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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온 새 기사단의 인원은 총 3명. 남자 둘에 여자 하나. 내 예상에 빗나가지 않은 숫자라 나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대기실로 갔다.
" 아, 단장님. "
남자 둘중 하나는 이제 막 성취가 소드 익스퍼트로 올라간 젊은 사내였다. 이 젊은 사내의 이름은 로이 레미. 그는 내가 소드 마스터라는 이유때문에 왔다는데, 아마 기사들이 많이 없을테니 나에게 집중적으로 훈련을 받을 수 있을거라 예상한 듯 싶었다.
" 다들 환영합니다. 비록 아직 기사들의 수가 많지 않지만, 전 우리 기사단을 이곳…, 아니 대륙 최고의 기사단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
" 영광입니다. "
나는 만족하는 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슥- 훑어보았다. 레미 경과 리스본 경은 모르겠지만, 허드슨 경은 내가 충분히 잘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 둘도 차차 내 손아귀에 넣어올 생각이지만, 일단 가장 먼저 허드슨 경을 내 종속으로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사실 그 종속법이 쉬운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종속할 마음을 가지는 것도 있겠지만, 마음에 악 성향이 우세해야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몬스터나 마수처럼 이지가 없는 놈들이라면 바로 종속이 가능하지만, 인간은 아무리 그래도 마음 속에 성 성향이 더 강하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그는…. '
내 예상이지만, 허드슨 경은 악 성향이 보통 다른 사람들보단 조금 더 많을 것 같았다. 물론 그게 성 성향을 압도할지는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내가 조금 손봐주면 쉽게 바뀔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오늘은 그저 서로에 대해서 인사만 나눌겸해서 이렇게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내일부턴 다들 제대로 훈련을 시작할 겁니다. "
" 예, 단장님! "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이만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말한 뒤에, 허드슨 경만 잠시 남아서 얘기를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 물론입니다! "
리스본 경이 살짝 기대하는 눈치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내가 아무 말이 없자 약간 실망한 표정이 되어 대기실에서 빠져나갔다.
" 저…, 무슨 일로…? "
" 아니, 일단 부단장을 정해야해서 말이지요. "
" 그… 그렇습니까? "
그의 얼굴이 대번에 환해졌다. 나는 속으로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포도주 한 잔을 권했다.
" 아,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아서…. "
" 아이참, 왜 이러십니까. 딱딱하게 굴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단장님. "
" 아…, 그럼, 헤헤헤. "
그는 내가 내민 잔을 받아서 붉디붉은 포도주를 공손히 받아 한 모금 마셨다.
" 이햐, 맛이 정말 좋습니다. "
" 굉장히 귀한 겁니다. 특별히 부단장님을 위해서 드리는 겁니다. "
" 감사합니다. "
이제 슬슬 그를 삶아구워야겠군. 나는 그에게 편안하게 앉아라고 말한 뒤에, 천천히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렇다고 너무 빨리 일을 진행시킬 생각은 없었다. 너무 급하면 잘못하다가 그가 두려운 마음에 배신할 수도 있으니까.
" 그나저나, 가정이 있으시다고…? "
" 네? 아, 네. 혼인한지 꽤 됐습니다. "
" 그러시군요. 그럼 자제분들도 있겠군요? "
" 딸 둘에 아들 하납니다. "
그는 멋쩍은 미소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 그럼 생활이 힘드신 점은…? "
" 부족한 점은 없습니다. "
"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
사실 나는 그가 꽤나 빡빡한 생활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젊었을 적에 기집질과 노름에 빠져서 꽤 재산을 탕진했다는 정보를 이미 받은 상태였기에, 그가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었다.
" … 사실 조금 힘들긴 합니다. "
" 그렇군요. "
그의 기대하는 눈빛이 살짝 스쳐지나가긴했지만, 나는 못본채 포도주를 한 모금 마셨다.
" 그걸 다시 원점으로 돌리고 싶은 생각은 없으십니까? 빚 말입니다. "
" … 네? "
" 거기에 현재 받고 있는 급여의 두배까지. "
" 헉. "
" 어떻습니까? "
나는 마치 악마의 미소처럼 그를 바라보며 야릇하게 미소를 지었다. 상대방이 남자이긴 했지만, 분명 내 미소가 매력적이라고 느낄 것이다. 마치 헤어나올 수 없는 늪처럼.
" 조… 좋습니다. 그것만 된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
" 뭐든지… 라고요? "
" 네. 물론 최악의 일만 아니라면 말입니다. "
그의 말에 나는 물론 제가 그런 일을 시키겠습니까? 하하- 하고 대답했고, 그 역시 헤헤- 하고 웃으면서 그렇다면 나에게 충성을 다하겠다고 슬슬 기었다.
" 알았습니다. 빚과 함께 급여까지 해결해드리지요. "
" 정… 정말이십니까?! "
" 단…. "
내 말에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 저에게 진심으로 충성하면 말입니다. "
* * *
다음 날이 되자마자, 나는 칼리반 영지에서 세르비아 영지로 자리를 옮긴 나의 부하들에게 시켜 허드슨 경의 빚을 싹- 갚게 했다. 상당히 많은 금액이긴 했지만, 그리 크게 힘들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우리들도 이제 막 여기에 발을 붙인 상황이라 돈이 쪼달리긴 했지만 말이다.
" 정말 감사합니다. "
나는 그의 진심어린 인사를 받으며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손을 흔들고 훈련장으로 갔다. 물론 세르비아 영지에는 기사 훈련장이 딱 하나였기에 기존의 기사단들과 만날 수 밖에 없었다.
" 여, 반갑습니다 헥스 경. "
" … 왔는가. "
그는 아직도 내 새 기사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퉁명스럽게 나를 대했다. 크흐흐, 그래그래 그렇게 잘해라고. 이왕이면 그가 나에게 증오심까지 가졌으면 했다. 그래야 빨리 파탄이 날테니까.
" 잠시 옆자리를 빌려도 되겠지요? 저희 기사들도 훈련을 해야하는지라…. "
" … 그러게. "
일단 후작에게 인정받은 기사단이므로 그가 함부로 홀대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후작의 철퇴가 날아올 수도 있었으니까. 확실히 후작은 그런 쪽에선 일말의 정이라곤 없는 사람이었다.
잘못한 점이 있으면 분명히 벌을 내렸고, 잘한 점이 있으면 상을 내렸다. 그게 어쩌면 이 영지의 발전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마치 삼국지의 조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 그럼 이제 직접 훈련을 시작하지. "
헥스 경은 훈련을 부단장에게 맡겼지만, 나는 직접 내 기사들을 가르쳤다. 소드 마스터의 1:1 지도는 가히 헥스 경의 기사단원들의 마음을 흔들정도로 매력적일 것이다. 허드슨 경과 리스본 경, 그리고 레미 경은 연신 감탄을 터트리며 훈련했고 다른 기사들의 부러운 눈빛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 다들 어디에 신경이 팔렸어! 훈련에 집중하지 못해?! "
당연히 백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인원에게 일일이 1:1 지도는 불가능했기에, 그들의 훈련 효과는 안봐도 뻔했다. 아마도 몇몇은 속으로 나에게 오지 않았음을 깊게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 자, 오늘 훈련은 이것을 끝이다. "
" 네? 아직 점심정돈데…. "
" 이정도만으로도 충분히 하루를 훈련한 효과가 있다. 나는 오후까지 훈련에 몰두할 생각은 없다. 점심 이후엔 각자에게 자유 시간을 부여하여, 각자 수련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일을 하도록 할 생각이다. "
" 아…! "
내 말을 듣고 있는 세 명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단원들도 모두 그 말에 잠시 멍해진 표정이었다. 그리고 둘 사이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상반된 표정이 생겨났다. 당연히 우리쪽은 기뻐하는 표정이었고, 상대쪽은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 그럼 이만 점심을 먹으러 가지. "
" 예, 단장님! "
그들은 분명 나에게 온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점심은 각자의 저택에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허드슨 경과 레미 경은 서둘러 말을 타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오직 여기사 리스본 경이 남아서 쭈뼛거리며 내 곁에 남아있었는데, 나는 무슨 일이냐고 상냥하게 그녀에게 물었다. 물론 안봐도 뻔했지만.
" 저…, 점심을 대접해도 되겠습니까, 단장님? "
" 점심이라. 그럼 리스본 경이 아니라 내가 대접해야지요. 고마운 쪽은 오히려 나인데. "
" 아, 아닙니다! "
" 거절하지 말고, 따라오세요, 리스본 경. "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그럼 실례하겠다며 나를 졸졸 뒤따라왔다. 나는 우리 기사단의 식당으로 들어와 하인들에게 거하게 차려라고 명령한 뒤에, 그녀와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리스본 경은 가족이 몇인가요? "
" 부모님과 저입니다. "
" 조금 쓸쓸할 수도 있겠네요? "
" 어릴땐 그랬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
나는 흐뭇하게 웃다가 두 손을 맞잡고 팔꿈치를 식탁 위에 올린 채 그녀에게 사근사근하게 물었다.
" 그런데 제 기사단에 들어온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어요? "
" … 네에? "
" 제 기사단에 들어온 진짜 이유 말입니다. 특히나 다른 기사들에게 눈총을 받을 각오를 하면서 말이지요. "
내 질문에 그녀는 당황했는지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말을 더듬었다.
" 그… 단장님께서 소드 마스터이시고…, 또 후작님께 직접 인정받으셨고…. "
" 솔직히… 말해주세요. "
" 아…. "
결국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입을 열었다.
" 다… 단장님과 함께하기… 위해서 입니다. "
" 저랑 함께하기 위해서? "
" 네…. "
" 그 말뜻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기사로서의 단장입니까, 아니면…. "
나는 그녀에게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들이밀며 조용히 속삭였다.
" 남자로서의 단장입니까? "
" 아…! "
그리고 그녀가 겨우 입을 열려고 할 때, 누군가 똑똑- 문을 노크했다. 점심을 가져온 하인들이었다. 나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들어오라고 말했고, 곧 식탁은 화려한 음식들로 가득찼다.
" 자, 드세요. "
" 가… 감사합니다. "
물론 그녀의 목구멍에 음식이 넘어갈지는 의문이었지만, 그래도 훈련을 마친 상태라 분명 배가 고플 것이다.
" 대답은 밥을 다 먹고 하셔도 됩니다. "
" 아…. "
나는 음식으로 시선을 돌린 뒤에 맛있게 하나하나 시식하며 즐거운 시간에 빠졌는데, 그때 그녀가 나를 향해 말을 했다.
" 지… 지금 하겠습니다. "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올려 결심한 듯한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 나… 남자로서의 단장님입니다. "
" 후후후후. "
" 죄… 죄송합니다, 단장님. "
" 아닙니다. 오히려 그 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좋네요. 기사의 덕목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
푹 수그리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살짝 들리며 내 눈을 바라보았다.
" 당신에게 꽤 호감이 가기도 했구요. "
" 네? "
" 당신의 그 모습이 저에겐 꽤 색다르게 다가오군요. "
" 그… 그 말씀은…. "
" 기사로서의 리스본 경이 아니라, 여자로서의 큐나 리스본을 만나고 싶군요. "
내 말에 그녀는 얼굴에 온갖 감정이 피어나왔다. 환하게 웃고 싶어하는 표정이 분명했지만, 일단 기사이니만큼 절도를 지켜야한다는 사명감까지 섞인 요상한 것이었다.
" 그럼 점심을 먹고…, 따로 시내에서 만나겠습니까? "
" 네! 네! "
그녀는 고개를 푹 숙여 음식을 먹으면서 수줍게 웃었다. 후후, 그래 아주 좋아해라.
어쩌면 오늘 밤에 그녀의 농염한 몸을 음미할지도 모르겠군. 풍만한 가슴에 쭉 빠진 팔다리까지. 확실히 큐나 리스본의 몸매는 운동으로 다져져서 아주 훌륭했다. 비록 외모는 에르윈에게 한참 밀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못나진 않았으니까.
' 과연 얼마나 걸릴까나. '
나는 속으로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눈앞에 있는 음식을 포크로 콕- 찝어서 입에 쏙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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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부는 상당히 오래 이어질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