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2화 (119/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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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마을을 지나친 후에 대략 이틀 정도를 더 걸었을까. 중간에 산적도 몇 번씩이나 만나고, 노상강도도 만났지만 그들이 가진 것 모두 탈탈 털어먹고 깔끔하게 죽여버렸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덕분에 도시에서 쓸 노잣돈은 넉넉했기에 오히려 그들을 만난 것이 나에게 행운이라고 해야할까.

' 적당하네. 거점으로 삼기 딱 좋겠네. '

나는 높다란 성벽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산적들과 강도들에게 정보를 들은 결과, 여긴 베네딕트 왕국의 칼리반 영지라고 했다. 드넓은 평원과 초원 덕분에 농업과 목축업이 발달했다고 한다. 영지는 꽤 부유했으며, 영주도 인심이 넉넉해서 꽤 살기 좋다는 평이 자자했다.

' 그럼 어떻게 꿀꺽 삼켜볼까. '

" 누구쇼. "

" 아, 여행자입니다. 저멀리 한센 마을에서 왔습니다. "

당연히 한센 마을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 아마도 경비병은 어느 산골짜기 마을에서 온 촌놈이라고 나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기엔 내 얼굴이 너무 귀티나게 생겼다는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특별히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을테니 무난하게 통과하지 않을까.

" 신분증 없으면 못 지나가. "

" 음. "

예상 외로 철저한 신분 검사였기에 나는 침음을 삼키며 품에서 보석 하나를 꺼냈다. 누가봐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반짝이는 루비 보석에 경비병은 침을 꿀꺽 삼켰다.

" 에이 그러지 마시고, 자 시원한 맥주 한잔 사드세요. "

" 흠흠, 말썽 부리지마. "

" 예이예이, 걱정마십시오. "

역시나 이런 촌구석 영지는 뇌물 하나면 만사형통이었다. 아마 너무 큰일이 아니라면 적당히 죄를 저질러도 돈만 쥐어준다면 해결될게 분명해보였다.

' 내가 영지를 먹으면 먼저 네놈같은 쓰레기부터 싸그리 갈아주마. '

어쨌든 무사히 정문을 통과한 나는 우글거리는 사람들을 뚫고 제일 먼저 술집으로 들어가 여급에게 맥주 한잔을 시켰다. 역시나 일생에 한번 볼까말까한 인물이었는지라 여급은 반쯤 뿅가버린 얼굴로 흐느적거리며 맥주를 가지러 갔다. 다들 내 얼굴을 보며 수근거렸는데, 너무 잘나도 문제긴 문젠가보다.

여급이 가져다준 맥주를 한잔 다 비워갈 무렵, 때마침 누군가가 술집 문을 덜컹 열고 들어왔다. 꽤 험악하게 생긴 사내 여럿이었는데, 사람들은 그들을 보자마자 황급히 시선을 돌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꽤 유명한 녀석들인가?

" 저놈이야? "

" 진짜 반반하긴 하네. 두목이 좋아하겠어. "

" … 닥쳐 새끼야. "

볼에 긴 자상이 있는 사내는 옆에 쥐처럼 생긴 사내에게 으르렁 거리고는 쿵쿵- 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멀리서 봐도 꽤 큰 덩치였는데 가까이서보니 오우거만큼이나 덩치가 큰 것 같았다. 이걸 거인병이라고 하던가? 나중에 이러다보면 심장에 무리가 가서 위험하다고 하던….

내가 그를 보며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오우거같은 놈이 내 멱살을 잡더니 휘떡- 들어올려 자신의 눈높이에 맞췄다.

" 어라? "

" … 잘생기긴 했구만, 젠장할. "

" 왜, 나한테 관심있대요? "

" 주둥아리 놀리지마라, 이 새끼야. "

그는 험악한 눈빛으로 내 몸 위아래를 훑다가 바닥에 휙- 던졌다. 물론 그렇다고 넘어질 내가 아니였기에, 나는 가뿐히 중심을 잡고 옷을 손으로 탈탈- 털었다.

" 애송이 새끼…. "

" 두목이 날 보자면서요? 얼른 가요, 저도 심심한 찰나였는데. "

" … 울면서 보내달라고 조르지만 마라, 이 개새끼야. "

하지만 고이 모셔란 명령이 있었는지, 그는 더이상 나에게 손을 대지 않았고 나도 굳이 그의 성격을 박박 긁지 않았다. 괜히 여기서 일을 벌였다가 경비병이 몰려오는 사태는 피하고 싶었으니까. 그나저나 두목이라니….

' 재밌게 흘러가는데? 크흐흐. '

*  * *

" 호. "

혹시나 했는데 역시 두목이란 작자는 여자였다. 그것도 조금 나이 먹은 듯한 느낌. 30대 중반정도의 농염한 여자라고 표현할까. 몸매는 제법 살집이 있었고, 가슴도 상당히 컸다. 코끝에 박혀있는 점이 그녀의 애교포인트였는지 제법 예쁘장한 얼굴에 매력이 있었다.

" 정말… 잘 생겼네. 너처럼 잘생긴 사내는 살면서 처음봐. "

" 칭찬 감사합니다. "

" 이만 나가봐. "

나가라는 소리에도 오우거같은 남자는 한참이나 서있었는데, 결국 여두목의 눈초리에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갔다.

" 저놈이…. "

" 아름다운 당신에게 마음이 있는가봐요? "

" … 호호호, 장난? "

" 진심입니다. "

그녀는 나의 유들유들한 말솜씨에 호호- 하고 웃으며 좋아라했다. 아무리 위엄있는 여두목이라고 해봤자, 결국 여자는 여자. 잘생긴 남자에게 홀라당 넘어가는 것은 뭇 여자들의 어쩔 수 없는 본능 중에 하나다. 그것도 자신이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걸치적거리는 것도 없다.

" 그나저나 절 부르신 이유가…? "

" 당연히 너와 함께 있고싶어서지. "

" 그렇습니까? 이거 제가 당신같이 아름다운 분과 함께 있어도 되는겁니까? "

" 아부는… 호호호. "

이미 그녀의 마음은 나에게 홀라당 넘어온 상태였다. 어차피 진행될 과정이었기에, 나는 서스럼없이 그녀에게 저벅저벅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 어머. "

" 리드는 제가 해도…? "

" … 당돌하구나. "

" 침대에선 절 능가할 여인이 없을텐데요. "

그 말에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호승심인가?

" 그 말 책임질 수 있느냐? "

" 당연하지요. "

" 좋다. 그럼 내기 하나 해볼까? "

내기란 소리에 나는 꽤 재밌게 판이 돌아간다고 느꼈다.

" 무슨 내기 말입니까? "

" 둘중 하나의 입에서 졌다-는 소리가 나오면 끝나는 것이다. 어때? "

" 그럼 당신의 입에서 졌다는 소리가 나오게 하면 된다는 뜻이군요. "

" 호호호, 자신감 하나는 최고네. "

" 자신감빼면 시체입니다. "

한마디도 지지않는 나를 보면서 그녀는 붉은 혀로 입술을 야릇하게 핥았다. 그러면서 천천히 자신의 상의를 벗었는데, 정말 한손으로 잡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커다란 가슴이 내 눈앞에 드러났다. 평소에도 가슴 가리개같은 것을 하지 않는 모양인지 가슴이 조금 쳐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꽤 모양이 예쁘게 잡혀있어서 가지고 놀기엔 딱 좋아보였다.

" 그럼 어디 시작해볼까. "

그녀의 입에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걸린다.

*  * *

" 졌어… 졌단말이야… 으어어엉… 졌다구… 제발… 제바아알…. "

- 철퍽 철퍽

자신감 넘치던 여두목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눈물콧물이 범벅인채 울부짖고 있는 암캐의 얼굴만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꽤나 버티는 것 같더니 연속으로 절정을 보내주니 그녀도 버티지 못하고 항복선언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항복선언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아주 내가 없으면 살지 못하도록 만들 생각이었으니까.

" 제발… 제발 그만… 나 정말 죽어… 그마아아안…. "

이미 지고 있던 해는 벌써 뜨고 있었는데, 정말 밤새토록 내내 그녀를 괴롭힌 것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깊숙한 곳에 정을 뿌려넣으며 이 대장정을 멈추었다.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던 자극이 사라지자마자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 별것도 아닌게 까불고 있어. '

관계맺은 횟수가 제법 많은지 그녀의 동굴 조임이 생각보다 느슨했지만, 그래도 하룻밤 가지고 놀기엔 충분했다. 워낙 색기가 좔좔 흐르는 여자라서 그런지, 다른 자극으로도 충분한 흥분제가 되었으니까. 오랜만에 거하게 몸을 푸니 머리가 말끔해지는 기분이었다.

' 그것보다 중요한게 있지. '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바로 이 지치지 않는 강철같은 체력이랄까. 그렇게 밤새도록 그녀를 가지고 놀았는데도 피로는 커녕, 아직도 내 물건이 힘을 잃지 않고 우뚝 서있었다.

' 최고다. '

나에게 한번 빠져든 이상, 그녀는 나말고는 다른 남자를 볼 여유따윈 사라질 것이다. 아마 미친 듯이 나를 원할 것이며, 나는 그녀를 손에 넣음과 동시에 이 조직까지 손에 넣을 것이다. 첫 출발치곤 상당히 괜찮은 것 같아서 꽤나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 똑똑

" 들어와. "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여부하였는데, 그녀는 발가벗은 모습의 나를 보고는 얼굴을 붉혔다가 완전히 뻗어버린 두목을 보고는 입을 쩍- 벌렸다.

" 이럴 수가. "

그게 기폭제가 되어 조직은 엄청난 소문이 퍼져버렸다. 최고의 얼굴과 최강의 정력! 그야말로 조직의 여자들에겐 내가 최고의 남자인 것이다. 조금 걸리적거리는건, 여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서인지 사내놈들에겐 꽤나 날카로운 눈초리를 받아야했달까. 물론 또다른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 레온! 레오온! 어딨는거야?! "

" 아, 두목님. "

" 한참 찾았잖아. 얼른 따라와. "

나에게 완전히 넉다운된 이후로, 여두목은 시간만 나면 나를 찾았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나와 관계를 맺는데 시간을 보냈고, 조직 관리는 뒷전이 되어버렸다. 결국 자연스럽게 잡다한 일을 처리하는 것은 내가 맡게 되었고, 조금씩이지만 나는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 하악… 레오온… 사랑해…. "

육체적 쾌락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지, 여두목은 나와 관계를 맺을 때마다 나에게 사랑을 속삭이면서 행복해했다.

' 미안하지만, 당신같은 여자는 나한테 별로야. '

하지만, 아직까진 그녀가 쓸모있는 편이라서 나는 그녀의 요구를 거의 대부분 다 충족시켜주는 편이었다. 물론 가끔씩 그녀를 조교하기 위해서 주인님과 암캐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주 조금씩… 그녀에게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되어갔고, 조직에서도 인정받는 남자가 되고 있었다.

*  * *

" 어이, 칼. "

" … 뭐냐. "

" 시장쪽에 곤란한 일이 하나 터져서 말이야. 네가 가서 해결하고 와. "

내 말에 오우거같은 사내, 칼이 인상을 바짝 쓰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딱봐도 니까짓게 뭔데 나한테 명령이냐!?- 라는 표정이었다.

" 두목님의 명령이다. "

" 닥쳐. 네놈이 두목님을 혼란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모를 것 같아?! "

" 허허, 이거 갈수록 기어오른다? 지금 난 네놈보다 직위가 높아. "

" 닥쳐! 굴러온 짱돌 주제에! "

그의 험악한 말에도 나는 빙긋 웃으면서 대꾸했다.

" 쓰레기 새끼가 입은 험하네. "

" 뭐?! 이 개새끼…! 죽여버린다. "

결국 그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 나를 겨누었다. 몇몇 소란을 듣고 달려온 조직원들이 놀라며 칼에게 단검을 집어 넣으라고 소리쳤다.

예전엔 나에게 반감을 가졌던 사내들도 이젠 대부분 나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워낙 조직 관리부터 시작해서 사람들과의 관계성같은게 뛰어나다보니 자연스럽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달까. 내 심복을 자처하는 사내들도 있을 정도로.

" 칼! 지금 뭐하는 짓이야?! "

" 아… 두… 두목님. "

" 감히 레온에게 반항하는거야?! 단검 집어넣어. "

결국 소란은 두목인, 에레나가 오면서 끝이 났다. 그녀는 조금 심할정도로 칼에게 화를 내면서 일주일동안 근신하라고 소리쳤다.

" 당장 네 방으로 돌아가! 덩치만 산만해 가지고 반항이나 하는 쓸모없는 놈! "

그건 조금 충격적인 말이었는지 칼은 입을 떡- 벌리고 두목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몸을 휙 돌렸다. 그래, 아주 좋아. 잘하고 있어 에레라. 칼은 잔뜩 화가 났다는 포즈로 쿵쿵 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버렸다. 소란이 잠잠해지자 에레라는 나에게 달라붙어서 어디 다친 곳이 없냐며 코맹맹소리를 냈다.

" 괜찮습니다. "

" 정말이지? 레온이 다치면 내가 슬프니까…. "

이제 몸과 마음을 전부 나에게 빼앗겨버린 에레라는 내가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마치 사랑하는 남자에게 모든 것을 다 줄 것 같은 여자처럼….

' 크흐흐, 이제 작전을 시작해볼까. '

============================ 작품 후기 ============================

허허, 마수의 손길을 뻗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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