 어…. "

나의 무표정에 장옥정은 이게 아닌데- 하는 얼굴로 머뭇거리다가 내가 문고리를 잡자 놀라서 소리친다.

" 자… 잠깐만요! "

' 크크크, 역시. '

어차피 나에 대한 호감도는 최상. 그러기에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용서를 해줄 여인이 바로 장옥정이었다. 이런 식으로 내가 나가버리면 큰일난다는 생각을 한 모양인지, 결국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이 너무 심한 소리를 했다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 나도 미안해. 그 때, 오랜만에 널 만나서 조금 흥분해버렸어. "

" … 그래도 그건 정말 아니었어요. 당신에게만… 이런…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단 말이에요. "

" 이런 모습이 뭔데? "

나는 히죽 웃으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 몰라요. "

" 뭘까? "

" 또… 왜 오는거에요? "

" 몰라서 물어? 우리 한 달이나 못 만났잖아. "

" 이제 저 힘이 없어요. "

하지만 그녀의 그런 구차한 변명이나 들을 내가 아니다. 그대로 그녀를 다시 눕히고, 2차전으로 돌입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거의 기절할 때까지 몰아붙이며 밤을 지새웠다.

" 실례합니다. "

" 아, 어서오시게. "

이몽룡의 아버지, 남원 부사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저 아랫것들에게 돈만 몇 푼 쥐어주면 끝이니까. 금새 부사를 만난 나는 그에게 안부인사를 건네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 그런데, 무슨 일로 온건가? "

" 아참, 까먹을 뻔 했군요. 이걸 보시지요. "

나는 몽룡이의 각서를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이게 뭐지?- 하는 얼굴로 종이를 받았다. 그리고 글을 천천히 읽어나가는데, 점점 얼굴이 흙빛이 되어감이 보였다.

" 이… 이게 도대체. "

" 부사님의 아드님께서 직접 지장까지 찍으셨습니다. 백만 냥 말이지요. "

" 말도… 말도 안돼! 어떻게 백만냥을…. 우리 집을 전부 털어도 백만 냥은 턱없이 부족해! "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 저도 압니다. 하지만, 떡하니 적혀있는 것을 어찌합니까. "

" 이건 분명히 실수가 있었을거야. 우리 몽룡이가 확실한건가? "

" 확실합니다. 제 앞에서 직접 지장을 찍었거든요. "

순간 부사의 눈에서 무언가 날카로운 기운이 스쳐지나갔다. 이대로 자신의 손안에 있는 종이를 찢으면 된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사실 나는 지금 그를 시험하고 있었는데, 만약에 그 종이를 찢으면 부사까지 모두 처리해버릴 생각이었다.

' 과연. '

" 이게 정녕 그 종이가 맞는가? "

" 네, 맞습니다. 밑에 지장까지 찍혀있잖습니까? "

" 흠흠…, 그러면 이만 가보게. 내가 어떻게든 구해줄테니. "

그 순간 나는 속으로 엄청 웃었다. 딱봐도 흑심이 보이는데, 부사는 안 그런 척하고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까.

" 정말 갚아주시는 겁니까? "

" 물론이지. 날 믿게. "

" 그럼, 부사님만 믿겠습니다. "

' 미친 새끼. 이정도로 상도에 도가 튼 내가 순순히 물러난다고 하면 수상하다고 생각해야할 것 아냐? '

역시나 나이는 엉덩이로 먹었는지, 그는 눈앞에 있는 종이에만 급급하여 정말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었다. 결국 그들은 진정 파멸을 선택한 것이다.

"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

" 그래, 배웅은 않겠네. "

나는 그에게 등을 돌리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 바이바이, 이몽룡. '

============================ 작품 후기 ============================

완전히 파멸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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