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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 프라하스타 경이 왔습니다. "
" 들어오라. "
황금으로 꾸민 거대한 아치형 문이 끼익- 하고 부드럽게 열린다. 넓은 대전 저멀리 약간 높은 위치에 베네딕트의 젊은 왕이 내 눈을 정확하게 응시했다.
신하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나와 긴밀히 얘기를 나눌 생각인 것 같았다. 그의 옆에는 상당히 날카로운 기운을 뿜는 사내가 있었는데, 딱봐도 검좀 쓰는 사람인 것 같았다.
내가 대전 안으로 들어가자 뒤에서 문이 쿵- 닫혔다. 순간 고요한 정적이 대전 안을 가득 메웠다.
" 다가오라. "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린채 그를 향해서 거침없이 발을 옮겼다.
-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원채 조용해서 내 발걸음 소리가 똑똑히 들릴 정도였다.
' 호. '
가까이서보니 왕은 생각보다 더 젊었다. 30대 중반? 아니, 어쩌면 초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이가 젊다고 위엄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몸에선 무형의 기운이 풀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확실히 한 나라의 왕이라고 해야할까.
" 레온 프라하스타라고 했던가. "
" 예, 폐하. "
" 젊군. 소문은 들었지만, 정말 젊어. 그렇지않나, 잭? "
" 소문을 전부 믿어선 안됩니다, 주군. "
왕은 비릿하게 웃으면서 나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제법 기분이 상하는 태도라 내 눈썹이 움찔했지만, 아직까진 용인해줄만 했으니까.
" 후작을 떠나게. "
" …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 후작을 떠나라고 했네. 나에게 와. "
나는 입을 다문채로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꽤 건방지다고 느껴졌는지 잭이란 사내에게서 사나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왕도 미소를 서서히 지우더니 음산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 그건 무슨 태돈가? "
" 별 것 아닙니다. 잠시 웃기는 것이 생각나서…. 그나저나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조금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
" … 그래, 생각이라. "
왕은 손가락으로 턱을 톡톡- 치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 이틀 주겠네. 물론 거절일리는 없을테니, 내일 내 동생을 소개하지. 소문은 많이 들어봤겠지? 특별히 자네를 위해서 내 마음 단단히 먹었으니 고마워하게. "
" 감사합니다. "
"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텐데 오늘 하루는 푹 쉬도록. 잭, 그가 불편함이 없도록 최상의 예우를 하라. "
" 알겠습니다, 주군. "
시나리오는 거의 내 예상대로 흘러갔다. 물론 얻은 시간이 고작 이틀이었지만, 빠듯하긴해도 모자랄 것 같진 않았다. 그동안 왕궁을 뒤집어놓으려면 오늘부터 꽤 바쁘게 움직여야할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내일은 필리아 공주를 만날테니, 그 전에 빨리 소문이 돌도록 만들어야했다.
' 어디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고. '
새파랗게 젊은 놈이 왕 자리에 앉으니 눈에 뵈는게 없는 것 같았다. 그러면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주는 것이 내 일이겠지? 물론 그 일의 대가는 필리아 공주가 될 것이다.
* * *
" 잘 부탁드립니다. 기사님께서 계실동안 편안하게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
" 니가 내 전속 시녀냐? "
" 그렇습니다, 기사님. "
제법 반반하게 생긴 여인이 고개를 깊숙하게 숙이며 대답했다. 몸매도 괜찮고, 미모도 나쁘지 않네.
" 이리오도록. "
" 뭔가 해드릴 일이라도…? "
" 당연히 있지. 10일동안이나 마차를 타고왔는데 몸이 찌뿌둥해서 말이야. 마사지라도 해봐. "
" 알겠습니다. "
나는 편안하게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운 뒤에 눈을 감았다. 시녀는 부드러운 천과 따뜻한 물이 담긴 대야를 준비한 뒤에 탁자 위에 올려두고 천천히 손으로 내 몸 구석구석을 주물렀다. 동시에 천에 따뜻한 물을 묻힌 다음에 꽉 짜서 피부를 깨끗하게 닦아냈다.
" 옷은 벗겠다. "
" 네. "
나는 속옷 하나 남기지 않고 싹 벗은 다음에 다시 침대에 벌렁 누웠다. 설마 그렇게까지 다 벗을거라곤 생각 못했는지 시녀가 바짝 굳어버렸다. 아마도 내 물건을 보고 깜짝 놀란거겠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녀의 일은 마사지였고, 자신이 맡은 일은 끝내야했다.
" 뭐해? 빨리 하지 않고. "
" 아… 알겠습니다. "
그녀는 천천히 발가벗은 내 몸에 손을 뻗어서 조심스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 * *
" 하앙! 하앙! "
" 좋은데, 상당히 조임이 좋아! "
시녀는 혀를 내빼고 헐떡이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나의 커다란 물건이 주는 쾌락을 고작 시녀따위가 버틸 리가 없을테니까. 그녀는 몇 번이고 절정에 도달했고 경련했다. 이미 탈진한 그녀는 이제 거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고, 그저 숨만 헐떡이면서 엎드려있었다.
- 푸슈슉
나의 세 번째 사정이 끝나자 그녀는 거의 기절하는 듯이 쓰러졌다. 그녀 하나만으론 오늘 하루만에 소문이 퍼지는건 무리일테니, 나는 침대에 달려있는 종을 딸랑딸랑 울렸다.
" 네, 기사… 헙. "
문안으로 들어온 다른 시녀가 방안의 풍경을 보는 순간 손으로 입을 턱- 가렸다.
" 지금 대기해있는 시녀가 몇이냐. "
" 네… 네? "
" 지금 내 시중을 들기 위해서 대기해있는 시녀가 몇이냐고 물었어. "
" 지… 지금은 다섯…. "
다섯? 약간 애매한 숫자긴 했지만 일단 필요하니까.
" 다 데리고 와. "
" 네? "
" 하, 여기 시녀들은 원래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나? 첫번 말하면 알아들어란 말이야! "
" 알겠습니다, 기사님…. "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얼른 방을 나갔다. 잠시 후에 내 방으로 들어온 다섯의 시녀들은 알몸이 되어 침대에 쓰러져있는 여인을 보고 숨을 헉- 들이마셨다.
" 다… 데리고 왔습니다. "
" 그래? 그럼 너부터 와. "
" 네?! "
" 한번만 더 똑같은 소리하게하면…, 곱게 살아서 못 나갈줄 알아라. "
내가 살벌한 음성으로 말하자 시녀들이 달달 떨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내 지목을 받은 시녀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옮겨 내 앞까지 다가왔다. 얼굴에 박혀있는 주근깨가 꽤 인상적인 여인이었는데, 옅은 빨간 머리가 마음에 들었다.
" 그럼 시작할까? "
* * *
다음날, 시녀 여섯이 내 방에서 거의 초죽음으로 발견됐다는 소문이 왕궁 전체에 퍼졌다. 몇몇 시녀들은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내 시선을 피하기 일쑤였다.
아무리 내가 잘생긴 남자라고 해도 여자들은 강제적인 육체관계를 혐오하는게 당연하니까. 분명 그 얘기는 왕에게는 몰라도 필리아 공주의 귀에는 들어갔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와 그녀가 서로 인연을 맺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으니까.
" 푹 쉬었는가? "
" 아주 푹 쉬었습니다, 폐하. "
나와 베네딕트 왕, 그리고 필리아 공주는 점심을 먹기 위해서 나란히 식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물론 잭이 왕의 옆에 찰싹 붙어서 그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별로 중요한게 아니니까.
" 그나저나 이쪽이 내 동생, 베네딕트 필리아네. "
" … 처음 뵙겠어요. "
소문이 그녀의 귀에 들어갔는지 표정이 상당히 굳어있다. 나로썬 의도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 레온 프라하스타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공주님. "
" 그녀는 베네딕트 왕국의 3대 미녀지. 내 생각에는 그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네만. "
확실히 왕이 추켜세울만 했다. 정말 찬란한 금발에 마치 피부에 밀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은 하얀 얼굴, 그리고 오똑한 코와 붉은 입술. 아름답다는 말로 도저히 형용되지 않을 정도였다.
특히나 황금빛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뽑아내고 싶은 매력이 있었다. 정말 힐다와 비교해봐도 조금도 뒤지지 않을 미모다.
에르윈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차라리 그녀 둘을 모아서 베네딕트 2대 미녀라고 부르는게 더 합당하지 않을까.
" 동의합니다. 세 분 모두를 만나봤지만, 필리아 공주님이 가장 아름다우시군요. "
" … 칭찬 감사합니다. "
" 이런 분이 제 짝이 된다니 정말 저는 행운안 것 같군요. "
그 소리에 필리아 공주의 눈썹이 움찔했다. 차마 인상을 찌푸리진 못하겠는지 애써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나이프와 포크로 고기를 석석- 썰기 시작했다. 왕은 내가 자신에게 확- 넘어왔다고 생각했는지 환하게 웃으면서 큰소리로 웃었다.
" 아하하하, 아무렴. 그대가 나에게 오기만 한다면, 내 동생은 그대의 짝이네. "
" … 오라버니, 너무 성급하신게 아닌지…. "
" 필리아, 너에게 충분히 알맞은 짝이다. 저정도라면 흔히 볼 수도 없는 외모고. 더군다나 능력까지 출중하잖느냐? "
" 하지만…. "
왕은 더이상 듣기 싫다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괜히 돌아선 내 마음을 뒤집기 싫다는 의미일터. 대륙을 쩌렁쩌렁 울릴 천재를 놓칠 수는 없다는 마음이 아마 자신의 동생을 위하는 마음보다 큰 것 같았다.
확실히 나이도 젊으니 야망도 있겠지. 그녀는 나를 살짝 노려보더니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오라버니, 전 이 결혼… 용납 못해요. "
" … 뭐? "
" 이 자… 이곳에 오자마자 여섯이나 되는 시녀들과 잠자리를 했다구요.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났어요. "
그건 좀 충격이었는지 왕도 입을 살짝 벌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나는 여유롭게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어 꿀꺽 삼켰다.
" 제가 여자를 좀 좋아해서 말이지요. 뭐, 시녀좀 안은게 그리 큰 대수는 아니잖습니까? 겁탈한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
왕도 내 생각과 그리 다른건 아닌지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다시 자신의 동생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말때문에 아마 더 필리아를 나에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할게 틀림없을 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미녀였으니까.
" 필리아, 다시 생각해보렴. 영웅에겐 삼처사첩이 흉은 아니잖니? "
" 오라버니! "
" 필리아, 네 생각만 할 순 없다. 우리 왕국을 생각해봐라. "
왕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필리아는 다시 입을 열려고 하다가 그의 단호한 표정에 슬그머니 입을 닫고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녀의 모습을 본 왕은 다시 자상한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 그리 나쁘지만은 않잖니? 이 오라버니를 생각해서라도 다시 고려해보렴. 응? "
그녀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알… 았어요, 오라버니. "
" 그래, 그래야 착한 내 동생이지. "
왕은 나를 얻기 위해서 몸이 달아오른 상태였다. 크크크, 상당히 재밌는데. 이왕 이렇게 된거 필리아 공주와 조금 더 긴밀한 관계가 되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왕이 이정도로 밀어붙일정도면, 그녀가 뭐라고 해도 묵인되버릴게 뻔해보였다.
" 점심은 맛있었습니다, 폐하. "
"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
" 그럼 필리아 공주님과 잠시 시간을 같이 보내도 되겠습니까? "
" 그러면 좋지. 그리 하게. "
그는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잭에게 한번 눈길을 준 다음에 식당을 빠져나갔다. 나도 하인의 안내를 받아 필리아 공주와 함께 어떤 화려한 방으로 들어갔다. 아름다운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 여기가 좋겠군요, 공주님. "
그녀는 의자에 털썩 앉고는 나에게 시선조차 주지않았다. 나와 얘기하기 싫다는 무언의 행동이겠지만, 지까짓게 그런식으로 행동해봤자 먹혀들리 만무했다.
나는 차를 탁자 위에 내려놓은 하인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눈짓을 했고, 그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테라스 문을 닫은채 방을 나갔다. 이제 이곳은 나와 그녀 단둘이 남아있었다.
" 정말 아름다워, 공주. "
하지만 그녀는 내 말에도 차만 한 모금 홀짝 마실 뿐이었다.
" 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공주? "
" … 얘기 끝났으면 가겠어요. "
" 허, 이러면 섭하지. "
나는 벌떡 일어난 공주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녀는 나를 노려보면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는 놓지 못하겠냐고 소리쳤다.
" 미안하지만 나랑 있어줘야겠는데? "
" 놔! 이… 색마같은 놈. "
" 색마라, 정말 날 정확히 말했는데? 그래, 난 색마다. 그것도 아주 최악이지. "
" 절대 네놈하고는 혼인하지 않을거야. "
그녀의 귀여운 앙탈에 웃음이 피식 새어나왔다.
" 아직 멋도 모르는군. "
" 뭐? "
" 내가 고작 그것때문에 여길 왔다고 생각하나? "
" … 무슨 헛소리를…. "
" 착각도 아주 단단히 하고 있는것 같은데…. "
나는 비릿하게 웃으며 그녀를 내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 꺗! "
" 내가 온 목적이 뭐냐면…. "
그녀는 마구 몸부림치다가 내 말에 눈을 크게 뜨면서 입을 쩍 벌렸다.
" 네년의 오빠를 죽이기 위해서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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