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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라고? "
" 아, 못 들었나? 그럼 다시 얘기해주지. "
나는 그녀의 손목을 더욱 당겨 내 입이 그녀의 귀에 거의 닿을 정도로 가져갔다.
" 네년의 오빠를 죽이러 왔다고, 개년아. "
" 너… 너…! "
설마 내가 이런 식으로 말할 줄은 아마 그녀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그 증거로 지금 그녀는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입을 벌리고 어버버- 거리고 있었으니까.
" 못할 것 같아? 아주 쉬워. 내 소문은 들어봤지? 소드 마스터 상급 둘을 단칼에 베어버린 내 실력을. "
" … 소… 소문일 뿐이야. "
" 그래, 너한테는 소문이겠지. 하지만 진실이라면? "
그녀는 점점 이성을 찾아가고 있는지 부들부들 떨면서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 당장… 당장 우리 성에서 나가… 당장 나갓! "
" 워워, 진정하라고. 아직 내 진짜 정체를 말하지 않았으니까. "
" 진짜… 정체? "
" 원래 말하려고 안했는데, 네년이 워낙 마음에 들어서 말이지. "
내 말에 그녀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 인간이라면 그 소문은 말도 안되는거야, 그렇지? "
" 그따위 소문을 믿을 것 같아? "
" 그래…, 하지만 만약에 내가 다른 존재라면? "
" … 뭐? "
나는 강하게 잡고 있던 그녀의 손목을 풀어주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그 부위가 시뻘겋게 변해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픔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인상을 찌푸린채 내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 내가 만약에… 인간따위는 벌레처럼 보는 존재라면 어떨까. "
" 그… 그건…! "
" 소드 마스터 둘? 흥. 열이 덤벼도 생채기 하나 나지 않는 위대한 존재라면…? "
결국 그녀는 내 말뜻을 이해했는지 입을 쩍- 벌리더니 몸을 떨기 시작했다.
" 이제 눈치챈 모양이네. 그래도 영 멍청한건 아닌 모양이야. "
" 말도… 말도 안돼. "
" 뭐, 그건 네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고. 자, 그럼 나랑 재밌는 게임 하나 할까? "
필리아 공주는 아직도 내 말이 믿기지 않았는지 불신의 눈초리로 고개만 설레설레 흔들고 있었다.
" 이 게임의 결과로 왕이 살아남을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어. "
" 네가 누구든지… 만약 오라버니께 손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가만두지 않을거야. 그 누구라고 해도! "
" 워워, 아직 게임은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그러니까 그건 너의 선택에 달렸지. "
내가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자 필리아는 잠시 흠칫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내가 쿡- 웃자 그녀는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며 웃지 말라고 소리쳤다.
" 하찮은 네년의 몸뚱아리냐…, 아니면 사랑하는 오라버니의 목숨이냐. "
" … 뭐? "
" 선택해. 어떤게 더 가치가 있는지. "
순간 그녀는 찻잔을 들어서 찻물을 나에게 쫙- 뿌리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 더러운 종자. 결국 노린건 나였구나. "
" 그러니까 니가 마음에 들었다고. 원래같았으면 이런 게임도 하지 않고 바로 왕을 죽였겠지. 하지만 딱 한 번…, 기회를 준다는 말이야. 그리고 방금 이따위짓은 한번이면 족해. "
그녀는 당장 테라스에서 나가려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려 했으나, 내 말에 움찔하더니 다시 슬그머니 앉았다.
" 지금 니년이 여기서 나가는 순간…, 거절이라고 생각하고 곧바로 왕을 죽이겠다. "
- 꿀꺽
" 못할 것 같아? 그러면 나가든지. "
과연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 갈팡질팡하며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한숨을 푹 내쉬며 의자에 계속 앉아있는 선택을 했다.
" 아직… 결정을 내린건 아니니 오해하지마, 이 더러운 종자. "
" 그래? 크흐흐. "
" 네놈은 악마야. 오라버니께서 실수하셨어.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
" 이거 알고 있나? "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두 주먹을 불끈 쥔 상태로 나를 힘껏 노려보았다.
" 조만간 베네딕트 왕국은 전화로 휩싸일거야. "
" 뭐?! "
" 아마도 며칠 안으로 공작이 후작에게 영지전을 선포할거다. 아마도 왕국은 둘로 나뉘겠지. 공작파와 후작파로. "
" 그… 그럴 리 없어! "
" 왕실은 당연히 공작파의 손을 들어주겠지. 하지만…. "
내 말이 천천히 음산해지자 그녀가 침을 꿀꺽 삼켰다.
" 내가 있는한 공작파는 절대 못이겨, 알아? 아하하하하. "
" 닥쳐! 당장… 당장 이 사실을…. "
" 호, 그럼 포기하는건가? 네년의 몸뚱아리는 보존하고 오라버니의 목숨을 취하겠다? 나야 좋지. 그러면 공작파는 더더욱 혼란이 일테니까. "
" 이럴… 이럴 목적으로 온거냐?! "
필리아 공주는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나에게 달려들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이런 행동은 내 즐거움만 일으킬 뿐이었다. 그녀의 고사리같은 손에 맞아봤자 아프지도 않았고.
" 죽어! 너같은 놈은 죽어야해! "
" 이거 날 너무 무시하는데? "
" 뭐…? 어억! "
나는 주먹을 쥐고 그녀의 배를 툭- 쳤다. 물론 나에겐 툭- 이겠지만 그녀는 배를 잡고 꺽꺽- 거리며 위에 있던 것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 웨에에에에엑
그녀의 드레스는 순식간에 오물로 더럽혀졌고, 얼굴은 눈물콧물 그리고 침으로 범벅이 되었다.
" 하아… 하아…. "
" 내가 장난치는 것 같아, 공주? "
" 사아… 사악한 노오옴! "
- 짜악
내 손바닥이 그녀의 뺨을 찰지게 후려갈겼다.
" 꺄앗! "
새하얗던 그녀의 뺨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물들며 부어올랐다.
" 크흑…, 흑…. "
그녀는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나를 노려보는 눈빛은 전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게 그녀를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짜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머리칼을 강하게 쥐었다.
" 아윽. "
" 선택해, 공주. "
" 흑…, 죽어… 죽어 사악한 종자야…! "
그래도 기개는 있는 여자네. 쉽게 굴복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래야 괴롭히는 맛을 계속 느낄 수 있으니까.
" 와하하하, 그래 이렇게 계속 발버둥쳐야지. "
어차피 공작파에 붙을 왕실이니 싸그리 정리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녀에게도 나에 대한 증오심을 심어넣어야하니,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지금쯤이면 큐나도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애초부터 미리 계획을 짜놓은 일이었으니, 늦으면 괜히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
" 그럼 시작할까, 공주. "
" 크흑…. "
" 결국 네년의 선택은 오라버니의 목숨이지? 좋아, 그럼 직접 눈으로 확인해봐라. "
나는 다시 강하게 그녀의 머리칼을 잡고 고개를 확- 들어올렸다.
" 아악. "
" 네 선택이 옳았는지를. "
* * *
" 공주님… 공주님을 구하라! "
수많은 기사들이 주위를 감싸며 흉흉하게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미리 준비해준 개목걸이를 필리아 공주의 목에 채운 뒤에 성안에서 마구 끌고다니고 있었다. 살이 쓸렸는지 목걸이가 채워진 그녀의 목이 붉게 변했지만, 그딴건 내 알바가 아니다. 그녀가 죽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다.
" 악마같은 놈! 공주님을 풀어줘라!! "
" 으윽! "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엉망이 된 공주였지만 그래도 미모만큼은 바래지지 않고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래서 내가 미녀들을 좋아하는거라고. 나는 기사들을 바라보면서 한번 씩- 웃었다.
" 싫은데? "
그리고 목줄을 강하게 끌어당긴 뒤에 그녀를 일으켜 세워서 가슴을 강하게 쥐었다.
" 악! 놔! 놔앗! "
" 무… 무슨 짓이냣!! "
기사들이 눈을 크게 뜨면서 목청껏 소리쳤다.
" 감촉도 좋은데. 내 성욕처리기로는 충분하겠어. "
" 악마야! 너는 악마같은 놈이야아앗! "
때마침 참지 못한 기사 몇몇이 이얏- 하고 소리치면서 나에게 달려왔다. 물론 오는 도중에 정확히 반으로 잘리고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당연히 일부 피가 튀어 나와 공주의 몸에 묻었다.
" 꺄앗! "
" 그럼 시작해볼까. "
* * *
- 쾅
왕이 있는 대전 문을 발로 차서 열자, 안에는 수많은 병사와 기사들이 나열한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공주는 거의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흐느적거리며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 네놈!! 아주 목숨을 내놨구나, 이 미친놈! "
" 호, 폐하 또 뵙는군요. "
" 당장 내 동생을 풀어라! 그럼 고통스럽게 죽이진 않겠다. "
" 공주 말입니까? 그건 좀 과한 요구인 것 같습니다만. "
나는 목줄을 강하게 당긴 뒤에 그녀의 산발된 머리를 손으로 콱- 잡고 고개를 들게 했다.
" 악. "
" 잘보라고, 공주. 네년의 오빠의 최후를 말이야. "
" 흑…, 오라버니이…. "
" 필리아… 필리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가 꼭 구해주마. 걱정말거라. "
눈물겨운 대화에 나는 손뼉을 짝짝- 치고 아주 재밌다고 웃어주었다. 왕은 지체하지 않고 기사들에게 나를 죽이고 공주를 구해내라고 소리쳤다. 그 중에는 잭도 있었는데, 푸른 마나가 씌인 검을 훙훙- 돌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 이거 내 전설에 내용 하나가 더 추가될 것 같네. "
" 헛소리하지 말고 죽어랏! "
" 대마왕 레온, 홀로 왕국으로 들어가…. "
- 서걱
나는 제일 먼저 나에게 달려오던 기사의 몸통을 정확히 반으로 가르며 음산하게 웃었다.
" 모조리 섬멸하다. "
* * *
싸움은 일방적이었다. 기사들은 검 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모두 반으로 잘려버렸고, 병사들은 그 처참한 광경에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 덤벼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미 공주는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대전 안의 모습을 보고 몇번이고 구토를 했다. 거의 실신에 가까울 정도로 힘이 빠진 그녀는 두눈이 풀린 상태였다.
" 괴… 물! "
" 뭐야?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겁 먹은거냐? 와하하하하하! 베네딕트 왕국의 기사들은 다 쫄보아냐? "
아까전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면 기사들이 닥쳐라고 의기롭게 소리쳤지만, 지금은 다들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문 상태다. 물론 기사들 수가 확 줄긴했으나 그래도 아직 반 이상은 남은 상태. 그렇다고 쫄리냐? 그건 절대 아니다.
이런 놈들이 아무리 많아봤자 나에겐 준비운동도 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아무리 개미가 많이 모였다고 사람들이 두려워하진 않는 것처럼. 물론 그 수가 억, 조 이상이 된다면 몰라도, 여긴 고작해봤자 천이 넘을까?
" 자 계속 덤비라고. 빨리 저놈의 목을 따고 돌아가야하니까. "
" 자만심이 과하구나, 악마야! "
드디어 잭이 내 앞으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두었다간 기사들만 죽어나겠다고 판단한 듯 싶었다. 왕도 그의 실력을 믿고 있었는지 어둡던 얼굴에 한줄기 빛이 보였다.
" 오오, 그래! 잭! 얼른 저자를 죽여라! "
그는 아무 말없이 검을 살짝 흔들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 마지막 유언은? "
" … 당신 정말 강하군. "
" 그게 유언이냐? "
" 왜 그런 힘으로 이런 짓을 벌이는가. 우리에게만 왔어도 공주님은 당신에게 갈 것이고, 베네딕트 왕국은 번성했을텐데…! "
나는 그의 말에 씩 웃으면서 검을 높이 들었다.
" 그럼 내가 주인공이 아니잖아. "
" …? "
" 그만 죽어. "
" ! "
잭은 높이 떠있던 내 검이 어느새 바닥까지 내려간 것을 보면서 입을 떡- 벌렸다.
" 아… 아…! "
" 너같은 인재를 죽이는건 아깝지만…, 나한테 충성할건 아니잖아? "
" 아아… 폐… 하…. "
그리고 그는 앞서 죽었던 기사들처럼 반으로 잘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 꺄아아아아아! 잭!! 잭!! "
공주는 있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비명을 질렀고, 왕은 자신의 심복이 단칼에 죽어버리자 할말을 잃었는지 입을 떡 벌린채 그의 시체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 안돼애애애애애애! "