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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저분이? "
" 그럼. 지금 다른 애들도 난리야. "
한눈에 뿅- 가버릴 정도로 잘 생긴 내 모습은 이미 성안의 시녀들 사이에 자자하게 소문난 상태였고, 어떻게든 나와 썸씽을 만들려고 발악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세르비아 후작의 선언때문이었다.
- 나는 레온 경의 혼사에 대해 참견하지 않겠다. 누구든 원한다면 기회를 주겠다.
덕분에 시녀들은 물론, 가신들 중에서도 나를 노리는 이들이 나왔다. 22살의 젊은 소드 마스터. 이미 그것으로 내 가치는 이미 종결되었다. 거기에 외모까지 절정인 상황이었기에 여인들은 거의 환장한 상태였다.
" 영주님, 저를 부르셨다기에. "
" 아, 레온 경. 어서 오게. "
처음으로 보는 그의 다급한 표정. 나는 딱봐도 무슨 일이 일어난지 알 것 같았다.
" 지금 내 딸을… 에르윈을 발견했네! "
" 정말이십니까?! "
" 그렇네. 칼리반 영지에서 찾았다고하네. 지금 우리 영지로 마차에 태워서 보냈다고 하니, 얼른 나가봐야겠어. "
나는 정말 잘됐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물론 숙인 내 얼굴은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지만,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면서 그 미소를 지웠다.
" 그렇다면 저도…? "
" 그렇네. 같이 나가세. "
아마도 자신의 딸과 나를 대면해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아마 죽었다고 생각했던 딸이 멀쩡히 살아돌아왔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칼리반 영주의 말로는 딸이 정말 다행이게도 나쁜 짓을 당한 것 같진 않다고 했다는 말까지 나에게 전해주었다.
" 정말 다행이야. 정말. "
그래도 자신의 딸은 맞는지 아무런 일없이 멀쩡하다는 소리에 그의 얼굴에 기쁨이 묻어나왔다. 물론 아무런 일을 당하지 않을리가 없지 않지만.
' 크흐흐흐. '
아직 완전히 나에게 속박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호감을 가진 상태였고 또 내가 이 영지의 젊은 영웅이 되어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녀도 날 거부하진 않을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그녀와 연결이 될테고, 나는 상당부분에서 이 영지에 관여할 수 있게되겠지?
' 아주 좋아. '
나는 얼른 말을 준비하겠다며 영주의 방을 나왔다. 물론 지나가면서도 나를 흠모하는 시녀들의 눈빛을 받았지만, 지금 이런 여자들따위를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얼른 에르윈을 만나야 한다.
* * *
" 오오, 내 딸! "
" 아버지! "
에르윈은 마차에서 내려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힘차게 뛰어가 품에 안겼다. 이때만큼은 에르윈도 후작도 그저 딸과 아버지의 관계가 되어 가족의 정을 보여주었다.
"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거지? "
" … 물론이에요, 아버지. "
" 참, 내 소개하마. 이번에 우리 영지에 오게된 레온 경이란다. "
후작은 딸과의 재회가 끝나자마자 옆에 서있는 나를 소개하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아마 자신의 딸의 미모를 보고 혹할 것이라 확신한 모양일까?
" 반갑습니다, 아가씨. 레온 프라하스타라고 합니다. 레온 경이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바… 반가워요, 레온 경. "
그녀의 눈이 살짝 떨렸다. 나는 멋있게 씩- 웃어주면서 그녀에게 공손히 손을 내밀었다.
"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가씨. "
" 아…, 고마워요. "
" 이왕 이렇게 된거 같이 마차에 타고 가게. 서로 알아갈겸…. "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 후작나리.
" 그… 그렇게 해요, 레온 경. "
" 그래도 되겠습니까? "
" 물론이에요. 아버지? "
" 얼른 그렇게 하게. "
후작은 내 말을 다른 병사가 몰고 가도록 시켰다. 그리고 나는 에르윈을 먼저 마차 안으로 올려준 뒤에 그녀를 뒤따라 마차에 올라탔다. 우리들이 의자에 앉는 것을 확인한 시종이 마차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출발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 덜커덩
마차가 살짝 흔들리며 천천히 출발하기 시작했다.
" 아…, 레… 레온. "
" 아가씨, 오랜만이네요. "
" 설마 우리 영지로 올 줄은 몰랐어. "
" 아가씨가 가는 곳에 제가 없어서 되겠습니까? 예전보다 더 아름다워지셨군요. "
그녀는 쑥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며 살풋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마차 커튼은 가려져있으니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밖에선 알 방법이 없었다. 더군다나 갑자기 문을 확- 열어재끼는 그런 몰상식한 행동을 할 사람도 없다. 그런 놈은 당장 귀족능멸죄로 목이 잘릴테니까.
" 제가 없어서 쓸쓸하진 않으셨는지…? "
" 앗…, 레… 레온. "
나는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면서 손으로 목부터 어깨, 그리고 잘록한 허리까지 쓸어내렸다. 그녀의 숨결이 순식간에 뜨거워지며 아련한 눈빛으로 변했다.
" 나… 나…. "
" 예, 알다마다요. 여기선 곤란하니…, 가서… 더욱…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 "
" 하읏…. "
아주 살짝 그녀의 가슴을 쓸어내리며 목에 입을 쪽- 맞췄다. 그녀는 내품에 안기며 레온- 하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 크흐흐, 이제 이년을 완전히 구워삶아서 먹어버리면 일단락될테고. '
이제 남은 것은 영지를 조금씩 내 밑으로 넘어오게 하는 것. 물론 아직 후작이 건재했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에르윈과 혼인을 할 것처럼 만든다면 다는 아니더라도 일부 권한은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첫 번째로 시작해, 후작의 영지를 야금야금 갉아먹을 생각이었다.
" 레오온…. "
* * *
" 부단장이라뇨? 인정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그가 대단한 실력을 가진 자라고 하나, 저희 기사단은 역사적으로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합니다. "
대부분의 기사들이 자신의 주장을 외친 기사의 말에 동조하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음에도 정신력으로 버티면 된다고 말한 헥스 경은 끄흠- 하고 곤란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밑에서 시작하는건 내 취미가 아니라서 말이야. 더군다나 시커먼 남자들 밑에서 말이야. 당연히 기사라고 전부 남자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기사의 수는 매우 소수였다.
나는 잠시 헥스 경을 바라보면서 제가 말해도 괜찮냐는 눈빛을 주었다.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자연스레 내가 그보다 앞으로 위치가 바뀌었다.
" 정확히 무엇이 불만이란 소립니까? "
" 아무리 당신이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고 해도, 이 우리 기사단에는 역사적인 규율이 있단 소립니다. "
" 음, 그렇군요. "
" 인정하십니까? "
나는 당연히 후작의 기사단의 명예에 먹칠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워낙 순순히 인정하자 그 기사도 조금 뻘줌해졌는지, 나를 바라보던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
" 그럼 좋습니다. "
헥스 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어지는 내 말에 경악하는 표정이 되어 입을 쩍 벌렸다.
" 새로운 기사단을 만들겠습니다. "
" !! "
비단 그 뿐만 아니라 그곳에 서있던 모든 기사들이 경악하며 입을 쩍 벌렸다. 내가 그런 말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 이건 후작각하께서도 허락하신 일입니다. 자, 그럼 하나 더 제안하겠습니다. "
나는 빙긋 웃으면서 기사들을 슥- 둘러본 뒤에 손뼉을 짝- 쳤다.
" 저의 기사단으로 들어오고 싶으신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
* * *
" 말도 안됩니다! "
" 이미 허락한 일이네. "
" 하지만, 이건 기사단을 양분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
" 원치 않는다면 기사들은 현 기사단에 남아도 좋다고 했잖는가? "
헥스 경의 불만에도 후작은 그게 뭐 어때서?- 하는 얼굴로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하지만…, 이럴 순 없습니다. "
" 뭐가 안된다는 소리지? 다른 영지에도 기사단이 두 개 이상인 곳이 있네. 심지어 공작 전하도 기사단이 둘이 있지 않은가? "
" 역사적으로…. "
하지만 헥스 경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후작은 손을 들어올려 그의 말을 끊었다.
" 계속 옛날 것만 답습한다면, 그건 썩기 마련이지. 언제나 새로운 것을 다시 시도해야해. 헥스 경은 그런 내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
결국 헥스 경은 한숨을 쉬면서 알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물론 나를 살짝 노려보는 것을 잊지는 않았는데, 거기엔 나중에 보자- 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
" 그러게. 레온 경과 단둘이 얘기할 것이 있어서 말이야. "
헥스 경은 그대로 영주의 집무실에서 나갔다.
" … 거하게 쏟아놨군. "
" 아까 적절하게 말씀하셨더군요.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고. "
" 나도 기사단을 한번 개혁할 때가 됐다고는 생각했지만…, 너무 급하면 반발이 심하네. 그걸 다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 썩은 부위는 단번에 도려내야하는 법입니다, 후작 각하. 너무 옛것에 매달리면 융통성을 잃는 법이지요. 후작 각하께선 제 말뜻을 이해하실거라 믿고 있습니다. "
그는 허허- 하고 웃으면서 쓰고 있던 안경을 벗었다.
" 자네…, 정말 보통 인물이 아니군. 솔직히 조금 무서워지려고 해. "
" 그럴 이유가 어디있겠습니까. "
" 내 딸과 자네가 꽤 깊은 사이가 되었다고 하더군. "
" 영광일 뿐입니다. "
후작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깍지를 낀채 나를 바라보았다.
" 자네가 내 딸과 깊은 사이가 되었다기에 말하는 것이야. 나는 이대로 후작으로만 있을 생각은 없네. "
그 말에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 … 그러시군요. "
" 알고 있었는가? "
"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
" 자넨 뛰어나. 기사라는 껍질을 뒤집어 쓰고 있지만…, 왕의 재목을 가지고 있어. 나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네. "
" 그렇게나 저를 높이 봐주시니 영광입니다. "
나의 감사의 인사에 그는 손을 휘휘- 저었다.
" 다만 하나 걱정인 것은, 자네의 목표 중간에 내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것일세.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부디 그럴 일은 없길 바라네. 만약에 내 딸과 자네가 혼인을 한다고 해도…. "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 내 앞을 막는다면 그 누구도 인정을 베풀지 않을 것이야. "
" 물론입니다. 오히려 후작 각하의 힘이 되어드리지요. "
" 그러면 더 바랄게 없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내 뒤를 자네가 이을테니까. "
" 벌써부터 그렇게 결정하신겁니까? "
" 내 예측이 빗나간 적은 없어. 그건 자신하지. "
그는 정말로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내가 보통 인물을 적으로 둔 것이 아니구나. 느슨하게 대했다간 역으로 당하기 쉽상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달리 마음을 먹었다. 이거 너무 쉽게가나 했더니, 역시나 큰 벽이 있군.
" 만약에 제가 에르윈 아가씨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어쩌시렵니까? "
" 그럴리 없네. 내 딸이 죽었다면 몰라도, 살아있는 한은 절대 그럴 일이 없지. "
" 제가 싫다면요? "
" 호, 그럼 도전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내 혼사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말했던 주제에, 지금은 아예 자신의 딸과 이어지지 않으면 적으로 생각하겠다고 협박하다니. 물론 그녀와 이어질 생각은 있었지만, 아직까진 아니었다. 혼사란 것은 언제나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었기에, 벌써부터 그녀와 이어지면 좋은 무기 하나를 버리는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 이거 무서워서라도 에르윈 아가씨와 이어져야겠군요. "
" 솔직히 말하자면 당장이라도 합방을 시키고 싶은 생각이야. 그래야 내가 조금이라도 더 안심을 할 수 있으니. "
" 이럴 생각이셨다면 왜 저를 데리고 오신 겁니까? 차라리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절 죽이시면 되지 않습니까? "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그 상황에서 자네를 죽일 방법은 없었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
" 호, 준비하신 겁니까? "
" 물론. 내 한마디면 곧바로 실행되지. "
" 혹시 지금 여기에 매복해있는 암살자들을 믿는건 아니겠지요? "
내 말에 후작의 목울대가 꿀렁였다.
" … 알고 있었는가? 하긴, 모르는게 이상할테지. "
" 뭐, 나쁘진 않지만 저에겐 한참 부족합니다. 그리고 말씀드리자면, 어떤 방법으로도 절 해칠 수는 없을 겁니다. "
" 상당히 자신만만하군. "
나는 별말씀을…- 하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 사실 자네를 데려온 것은 내 역량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네. "
" 역량이라시면…? "
" 자네를 내 그릇 안에 넣어볼 생각이었지. 내가 클 것인가, 아니면 넘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인가. "
알면 알수록 그는 대단한 사내였다. 정말 내가 없었더라면 베네딕트 왕국을 손에 넣는 것은 이 남자가 아닐까- 할 정도로.
" 물론 아직까진 모르겠지만, 나는 자신있네. "
" … 절 너무 높게 쳐주시는게 아닙니까? "
" 나는 내 안목을 믿는 사람이지. 절대 자넨 적어도 내 밑은 아니야. 그건 확실하지. 품을 것인가, 품을 수 없을 것인가. "
그는 마지막으로 주먹을 쥔 채 책상을 쿵- 내려찍었다.
" 재밌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