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7화 (11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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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요? "

" 나야, 개똥이. 문좀 열어주게. "

" 개똥이? 알겠어. "

성문이 천천히 열린다. 밤에는 어떠한 일에도 열리지 말아야할 문이었지만, 돈의 힘은 사람을 조종하기 너무나 쉬웠다. 문이 열리자 병사는 개똥이의 뒤에있는 수레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열른 들어와… 컥?! "

" 무슨 일이야? 컥! "

순식간에 병사 둘의 목을 검을 꿰뚫어버리자, 성을 지키는 병사들이 황급히 움직였지만, 곧 화살에 꿰뚫려 죽고 말았다. 그들은 순식간에 성문을 장악한 뒤에 병사들을 향해 들어와라고 신호를 보냈다.

3천이나 되는 인원은 순식간에 성문을 들어와 천천히 궁을 향해 움직였다. 이미 그들은 한양을 상시로 순찰하는 관병들의 시간과 위치를 알고 있었기에, 그들 몰래 왕궁까지 도달했다.

물론 거기까지 들키지 않고 3천이나 되는 병사들이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중요한 길목은 곳곳마다 매수해놓았기에 손쉽게 지날 수 있었다.

" 누구냐! "

" 나야, 개똥이. "

" 개똥이? 잠시만. "

왕궁의 궁문을 지키는 병사 하나가 횃불을 들고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 순간 화살 하나가 그의 목을 꿰뚫더니 곧 수많은 화살이 우수수 날아와 궁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군들을 모조리 죽였다.

" 적이다!! 적이다!!! "

- 땡땡땡땡땡

종이 땡땡땡- 하고 울렸지만, 이미 늦었다. 군사들은 순식간에 문을 부수고 들어가 창을 들고 뛰어오는 적들을 무참하게 베어버렸고, 순식간에 왕궁을 점령했다. 그리고 곧바로 왕이 침소하는 지밀로 찾아갔다. 시간에 맞춰 김창식 어사도 병사들을 이끌고 각자 탐관 오리들을 죽이러 갔을 것이다.

" 끝났군. "

당연히 숙종은 깜짝 놀라며 이게 무슨 일이냐고 소리쳤지만, 그것을 내시가 알 리가 없었다. 나는 그대로 숙종이 자고 있는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 이게 무슨 짓이오! 이곳은 전하께서… 으악! "

항대는 곧바로 내시의 아랫배를 차서 쓰러트리고 어전의 침소 앞을 지켰다.

" 누구냐! "

" 전하, 신 김 태황이라 합니다. 지금 조선의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쓸모없는 거머리들을 숙청하기 위해서 부득불 이리 나서게 되었습니다. 염려치 마십시오. "

" 그게 무슨 소리냐! 거머리라니?! "

" 전하께서는 그저 아침까지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러면 모두 알게될 것 입니다. "

" 어허!! "

그리고 나는 곧바로 벌떡 일어나 침소를 나왔다.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지금 피를 본 나는 무척이나 흥분한 상태였기에, 이정도 예의를 지킨 것도 용한 것이었다.

" 이미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애들을 시켜서 어사님을 도우도록 해라. "

" 예, 주인님. "

항대는 곧 자신의 부하 몇몇을 시켜 김창식 어사님을 도와 탐관오리들을 죽이도록 했다. 밤부터 날이 새기 직전까지 무려 수천 명이 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양의 백성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문을 모른채 불안한 눈으로 집을 나왔다가 벽에 붙어있는 벽보를 보면서 만세를 외쳤다.

" 만세!!!! 만세!!!! "

" 드디어!!! "

벽보의 내용은 이러했다.

- 수많은 비리를 저지른 탐관 오리들을 척살하고, 조선을 바로 잡으리라.

그리고 그 밑에 죽어야할 인물들의 목록을 쫙- 적어놓았다. 백성들은 순식간에 궁앞으로 발디딜틈없이 몰려왔다. 나는 곧바로 굶고있는 백성들에게 무상으로 곡식을 나눠주기 시작했고, 직접 앞으로 나가 얼굴을 비췄다.

" 저 분이라네! 저 분께서 예전에 이 한양을 구원해주셨지! "

" 아이고, 선비님!! 선비님께서 이 나라를 구해주셨습니다! "

" 차라리 선비님께서 용상에 앉으십시오!! "

당장 참수당해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의 말이 나왔는데도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정말로 그들은 내가 왕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나는 왕따윈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왕이 되면 너무나 귀찮은 일이 많으니까. 그저 왕을 움직이는 진정한 실세가 되는 편이 훨씬 좋다.

" 저는 그런 과분한 자리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저 여러분들이 행복하고 풍족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 아이고, 선비님! 정말 하늘에서 내려주신 분이네! "

" 선비님! 무슨 일을 하셔도 저는 선비님을 믿습니다. "

백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나였기에, 이런 사태가 일어나도 그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이 한번 확 뒤바뀐다는 생각에 기대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다시 왕궁으로 들어가 어사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이보게! "

" 아, 어사님! "

드디어 온몸에 피범벅이 되어있는 어사가 나에게 뚜벅뚜벅 다가왔다. 얼마나 사람을 죽였는지 그는 온몸이 피범벅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 그런 탐관오리들을 마음껏 죽일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네. 내가 사람 하나는 정말 잘 선택한 것 같아. "

" 모두 처리하셨습니까? "

" 잠시 자리를 피한 몇몇 놈들을 빼곤 전부 처리했네. "

그리고 그의 뒤로 수레 몇개가 왔는데, 거기엔 수많은 수급들이 있었다. 모두 탐관오리들의 목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 이제 한양뿐만 아니라 전국 전체로 뒤엎어야지요. 반란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말이죠. "

" 그건 내게 맡기게. 확실하게 처리해주지. "

" 어사님만 믿겠습니다. "

" 나도 자네만 믿겠네. 이제 예전같은 조선을 보기 싫어. 내가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평화로운 조선이 되길 원하네. "

" 물론이지요. "

나는 그대로 다시 궁안으로 들어갔다. 숙종은 이미 등청한 상태였는데, 수레에 쌓여있는 수급을 보면서 머리를 감싸매고 휘청거렸다.

" 아아. "

" 모두가 돈과 권력에만 눈이 먼 짐승들입니다. 알리지 못하고 이런 일을 한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

" … 오늘은 돌아가겠네. 날 찾아오지 말라. "

그리고 숙종은 침소에 들어간채 식음을 전폐했다. 당연히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크크크, 그럼 이제 왕궁의 공주들은 내 몫인가? '

그래도 곧바로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순 없으니, 일단 왕궁을 안정시킨 뒤에 차차 해결해나가면 될 것이다. 나는 곧바로 전국에 있는 모든 백성들을 향해, 천민이든 평민이든 계급에 상관없이 인재들은 모두 모여라고 선언했다.

왕궁의 탐관오리들이 전부 처형되었다는 소식에, 조선에 환멸을 느끼고 있던 수많은 명인들이 하나둘씩 한양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름 높은 명사부터 시작해서, 숨어지내던 기인까지! 순식간에 비어있던 관직들은 그들이 임시로 맡게 되었다.

물론 그들 중에서도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이 종종 나왔는데, 그런 경우에는 나는 가차없이 벌을 내렸다.

" 이제 조선에는 절대 비리는 없을 것이다! "

덕분에 조선 전역에서는 나에 대한 칭송이 자자했고, 죽은 벼슬아치들에겐 손가락질만 난무했다. 그들은 삼족이 멸해져, 남자란 남자는 모두 죽거나 귀양을 갔고, 여자들은 모두 관노가 되어 해보지도 않은 일에 종사하게 되었다.

물론 그녀들 중에서 나의 눈에 띤 여자들은 모두 비밀스럽게 나의 별장으로 보내졌다.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나만의 사람들로만 채워져있는 꿈의 별장.

" 아앙! 아앙! "

" 후후후, 네년의 아비가! 조선에 무슨 짓을 한 줄 아냐! "

" 아앙! 부디… 부디 저의 몸으로 그 죄를 사해주시길!! 아앙! 아아앙! "

나중에 이곳은 공주까지 채워넣을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왕궁 전체를 장악해야겠지만.

' 공주를 무슨 수로 빼내야하나. '

숙종의 자식들은 수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혼인하지 않은 공주와 옹주도 고작해야 3명뿐이었다. 그 중에서 2명은 나이가 너무 어렸고, 그나마 한 명이 적당한 나이였는데, 다행이도 그녀는 나의 기대에 흡족할 정도로 미모가 출중했다.

" 후후, 공주님. "

" … 저에게 분명히 접근하지 말라고 했을텐데요. "

" 곧 혼인하게 될 사이에 이러시면 안될텐데요. "

" 하! 아바마마께 다시 말씀 드려야겠어요. 당신과 절대 혼인하지 않겠다구요. "

" 글쎄, 과연 그게 가능할까요? "

그 뒤로 곧바로 공주는 숙종에게 자신과 혼인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듯 했으나, 그것은 곧 묵살되었다. 워낙 내 존재자체가 대단했고, 왕실 안에서도 나와의 혼인을 추진하는 분위기였으니까. 숙종도 처음에는 나를 별로 좋지 않게 보다가, 점점 발전하는 듯한 조선을 보면서 확실히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나에게 점점 살갑게 대해주는 그의 태도 변화가 그 증거였다. 공주는 자신의 어머니의 가문이 나에게 박살나면서 어미에게 꽤나 새뇌를 당했는지 이상하게도 나만 보면 길길이 날뛰었다.

물론 그런 날뜀이 나에겐 좋지만.

' 공주와의 혼인이라… 나쁘지는 않아. 나쁘지는 않은데…, 내가 이대로 순순히 당해줄 순 없지. '

공주와 혼인을 하면 상당히 왕실에 묶이게 되는 것을, 내가 파악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차라리 완벽하게 그녀를 내 손안에 넣는 것이 나을 것이다. 꿈의 별장으로!

" 크크크, 위쪽 함경도에서 상당히 시끄럽다던데, 그것을 좀 이용해야겠군. "

대부분이 숙청되었지만, 죽지 않은 탐관 오리 몇명이 함경도쪽으로 도망간 상태였다. 거기서 나에게 반기를 들고 군사를 모은다고 하던데, 그래봤자 나의 세력에는 새발의 피였다. 나는 부하들에게 시켜 그들을 처단하도록 하고, 곧 그 반기를 들었던 놈들의 수급이 수레에 실은 채로 나에게 보내졌다.

" 꼴 좋다, 병신들. "

" 그녀의 여식들도 보내졌습니다만. "

" 별장으로 옮겨놔. 내가 친히 살펴봐야겠다. "

" 예, 주인님! "

워낙 준비를 철저하게 한 덕분에 게임이 참으로 스무스하게 진행되었다. 이대로 공주까지 먹고, 춘향이와 향단이를 소환수로 결정하면 게임은 끝이다.

' 뭐, 아직 즐길 거리는 충분하니까. '

" 그게 무슨 소린가!! "

궁은 발칵 뒤집혔다. 잠시 궁밖으로 꽃놀이를 가겠다던 공주가 괴한들에게 납치되었다는 말에 숙종이 입을 떡 벌리며 놀란다. 그 말에 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관원에게 호통했다.

"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길래 그녀가 납치되도록 방관한 것이오!! "

" 그게… 그게 너무나 급작스럽게…. "

" 이 일에 관여된 이들은 전부 각오하시오! "

그리고 숙종에게 자신에게 이 일을 전임하라고 부탁했다. 당연히 그는 나에게 이 일을 맡을 권한을 주었다.

나는 곧바로 괴한들을 찾기 위해서 부하들을 풀어놓았고, 곧 그녀를 찾았다. 처참하게 간살되어 있는 그녀를. 얼마나 처참하게 맞았는지 이미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고, 그녀가 입은 옷만 찢어져있는 상태로 그녀가 공주임을 밝히고 있었다.

그야말로 궁은 발칵 뒤집어졌다. 무려 나의 혼인 상대였던 공주가 간살되어 발견되었다니! 나는 이 일에 연관된 벼슬아치들 몇몇을 찾아내었고, 그들을 모조리 숙청시켰다.

" 어찌할꼬…, 어찌할꼬! "

숙종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딸이 간살되었다는데 멀쩡하게 있을 부모가 없었다.

' 크크크, 과연. '

사실 이 모든 것은 나의 연극이었다. 그녀는 나의 꿈의 별장에 고이 있었고, 시체는 잠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빌려온 여인의 것이었다. 결국 공주는 이제 아무도 찾지 않으려고 했고, 그녀는 서서히 잊혀져갔다.

- 짝!

" 이… 이 불한당! 날 풀어줘! "

============================ 작품 후기 ============================

폭참을 받아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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